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와 같은 중동권이지만 약간 따로 떨어져 메소포타미아 못지않게 오랜 문명을 자랑하는 이집트의 나일 강에는 진흙도 있지만 자생하는 특이한 갈대 종류의 식물이 있었다. 먹으면 달콤한 맛이 있어 식용으로도 쓰였고 이외에도 그물이나 상자, 작은 배 등을 만드는 등 다목적으로 쓰였다. 그렇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기록의 용도로 이용되었다는 점에 있다. 그 갈대 종류의 이름은 파피루스Papyrus이다. 이 파피루스를 다듬으면 돌에 새기는 수고나 진흙에 쓰는 작업보다도 글을 쉽고도 많이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진흙보다는 그것으로 대체되었다. 겉껍질은 사용하지 않고, 줄기 속의 부드러운 부분을 얇게 찢어 겹치고 약간 펼쳐서 돌 같은 것으로 누른 채 건조시켰다. 그리고 완성된 형태는 삼베와 같은 느낌의 무늬가 생긴다고 한다.
이 파피루스를 기술적으로 연결시키면 15미터에서 30미터에 이르는 문자판을 만들 수 있었다. 앞에 나온 점토판이나 뒤에 나온 양피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구성도 제법 괜찮아서 글을 알아 볼 수 있는 형태로 기록이 되어 오늘날에도 남아 있는 것도 제법 많다.
그래서 이 소중한 파피루스는 그래서 고대 이집트의 중요한 수출품이 되었다. 고작 종이에 불과한 파피루스가 국가의 중요 수출품이라 하니 이해가 아니 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고대세계에서 기록이란 중대한 국가적 사업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이제 원시적인 종이의 조상은 파피루스라 해도 되겠다. 파피루스는 영어에서의 paper의 어원이며 또한 이 파피루스는 Bible의 어원과도 관계가 있는데, 《 비블로스 》란 곳이 파피루스를 수출하는 무역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파피루스는 생산이 되는 곳이 너무나 제한적인데다가 이집트의 생산 독점과 규제로 널리 퍼지기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주변 국가인 유럽이나 중근동의 세계에서 대체품을 찾게 되었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양피지parchment이다. 양의 가죽에서 털을 벗겨낸 뒤에 말려서 사용했는데 파피루스에 비해 질겨서 내구성은 뛰어났다. 이외에도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독피지(犢皮紙:vellum)도 있다. 독피지는 양피지에 비해 만들기는 어렵지만 품질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양피지나 독피지의 내구성과 보존성이 뛰어난 반면에 파피루스는 섬유로 인해 만들어진 특성상 양쪽 면을 쓰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여기에 필요할 때는 기존의 기록 내용을 비교적 쉽게 고쳐서 사용할 수 있었다는 등의 각각의 장단점은 있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점에서는 파피루스가 당연히 나았다.
지금은 별로 알 필요가 없는 사실이지만 한 가지 알아 두자.
오늘날 흔히 책의 형태로 볼 수가 있는, 글을 적고 페이지 형식으로 낱장으로 된 것을 묶어서 다시 표지로 싼 것을 코덱스KODEX 형태라 부른다. 그러나 예전에는 코덱스 형태 이외에도 글을 적는 물건의 특성상 글을 쓰고 둘둘 말아서 보관이 되는 두루마리SCROLL 형태도 있다. 곧 설명할 중국의 죽간은 어떤 곳에 속한다고 말하기가 힘들지만 같이 중국에서 사용되던 비단과 유사한 겸백이나 중근동과 서양에서 소개가 되는 파피루스나 양피지 계통 등은 말하자면 두루마리 형태였다. 그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요즘 화장실에서 볼 수가 있는 휴지의 두루마리의 형태가 바로 그것!! ^^)
오늘날 코덱스나 스크롤( 컴퓨터 화면이 꽉 차면 올라가는 형태 )란 단어의 의미는 약간은 틀리다고 할 수가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두루마리 형태는 문장을 하나를 찾으려면 전체를 펼쳐야 했지만 코덱스 형태는 필요한 부문을 페이지 단위로 건너 뛰어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대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종이와 달리 당시에는 비싼 글을 쓸 수 있는 매체 형태를 양면으로 이용하는 것도 제법 중대한 문제이다. 두루마리일 경우 양면으로 쓰면 읽기나 펼치기가 불편하지만 코덱스 형태는 그럴 필요가 없어 역시 편리하다.
물론 누가 이런 기차고 편리한 코덱스 형태의 책을 발명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witpo
파피루스와 파피루스로 만든 종이 두루마리.
양피지 두루마리와 양피지에 쓴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