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754]蟬聲滿樹(선성만수)
선성만수(蟬聲滿樹)
매미 울음소리에 옛 사람을 그리네
퇴계 선생이 주자(朱子)의 편지를 간추려
『회암서절요((晦菴書節要)』란 책을 엮었다.
책에 실린, 주자가 여백공(呂伯恭)에게 답장한 편지는 서두가 이랬다.
수일 이래로 매미 소리가 더욱 맑습니다.
매번 들을 때마다 그대의 높은 풍도를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제자 남언경(南彦經)과 이담(李湛) 등이 퇴계에게 따져 물었다.
요점을 간추린다고 해 놓고 공부에 요긴하지도
않은 이런 표현을 왜 남겨 두었느냐고.
퇴계가 대답했다. 생각하기 따라 다르다.
이런 표현을 통해 두 사람의 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다.
단지 의리의 무거움만 취하고 나머지는 다 빼면
사우(師友) 간의 도리가 이처럼 중요한 것인 줄 어찌 알겠는가.
나는 여름 날 나무 그늘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자와 야백공 두 분 선생의 풍모를 그리워하곤 한다.
의리의 무거움만 알아 깊은 정을 배제하는 데서 독선(獨善)이 싹튼다.
뼈대가 중요하지만 살이 없으면 죽은 해골이다.
살을 다 발라 뼈만 남겨 놓고 이것만 중요하다고 하면
인간의 체취가 사라진다. 명분만 붙들고 사람 사이의
살가운 마음이 없어지고 보니
세상은 제 주장만 앞세우는 살벌한 싸움터로 변한다.
퇴계 선생의 이 말씀이 더욱 고마운 까닭이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
贈妙寂僧[증묘적승] 金尙憲[김상헌]
묘적암의 스님에게 주다.
竗寂禪房隱翠微[묘적선방은취미]
: 묘적암 참선하는 방은 푸른 산 중턱에 숨어 있어
石門松逕客來稀[석문송경객래희]
: 돌 문에다 솔숲 길에는 돌아오는 사람도 드물구나.
蒲團睡起無餘事[포단수기무여사]
: 부들 방석에서 졸다 일어나니 남은 일도 없기에
滿樹蟬聲獨掩扉[만수선성독암비]
: 나무에 가득한 매미 소리에 홀로 사립문을 닫네.
竗寂[묘적] : 李穡[이색]의 潤筆菴記[운필암기]에 四佛山[사불산]을
일명 功德山[공덕산]이라고도 부르는데,
산 가운데 있는 암자를 妙寂菴[묘적암]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翠微[취미] : 산의 중턱, 먼 산에 아른아른 보이는 엄은 푸른 빛.
蒲團[포단] : 부들로 둥글게 틀어 만들어서 깔고 앉는 방석,
승려가 좌선할 때 사용함.
淸陰先生集卷之三[청음선생집3권] 七言絶句[칠언절구]
한국고전번역원/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1991
金尙憲[김상헌, 1570-1652], 자는 叔度[숙도],
호는 淸陰[청음], 石室山人[석실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