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주변에 뉴타운으로 지정된 곳이 아예 없는 데다 구청장의 선거 공약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뉴타운지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요.”
서울 구로구 구로동 S공인 관계자는 “구로본동과 4동이 내년에 뉴타운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일대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11ㆍ15 부동산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개발 바람을 탄 투자 열풍은 갈수록 거세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서울시 4차 뉴타운 선정을 앞두고 후보 예정지역이 벌써 투자 열풍에 휩싸여 있다. 서울시가 내년 초 4차 뉴타운 후보지 선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 예정지를 중심으로 주택 등 부동산에 대한 외지 투자자의 문의가 급증하고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빌라와 대세대 등 주택 지분 값이 한 달 새 평당 300만원 올라 평당 호가가 4000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뉴타운 지정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고가 지분 매입 등 섣부른 투자는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지정되더라도 실제 개발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곳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 선정 작업 돌입
4차 뉴타운은 내년 상반기 무렵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초에 각 구청으로부터 뉴타운 지정 신청을 받아 선정 작업을 거친 뒤 상반기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3차 뉴타운지구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을 끝마친 뒤 4차 뉴타운을 지정할 것”이라며 “3차 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을 내년 3월 말까지 조기 완료한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이후 4차 뉴타운이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뉴타운 지정 시기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일 경우 뉴타운 지정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안정 여부에 따라 뉴타운 지정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가 4차 뉴타운으로 몇 곳을 지정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다. 구청의 요청과 상관없이 여건을 충족하는 곳에 한해 모두 뉴타운으로 지정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시범 뉴타운 3곳(2002년 10월), 2차 뉴타운 12곳(2003년 11월), 3차 뉴타운 11곳(2005년 12월) 등 총 26개 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방선거 때 임기 중 25곳을 추가해 뉴타운을 모두 50곳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뉴타운 거론지역, 투자자 ‘입질’ 이어져
4차 뉴타운으로 거론되는 곳에서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 바람이 거센 곳은 용산구 서계ㆍ청파동, 강서구 화곡동, 구로구 구로동, 성동구 성수동, 성북구 정릉동, 강북구 미아ㆍ수유동 등이다.
이들 지역은 지방자치단체(구청)가 뉴타운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거나 3차 뉴타운 선정에서 탈락한 곳 들이다.
▲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서울시 4차 뉴타운 개발 후보 예정지역 부동산시장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4차 뉴타운 개발 소문으로 투자자
발길이 잦은 용산구 서계동 일대 노후 주택 밀집촌.
용산구에서는 한남뉴타운에 이어 서계동 224번지 일대와 청파동 121번지 일대가 뉴타운지역으로 선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계동 10평 안팎의 빌라 지분 값은 평당 4000만원을 호가한다. 추석 이후 평당 300만~500만원 이상 뛰었다. 13~15평 빌라도 평당 지분 값이 3700만원으로 한 달 새 100만~150만원 올랐다.
서계ㆍ청파동 일대는 도심 근접성이 매우 뛰어난 지역이지만 업무 및 상업 기능이 부족한 주변여건으로 때문에 개발 압력이 강한 곳이다. 용산구 보광동 미래공인 김현호 사장은 “최근 용산구가 서계ㆍ청파동 일대 일부를 포함해 약 6만2300평에 대해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투자자들의 입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 나오면 바로 팔려”
강서구 화곡동 일대 부동산시장도 뉴타운 지정 기대감에 술렁이고 있다. 강서구는 화곡본동과 2, 4, 6, 8동 일대에 대한 뉴타운 개발을 추진 중이다.
개발 기대감으로 대지지분이 작은 소형 빌라나 단독주택 등을 중심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려는 소액 투자자들이 늘면서 집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지지분이 8평짜리인 빌라의 경우 지분 값이 평당 1800만원으로 한 달 새 평당 300만원 가량 올랐다. 지난 5월(평당 1300만원)보다는 6개월 새 평당 500만원 이상 뛰었다.
화곡동 M공인 관계자는 “지난 5월 말 지방선거에서 화곡동 일대 66만평을 뉴타운으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김도현 후보가 신임 구청장으로 당선되면서 구체적인 개발 구상도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매물이 나오면 바로 팔려나가기 일쑤”라고 전했다. 화곡동 OK공인 김성신 사장도 “뉴타운 발표 전에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집 주인들이 향후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3차 뉴타운 탈락지역, “이번에는 되겠지” 기대감 ‘솔솔’
3차 뉴타운 후보지에서 탈락한 지역들에서도 투자 열풍이 거세다. 지난 6월 3차 뉴타운 선정에서 탈락한 곳은 ▲구로구 구로본, 2동 ▲노원구 월계1, 4동 ▲중구 신당동 ▲성동구 성수1, 3가동 ▲강북구 미아1, 2, 8동 및 수유1동 등 11개 지역이다.
구로구 구로동은 서울 서남권에서 가장 유력한 4차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이다. 구로동 신성공인 관계자는 “구로구 내 뉴타운이 한 곳도 지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발길을 끌게 하는 원인인 것 같다”며 “몇 년 동안 가격 정체로 저평가됐는데, 뉴타운 개발 기대감에 한꺼번에 오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구로본동 7평짜리 빌라 지분 값은 1억5000만~1억6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평당 200만원 올라 평당 2142만~2285만원을 호가한다.
성동구 성수1, 3동 역시 부동산시장이 크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U턴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추석 이후 성수동 뚝섬 일대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20여개나 새로 들어서는 등 최고 관심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토지 및 건물 지분가격도 올해 초 평당 2200만~2500만원 선이었으나 요즘에는 평당 3500만~45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도봉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2,3동도 뉴타운 개발 기대감에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이곳 4평짜리 빌라는 평당 1400만~1500만원선이다. 한 달 전보다 평당 200만~300만원 올랐다. 지분이 이보다 다소 큰 12평짜리 빌라는 지분 값이 평당 1000만~1200만원으로, 한 달 새 평당 200만원 가량 올랐다.
단독주택 역시 평당 600만~650만원(30평 기준)으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창동 신창공인 이영록 사장은 “2,3차 뉴타운 탈락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4차에는 뉴타운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투자자 발길을 꾸준하다”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1, 2, 8동과 수유동, 성북구 정릉동 등도 뉴타운으로 지정되면 주거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택 지분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섣부른 투자는 금물
하지만 전문가들은 뉴타운 지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데다 설령 뉴타운으로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개발사업에 꽤 많은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또 이들 지역 가운데는 당초 주택 노후도 등의 요건이 맞지 않아 뉴타운 후보지에서 제외됐던 곳도 적지 않은 만큼 섣부른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지금 투자에 나섰다가는 상투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J&K의 백준 대표는 “소문만 믿고 투자해서도 곤란하지만 이미 가격이 높은 폭으로 뛴 이후에 투자하는 것도 금물”이라며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될 경우 6평 이상 거래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단기투자보다는 실수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과포장된 개발 소문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섣부른 투자에 나설 경우 오랫동안 투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며 “후보지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해당지역을 방문해 개발 가능성과 투자 메리트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용어설명>
도시재정비촉진지구
특별법의 지원을 받아 낙후된 도심을 15만평 이상(주거지형) 단위로 개발하는 사업. 개별구역은 요건에 따라 재개발(주로 낡은 단독주택지역 개발)ㆍ재건축(대부분 노후 아파트를 허물고 신축) 등으로 나눠지지만 대부분 재개발이다. 재개발에는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이 있다.
뉴타운
용적률 등의 혜택 없이 서울시가 지원해 벌이는 대규모 도심 개발. 뉴타운 안의 개별 사업은 재건축ㆍ재개발 등이지만 재개발이 대부분이다.
일반 재개발구역
재정비지구나 뉴타운에 속하지 않는 지역의 재개발구역. 공공의 지원이 없어 용적률 상향 등 별다른 혜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