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위(宗衛)라는 사람이 제나라 재상으로 있다가 면직 당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 가신인 전요(田饒) 등 27인을 불러놓고 물어보았다.
“여러분 중에 누가 나와 더불어 다른 제후들을 찾아가는데 따라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전요 등은 모두 엎드려 있기만 한 채 누구하나 대답을 하는 자가 없었다.
종위는 실망하여 이렇게 내뱉었다.
“어찌 사대부란 얻기는 쉬운데 쓰기는 이리 어려운고?”
이에 전요가 설명하였다.
“사대부를 쓰기가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귀하께서 능히 쓰지를 못할 뿐입니다.”
“사대부를 쓰지 못한다니 무슨 뜻이오?”
전요의 설명은 이러하였다.
“부엌에서 고기가 썩어나면 그 문하에는 죽음을 무릅쓰는 선비가 없는 법입니다.
지금 무릇 석 되의 식량으로는 선비가 살아가기에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귀하가 기르는 안목(鴈鶩) 등은 그 먹이가 남아돌고 있으며,
온갖 아름다운 비단옷은 치렁치렁하여 귀하의 처마와 난간에 널려져 비바람에 낡아가고 있는데,
오히려 문하의 선비들은 옷 가장자리조차 꿰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과수원의 배나 밤은 후궁의 부인들이 서로 던지며 놀잇감으로 여길 정도이나,
선비들은 입에도 한 번 대어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릇 재물은 귀하께서 가벼이 여겨 이렇게 마구 쓰지만,
죽음이란 선비들이 귀히 여기는 바로써 가치 없이 마구 죽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귀하께서 가벼이 여기는 그 재물은 사용하지 않으면서 선비가 중히 여기는 죽음을 요구하고 계시니,
어찌 어렵다 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이 말에 종위는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을 띠고 머뭇거리다가
자리를 뜨면서 “이것이 바로 나 종위의 과실이오!”라고 사과하였다.
✼ 종위(宗衛): 제 나라의 재상을 지냈던 인물.
✼ 안목(무)(鴈鶩): 집에서 기르는 가금류.(기러기와 오리)
-《설원(說苑)》-
첫댓글 내 배가 부르면
남의 배고픔을 모른다 했는데
그것을 꼬집는 글 같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