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독재자 -10 - <e-book 출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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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주 좋다면서?”
낮은 목소리인 채 지나가는 말처럼 그러나, 다소 빈정거리는 듯이 태권은 물었다. 그의 입술 사이에는 반쯤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가 삐뚜름하니 물려 있었다.
"IMI NA"AUOA HULA (learning the hula)"
나는 애써 아무런 감정도 싣지 않고 말했다.
“남이야 좋든 말든요.”
“남? 그렇군……”
태권은 말끝을 흐리며 허탈한 웃음을 짓더니 피우던 담배를 짓이기는 듯 껐다.그리고는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허둥대더니 다시 새 담배를 뽑아 입술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제서야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이는 그의 모습이 웬지 수척해 보였다. 어느 구석 그늘이 깔려 있기도 했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는 언제나 당당했고 그늘진 구석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당당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러면서도 어딘지 그전 같지는 않아 보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냥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랬다가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유야무야 하고 말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서 끝내고 싶었다. 처음부터 말이 없었다면 모를까 이왕 말이 나온 바에는 어서 끝을 내고서 툭툭 털어 버리며 일어나고 싶었다.
그리하여 마음 단단히 먹고 태권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고,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 남자가 아주 잘해 준다고……?”
“무슨 소리죠?”
“이야기 들었어.”
“빈정대지 말아요.”
그러지 말자 하면서도 나는 쏘아부치듯 했다.
그가 필요 이상으로 손을 내저어 보였다.
“빈정대는 게 아니야.”
“그럼 뭐죠?”
“그저 한번 묻고 싶었던 것이지.”
“남의 사생활이에요.”
“사생활? 그렇군.”
“간섭 말라는 얘기죠.”
“간섭?”
“그래요.”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 그렇다면 미안한 일이군.”
“당신은 여자가 나서서 이렇쿵 저렇쿵 하는 거 못본다고 했지요? 나는 남이 나서서 이렇쿵 저렇쿵 하는 거 딱 질색이에요. 알겠어요?”
“…할 말 없군.”
“그렇담 내가 본론을 얘기해야 되겠어요. 그래도 되겠죠?”
“얘기해 보지.”
“왜 미적거리고 있는 거죠? 우리의 이혼수속 말이에요. 이번 일, 내가 먼저 꺼내지 않았어요. 나야 백번 천번 당신 호적에서 내 호적을 파 오고 싶었죠. 아무리 아이 때문이라지만 그건 말도 안되는 핑계고 더군다나 내 호적을 당신 호적에 더 이상 놔둘 필요가 없잖아요. 그럼에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태권 씨는 자신의 입장이 변하자 먼저 말을 꺼냈고 당장이라도 어떻게 할 듯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되나 보다 했는데, 이게 뭐죠? 그 사이에 마음이 달라졌다는 얘긴가요? 태권 씨가 그것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어요?”
나는 쏘아부치듯 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호칭을 ‘당신’에서 ‘태권 씨’로 바꾸어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해야 했다.
태권은 그저 잠자코 있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이제는 남이라는 생각에서일까, 그저 조용한 말투였다. 아니, 어딘지 풀이 죽어 있는 듯도 했고, 흡사 꽁지 빠진 새 같기도 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뭐를 한다고 하고서 안 하는 거 봤어? 다만 그동안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그랬던 것 뿐이야. 하지만 이제 걱정 말라구. 곧바로 해줄 테니까. 당신은 제적등본 한 통만 준비해 가지고 있으라구. 다른 것은 내가 다 준비하겠어. 그리고서 둘이 법원에 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내가 아무리 보기 싫어도 그 때는 만나야 할 거야. 그리고 법원에 갈 때 주민등록증과 인장을 가지고 나오는 것 잊지 말고, 내가 준비가 끝나는데로 연락하지.”
“아뇨. 연락은 내가 하겠어요. 언제쯤 전화하면 되죠? 내일?”
그러자 태권은 잠시 나를 빤한 눈길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바로 서둘긴 하겠지만 넉넉잡고 닷새 쯤 뒤에 하면 될 거야.”
“알았어요. 닷새 뒤에 전화 할테니 그 땐 틀림 없어야 해요. 이제 다 된 거죠?”
“그래.”
“더 이상 할 얘기 없죠?”
“없어.”
“그럼……”
나는 일어설 채비를 했다. 더 이상 미적거리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태권이 다시 담배를 피워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이가 어떠냐고는 묻지도 않는군.”
“아이요……?”
“어찌됐든 당신은 그 아이의 엄마가 아닌가……?”
그 말이 덜미를 때려와 나는 멈칫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여전히 턱을 치켜든 채 말했다.
“아이는 어떼요?”
“괜찮아. 혼자 놔둘 수 없어서 즈이 할머니 집에 데려다 놨는데 사촌들과 어울리며 잘 놀더라구. 엇그제는 아프다고 해서 가 봤더니 감기였대.”
나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한 마디 더 던졌다.
“그 여자하고는 잘돼 가나요?‘
“그 여자라니……”
“여자가 생겼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여자?”
“네. 그래서 나와의 이혼수속을 서둘렀던 거 아니던가요?”
“여자? 그랬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왜요? 그 사이에 또 헤어졌나요?”
“그런 셈이지.”
“왜요? 그 여자는 나 보다도 더 반항적이고 지독했나 보죠?”
“아니야. 꽤나 순종적인 여자였지. 그래서 결혼을 할까 했었던 것이구. 그런데 순종적인 것은 좋지만 영 아니다 싶더라구. 당신 같지 않고 너무 맹한 것이 말야.”
“……뜻밖이군요.”
“아무리 순종을 잘한다 해도 맹한 여자와는 살 수 없는 일 아니겠나. 대학까지 나왔다는 여자가 왜 그렇게 맹한지 모르겠어. 하긴 맹한 것과 대학을 나온 것과는 다른 얘기겠지만.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지.”
그의 말이 다시금 덜미를 때려왔다. 아무리 순종을 잘해도 맹한 여자와는 살 수 없는 일 아니냐니. 더군다나 나와 같지 않다니……
그러나 나는 짐짓 모르는 척 일어나 그곳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안면을 때려왔다. 거칠고 차가운 바람이었다. 일기예보에서 등압선 간격이 조밀하여 오후부터 바람이 심할 거라더니 그렇게 바람이 시작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
<계속>
첫댓글 산골일기,,,,,믹스커피 한잔 마시고,
산골에서 읍내에 나갈때나 다시 돌아올
때 바닷가 갯벌체험장 펜션을 하는 지인
이 꾸며논 휴식처에 들러서 믹스커피를
한잔 마시고 쉬어 가는곳이 있지요!
드 넓은 갯벌에 탁트인 변산 해안가에다
바닷가옆 꾸며논 쉼터에 갯 바람을 쏘이
며 누구나 쉬었다 갈수있는 데크는 어지
간한 카페보다 운치가 있어서 내가 좋아
하는 곳 이기도 하지요~!!
사업을 하다가 이제는 은퇴를 해서 홀로
경영을 하는 지인은 마음이 후덕하고 때
로는 한잔술을 나누기도 하면서 세월을,
얘기 하다가도 펜션앞 갯벌에서 조개를
캐서 챙겨주기도 하는 친형님 같이 따듯
한 심성을 가진 분 이시지요!?
갯바다가 보이는 데크에 앉아서 한잔의
차를마시고 일어서는 나를 배웅하며 돌
아서는 그의 굽은등은 외로움이 묻어나
는것은 나만의 생각인지 지난날의 호기
롭게 사업을하던 그의 모습이 겹쳐져서
보이는 것이 살짝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저물어져 가는 우리네 인생길인
것을 지난날 죽기살기로 살면서 나로 인
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눈에 보이
는 것만 같은데 산자인 나는 아직도 끝이
없는 욕심을 안고서 어디로 가는 줄도 모
르고 가는 그 길의 끝은 어디인가 생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