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은 것도 많던 어린 시절 일이다.
어디선가 불고기라는 말을 들었다.
꽤 맛있는 음식이겠거니 짐작은 가는데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 몰라서 몹시 궁금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물어볼 요량도 없었고
혼자서, 불이 붙은 고기인가?
불이 붙은 고기를 어떻게 먹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자연히 불고기를 먹어 보는 걸 소원하게 되었다.
그 소원은 시집가서야 풀렸다.
어느 날 시어머님이 불고기를 해 먹자, 하시더니
고기에다가 갖은 양념을 넣고 주물러
불판에다 구우시는 것이었다.
그 비슷한 음식은 그전에도 먹어 보았다.
그러나 그 음식 이름이
불고기라는 걸 알고 먹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뒷자리에 앉은 친구가
오전 내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어젯밤 커피를 많이 마셔서
잠이 안 와서 혼났네.'였다.
그때까지 커피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는 커피를 본 적도 없고
마셔 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커피가 어떻게 생긴 물건이며
그것을 마시고서 잠이 안 오는 기분은 또 어떤 건지
꽤나 궁금하였다.
지금처럼 커피가 흔하지 않던 때였다.
이 궁금증은 비교적 빨리 풀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다방에 가게 되었다.
쥬스도 있고, 홍차도 있고, 쌍화차도 있었지만
커피를 주문했다.
바깥쪽 7부 높이에
붉은색 가는 테를 하나 두른
하얀 도자기 찻잔에 담겨 나온 커피.
옆 사람이 하는 대로
설탕과 프림을 한 스푼씩 넣고
한 모금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목구멍으로 흘려넘겼다.
마비되었던 감각을 깨우고
모든 근육과 세포를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게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색다른 맛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달콤한 꿈을 꾸던 이불 속에서
순식간에 바깥으로 끄집어내어진 것 같았다고 할까.
기대했던 커피가 이런 맛이었다니.
실망했고 약간 화까지 났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만 싶었다.
욕구가 충족되는 순간
또다른 욕구가 생긴다더니
딱 그짝이었다.
어찌되었든 그간 불고기도 먹어 보았고
커피도 원 없이 마셔 보았다.
못 먹어서 궁금했던 한은 푼 셈이다.
불고기나 커피 말고도 이름만 들었을 뿐
아직 맛보지 못한 음식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그 많고 많은 음식을
다 먹어 볼 수도 없거니와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 불고기나 커피 때만큼 궁금한 음식이 없다.
그래도 혹시
맛보고 싶은 음식이 있지 않느냐고
누군가가 굳이 물어 온다면,
못 이기는 척,
혼잣말처럼 슬며시
대답할 것 같다.
칼바도스라고.
40여 년 전 겨울 이맘 때,
외갓집 사랑방에서 읽은
레마르크의 <개선문>에서
여주인공 조앙 마두가 즐겨 마셨던 술 이름이다.
아직도 생각나는 귀절이 있다.
"칼바도스를 마실 때
그녀는 오직
칼바도스를 마시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그나저나 칼바도스가
막걸리나 소주처럼
술의 종류를 일컫는 건지
정안 밤막걸리나 처음처럼처럼
상표를 일컫는 건지 모르겠다.
파리의 술집에서
지금도 칼바도스를 먹을 수 있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밤이 기니 별 게 다 궁금해진다. |
첫댓글 궁금하면 먹어야 되는데~~
찝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개그에 있잖우
"궁금하면 ***원"
잘 계시는가?
ㅎㅎㅎ 잘 지냅니다. 긴긴 밤 요망스런 생각도 해 가며.....
홍차님도 꽤나 촌에서 자라셨나 봅니다. 저도 고등학교 2학년때, 은행에 다니시는 형님과 자취를 했는데, 고종사촌 여동생이 놀러와서, 그때 마침 형님이 사다 놓은 커피병을 보고, 우리 커피 한번 마셔보자, 하길레, 그래 실컷 마셔보자, 하고 커다란 물바가지에 물을 이빠이 떠다 놓고, 커피 한병 통째로 넣고 설탕을 간 맞춰서 넣은 다음 밥그릇(공기밥 그릇이 아니고 큰 밥그릇)으로 둘이서 다 마셨습니다. 정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새벽 6시 정도에 잠이 들었나, 그리고는 저녁때까지 꼼짝없이 잤습니다. 그런데 저는 워낙 촌놈이라서 그런지 요즘도 커피는 아예 마시지 않습니다. 차라리 맹물을 마셔요.
대구 비산동에서 살았습니다. 촌은 아니지만 집안에 커피가 없었으니까요. 오운육기님 추억이 재미있네요. 저도 요즘은 커피 잘 안 마십니다.~
그래요, 비산동 잘 압니다. 고등학교때부터 학교를 대구에서 다녀서, 대명동,대봉동,복현동,신암동 을 떠돌며 살았습니다.
궁금한게 많은 분이 삶이 적극적인것 갔아요
커피 칼바도스...외국책을 읽다보면 ...무지 궁금할적이 있던데
불고기도 그렇치만 궁중요리 의 고상한 이름을 보면 한번도 본적이 없는 음식은 궁궁해 지던군요
알고나면 별거아닌데 요..모를적엔 무지 궁금 하던데요
그렇지요. 무어 하느라 답글도 못 달았나 모르겠어요. 늘 평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