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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434)... 여름의 ‘힘’ 보양식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여름철 보양식(補陽食) 장어
장어(長魚)는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는 여름철의 보양식(補陽食) 중 선두로 꼽는다. 이유는 비타민A가 부족하기 쉬운 여름철에 비타민A가 풍부한 장어를 추천하게 된다. 또한 강에서 3-4년 자란 장어가 산란(産卵)을 위해 바다로 향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필리핀 등 깊은 바다까지 헤엄쳐가는 에너지는 가히 신비하다. 이에 장어를 먹으면 그 놀라운 스태미나(stamina)를 계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심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장어 암컷 한 마리가 720만-1천2백만 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깊은 바다에서 낳는데, 알에서 부화(孵化)된 새끼 장어는 1년 쯤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민물로 올라와서 자란다. 새끼 장어가 대륙 연안에 가까이 왔을 때쯤에는 몸이 투명하고 버들잎 같은 모양이다. 하구(河口)에 가까이 와서 강을 거슬러 올라갈 때쯤에는 실뱀장어가 되어 있다.
필자는 지난 7월 2-3일 ‘붕장어탕’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고흥(高興)을 다녀왔다. 서울대학교에서 보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보건학분야 전문가 약 300명으로 구성된 서울대학교 보건학박사회는 매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금년 학술대회는 고흥 소재 포스코(POSCO) 연수원에서 개최되었으며, 필자는 ‘메르스(MERS)’에 관한 주제발표를 하였다.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금번 메르스 사태에 관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하였으며, 세미나 결과를 요약하여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어제(7월 4일)는 매주 토요일 저녁 우리 가족들이 모여 만찬을 즐기는 날로 여름철 보양식인 장어구이를 먹었다. 4대 가족(필자의 손자 9세부터 장인어른 96세까지) 9명이 불광동 소재 장어 맛집에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장어구이 가격은 한 마리(약 330g)에 2만2천원으로 14마리를 먹었다. 우리 가족은 매년 몇 차례 불광동 장어식당을 찾아 간장을 발라 굽는 뱀장어구이를 즐겨 먹고 있다.
<4대 가족사진: (왼쪽부터) 필자의 사위(44세), 장인어른(이종항 전 국민대 총장, 96세), 외손자(9세, 초등학교 3학년, 태권도 초단), 필자(76세)>
한편 ‘장어’가 중심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최근(6월 25일)에 개봉되었다. 김동후 감독의 이 영화(김기덕 필름 제작)는 제목 그대로 ‘중국산(中國産)’이며 장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주연은 박기웅(첸 役)과 한채아(미 役)이다.
영화 줄거리는 한국에 수출한 장어에서 수은(水銀)이 기준치 이상이 검출돼 전량 폐기처분 당할 위기에 처한 중국인 ‘첸’이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장어 3마리를 갖고 한국에 입국하여 재검사를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첸’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검사원으로 근무하는 ‘미’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의 애절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이 영화는 한국인들이 중국산에 대한 차가운 시선의 선입견(先入見)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며, ‘미’는 ‘첸’을 통해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장어(長魚)는 말 그대로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이며, 몸길이가 60cm에서 1.5m가량인 것까지 있다. 장어 종류는 20여종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장어는 뱀장어ㆍ붕장어ㆍ갯장어ㆍ먹장어 등 네 가지이며 생김새가 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어류는 턱뼈가 있는 악구상강(顎口上綱)에서 경골어류와 연골어류로 나뉜다. 장어류 중 뱀장어(Eel), 붕장어(Conger eel), 갯장어(Silver conger eel)는 경골어류에 속하지만, 먹장어(Hagfish)는 턱뼈가 없기 때문에 무악류 이지만 길이가 길어 장어로 불린다.
‘뱀장어’는 민물장어라고도 불리며, 우리가 흔히 먹는 장어로서 바다와 강을 오가는 회유성(回遊性) 어류이다. 연어는 성장한 후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지만, 뱀장어는 유생기(幼生期) 실뱀장어 때 강으로 올라와 5-12년 정도 생활한 후 산란을 위해 깊은 바다로 떠나 심해(深海)에서 알을 낳고 수정을 마친 후 생을 마감한다.
전라북도 고창이 뱀장어 산지로 유명하며, 이곳 장어를 풍천(風川)장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풍천이란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형을 의미하는 말이므로 특정 지명은 아니다. 뱀장어는 장어 종류 중 가장 기름지므로 맛이 고소하지만, 비리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우나기’라고 부른다.
‘붕장어’는 몸통의 측면을 따라 작고 흰 구멍(감각공) 여러 개가 점선처럼 길게 배열되어 있다. 지방 함량이 몸의 약 10%로 지방이 많은 뱀장어의 1/3이하다. 따라서 기름이 적어 담백한 맛이므로 장어류 중에서 탕을 끓여 먹기에 가장 적당하다. 붕장어는 횟감으로도 인기가 있으나 일본인들은 붕장어 핏속에 들어있는 이크티오톡신 혈액독(毒)을 경계해 날것으로 먹지 않는다. 이크티오톡신이 인체에 들어가면 구역질 등 중독 증상을 일으키며, 눈이나 피부에 묻으면 염증이 생긴다. 다행히 열에 약해 60도에서 분해 되므로 익혀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
붕장어는 야행성(夜行性)으로 낮 시간에는 모랫바닥 구멍에 몸통을 반쯤 숨긴 채 있다가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하며 작은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포획한다. 붕장어의 일본식 이름은 ‘아나고(穴子)’는 모래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 때문에 구멍 혈(穴)가 붙은 데서 유래한다. 중국에서는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약 40개의 옆줄 구멍이 별 모양과 같다하여 싱만(星鰻)이라 부른다.
경상남도 통영은 국내 최대 붕장어 집산지이다. 통영의 장어구이에는 생(生)장어구이와 반(半)건조장어구이가 있다. 생장어구이는 살아있는 장어를 잡아서 바로 구운 것이며, 반건조장어구이는 살짝 말린 장어를 구운 것이다. 장어는 살아서는 먹이를 먹지 않고도 오래 살지만, 죽으면 곧 부패한다. 따라서 죽은 붕장어는 경매도 하지 않을 만큼 가격이 형편없다. 이에 죽은 붕장어를 살짝 말려서 값싼 술안주로 먹는다.
전라남도 고흥 녹동항의 붕장어탕은 경남 통영 등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다. 즉 다른 지역의 붕장어탕은 양념을 하더라도 국물이 맑은 편이나, 고흥은 된장을 풀어 진하지만 텁텁하지는 않다. 구수하고 깊은 된장 맛이 붕장어의 감칠맛과 조화를 이루며, 여기에 고춧가루를 더하면 얼큰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붕장어탕에 후춧가루를 치면 장어탕 맛이 한층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갯장어’는 날카로운 이빨에 송곳니까지 있어 섣불리 건드렸다 물려서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갯장어란 이름은 개처럼 이빨이 강하고 잘 물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갯장어는 잔뼈가 많아 다듬고 요리하기가 쉽지 않아 잔칼집을 무수히 넣어 뼈를 부수는 뼈회(세꼬시)와 유비키 샤부샤부가 일본에서 개발되었다.
갯장어는 전체적으로는 붕장어와 많이 닮았지만 붕장어에 비해 주둥이가 길고 뽀족한 편이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 보다 앞에서 시작된다. 외형상 특징은 억세고 긴 송곳니를 비롯한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 성질이 또한 사나워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이에 1814년 정약전(丁若銓)이 지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개의 이빨을 가진 뱀장어로 묘사되어 있다. 갯장어의 일본 이름은 ‘하모’이며 하모는 ‘물다’라는 뜻의 하무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경상남도 고성 포교마을은 갯장어 산지다. 포교마을 앞바다는 수온이 18도로 갯장어가 살기에 알맞으며, 조류도 빠르지 않아 다른 지역에서 나는 갯장어보다 살집이 더 올라 맛이 있다. 갯장어는 잡아서 3시간 정도 숙성시켜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갯장어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묵은지에 쌈장과 함께 먹거나, 양파에 된장과 함께 싸 먹는다.
‘먹장어’는 턱이 없고 빨판 모양의 입을 생선이나 오징어 등에 흡착해 살과 내장을 녹여 빨아 먹는다. 원시 어종으로 꼽히는 장어류 중에서도 진화가 덜 되었다. 먹장어란 명칭은 눈이 퇴화돼 피부에 흔적만 남아 ‘눈이 먼 장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민 술안주의 대명사로 불리며, 포장마차에서는 대개 껍질을 벗긴 상태로 준비해 둔다.
먹장어는 겉모습이 징그러우며 식습성도 혐오스러워 다른 나라에서는 먹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거의 먹지 않으므로 거의 전량 우리나라에서 소비된다. 먹장어는 가죽을 벗겨 내도 한참 동안 살아서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모습을 힘이 좋다고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상당히 인기가 있다. 또한 먹장어는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으로 인해 ‘꼼장어(곰장어)’라는 속칭이 붙었다.
먹장어는 몸속에 반투명한 내장이 들어있다. 국산 먹장어는 탱글탱글 탄력이 좋으며 맛이 좋지만 수입산에 비해 값이 비싸다. 수입산 먹장어 중 살아있는 것은 국산의 절반 가격이며, 냉동 수입 먹장어는 20분의 1 가격이다. 먹장어의 껍질로 만든 묵에는 고추씨가 박혀 있어 맛이 알싸하게 느껴진다.
경상남도 기장은 짚불곰장어가 유명하다. 조리법은 살아있는 장어를 지푸라기 더미에 두고 짚더미에 불을 붙인다. 장어는 껍질이 타는 고통을 견지지 못하고 꿈틀댄다. 장어가 움직임을 멈추면 목장갑을 끼고 시꺼멓게 탄 껍질을 벗기고 회색빛으로 잘 익은 장어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고 살짝 데워서 먹는다. 곰장어 몸통이 열기에 부풀어 통통하고 맛이 좋다.
서구(西歐)에서는 먹장어 껍질(ell skin)을 가공하여 만든 지갑, 손가방, 벨트 등이 고급제품으로 인기가 있다. 먹장어의 껍질은 질기고 부드러우며, 행운을 가져온다고 서양인들은 믿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직후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먹장어 가죽을 벗겨내고 버렸던 고기를 구워 먹어 보니 맛이 좋아 식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편의점 GS25는 ‘통장어 덮밥’ 도시락을 올여름 주력 상품으로 내놓는다. 장어 50g을 포함한 4500원짜리 메뉴다. 편의점 도시락에 제대로 된 장어가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며 홍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락 시장 약 2조5000억원대를 놓고 편의점과 대형 마트, 식품ㆍ도시락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시세 대비 20% 저렴하게 국산 바닷장어(700g 내외/1박스)를 2만4800원에 판매한다.
장어 구입 요령은 등 빛깔이 회흑색, 다갈색, 진한 녹색인 것이 맛이 좋다. 살이 미끈하고 눈이 투명한 것이 신선하다. 조리는 양념을 하여 구워 먹거나, 찜 또는 튀김으로 먹는다. 장어 덮밥으로 먹기고 하며, 여러 요리에 장어가 쓰인다. 장어 특유의 비린 맛을 제거하기 위해 생강, 청주 등을 사용한다. 장어를 먹은 뒤에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으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장어의 영양성분(생것 가식부분 100g당)을 종류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뱀장어(Eel): 에너지 223kcal/ 수분 67.1g/ 단백질 14.4g/ 지질 17.1g/ 회분 1.1g/ 탄수화물 0.3g/ 섬유소 0/ 칼슘 157mg/ 인 193mg/ 철 1.6mg/ 나트륨 65mg/ 칼륨 250mg/ 비타민A 1050RE/ 비타민B1 0.66mg/ 비타민B2 0.48mg/ 나이아신 4.5mg/ 비타민C 1mg.
붕장어(Conger eel): 에너지 110kcal/ 수분 78.1g/ 단백질 15.7g/ 지질4.4g/ 회분 1.2g/ 탄수화물 0.6g/ 섬유소 0/ 칼슘 201mg/ 인 260mg/ 철 1.8mg/ 나트륨 150mg/ 칼륨 370mg/ 비타민A 360RE/ 비타민B1 0.08mg/ 비타민B2 0.16mg/ 나이아신 3.1mg/ 비타민C 2mg.
갯장어(Silver conger eel): 에너지 195kcal/ 수분 66.5g/ 단백질 19.6g/ 지질 11.9g/ 회분 1.9g/ 탄수화물 0.1g/ 섬유소 0/ 칼슘 84mg/ 인 247mg/ 철 1.9mg/ 나트륨 65mg/ 칼륨 490mg/ 비타민A 540RE/ 비타민B1 0.01mg/ 비타민B2 0.11mg/ 나이아신 2.9mg/ 비타민C 0.
먹장어(Hagfish): 에너지 125kcal/ 수분 75.8g/ 단백질 16.6g/ 지질 5.8g/ 회분 1.6g/ 탄수화물 0.2g/ 섬유소 0/ 칼슘 40mg/ 인 124mg/ 철 1.8mg/ 나트륨 148mg/ 칼륨 228mg/ 비타민A 540RE/ 비타민B1 0.10mg/ 비타민B2 0.15mg/ 나이아신 4.2mg/ 비타민C 2mg.
일본에는 ‘장어 먹는 복날’이 있으며, 올해는 7월 23일이다. 일본에서 삼복더위에 장어를 먹기 시작한 것은 에도 시대 때부터이며, 복날에 일본인들은 장어와 함께 오이, 수박, 참외, 매실, 우동 등을 먹는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434). 2015.7.5. mypark193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