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소리
현성 김수호
잠에 깨어나 하루 일정을 일깨우는 도량석을 시작으로 용주사 중앙선원의 일과는 시작 된다.
40 여년 전 소리들이 지금도 이어져 법당에서 내려와 기억의 소리를 글로 적어 본다.
봄 바람에 산사의 소리는 법당 처마밑 풍경 소리로 이어져 오고 가는 바람을 맞아 깊은 내면을 깨우는 인사를 쉼 없이 하며 밤낮 없는 염불 공덕을 쌓아 간다.
목탁소리 오르내리면 108번뇌를 씻어내라 소리 높혀 허공으로 퍼져가면 도량석 염불소리 뒤따라 걸으며 소리 높혀 삼계 속으로 들어가 메아리 되어 울림을 내게 전한다.
내가 나를 깨우는 도량석은 늘 청량하다.
경내를 한바퀴 돌고 도량석을 마치는 108 목탁소리 내리고 올리며 범종에게 준비하라 알리고 나의 발걸음은 범종각으로 향해 다달았다.
덩어엉 33천에 아침을 깨우는 인사를 전하는 범종소리는 나에게 청량제 같았다. 지금도 나는 목탁이나 요령소리 보다 범종 소리가 좋다. 아침 범종을 33번 울리고 나면 나는 어느새 기쁨으로 충만 되었고 엄숙함으로 대웅전 법당으로 다달았다. 이렇게 나의 하루 용주사 중앙선원의 행자 시절 하루 일정이 시작 되었다.
어느날 저녁 범종을 칠 때 였다. 28번의 범종 소리는 어둠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하라는 생멸의 법칙을 일깨움으로 삼계의 28천을 벗어나야 함을 소리 높혀 일깨운다.
신바람난 듯 나는 힘껏 범종을 울리고 있었다.
그때 그곳을 지나시던 은사스님께서 한마디 하신다. 범종을 너무 힘껏치면 종에 균열이 새겨 범종이 깨질 수 있다 하시었다. 그 이후로 나는 범종 소리에 침착하게 귀를 기울여 소리 리듬을 들으며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 연출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그러한 인연으로 목탁 소리와 요령 소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곳으로 울림을 전했다.
나는 아침 저녁 예불 올리는 것과 공양을 짓고 하루 1080배 절을 올리는 행위를 기쁨으로 삼았다.
저녁 예불이 끝나면 참선으로 밤을 깨우는 일정들로 용주사 행자 생활을 하였다.
나는 예불 목소리 청이 좋았다. 그러한 까닭에 아침 저녁 예불은 내 몫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아침 저녁 예불을 좋아 한다.
정 자 대 자를 쓰시는 정대스님이 나의 은사이시다.
범종소리 울림을 일깨우는 말씀이 출가해서 처음 내게 들려준 법문이 되었고 은사스님과 처음 대화를 나눈 말이었다.
용주사는 대 선지식이신 전강 노 스님께서 중앙선원을 개원하면서 참선 도량의 맥을 잇는 곳이다.
내게 가장 행복한 소리가 아침 저녁 예불 소리 그리고 범종소리가 되어서 인지 선방 생활 중에도 소리로 알리는 소임이 즐거웠다.
86년 첫 선방 동안거를 송광사 수선사에서 지낼 때 내겐 지전 소임에서 목탁으로 정진 시간을 알리는 역할이었다.
그 시절 MBC 방송국에서 삼보사찰 스님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편성이 되어 첫 방송 촬영지를 승보 사찰인 송광사로 정해졌고 촬영 협조 요청이 들어온 것이었다.
선방 생활 문화 역시 촬영 대상이 되어 요청이 들어왔다. 선방 대중 공사가 벌어졌고 반대하는 분들과 찬성 하는 분들로 논의 끝에 불교 전법을 위하여 동참 하자는 찬성표가 더 많아 선방 공개 결정으로 촬영이 시작 되었다.
그렇게 선방 공개가 되었고 나의 목탁 소리는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TV 방송 역할은 사찰 문화를 알리는 커다란 전법 행위가 틀림 없었다.
어느새 40 여 년이 지난 이야기로 자리하고 있다.
금화불교 제7성지 백련사 (금화 칠불선원)에 머문지 6개월이 되어 간다. 찾는 이 없는 한적한 도량에는 자애로울 자 머리 두로 이름 지어진 자두라는 강아지와 한가로운 내가 머물고 있다.
종소리 울림으로 하루를 열고 예불로 나의 마음을 정화하며 울림을 전하고 있다.
절집 생활 40 여년 내겐 아침 저녁 예불이 전부인듯 하다.
범어사에서 사미계 승가고시를 볼 때 면접에서도 나는 아침 저녁 예불만 드릴 줄 안다고 하였다. 천수경 외워보라는 주문에 그런 말을 하였으니 면접관 스님도 황당하였으리라. 그럼에도 천수경을 외워보라는 요구에 짧게 읊어내는 내 염불청은 듣는 이를 즐겁게 하였는지. 됐다! 됐다! 하시면서 과연 정대스님 제자답다 반갑게 소리 높혀 칭찬 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천안 광덱사 선방에서는 종두 소임으로 범종을 울리게 되어 너무 행복했었다.
아름다운 소리를 연출 할 때면 그 기쁨은 소리를 따라 나는 한없이 펼쳐나가는 듯 하였다.
천안 광덕사 범종 소리는 참 아름다웠었다.
다시 듣고 싶은 범종소리 천안 광덕사에 가면 범종각에 올라 다시 한 번 울림을 전하고 싶다.
백련사 오기 전 70년 된 작은 종을 구입 하였다.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옛 고찰에서 쓰던 작은 종이다.
비록 소리 울림은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어주지는 못하여도 나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법당 종은 가스통으로 만든 쇠종이다, 소리 울림이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기회가 되면 법당 종 불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절이 어렵다 하니 지금은 동참을 권하는 것 조차 미안함이 든다.
오늘 아침 새벽 예불 중 은사스님과의 옛 첫 대화 기억이 나를 과거의 부처님 도량으로 이끌었다.
백련사에도 범종 소리가 울려 퍼지고 북소리 운판 목어 소리로 울림을 전하는 수행 도량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