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다. 커피를 마시며 내다보는 뒷마당은 요즘 몸살을 앓고있다.
처음 이사오니 파란 잔디에 키가 큰 나무 네 그루가 하늘을 찌르듯 서있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나무가 휘청거리며 춤을 추어 쓰러질까 걱정이 되곤 했다. 우리는 과감하게 거금을 들여 나무를 뽑고 나니 바람이 불어도 걱정이 안됐다.
뒷마당에는 무화과나무와 석류나무가 있었다. 식구들이 무화과도, 석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몽땅 뽑았다. 그 자리에 감나무와 귤나무를 심고 열매맺기를 기다렸다. 십수년이 지나 잔디를 깍던 남편이 조금 더 나이들면 잔디깍기도 쉽지 않다며 뒷마당을 자갈로 덮자고 했다. 일을 다니며 주말마다 우리는 잔디를 삽으로 파내고 흙을 고르며 땀을 흘렸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을까 싶다. 거의 일년의 긴 시간을 열심히 작업하여 끝냈다. 뒷마당을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며 홈디포를 내집 드나들 듯 다녔다. 자갈을 30포를 사오는 것도 쉽지않았다. 몇 번을 오가며 사왔다.
하얀 자갈을 바탕으로 하고 모양을 내려고 부분적으로 바크를 덮었다. 자갈 사이에 넓은 돌로 오솔길도 만들었다. 담 아래에는 꽃 나무를 심고 물 주기 쉬운 곳에 텃밭도 만들었다. 끝내고나니 보기에도 좋아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거의 매일 뒷마당에 나가 상추, 고추, 깻잎을 땄다. 햇빛을 등지고 물을 허공에 뿌려 무지개를 만들며 아이처럼 놀기도 했다..
언제부터였나. 바크가 수북히 올라와 남편에게 말했더니 고양이가 응가를 하고 덮어놓은거란다. 동네를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담에서 내려와 실례를 하고 가는 일이 잦았다. 예쁘게 꾸며놓은 뒷마당이 고양이로 인해 망가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텃밭을 가꾸던 내 허리가 삐끗하여 뒷마당을 바라만 보고 있다. 땅이 좋아 무엇을 심든 열매가 보기좋고 맛도 좋은 것을 알면서 이제는 아무것도 심지않는다.
작년이었나. 감이 익을 즈음 무엇이 다녀갔는 지 반쯤 먹다 남긴 열매가 땅에 있었다. 큰 신경을 쓰지 않았는 데 올해는 큰 문제로 다가왔다. 어느 날, 점심을 먹으며 밖을 내다보니 담 위에 앉은 다람쥐가 아기손 만한 열매를 앞발로 붙잡고 먹고 있었다. 귀여웠다. 헌데 순간 "여보, 저거 우리 감 아냐?" 남편은 "설마" 하며 보고 있었다. 그냥 두면 안될 것 같아 문을 여니 쏜살같이 달아났다. 다음날부터 유심히보니 다람쥐 두 마리가 아직 영글지도 않은 사과와 감을 먹으러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 있었다.
남편은 열매를 조금 먹고 버린다며 속상해했다. 안되겠다며 톱을 들고 나가는 남편을 보고 놀라서 쫒아 나가 물었다. 감나무 주위 담하고 가까운 가지를 자른다고 했다. 열매를 키우고 있는 굵은 가지를 자른다니, 나는 다른 방법을 찾자고 했다. "어차피 다람쥐가 먹는 데 아까워 하지 마" 다람쥐는 6피트만큼 뛴다며 담 쪽 으로 뻗은 가지를 미련없이 자르는 남편을 보며 나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양쪽 담을 향한 굵은 가지가 잘려 땅에 떨어져 살펴보니 감이 수십개가 달려있었다. 유난히 많은 열매를 힘겹게 달고 있는 가지 하나는 내가 비닐로 씌운다고 말해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것도 잠깐, 아마 그 비닐속을 들어가는 다람쥐를 보았는 지 나에게 묻지도 않고 어느 날 톱을 들고 나가 잘라버렸다.
문제는 사과나무다. 밑에서 뛰어 오른다며 무언가로 막고 싶다는 말에 나는 비닐로 가지가 뻗은 밑둥을 몽땅 싸서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담 쪽도 비닐로 치마를 두르듯 막았다. 문제는 바람이다. 바람은 비닐을 이리저리 흔들어 테이프를 떼어버려 나부끼게 한다. 그때마다 나가 다시 단단히 테이프를 붙였다. 어느 날 커피를 마시며 밖을 보고 있는 데 어디서 왔는 지 다람쥐가 담에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홀짝 담에서 뛰어내리더니 발이 땅에 닿자마자 홀짝 뛰어 비닐 틈 나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도 쏜살같이 뛰어나가 유리문을 여니 놀란 다람쥐는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정말 놀랄만큼 빨랐다. 요즘은 아예 포기했다. 우리보다 다람쥐는 더 빠르고 머리도 좋은 것 같다.
뒷마당은 많은 것을 포기했다. 잦은 고양이의 출몰로 바크위에는 장미 가시나 굵은 가지등으로 군데군데 덮여 제 모양을 잃은 지 오래고, 사과나무도 비닐을 뒤집어쓰고 잦은 다람쥐의 방문으로 키워가는 열매를 빼앗긴다. 감나무는 어떤가. 마치 팔 다리가 잘린 듯 한 쪽이 텅 빈 모습이 보기에도 애잔하다. 가을이면 주렁주렁 열린 감은 친구들과 나누며 기쁨이 되어주었는 데 올 해는 식구들도 먹기 어려울 것 같다. 방에서 잘 보이는 곳에는 딸이 시집가며 자신을 보듯 보라며 심은 오렌지나무가 있다. 모양은 예쁘게 자라는 데 이상하게 열매를 맺지못한다. 오늘도 창밖을 내다보며 목마르다고 나를 부르는 나무를 보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열심히 물을 주었는 데 지금은 아예 뒷마당에 나가지 않는다. 허리 핑계를 대고 꼼짝 안 하니 잡초도 남편이 뽑는다. 그때마다 과일나무에 물도 주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씨에 나무가 얼마나 목이 마를까 생각하면서도 나는 방안에서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 뒷마당의 사과나무, 오렌지나무와 감나무를 보며 애만 태운다.
첫댓글 봉희샘의 따뜻하고 사랑많은 심성이 너무 잘 드러나는 글입니다.
부군께서는 봉희샘을 편하게 해주시려고 그러시는거라 생각됩니다
정성을 들인만큼 과일농사도 풍성한 결실을 맺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자식농사 잘 지으셨잖아요~^^
이젠 봉희샘 건강에만 신경쓰시고 작품활동에 매진하시길 두손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