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일 답사 1일차
약 1년 7개월만에 다시 고구려 답사에 나선다. 비행기는 8시 5분 출발 예정이다. 하지만 5월 황금연휴 첫날이라 공항이 엄첨 붐빌것을 우려한 여행사에서 5시 10분에 미팅을 하고 출국수속을 밣아야 한다고 권했다. 나의 집에서 5시 10분까지 공항에 오려면, 대중교통으로는 불가능하다. 차라리 전날 공항에 오는 것이 낫다. 2023년 답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천공항 2터미널에 공항철도를 타고 0시 40분경에 도착했다. 2터미널 B구역에 오니 우리 일행 2분이 와 계셨다. 3람이 모여서,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덧 새벽 3시. 잠깐 의자에 누웠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미리 저녁에 잠을 자고 온 상태라 그리 피곤하지는 않았다. 새벽 4시가 넘어서 답사팀원들이 한 명, 두 명 오시기 시작해서, 5시 10분에는 17명 가운데 13명이 도착했고, 5시 40분에 모든 분들이 도착했다. 비자가 없기 때문에, 각자 빠르게 출국수속을 밟으라고 권했다. 공항 스마트패스와 대한항공 체크인 사이트를 통해 출국을 쉽게 할 수 있었다.
5시 40분경 출국수속을 밟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6시 10분경에 비행기 탑승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분들도 7시 이전에 모두 탑승구에 올 수 있었다. 우리 일행분들이 모두 시간을 잘 지켜준 덕분에 여행사의 우려와 달리 쉽게 출국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 7~8년 전쯤 답사 여행을 출발할 때에 한 분이 늦게 오셔서, 비행기 이륙 20분 전쯤 그분과 함께 가까스로 비행기를 탔던 기억이 있었다.
올해는 첫 스타트가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인천공항에 비가 내렸다. 게다가 천둥번개까지. 그래서 낙뢰위험으로 인해 비행기 출발이 늦어졌다. 약 20여분 늦게 출발했고, 심양 도선공항에 도착시간은 본래 예상시간인 8시 55분이 아닌, 9시 25분경에 도착했다. 30분 정도 늦은 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입국 검사대에서 문제가 생겼다.
다른 분들은 다들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한분이 공항 관리자들과 문제가 생겼는지, 다른 사람들이 다 나오고 나서도 뒤늦게 나왔다. 코피가 난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고, 의사소통의 문제로 통역을 기다려는 시간도 걸렸다. 다행히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2년전 함께 답사했던 가이드와 만난 시간은 10시 47분. 한참 늦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심양에서 환인까지 가는 고속도로에 교통사고가 나서, 고속도로로 가는 것이 국도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불길한 소식이었다. 이래서야 어디 1시까지 오녀산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가이드에게 이야기를 해서, 차에 탑승하자마자 모든 분들을 잠을 자게 했다. 현지 시간 12시 50분경 신빈현 평정산진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본래 식사하기로 한 환인현이 아닌 곳이기에, 어떨까 했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한 점심식사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오른 시간이 1시 25분경. 다시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오니, 3시쯤에 오녀산성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23년에는 환인에서 점심을 먹고, 2시에 도착해서 5시 반까지 답사를 마치고, 7시 25분에 집안시까지 도착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1시간이 늦었다. 고속도로로 오지 못해 1시간이 늦은 것이 문제였다.
오녀산성 박물관에서 간략하게 해설을 하고, 오녀산성 전용버스를 타고 오녀산성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비였다. 심양에서도 약간 비를 뿌리더니, 평성진에서 좀 더 많아졌고, 오녀산성에 오를 때는 결국 우비를 입어야 했다. 우비를 입고, 오녀산성 전시관을 대충 훓어 보았다. 간략한 설명이었지만, 중요한 곳이 많아 이곳 저곳 설명하는라 10분 이상 소요되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오녀산성에 오르기 시작했다. 6학년과 3학년 두 어린친구들이 놀랍게도 등산을 너무 잘해 놀랐다. 두 아이 모두 어려서부터 백제, 신라 유적을 다 돌아본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힘들이지 않고 잘 올랐다. 도리어 나이든 어른들보다 나았다. 두 아이들에게는 공항에서 내가 책을 1권씩 선물해주었다. 내 책도 열심히 읽어주어 더 예뻐 보였다.
가이드가 6시 반까지 답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1,000계단을 오르고 났더니, 사람들이 어디론가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쉬었다. 다 같이 모여서 제1건물지, 천지연못, 제2건물지, 쪽구들 유적, 점장대, 제3건물지 등을 둘러보았다. 비가 오고 안개가 짙어서 그런지, 오녀산성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환인호가 아예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안개가 겉히며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치 백두산 천지를 보는 듯 했다. 5시 경에 동벽쪽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웬걸 동벽쪽으로 내려가는 곳을 길목이 막혀 있었다. 결국 동벽과 남벽을 보지 못하고, 서문으로 다시 내려와야 했다. 한편으로는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다행스럽게 생각한 점도 있었다. 동벽 벽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훨씬 미끄럽고 급경사가 진 탓에 안전사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안 되는 것을 욕심내보아야 마음만 아프니, 자기위안을 하며, 오녀산성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다시 차를 갈아타고 가다가, 오녀산성이 잘 보이는 곳에 사진을 찍었다. 안개낀 성의 모습이 무척이나 멋있었다.
저녁은 취흥주점에서 밤을 먹었다. 식사하면서 역사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말을 아껴야 하는데, 좀 피곤했다. 8시에 환인 용흥홀리데인호텔에 투숙했다. 이 호텔은 7~8년 전에 왔던 기억이 있다. 혼강(비류수) 강변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하니 강변에서 노동절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불꽃 놀이도 하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다시 밖에 나가려고 했지만, 나는 나가지 않았다. 일도 있고, 무엇보다 피곤했다.
아내와 보이스톡을 했다. 휴대폰 로밍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여행 기간 만큼은 휴대폰과 인터넷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밍을 하지 않더라도 와이파이만 잡히면 카톡과 보이스톡은 된다. 가끔 집에 연락만 할 수 있으니, 그거면 족하다. 귀국 후 강의와 관련해 읽어야 할 논문이 있어서, 읽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현지시간 24시 (한국시간 01시)가 넘어 잠을 청했다. 비가 온탓에 오녀산성에서 환인현을 조망해보지도 못하고, 남벽과 동벽의 변화상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1년 7개월만에 다시 방문한 환인시는 여전히 내게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첫댓글 비 때문에 다니기 불편하기도 했고 정상에서 호수가 안 보여서 몹시 아쉽기도 했지만 안개낀 유적지의 사진이 운치있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