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3(금) 사순절 아홉째 날 묵상(출애굽기 13:1-3)
구별된 백성과 누룩 없는 빵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태를 제일 먼저 열고 나온 것 곧 처음 난 것은, 모두 거룩하게 구별하여 나에게 바쳐라. 사람이든지, 짐승이든지, 처음 난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모세가 백성에게 선포하였다. “당신들은 이집트에서 곧 당신들이 종살이하던 집에서 나온 이날을 기억하십시오. 주님께서 강한 손으로 거기에서 당신들을 이끌어내신 날이니, 누룩을 넣은 빵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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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짐승이든 모든 맏이와 맏배를 하나님께 바치라고 한 것은 그의 생명이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인정하고 그를 하나님께 쓰시게끔 준비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맏이나 맏배는 처음이기에 소중하고, 제일 먼저 탄생했기에 이후의 모든 생명에게 하나의 본이 됩니다. 특별히 맏이와 맏배를 바치라고 한 이유 중에 하나는 탈출할 때, 애굽의 모든 맏이와 맏배가 죽는 재앙 가운데서도 문설주에 피를 발랐던 하나님의 백성들은 구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농사의 첫 수확물, 가축의 맏배를 신에게 바치는 것은 일반적인 고대인들의 풍습이었습니다. 가나안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아이들을 번제물로 바치기도 했습니다. 성경은 이 관습을 출애굽 사건과 연결하고, 인신 제사 풍습을 금지하며(예레 19:4-6) 동시에 야훼 신앙을 이어갈 장손들은 철저하게 해방과 자유의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야 함을 강조합니다. 하나님께 바쳐진 장손들이 출애굽 사건과 구원의 하나님을 올바르게 기억하고 예배한다면, 그 가정의 신앙은 대를 이어가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출애굽을 기억하면서 누룩이 들어있지 않은 딱딱한 빵을 먹으라고 합니다. 누룩을 넣어 부풀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먹어야 했던 딱딱한 빵은 고난을 상징합니다. 애굽에서 종살이할 때의 고난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자유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암시합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의 말씀을 통해 외부의 억압과 착취에서 해방되어 참 자유를 누리며, 자본주의의 욕망, 탐욕과 소유욕, 지배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하나님의 뜻을 기억하며, 고난을 감수하겠다는 단단한 각오와 실천 없이는 성취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모두를 자유하게 하는 길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스스로를 조절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 기도 : 자유와 해방의 하나님! 우리를 얽어매는 모든 억압으로부터 빠져나오게 하여 주소서. 그러나 자유의 길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올바르게 걷게 하여 주소서. 자본주의와 권력이 자유의 흉내를 낼 때, 속지 않도록 우리에게 지혜를 주시고 가르침을 베풀어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사순절 평화 발자국 : 잘된 것에 대하여는 “그대 덕분입니다!” 하고, 잘못된 것에 대하여는 “나의 부덕함 때문입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하기.
* 사순절 탄소금식(2/18-24. 플라스틱 금식) : 일회용품 쓰지 않기(빨대, 수저, 포크, 접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