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밀려 떠내려가는 기분으로 신청해버린 전주울트라대회...
더구나 오랫동안 뜸을 들여가며 집사람을 꼬드겨 같이 뛰어야 한다고 설득하였지만 신청마감일은 다가오고...마지막날 드디어 같이 신청하였다고 선언하자
나는 어떡하라고 하며 생뚱맞은 표정을 짓는 모습이라니...
울트라.... 준비랄 것도 없다.
경험자들의 조언처럼 풀코스 달리듯이. 그리고 근력훈련에 주안점을 두고서 2월에 열리는 2개의 하프대회 참가와 특히 3월초의 전북마라톤연합회 연습주에 참가하는 것으로 훈련은 마무리하고 마침 동아마라톤이 대회2주전에 열리게 되어 이를 컨디션조절을 겸하여 대회에 임하였다.
동아마라톤 이후 나는 고질병인 장경인대의 통증에 시달리고 옆지기는 발목부상을 치료 하느라 물리치료와 반신욕을 병행하면서 조금씩이라도 헬스에서 근력운동을 꾸준하게 하면서 대회1주전에야 금주아닌 절주와 약식으로 식이요법을 하였다.
- 오전 -
새벽에 반신욕후 오전에 통증크리닉에서 물리치료와 상담...의사선생님 이야기는 장경인대 통증이 허리에서 연유할 수도 있으니 MRI를 해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권고를 받고..... 근육이완 +진통제가 처방된 내복약을 준비하고 나니
대회에 참가하는 몇몇 친구들과 통화를 해보지만 점심을 같이 할 여유도 괜시리 휴식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부담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하며 하릴없이 시간은 지나가고
- 경기장으로 -
생각보다는 무겁게 느껴지는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서자 어머니는 무슨 마라톤을 밤새 하냐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시며 잘 다녀오라 하시는데 여느 대회처럼 평이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옆지기도 마찬가지인지....
일찍 도착한 멍들과 반갑게 해후하고 추어탕으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나니 각지에서 속속 도착하는 멍들로 텐트는 북새통을 이루고
단일클럽 소속으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여한 울트라대회가 있었을까?
- 출발 -
당초 체크포인트까지 키로당 7분 등속주행을 계획했는데 경기장을 벗어나 롯데백화점.서부우회도로를 통과할 즈음엔 약간 빠른 느낌이 드는데 오히려 옆지기를 자제시키는 입장이 되고 동산촌을 지나니
◆ 10키로 지점(통과시간 19:05)
오잉... 키로당 6분30초라 조금 빠른 듯 한데...
삼례를 지나 봉동가는 길은 지루하기만 하다.
고등학교 동기중에 음악에 심취했던 친구녀석이 살던 곳이 수계리여서 자주 놀러왔던 곳인데 이제는 3공단 개발과 더불어 예전의 정취를 찾을 길이 없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어이 하리오...
◆20키로지점(통과시간 20:15)
아직은 발걸음도 가벼운 예정된 흐름인데...
25키로 지점에서 물과 음료수를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지원받고 몇몇 친구들과 코스거리를 측정하고 공인했던 컴프자문위원인 녹향에게서 증명사진도 찍고 백제예술대까지 무난한 레이스를 펼쳐가는데
◆ 30키로지점(통과시간 21:25)
소화가 빠른 추어탕을 먹어서 인지 출출함과 휴식을 위하여 대학교앞 식당에 들어가 라면을 먹기로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발바닥 상태등을 점검하니 옆지기의 발바닥이 심상치 않아 양말을 교체하고 바세린을 바르고 심야주행에 대비하여 랜턴 및 윈드 자켓을 입고 밑반찬까지 알뜰하게 챙겨먹고 식당을 나서는데 여기서의 과식이 밤새도록 나를 괴롭힐 줄이야
속초의 설악장군봉, 거북이, 신작로가 마치 마실나온 사람들 모양 한담을 나누며 오르막을 오르고... 이제 42키로 지점에 가면 따뜻한 오뎅국물이 기다리고 있으니 아닌 밤에 이 무슨 호사인지....
비봉삼거리를 지나 고산어우리 삼거리에 이르자 카우보이와 선수에서 자봉으로 변신하고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 광수가 토끼와 자원봉사를 하며 막걸리를 한잔하고 가라는 것을 뿌리치고 고산천변을 끼고 달려 고산읍내를 지나 삼기리에 이르자
◆42키로 (통과시간 11:20)
지역클럽에서 봉사하는 장소라 고맙지만 라면을 많이 먹은 죄로 오뎅국물만 마시고 나무, 산너울, 면벽과 응원나온 수아씨와 조우하고 다시 출발....
저 멀리 보이는 대아댐 전망대 불빛을 방향삼아 가는 길은 이제 한적한기만 하다.
간혹 이어지는 빨간 깜박등의 행렬은 마치 본능처럼 침묵속에 목표점을 찾아가는 하나의 선이 되어 버린다.
◆47.8키로 (통과시간 12:05)
호수는 물안개로 인하여 신비스러움마져 느끼게 하는데 마침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만월에 가까운 하현달은 몽롱한 꿈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어 본능처럼 뛰어가는데...
운암상회를 지나 신월삼거리구간은 본격적으로 호수를 끼고 도는 코스이지만 자잘한 오르내림과 한밤중의 공허로운 체력만큼이나 지루하기만 하다.
당초 용현마을에 설치하기로 했던 중간식사보급소는 보이지 않고 체크와 중간식사를 마치고 지나치는 선두그룹의 헤드랜턴 불빛은 위풍당당한 로보캅의 형상처럼 다가왔다가 사라져간다.
조우하는 이들로 인하여 지침은 더하여 가고 가도 가도 체크포인트는 보이지 않고 이제 옆지기는 인내가 한계에 달하였는지 숱제 나에게 손을 잡히고 졸면서 끌리어 온다.
당초 체크포인트 도착을 02시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옆지기로 인하여 10분을 초과하여 때아닌 심심산골 새벽에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캠프에 도착하니 조직위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박수로 환영과 격려를 하여 주고...
◆62.2키로 (통과시간 02:10)
30키로지점에서 먹은 라면이 아직 소화가 안된듯 한데 새벽녘의 허기를 생각하여 시래기해장국을 먹고서 물집이 잡힌 발바닥에 바세린을 바르고 진안인삼 막걸리를 두어잔 마시니 그맛이라니.... 마냥 퍼질러 먹을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획했던 휴식시간 20분은 금세 지나가고 옆지기는 꼼짝도 하기 싫은 듯 난로가를 떠날줄 모르고 굳은 표정을 짓는데 마치 알아서 포기해주기를 바라는 표정으로....
깜장.앵두.꽃님이등이 격려와 위로를 하여보지만 한번 식어버린 체온과 텐트 바깥의 차가운 새벽속으로 발걸음을 옮기기에는 용기가 필요한 듯...
결국 난로가에서 젖은 옷을 말리고 체온을 올린 뒤 내몰듯이 출발하는데
◆62.6키로 (출발시간 02:40)
다시 돌아 나오는 길은 새삼스럽게 경사마저 심해보이는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리며 제한시간에 쫒기듯 들어오는 주자들을 격려하며 용현마을 - 신월삼거리를 지나 동상면소재지와 거인마을. 연석산을 휘감아 돌아가는 길녁 어디에서 애로사항을 반납하고 나니 날아갈 것 같은데...다시는 라면은 안먹으리라 다짐하면서
마지막 오르막길인 밤티재를 우측 산능성이로 사위어가는 달을 보면서 무심하게 달려보는데...
다시 졸면서 걷는 옆지기의 손을 잡고서 정상에 오르자 옆지기는 언제 졸았냐면서 나는 듯이 내리막길을 앞서 가버리는데 무릎부상의 조바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80키로 (통과시간 05:20)
동반주를 소망했던 친구들과 새벽을 여는 고갯길을 내려가며 이제는 걸어가도 아니 기어가도 충분한 시간이기에 또한 울트라의 막막하고 덧없는 거리의 미학을 이야기하면서 화심삼거리에 도착한다.
◆84.4키로 (통과시간 06:00)
여기서부터는 4차선대로를 달려야 한다.
3.1일 옆지기와 함께 아중리에서 출발하여 모래재를 넘어 곰티재를 경유하여 화심온천으로 오는 34키로를 이번대회를 대비한 처음이자 마지막 연습주를 잘 마무리 하였기에 오늘 이 길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한층 여유를 부려보며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한마음병원 - 소양면 소재지를 지나 천주교묘지를 지나면서 시내가 가까워 오자 마음은 들떠만 가고 우아파출소를 지나 전주역앞에 이르자
◆ 96.4키로 (통과시간 07:40)
휴일아침의 생동감 넘치는 도심의 대로를 유유자적하게 교통신호마저 에스코트해주는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의 격려를 뒤로하면서 영원처럼 이어진 주로를 모천회귀하듯 빨간 융단처럼 펼쳐진 우레탄트랙을 밟으며 나는 듯이 골인한다.
100키로 (통과시간 08시08분. 총 14시간08분)
첫댓글 그때의 순간들이 또다시 새록새록 기억나는 구나. 고통은 희미하게, 밤하늘의 별과 달을 또렷하게.
들풀아~~!!니네는 참 잼나게 살아가더라 보기도 좋고 부럽기도하고....내년에 함 또 뛰자.....대청호에서~
ㅎㅎㅎ들ㅇ풀아^^ ㅎㅎㅎ 새록새록 하구나,,,ㅎㅎ
참 빨리도 쓴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걸 다 기억하냐?
달리기도 울트라 후기도 울트라 그 먼길 달려 완주하심을 추카드립니다,
기억력 졸라 조쿠나...수고했다,,빛꼴에서 보자..
그러게 참 빨리도 쓴다
들풀처럼...고생했다...옆지기와 같이 둘이서 달리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그때의 정신으로 항상 행복하고, 건강해라..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너희 부부 ~~ 참이나 부럽다,,,,
취미생활 같이하는 부러움 ~~하나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