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노원구청장은 2010년 취임하면서 복지 전달 체계 개편을 위해 '통·반 설치 조례'를 개정해 통장의 임무에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보건·복지 도우미 역할 수행"이라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른바 '통장 복지'다. 통장 집 현관에는 '복지 도우미'라는 문패를 달았고, 통장들이 통 내 가정을 방문하며 복지 제도 홍보는 물론 복지 수요를 파악해 동사무소에 알리는 역할을 맡겼다. 구청 중심의 수동적 복지 행정을 통장 중심의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생명지킴이' 역할도 부여해 독거 노인 등 자살 고위험군 주민들을 면담하고 파악해 이들이 상담과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행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자살예방사업을 위해 통장들이 '마음 건강 평가'(우울증 테스트)를 하자 "왜 통장이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느냐"고 화를 내는 주민들도 있었고, 통장의 업무가 늘어난 데 따른 불만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통장의 복지 서비스 발굴 사례는 2012년 1899건에서 2013년 3476건으로 늘어났고, 2010년 28명(인구 10만 명당) 수준이던 자살률도 2012년 22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남아 있다. 통장 수당이 24만 원인데 복지 업무 추가로 받는 활동비는 1만 원에 불과하다. 노원구에만 682명의 통장이 있는데 모든 통장이 오선희 통장처럼 봉사정신이 투철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상당수의 자살이 빈곤에 의한 자살인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사각지대가 많이 남아 있다.
노원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나는 '노원교육복지재단'이다. 재단은 복지 사각지대 주민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5일 구청에서 만난 김성환 구청장은 "재단에 매월 들어오는 월 1000원 이상의 후원금이 매달 2500만 원, 연간 8억 원 정도 되는데 그 돈은 인건비 등으로 쓰지 않고 모두 사업비로 쓴다"며 "동이나 구에서 해결되지 않는 사안은 교육복지재단이 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또한 최저임금 인상 등 기본적인 근로소득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38% 수준에서 60%까지 빨리 끌어 올리는 것이 시급하고,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직업 재훈련과 실업수당 대폭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기초단체 최초로 구청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으며, '생활임금제'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구청 내 청소, 경비, 주차 등의 일을 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일반 노동자 평균임금의 58%로 책정했다.
또한 비효율적인 복지전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 유관기관과의 협업도 필요하다.
김 구청장은 "서울북부고용노동청이 관할하는 지역에 200만 명이 살지만, 복지 담당 직원은 2명에 불과하다. 대규모 산업단지에서는 적은 인력으로도 사업체들을 관리·감독할 수 있지만 노원구처럼 음식점, 상점, 숙박업 등 영세 사업장이 많은 곳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노원구 사업체의 특징은 구청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북부고용노동청과 협약해 영세사업장 4대 보험 확대 사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노동과 복지를 통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살예방사업을 벌이는 등 자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김 구청장은 이와 관련한 시급한 또 하나의 과제로 의료 보장성 강화를 꼽았다. 그는 "급여 항목에 포함된 진료비는 300만 원이 상한이지만 비급여 항목이 너무 넓다"며 "암 등 중병에 걸린 어르신들은 수천 만 원에 이르는 치료비 때문에 자식 집까지 날릴까 걱정돼 '내가 죽어야지'라고 마음을 먹는다. 이 문제부터 빨리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마을 공동체 복원의 중요성도 덧붙였다. 그는 "자살률에 관한 자료를 보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트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11명 수준인데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6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언뜻 보면 경제력이 더 좋고 복지가 잘 돼 있는 북유럽의 자살률이 낮아야 할 것 같은데 남유럽이 자살률이 낮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이어 "남유럽이 자살률이 낮은 이유는 가톨릭 공동체가 잘 발달돼 있어서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복지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마을 공동체 복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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