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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씨(56)가 범행 직후 곧바로 경찰에 자수한 심리를 두고 전문가들은 "도주할 조력자가 없었고 오랜 수형생활로 금방 자신이 덜미를 잡힐 것을 알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재범 위험률이 높았던 강씨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또 오랜 수형생활을 하다보니 '징역'이 무섭지 않았고 도주할 의지도 강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보다 교도소가 익숙한 '교도소시민'?…자수한 이유는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강씨는 렌터카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했고 이후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강씨는 지난 29일 오전 8시쯤 송파경찰서를 찾아와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자수했다. 그가 경찰서에 타고 온 차량은 두 번째 피해자의 차량이었다. 당시 차 안에는 피해자 시신도 함께 있었다.
전문가들은 강씨가 자수한 첫번째 이유는 본인이 경찰을 피해 오랫동안 도주할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라고 봤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도주 주력자가 없었던 강씨는 금방 검거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이미 교도소 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이고 징역 살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살 의지가 없고 도주도 귀찮은 '성의없는 범죄자'"라며 "강씨 같은 부류가 재범률이 높다"고 했다. 또 "전자발찌만 착용시켜두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문제도 있다"며 "보호관찰관 1명이 17명을 담당하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도주가 어렵다고 판단한 강씨가 감형을 위해 먼저 자수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과가 많다보니 곧 자신이 체포될 것이란 생각을 했을테고 감형 수단으로 교활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형생활이 길어 사회보다 교도소가 편한 '교도소 시민'이 되다보니 징역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을 것"이라며 "교도소의 교정·교화 효과와 성과에 의문이 드는 사건"이라고 했다.
16년 전 '심신미약' 주장하며 "감형해달라"…이번에도?
법정구속 된 피고인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강씨는 강도와 상해 등 전과 14범에 성폭력 전력도 두 차례나 있었다. 2005년에는 공범 3명과 두 달 동안 30명이 넘는 여성을 상대로 강도와 절도, 성범죄 등을 저질러 1심에서 징역 15년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다. 자신이 경계성 인격장애와 정신적 공황장애가 있어 심신미약 상태이기 때문에 징역 15년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강씨가 경계성 인격 장애가 있는 것을 인정했지만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이상 성격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성격 장애를 뜻한다. 대인관계와 정서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씨가 이번에도 심신미약을 주정하더라도 감형에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공 교수는 "요즘은 조현병 같은 경우도 중대한 정도가 아니라면 형에 반영을 안하는 추세"라며 "특히 강씨는 전과가 많아 형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이코패스는 자수 안 해" vs "피해자 귀찮은 존재 취급"
강씨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경계성 인격장애가 모두 사이코패스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과, 피해 여성들을 다루는 모습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드러났다는 입장이 맞섰다.
먼저 공 교수는 "일부 행동만 보고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단하기는 위험하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들은 자수하지 않고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코패스 성향보다는 교화가 안된 상태에서 사회로 나온 것이 더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교수는 "경계성 성격장애와 사이코패스는 모두 B군 성격장애에 속해 유사한 특성이 있다"며 "가장 큰 특성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건데 피해자 사체를 짐처럼 차에 싣고 경찰서로 온 상황에서도 성향이 드러난다"고 했다.
이어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2명을 살해한 뒤에도 범행을 숨기거나 피해자에게 미안한 기색없이 귀찮은 존재로 인식했을 것"이라며 "삶의 의지를 포기해 '이판사판' 감정으로 자수를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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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83011220677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