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배호' 자화상) 우황을 키우며 울던 소
보름을 향해 가는 달처럼 우황은 점점 자라 울음은 깊어지고 있었다. 징이 되고 범종이 되고 있었다.
우황이 울음을 다 집어삼키고 있었다. 우황은 울음의 눈덩이를 굴려 울음의 보름달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몸 속에 풀씨가 자라는 풀벌레가 있었다. 풀벌레 동충하초(冬蟲夏草)는 산천을 고통속에 떠돌며 울었다.
동충하초를 뜯어 먹은 소가 있었다. 소의 쓸개가 달빛 생금이 되고 있었다. 소는 산천을 헤메며 신음하듯 울었다.
소가 조용히 숨을 거뒀다. 빈 배(腹)에서 한줄기 돛대가 솟아 빈 배(船)를 흔들었다.
아침 햇살에 반짝 빛났다 사라진 금빛 우황 먼지
금빛 우황 먼지 한 점에서 찬란한 우주가 터졌다.
(우황소 : 소 쓸개에 돌이 자라는 것이 우황이다. 그 고통으로 소는 신음하며 운다. 배호는 신장염이었다. 신장이 돌처럼 굳는 병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신음 반 몰아쉬는 숨소리 반이다)
(시작노트)
그의 몸 낱낱 세포속엔 재즈의 영혼이 숨어 있다.
배호는 보컬이었지만 드럼을 치며 악단을 이끌던 12명 벤드의 악단장이었다. 16세에 드럼을 쳤고 9년 동안 벤드마스터였다. 그래서 그는 리듬을 가지고 논다. 그러다 싱어 로 본격 보컬활동을 한다.
배호(1942-1971) 29년의 짧은 생. 아침 햇살에 반짝 빛났다 사라진 금빛 먼지 한 점. 신장염의 고통으로 그는 늘 호흡이 불안했다. 신음을 호흡으로 감추고 음색에 숨겼다. 그래서 반 박자 느리거나 반 박자 급하게 몰아 붙일 때가 많았다. 오히려 이것이 호소력을 짙게 했다.
풀씨가 뱃속에서 싹터 자라는 풀벌레 동충하초처럼, 소의 담이 굳으며 금빛 우황이 되 는 소처럼, 통증으로 울음의 소울(영혼)이 깊어졌다. 아니 그 고통으로 음폭은 아래 위로 각각 4계단이 넓었다. 절규고 숨을 멈춰지는 순간이다. 고통이 더할수록 음색의 펄스는 더욱 미세하게 떨렸고, 그 진동은 주위 모든 사물을 울려 울음의 넝쿨이 되어 흘러갔다.
서서 노래를 부를 수 없을 때도 많았다. 그땐 앉아서 불렀다. 사회자 등에 업혀 부르기도 했다. 그는 동충하초(冬蟲夏草)의 넋이었다. 풀씨가 풀벌레 속에 숙주로 자라면서 풀벌레는 세상을 헤며며 운다. 가슴에 풀씨가 점점 자라면서 울음은 더욱 처절해지고 마침내 풀벌레는 숨을 거둔다. 쓰러진 풀벌레에서 한줄기 풀싹이 돋아난다. 빈 배를 흔드는 한 폭의 돛. 풀과 풀벌래의 영혼이 하나가 되었다.
조용한 재즈, 안으로 침전 된 재즈. 선에서 면으로, 파동에서 파동장으로, 우황은 스노우 볼처럼 보름달을 향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삭(朔)에서 망(望)이 되고 있었다.
배호의 아버지는 광복군 장교였다. 1942년 중국 산동성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해방이 되어 귀국하였고 미군정의 배려로 독립군의 특혜를 받아 동대문 밖 창신동에 있는 일본인이 버리 고 간 적산가옥을 배당 받아 한국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창신 초등학교를 다니다 6.25전쟁으로 부산으로 피난 내려가 부산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우리민족은 정말 위대한 민족이다. 교육열이다. 전쟁 중에 피난지에서 임시 학교를 차려 잠 시도 가르침을 쉬지 않았다. 결국 그 교육열이 급성장을 한 동력이 됐고 문맹율 제로라는 세 계 유일의 나라가 됐다.)
학교을 가다 보리밭에 숨어 학교가 끝날 때까지 노래를 불렀다고 친구들이 증언했다.
아버지는 광복군 때의 정신적 후유증으로 술에 절어 살았다. 6.25 전쟁의 와중에 간경화로 사망한다. 가세는 더욱 기울어졌고 배호가 어린 나이에 가장 역할 까지해야 했다.
어머니는 척추를 다쳐 장애인이나 다름없이 심하게 등이 굽어있었다. 달동네에서 매우 가난 하게 살았다. 어린 여동생도 깊은 병을 앓고 있었다.
어머니 집안은 모두 쨍쨍한 음악가 집안이다. 외삼촌 김광섭 김광빈은 악단장 작곡가다. 도성이 부른 '배신자' 배호의 "두메산골"을 작곡했다. 김광옥 안마미 안건미 김정호 등 한국 가요계의 기라 성 같은 작곡가와 연주가 가수가 그의 외갓집 식구들이었다.
배호의 불후의 명곡 "안개낀 장충단공원" "돌아가는 삼각지" "영시의 이별" "마지막 잎새" 등은 무대에서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다.
겨우 취입만 했다. 취입 한건만도 그는 기적이라고 진술했다. 이미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악화됐을 때 소파에 기대 숨을 몰아쉬며 취입했다. 작곡가 배성호씨는 "돌아가는 각지"를 녹음 할 때 "삼각지 로타리에"에서 "삼각지 로(하고 숨이 끈어져)타리에"가 되었다고 지금 도 그래서 '로'하고 타리에 사이 휴지(休止)가 생겼다고 전한다.
그는 너무나 내성적이었다. 말 그대로 혼자 앓았다.
지금 가수들은 돈방석이지만 그때는 전속사에 월급가수였다.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병고에 시달렸다. 달동네 단칸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배호를 배호이게 한 사람이 있다. 작곡가 배상태다. 배호보다 3살 많았다. 배호 맞춤 작곡을 했다. "영시에 이별,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낀 장충단 공원, 능금빛 순정, 마지막 잎새,... 배호에게 딱 맞춤 곡을 썼다.
마지막 잎새. 파란 낙엽. 안녕. 굿바이.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랑. 그는 자신의 생을 예견하며 마 지막 잎새를 바라보듯, 마지막 잎새처럼 노래했다.
그의 노래는 빈 허공을 흔들어 아득히 사라지게 하고, 모든 사물 삼라만상을 깨워 울게 한다. 향음(響音)이다. 즉 주위 사물을 모두 울려 소리넝쿨을 만든다. 주파수의 미세한 진동과 파형이 사람은 물론 삼라만상을 울게 했다.
나는 그에게서 시인 '이상'을 보고, 화가 '이중섭'을 읽는다.
우주는 우주가 죽는 순간 골든벨이 울리며 빅뱅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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