파주 생각하며 읽는 시론 경기도의 2022 렛즈 DMZ 유감이다.
파주저널, 원희복 객원논설위원, 2022. 09. 18
경기도의 ‘2022 렛즈 DMZ’ 유감
경기도는 지난 16일과 17일, 그리고 24일 ‘2022 렛츠 DMZ’ 행사를 열었다. 행사의 제목인 ‘렛즈 DMZ’라는 제목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인데다 행사 장소도 DMZ와 무관한 고양시에서 열렸다. 제목부터 풀이하면 ‘비무장지대로 가자’라는 말인가? 보통 가자고 권유하는 것은 ‘좋은 곳으로 가자’는 의미다. 행사 홈페이지에 있는 ‘누구나 DMZ 평화축제’라는 문구를 보면 비무장지대 평화축제장으로 가자는 취지인 것 같다.
그러나 DMZ는 ‘좋은 곳’ 즉, 긍정적인 곳이 아니다. 게다가 남북한 분단의 현장인 이곳에서 축제를 벌일 장소는 더더욱 아니다. 오랫동안 임진각 망배단에서 이산가족이 흘린 눈물이 얼마이고,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남북 형제들이 서로의 총질로 안타깝게 죽어갔고, 지금도 밤새 피눈물 흘리며 경계를 서는 군인(청년)이 얼마인데 이런 곳이 축제의 장이란 말인가.
이 자리에서 공동조직위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DMZ를 세계가 함께 보존해야 하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무지의 소리를 내뱉었다. 최 교수가 언제 통일 평화 운동가였는지 모르지만 잘린 민족의 허리, 잘린 국토의 현장을 보존해야 하다니. DMZ는 반드시 철폐해야 할 대상이지 보존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지역에 무지한 최재천 교수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에 공감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또 무엇인가.
물론, 그가 말한 DMZ 보존은 분단이 계속돼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DMZ의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행사에서 그런 점은 별로 강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존과 활용에 더 방점을 찍는 것이 포럼의 특징이다. 이번 포럼을 보면 ‘함께 그린 평화’ ESG시대, 기업의 책임과 비전‘ 등의 주제가 논의됐다. 경제전문가 다운 김 지사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지사의 ‘2022 DMZ 포럼’은 평화의 의미를 정치*군사*안보차원을 넘어 자연과 생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장, DMZ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한다.
그렇지만 DMZ는 남북이 관리하는 공간이고, 남북이 경협 등을 통한 평화의 제도화, 그리고 통일을 추구하는 공간이지 우리 기업의 친환경*사회적 책임 경영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평화부지사를 폐지하는 등 경기북부지역 특성을 간과한 측면이 보인다. 무엇보다 DMZ가 가진 분단의 아픔과 민족적 낭비 등 분단의 본질을 망각해선 안 된다.
물론 DMZ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 그리고 난개발을 막고 잘 관리하자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DMZ를 자꾸 세계 유일의 유산이니, 생태계의 보고니 하며 보존에 방점을 두는 행위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특히 파주사람들은 DMZ를 접경지역이 가져온 극심한 주민 불편과 지역의 낙후를 수십 년간 인내라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도 비무장지대 근처조차 통행과 활동에 큰 불편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발전, 나아가 민족발전에 결정적 걸림돌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파주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DMZ를 낭만적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인식은 민족적으로 매우 심각한 오류로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 DMZ는 반드시 해체돼야 하는 대상이며 통일시대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남겨두어 할 대상일 뿐이다. DMZ에 관한 모든 논의는 이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망각하고 벌이는 보존방안이니, 활용방안이니 하는 것은 자꾸 분단을 희화화 내지 고착화, 혹은 영업화하는 것이다.
가수 한돌은 자신이 작사한 ‘DMZ’에서 “잃어버린 세월을 어찌하라고/ 오늘도 무심한 하늘은 아무 대답이 없네/ 길이 막혀 못가네 갈 수가 없네/ 허리를 잘리운 이 땅에 애타는 가슴들/ 얼마나 더 싸워야 갈 수 있을까/ 얼마나 기다려야 그날이 올까/ 지쳐버린 이 산하에 타는 목마름/ 그 날은 그 날은 꼭 오리라”고 노래했다.
파주저널 원희복 객원논설위원(전 경향신문 부국장)의 기사를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