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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유해물질폐수 무단방류
도심 하천에서 물고기가 집단으로 죽는 것은 연례행사다. 도시의 특성상 오염원이 많고 이를 걸러줄 자연환경은 취약하다. 비라도 집중해서 오면 통제가 어려운 먼지와 독성물질(비점오염원)들이 씻겨 내려와 하천으로 흘러든다. 폐수보다 독하다는 초기 강우는 물고기집단폐사의 주요 원인이다. 물론, 비오는 틈을 노려 폐수를 몰래 흘려보내는 나쁜 업체들도 있다. 그 지역의 처리시설이 부족하면 폐수가 하천으로 넘칠 수도 있다. 이렇게 하천에 쌓인 오염물질들은 계절과 온도 변화에 따라 부영양화와 용존산소부족을 일으킨다. ‘하천 살어 사건’ 단골 피의자들인 셈이다. 육상동물, 사람으로 치면 대기 중에 독가스가 배출된 거나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행정당국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 수원시에서 좀 다른 형태의 사고가 일어났다.
경위를 보면 이렇다. 10월 31일 오전 8시 경, 원천리천 삼성중앙교 위쪽에 있는 우수토구를 통해 삼성전자 본사 중수도 처리장(오폐수 처리장에서 정화한 물 일부를 다시 이용하기 위한 처리장)의 폐수가 방류돼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였다. 동자개, 가물치, 밀어 얼룩동사리, 꺽지, 붕어, 피라미, 말조개 등 평소에 모니터활동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어종까지 포함하고 있어 그 피해 정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사고 당시 물고기 사체의 범위(1.5㎞~2㎞ 구간, 성어부터 치어)와 밀도를 고려해볼 때 폐사한 물고기는 최소 1만 마리에서 3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민관합동대책단 하천물고기 전문가 의견)
사고 직후 수원시는, 삼성전자 내 중수도처리시설 설치공사 업체의 실수로, 소독제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투입된 폐수가 우수박스를 통해 무단 방류돼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것이라고 자체조사결과를 밝혔다. 물론, 삼성전자도 이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리고는 삼성을 제외하고, 공사 하청을 받은 감리사와 시공사만을 원인자와 행위자라 하여 경찰에 고발했다.
스스로 의혹을 부풀리는 피해자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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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원시와 시민환경단체(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 회원단체들)는 각각 사고 현장의 물 시료를 채취해 서로 다른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런데 이 두 수질분석(시험성적서) 결과에 너무 확연한 차이가 있다. 수원시는 기본적인 수질오염공정 시험항목만을 경기보건환경연구소에 분석 의뢰했다. 6가지 항목이다. 자체 현장조사와 삼성이 밝힌 사고경위에 근거했다고 한다. 이는 문제가 되는 유해물질에 의한 수질오염사고의 특성을 고려한 조사가 아니다. 무지 또는 고의라는 전문가(환경보건시민센터)의 판단이다. 결국, 소독제에 함유된 잔류염소만 검출됐고 하청업체를 고발하는 근거가 됐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기본항목 외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에 대한 검출여부도 함께 분석을 의뢰했다. 모두 23가지 항목이다. 환경안전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조치이다. 그 결과 시안, 클로로포름이란 독성물질이 기준치 이상(환경정책기본법 상 한 지점에서 클로로포름 8배이상, 불검출 기준 중금속 시안 3배이상 검출)으로 나왔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가지, 수원시는 수질시험성적서와 함께 가장 1차적인 증거인 물고기 사체 분석을 약속과 달리 전문기관에 맡기지 않았고, 높으신 분들은 환경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아예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비유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담당 형사가 시체를 없애고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 삼성과 물고기, 수원시가 혈연이나 인척관계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은 합리적 의심이다. 지금까지도 피해규모를 1,000여 마리 라고, 공식입장을 바꾸지 않는 행정당국을 이해할 만도 하다.
누가 이것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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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만 있고 증거는 없다?
사실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사익추구를 과하게 보호하고 있어서 그렇지 이 사고는 삼성전자가 포괄적 원인자이다. 하청업체들이 강도나 도둑처럼 몰래 회사에 들어가서 흉기를 들고 나와 물고기를 죽인 것이 아닌 이상, 공식 계약관계로 공사를 하다 회사 내에서 사고 원인이 발생했다면 관리감독책임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유독물질이면 우리 법체계에서도 적용의 경우는 달라야한다. 삼성은 수질검사나 물고기 사체분석 등 기초적인 사고 원인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수원시도 피해자와 동시에 행정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직무를 다하지 않았다. 큰 피해만 있고 증거는 없다.
하천과 같은 공유자원은 공동으로 가꾸고 공평하게 누리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도 그 위에서 이루어져야한다. 어느 기업이 자기 돈만 들여서 공유자원을 가꾸고 시민들이 골고루 누리게 하겠는가. 이윤도 안 생기는데. 그래서 법과 정부가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기꺼이 세금을 내는 이유도.
막돼먹은 수원시를 바라진 않는다
이번 사고에 대응하는 수원시의 모습은 ‘환경수도’라는 간판을 떼더라도 부끄럽고 안쓰럽기 그지없다. 삼성전자가 법적인 책임을 떠나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 지자체가 나서서 사고원인을 밝히고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드는데 기업의 책임과 협력의무를 당당하게 요구해야한다. 사고의 피해자인 수원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필요하다면 제도를 만들고 기구를 구성해서 투명한 자리로 불러내야한다. 직접 못하겠다면 양도받은 권한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다. 멍석을 깔아 달라, 앉을 사람은 많다.
벌써, 사고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죽은 물고기들은 대부분 소각되었다. 안전한(?) 물이 다시 흐르고 있지만, 한번 파괴된 생태계는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아니 원상태 복구란 원래 불가능에 가깝다. 생명은 항상 변화하는 과정 자체이다. 그래서 복원도 신중해야 한다.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이란 현재와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는 시대이다. 수원시도 법률에 근거해 ‘지속가능한 도시재단’을 설립하겠다고 여론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작은 생명을 대하는 자세가 사회와 집단이 가지는 지속가능성 척도일 수 있다. 그 철학과 인식이 제도와 문화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신의 사익을 위해 일한다. 수원시는 시민 공동의 편익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일해야 한다. 상대적일 수도 있고 포괄적일 수도 있다. 생명 죽음을 대하는 수원시의 따뜻한 행정을 보고 싶다. 우리지역의 환경수도다운 됨됨이를 보고 싶다. 시민들은 막돼먹은 수원시를 바라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