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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코스 계획에 따라 '합천종합야영수련원 → 미숭산 → 미숭산성 → 천제단 → 반룡사 갈림길 → 청금정 → 임도 통과 → 반석 → 주산 → 고령지산동고분군 → 왕릉전시관 → 버스 주차장'의 10km 코스를 5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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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숭산[美崇山]
높이: 755m
위치: 경남 합천군 야로면
미숭산(美崇山. 757m)은 고령읍과 합천군 야로면의 경계 지점에 있는 고령군의 최고봉으로 옛날의 상원산(上元山)이다. 이 산정의 꼭대기에는 4정(町) 6반(反)의 고위 평탄면으로 되어 있으며 주위는 험준한 급경사이고, 가장자리는 조선 초기부터 석성(石城)에 쌓여(둘레 397 步)있었으며, 샘, 못, 군창(軍倉) 등이 있었다.
고려말 정몽주의 문인인 안동 장군(安東將軍) 이미숭(李美崇)이 이성계와 접전하다 순절한 산이다. 이미숭 장군이 이 산을 근거지 삼아 성을 쌓고 군사를 조련해 가며 이성계에게 대항했고 그 절개를 기려 산의 이름이 이렇게 바뀌게 되었다 한다.
미숭산은 고려말 이미숭 장군이 군사를 모아 성을 쌓고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게 대항하며 고려를 회복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순절한 곳으로 전해온다.
정상 주변은 미숭산성의 성문과 성터의 잔해가 있고 샘물이 성문터 옆에 있다. 이 미숭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되어, 조선조까지 계속 사용되었다 한다.
정상에 밀면 흔들리는 까닥바위가 있다. 동남쪽 고령군 쌍림면 쪽에 고찰 반룡사가 있으며 산 남쪽 고원지대인 상대마을에 있는 수련원 뒤로 미숭산 정상까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미숭산 북쪽의 문수봉 일대는 고사리가 많다.
산행은 반룡사- 미숭산- 문수봉- 모로현으로 하여 우거로 내려와 월광사의 보물 129호인 삼층석탑을 보고 가면 좋다. - 한국의 산하
갑진년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25일은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계획한 합천과 고령의 경계 지점의 산으로, 고령의 최고봉이라는 미숭산에 다녀올 예정이다. 고령의 최고봉답게 과거에는 상원산(上元山)이라 불렸다는데, 고려말 이미숭 장군의 순절을 기려, 이름이 바뀌었다는 산이다. 이 미숭산행은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 2023년 12월 28일 산행이 확정되고, 2024년 1월 5일 구체적인 산행 계획이 공지됐다. 안면이 있는 산이라면, 산행이 결정된 걸 확인한 순간 신청하는데, 이 산은 초면인 데다가, 한국의 산하 '미숭산' 소개를 봐도 별로 끌리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을 보고 신청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공지를 기다리다가, 1월 5일 계획을 보고 신청했다. 솔직히 산이 끌려서라기보다는 당일 갈만한 산이 없고, 이번에 안 가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는 산이라 참여를 결정했다.
산꾼마다 좋아하는 산이 달라, 별로 끌리지 않는 산인데, 다른 산꾼에게는 인기가 좋아, 구체적 계획이 공지됐을 때는 이미 12명이 신청해, 28/31인승 버스의 단독 좌석은 예약이 끝났다. 해서, 붙어 있는 두 좌석 중 아직 아무도 예약하지 않은 자리를 선택해 신청해야 했다. 이후 취소자가 생겨, 단독 좌석으로 이동했지만. 그리고 시간이 흘러, 1월 15일 까만 소가 인기가 시들한 명산 100+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인지, 갑자기 충주 계명산, 포항 운제산, 계룡 향적산, 옥천 장령산, 이천 원적산, 의왕 모락산, 대구 앞산, 합천 미숭산 등 여덟 산을 추가했다. 100+이 인기가 있든 없든, 까만 소 인증에 목숨 거는 인증꾼이 꽤 된다. 고로 추가된 8개 산을 향해 출발하는 안내산악회 버스가 초기에는 꽤 될 거다. 고로 미숭산도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를 ‘오지’에서 최소 한 달에 두 번 이상 기회가 있는 인기 명산으로 변해, 서두를 이유가 없다.
거기다가 발 빠르게 가격으로 승부하는 안내산악회와 대기업 안내산악회에서 인증꾼을 위해 대구 앞산과 합천 미숭산을 묶어 소위 1+1 인증 산행이라는 상품을 내놨다. 나머지도 가까운 두 산을 묶어, 대구 앞산, 합천 미숭산과 같이 1+1 산행 상품을 만들어 예약받고 있다. 고로 적은 비용으로 추가한 8개 산을 다 인증할 수 있어, 인증꾼에게는 더없이 좋은 상품이다. 그런데, 까만 소 인증에 관심이 있더라도, 짧게 정상만 찍은 후 버스로 다음 산으로 이동해 역시 짧게 정상만 찍는 1+1은 산꾼이 환영할 만한 상품은 아니다. 그런데,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도 살아남으려면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다른 산악회와 같이 1+1 산행으로 변경할 확률이 100%다. 말인즉 미숭산만의 10km 산행은 다시 보기 힘들 예정이다. 해서 신청했을 당시와는 여러 조건이 변했지만, 이미 신청한 미숭산만의 산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고 당일 딱히 갈만한 다른 산도 없다!
산행 일주일 전 회비를 입금하고, 산악회 산행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다가, 혹시나 해서 산림청의 '입산 가능 등산로 및 통제구역 안내'로 들어가 미숭산을 입력해 봤다. 시뻘겋다.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주요 등산로가 입산 통제다. 혹시 산악회 주인장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닌지, 캡처한 이미지와 함께 문제없을지 문자로 물어봤다. 그러자, 바로 전화가 와 이해하기 힘든 소리를 하는데, 결론은 '이상 없다!'다. 산악회 주인장이 그렇다면, 그렇게 믿고 가면 된다. 그리고 대기업 안내산악회도 5월 1일 산행 계획이 있는 걸 보면 문제없어 보인다. 그리고 기상청 날씨누리에 의하면 당일 그 지역은 종일 흐리고, 기온은 영상 6℃~8℃, 바람은 2m/s~3m/s로 조망은 기대할 수 없으나, 산행에는 괜찮은 날씨라, 그에 맞춰 준비한다. 다행히 날머리인 주차장에서 800m 정도 거리에 하산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있으니, 점심은 산행 중 간단하게 김밥으로 때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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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0분 신사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전세 버스를 타면 되니, 사당에서 출발하는 산행보다는 여유가 있으나, 일요일은 신사역 구내에서 김밥을 파는 3곳이 다 휴무 또는 늦게 문을 열어 김밥을 살 수 없다. 해서 연신내 연서시장에서 김밥을 사야 해, 사당에서 출발하는 산행과 같이 기상해야 한다. 와중에 마누라 해파랑길 도보여행이 대기업 안내산악회 사당 출발이라, 마누라가 서두르는 바람에 나도 어쩔 수 없이 평소보다 일찍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아지트에서 빈둥거리다가, 5시 55분경 집을 나서, 연서시장으로 가, 소위 마약 김밥이라는 걸 샀다. 그리고 지하철로 신사역으로 향해, 6시 55분 도착해, 4번 출구로 나가자, 먼저 와 건물 입구에서 비를 피하던 주당 겸 산행 대장이 불러, 그리고 가 인사 후 시청에서 출발한 버스를 기다렸다.
31인승 버스를 가득 채운 31명이 함께 하는 산행이고,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라, 안면을 트지는 않았으나. 목요 오지 팀에서도 자주 보는 산꾼도 많다. 안면 트는 걸 꺼리는 나와는 달리, 한번 본 산꾼과는 친하게 지내는 주당 대장이 속속 도착하는 산꾼과 인사를 나누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그중에는 토요일 즉, 어제 청도 까치산을 대장과 함께 다녀온 산꾼도 몇 있다. 연 이틀 안내산악회와 남쪽 나라로 산행을 떠나는 산꾼이 경이로울 뿐이다. 그들의 까치산행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있는데, 예상보다 빠른 7시 3분경 버스가 도착해,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서 사용할 물건이 든 보조 가방만 들고 차에 타 자리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이 너무 아파 책을 볼 수가 없어, 책 보는 걸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
자다가 깨면, 유리창에 낀 성에를 닦고 어디쯤 왔나 확인 후 다시 잠을 청하기를 반복하다가, 심심해 마누라는 어느 정도 갔는지 위치를 확인해 봤다. 난 경북으로 들어서 고령으로 향하고, 마누라는 강원도로 들어서 고성으로 가고 있다. 이후 다시 자다 깨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실내등이 들어오고, 인솔 대장이 화서에서 20분간 휴식하겠다고 공지한다. 급한 건 아니나, 볼일을 보려고 버스에서 내리자, 눈발이 날린다. 그렇지 않아도 속리산 구간을 지날 때, 상고대와 눈꽃을 보고, 약간 설렜는데, 비가 아닌 눈이라, 휴게소 주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어쩌며 이번 겨울 마지막일지 모를, 눈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버스로 돌아가, 차가 떠나기를 기다렸다.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와 코스 등이 인쇄된 종이를 나눠준다. 아직도 이걸 인쇄해 나눠주는 몇 안 되는 인솔 대장 중 하나다. 익히 알고 있는 거지만, 정성을 생각해서 한 장을 받아 혹시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게 있나, 확인했다. 없다. 인쇄물을 다 나눠준 후 대장이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들머리인 합천종합야영수련원의 해발이 360m, 미숭산의 높이가 757m, 고로 표고 차가 397m에 불과하고, 이후는 비록 기복이 있기는 하나, 계속 내리막이고, 코스 마지막 봉우리인 주산의 높이도 310m에 불과해, 2024년 최고로 쉬운 산행일 거라는 게 대장의 설명이다. 다만, 오면서 봐서 알겠지만, 해발 700m가 넘는 산이라, 눈이 쌓여 있을 확률이 높으니, 아이젠을 반드시 준비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혹시 안 가져온 등산객은 다른 사람에게 하나를 빌려, 하나씩 착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준다.
설명 마지막쯤, 주산에서 왕릉전시관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많이 사용하는 등산 앱이나, 지도 앱에는 그 길이 없으니, 안 나오니, 헤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강조한다. 해서 사용 중인 오지 전문 등산 앱에는 나오는지 바로 확인했다. 예상대로 있다. 그때 갑자기, 며칠 수 목요 오지 팀 문래산행의 제대로 된 지도를 찾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있는지 확인했다. 있다. 다만, 들머리에서 문래산까지 올라가는 길은 안 보인다. 뭐 어떻게 되겠지! 그렇게 설명이 끝나고, 실내등이 꺼진 후 다시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는 순간, 슬리퍼를 등산화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고,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조끼를 벗어, 잘 접어 손에 들었다. 만약에 대비해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가기 위해서다. 그리고 조금 지난, 10시 50분경 수련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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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를 손에 들고 버스에서 내린 후 바로 등산 앱을 기동했다. 잠깐 멈추는 동안 GPS가 제멋대로 주변을 살피고 다니는 게 앱의 문제인지 기계의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문제가 있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앱이다. 그리고 짐칸에서 배낭을 꺼냈다. 그런데, 조끼를 배낭에 넣으려면 어딘가에 배낭을 내려놔야 하는데, 아스팔트 주차장 바닥은 물기가 남아 있으나, 그나마 나무 아래는 눈이 없어 조경수가 심어진 잔디밭으로 갔다. 하지만, 나무 아래는 바닥이 문제가 아니라, 기온이 높아 쌓였던 눈이 녹으며, 간간이 물이 쏟아져, 도저히 있을 수가 없어, 결국 주차장 바닥에 배낭을 내려놓고, 조끼를 넣었다. 그리고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307m! 응? 인솔 대장이 나눠준 인쇄물에는 360m였는데, 대장이 실수한 건가? 어쨌든 300m가 넘는다는 것에 안심하고,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따라 아스팔트 도로로 등산로를 향해 올라갔다.
급경사 포장도로로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며 주변을 둘러보니, '합천종합야영수련원'이라 경치 좋은 들머리나 날머리에서 자주 보는 휴양림 정도를 생각했는데, 최신의 최고급 시설이라 깜짝 놀랐다. 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경남신문에 과거 '합천종합야영수련원'을 리모델링해 '미숭산 교직원 휴양원'이라는 이름으로 2023년 9월 개원한다는 기사를 찾았다. 기사만 보면 학생도 사용할 수 있는 종합야영장에서 교직원만 사용할 수 있는 휴양원으로 탈바꿈한 거다[기사]. 어쨌든 급경사를 올라, 10시 56분 수련원 관리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대장이 나눠준 인쇄물의 출발지는 여기다! 고로 해발 360m가 맞다. 말인즉 주차장에서 관리실까지 수직으로 60m를 올라와야 한다.
볼일이 급한 일행은 주차장에 화장실이 없어, 관리실 부근에 있을 화장실을 사용할 생각으로 위로 올라와 화장실 건물로 갔는데, 잠겼다. 그리고 관리실 직원이 나오더니, 뭐 하는 인간들이냐는 듯 쳐다보며 쓸 수 없다고 한마디 한다. 그 소리를 듣고, 역시 산꾼은 볼일을 산에서 봐야 하는 게 진리라는 걸 다시 뇌리에 새기고 걸음을 돌려, 들머리로 향하는데 뒤에서 "화장실 인심 야박하네!"라는 소리가 들린다. 휴양원 관리실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위로 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봐서는 화장실 문을 열어 준 거 같다. 여성 산꾼을 위해 다행이라 생각하며, 계속 위로 올라, 10시 58분 포장도로 오른쪽에 있는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포장도로는 10여 미터를 더 간 후, 차량이나 사람이나 다닌 지 오래되어 보이는 비포장 임도로 바뀐다. 등산로 입구의 '미숭산 등산로 안내'를 보면 그 임도는 정상 직전까지 올라간다. 그럼, 저 임도로 가는 게 더 쉽게 오를 수 있을 거 같아, 어디로 갈지 잠깐 고민하다가, 역시 산꾼은 등산로라, 우회전해 등산로로 들어섰다.
등산로 안내도 뒤에는 '미숭산성' 소개문이 있고, 그 조금 뒤 등산로 왼쪽에는 미숭산 표지석이 서 있다. 그리고 휴양원에서 관리하는 산답게 등산로 상태는 아주 좋다. 잘 정비된 등산로로 미숭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데, 머리 위로 폭설과 폭우가 섞여서 떨어져, 바람막이 모자를 뒤집어써야 했다. 날이 따뜻해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녹아 마치 폭설이나 폭우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거다. 날도 흐려 시야가 10여 미터에 불과해 처음부터 숲속에서 산행을 시작했으면, 폭설과 폭우가 내리는 거로 착각할 정도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눈과 물을 맞으며 위로 가는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등산객이 보여 벌써 정상을 갔다 오는 건가, 놀라며 길을 비켜줬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휴양원에서 자고 아침에 출발했다면 내려올 시간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두세 명이었으나, 이후 많게는 10여 명 적게는 서넛이 계속 내려오는 게, 어느 학교 교직원이 단체로 온 거 같다.
11시 10분 정상 1.2km 이정표를 통과하고, 11시 14분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9km. 그런데, 오른쪽으로 분명 길이 있는데, 이정표에는 그 방향으로는 어떠한 정보다 없다. 그리고 11시 20분 정상 0.4km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좌회전해, 오랜만에 완만한 경사 등산로로 가자, 구름에 가린 미숭산 정상이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결과적인 얘기로, 비록 구름에 가렸으나, 미숭산 정상의 기록은 이게 유일하다. 계속 완만한 경사를 즐기며 정상을 향해 가는데, 왼쪽으로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보여, 당연히 좌회전했다. 예상대로 바위 전망대다. 물론 구름에 덮여 보이는 건 없다! 그래도 전망대에 섰으니, 뭐라도 남겨야 할 거 같아 남기기는 했다. 이후 등산로로 돌아와 50여 미터를 가자, 저 위 안개 사이로 성벽이 보여,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갔다. 미숭산성이다!
산성 앞 소개문은 아래의 소개문과 대동소이하나, 이성계에 저항한 안동장군 이미숭에 관한 얘기가 조금 더 추가됐다. 그 소개문에 의하면 원래 '상원산'을 그의 충절을 기려 '미숭산'으로 이름이 바꿔 불렀다는데, 그럼, 조선 시대에 이 동네가 무사했을까? 미숭산성과 소개문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을 향해 가자, 작은 계곡이 흐르고, 얼었던 땅이 녹아 완전히 미끄러운 진흙탕이다. '아차' 하면, 대형 사고다.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계곡과 진흙탕으로 여기다 산성을 쌓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물이 있고, 아래보다 더 따뜻하다. 산성에서 8분가량 올라가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정상, 주산은 오른쪽이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1km. 그리고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진흙탕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상고대와 눈꽃이다! 갈림길 이정표에서 50여 미터를 가자,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문제가 있어 사용을 안 했으나, 가장 대중적인 등산 앱이라, 100m 전부터 정상이 멀지 않다는 걸 알려줄 정도로 친절하다.
당연히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주변의 모습은 완전히 신천지다! 속리산 기슭을 지날 때, 눈꽃과 상고대를 보기는 했으나, 이 정도의 설경일 거라곤 상상을 못 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이 설경은 해발 600m가 넘는 능선 위에 계속 펼쳐져, 산행이 지루하지 않았다. 덕분에 조망은 꽝이었지만. 이미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내려오는 등산객 몇을 만났는데, 아무리 봐도 우리 일행이 아니다. 위로 올라오며 만났던 교직원 팀도 아닌 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미숭산을 찾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까만 소도 손길을 뻗쳤을 거다. 11시 44분 우리 일행이 인증을 남기는 정상에 도착해, 먼저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일행의 도움으로 인증을 찍은 후, 산불 감시초소가 자리 잡은 진정한 정상으로 가서 주변을 둘러봤다. 구름 속이라 보이는 건 없었다. 감시초소를 지나, 속속 도착해 인증을 남기는 일행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정상석이 빈틈을 이용해 그 자리를 떠났다.
상고대와 눈꽃을 감상하며, 정상에서 내려가는데, 산행 대장이자 주당 대장이 막 올라온다. 당연히, 먼저 인증을 남기고 주산으로 갔을 거로 생각했는데, 무언가 이상해 이유를 물었다! 대형 알바를 했다는데, 정상까지 알바를 할 만한 곳은 없었는데, 이상해 고개만 갸우뚱하고 지나쳐 주산을 향해 갔다. 이 또한 결과적인 얘기나, 산행 후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아 사용하나, 특별한 일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와중에 핸드폰에는 앱을 설치조차 안 한, 메시지 앱에 산행 대장이 10시 34분 버스에서 보낸 문자가 있는 걸 발견했다. 지도를 캡처한 이미지로, 나도 들머리에서 어디로 갈지 잠깐 고민했던, 임도로 가자는 문자다! 그런데, 그걸 산행 후에 발견했다. 제때 그 문자를 보지 못해, 결과적으로 산행 대장을 배신한 꼴이 됐다. 어쨌든 이후 주산 방향 500여 미터의 능선은 눈꽃과 상고대의 향연이라 보이는 건 다 비슷했다. 와중에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 눈을 헤치고 길을 만들며 가느라 힘들기도 했다.
11시 56분 신라군과 대가야군이 대치했다는 나대지 안내문 옆 이정표에 의하면 주산까지는 6km로 꽤 많은 거리가 남았다. 나대치를 떠나 주산을 향해 10여 미터를 가자, 안동장군 이미숭(安東將軍 李美崇)에 관한 소개문이 서 있다. 나대치는 신라군과 대가야군이 대치했던 고개라는 건 알겠는데, 여기서 고려군과 반란군이 대치했나? 소개문에는 그런 내용은 없는데? 하긴 전투가 한 곳에서만 벌어지지는 않았을 테니! 어쨌든 아무리 상고대와 눈꽃으로 경치가 좋아도, 눈을 뚫고 하는 산행은 그게 없는 산행보다 2배 이상의 체력이 필요해, 쉬지 않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입술이 바짝 마르고, 목이 말라,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에서 생수를 꺼내 목을 축였다. 집을 나선 이후 무언가를 먹은 건 처음이다.
고령의 최고봉이라는 미숭산 정상에서 출발했으니, 가면 갈수록 고도가 낮아지는 게 당연해, 쌓였던 눈도 녹기 시작한다. 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얼었던 땅이 녹고, 내린 눈도 녹아 대단히 미끄럽다. 덮인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눈 아래는 진흙이라, 도저히 그냥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주어, 지게 작대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12시가 넘었고, 배도 고파 연서시장 마약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그러다 뒤가 소란해서 돌아보니, 산행 대장과 산꾼이 몇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 먹던 김밥은 주머니에 넣은 후 그들을 앞세우고 그 뒤를 따라갔다. 딴짓하면 그들의 속도에 맞출 수가 없고, 앞서면 토끼몰이 당하느라 사진도 못 찍는다. 해서 기록용 사진을 찍기 위해 그들을 앞세우고 뒤에서 따라가는 걸 택한다. 특별히 빠른 건 아니나, 한눈을 팔 수 없는 페이스로 가다 보니, 어느새 눈이 사라졌다. 고도가 많이 낮아졌다는 방증이다.
비록 뒤로 좀 쳐지더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도 찍으며 뒤를 따라가는데, 저 앞 왼쪽으로 묘비가 보인다. 등산로에서 묘를 만나는 건 한국 산에서는 흔한 일이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묘비는 있는데, 묘가 안 보여, 누구의 묘비인지 등산로에서 벗어나 비로 갔다. 묘비(廟碑)가 아니라 천제단(天祭壇) 표지석이다! 그리고 멀리서는 눈에 덮여 보이지 않던 제단이 눈 아래 있다. 위치로 봐서는 천제단이 있을 장소가 아닌데, 분명 천제단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6분 정도 가니, '천제단 길' 안내문이 있다. 다음은 이름만 들어도 섬찟한 '불귀의 길'이다. 그 안내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반룡사 갈림길 이정표가 있다. 아래로 내려가면 반룡사,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우회하는 게 정규 등산로로 청금정으로 향한다. 그런데, 미숭산 정규 등산로는 거의 모든 봉우리를 우회한다. 심지어 봉우리로 올라가지 못하게 그 길목을 의자로 막았다. 고로 속도가 빠르고 체력 소모는 적으나, 산행의 재미가 없다. 여기도 의자가 봉우리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의자를 넘어 봉우리로 올라갈지 조금 고민하다가, 무명의 봉우리에 올라서 봐야 별 의미도 없어,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그러자 12시 반경 가던 길을 멈추고 반대편에서 우회한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을 막고 있는 쉼터에 멈춰 뭘 좀 먹고 가자고 해, 주머니에서 먹던 김밥을 꺼내 마저 먹었다. 간단하게 요기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마을이 보인다. 이번 산행 처음으로 보는 조망으로 날이 개고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벌써 출발한 일행의 뒤를 따라 20분가량 가니, 저 앞으로 또 봉우리다. 봉우리로 가는 길목은 의자가 막고 있고, 등산로는 우회한다. 그런데, 앞의 봉우리는 평범한 봉우리 같지 않다. 산행 전 등산 앱의 지도로 코스를 확인했을 때, 분명 '불당산'이 있는 걸 확인했는데, 산악회 코스에는 없어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 보이는 저 봉우리가 불당산이라는 생각이 들어, 앱을 꺼내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일행은 벌써 우회로로 저만큼 가고 있으나, 남는 게 시간이고, 무명봉도 아니고 불당산이라는 이름을 가지 봉우리를 지나칠 수는 없어, 의자를 넘어, 위로 오르며 인적을 살폈다. 희미하게 인적이 있기는 하나, 최근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이것도 봉우리라고 가쁜 숨을 헐떡이며 정상에 도착해 보니, 예상대로 정상석 따위는 없고, 산꾼이 세운 두 개의 돌탑이 반겨준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주변의 나뭇가지도 다 살펴보니, 익숙한 산꾼이 자필로 '불당산'이라 쓴 리본이 여기가 불당산 정상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름을 가진 봉우리에 올랐으니, 삼각대를 이용해 두 탑 사이에 위치를 잡고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내려가며 보니, 두 나무 기둥 사이에 매단, 여름철 낮잠 자기 좋아 보이는 평상이 있다. 눈비에 젖지만 않았으면 누워 봤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하며 불당산을 떠나, 12시 53분 우회한 정규 등산로로 다시 들어섰다. 그 사이 일행은 멀리 사라졌다.
정규 등산로로 들어서 길을 재촉해 10여 미터를 가자, 왼쪽 나무에 익숙한 안내문이 눈에 띈다. 우리의 '준·희'의 '가야지맥, 412.4m'다! 가야지맥? 초면인데, 해서 이 글을 쓰며 찾아봤다. 가야산 직전의 두리봉에서 분기해 주산에서 마감하는 지맥으로, 최근에 명명한 거 같다. 이제는 웬만한 능선은 지맥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시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우리의 날머리가 가야지맥 종점이다. 가야지맥 명패를 기록으로 남기고 길을 재촉해, 100m가량 가자, 나무 기둥에 못을 박아 만든 나무 이정표에 '미숭산 3.00km, 주산 2.95km'가 음각되어 있다. 드디어 가야 할 길이, 지금까지 온 길보다 가까운 지점을 통과했다. 그 이정표에서 다시 100여 미터를 가니,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로 직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좁은 오솔길, 오른쪽 봉우리 방향은 나무를 박아 만든 계단으로 누가 봐도 오른쪽이 정규 등산로다.
고개를 들어 정상을 바라보니, 정자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12시 58분 청금정(聽琴亭)에 도착했다. 천금정이 정자고, 거문고 소리를 드는 정자라는 뜻이라는 건 현판을 보고 알았다. 눈으로는 주변의 조망을, 귀로는 거문고 소리를, 입으로는 술 한잔 기울이는, 신선놀음하기에는 최고의 위치다. 그리고 '불귀의 길' 종점이다. 길 안내문을 보니, 불귀가 대가야는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였다. 천금정에는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중년의 한 쌍이 상을 펼쳐 놓았고, 그 아래에는 등산객이 열심히 점심을 만들고 있다.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본 후 거의 임도 수준의 등산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며 주위를 둘러보니, 왼쪽 뒤로는 불당산이, 전면에는 주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인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 오가는 관광객, 등산객이 돌을 하나씩 쌓아 만든 돌탑이 있어, 미끄러운 등산로에서 많은 도움을 준 지게 작대기를 거기에 두었다.
지게 작대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낸 돌탑에서 100여 미터를 내려가자, 보도블록 길이다. 그리고 그 길 끝은 인솔 대장이 차량이 다닌다는 임도 정상인데, 널찍한 공터로 자전거를 꼬리에 매단 차량이 주차해 있고, 오른쪽 지산임도에서 올라온 차량이 왼쪽 중화임도로 내려간다. 그걸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이걸 임도라고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지방도 아닌가? 어쨌든 여기서 '청금정 길'이 끝나고, '눈물고개 길'이 시작된다. 눈물? 해서 안내문을 읽어보니, '대가야를 그리워하는 우륵이 뜯는 가야금 소리 길'이다! 그럼, 청금정의 琴(금)이 거문고가 아니라 우륵의 가야금?!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주산 방향으로 공터를 가로지르다가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물통이 잔뜩 놓인 약수터다! 당연히 끝에 있는 약수터로 가 물맛을 보자, 왜 물통이 잔뜩 놓여 있는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약수다운 약수를 마시고, 다시 임도에 가까운 등산로로 전면의 주산을 감상하며 가다, 우연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무언가 잡히는 게 있어 꺼냈다. 김밥집에서 준 단무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김밥집에서 단무지도 안 준다고, 투덜거렸는데, 마침 단무지도 줄 건지 물어 받아온 거다. 막상 김밥 먹을 때는 깜빡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먹어 없애기로 했다. 그리고 계속 길을 가 1시 16분 청금정 주차장 사거리를 지나고, 1시 24분 아래에 운동 시설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로 내려가며 보니, 비를 피할 수 있는 쉼터가 있다. 의자만 있으면 되지 비를 피할 시설까지 만들 필요가 있나 생각하며 가니, 쉼터가 아니라 수도다! 아니, 약수는 이해하는데, 수도라니? 해서 물맛을 봤다. 약수인지는 명확하지 않은데, 수돗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청금정 주차장에 약수가 있는데 고작 1.5km 거리에 음수대를 만든 이유가 뭘까?
고령의 눈물 나는 주민 사랑에 감격하며 주산을 향해 가는데, 날이 개면서 조망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더니, 마침 무덤가 방해물이 없는 곳에서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가야지맥’이다! 파노라마로 기록을 남기고 계속 가, 1시 38분 대가야 박물관 갈림길을 지나, 150m가량 가자, 하얀 쇠기둥에 일렬로 연결된 흰 밧줄 가드가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주산이다! 사실 이번 산행에 깔딱이라 부를 만한 게 없었지만, 마지막 깔딱을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자, 앱이 정상 100m 전이라고 미리 알려주고, 50m 전에는 배지를 획득했다고 음성으로 알려줘, 늘 그랬듯이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갔다. 1시 45분 막상 정상에 도착해 보니, 봉우리라기 보다는 대다! 그리고 정상석이 없다. 해서 삼각대를 이용해 두 철판 안내문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사실상 산행은 끝나고 이제 하산주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주당 대장의 위치를 모른다. 내려가서 전화하기로 하고, 정상 갈림길에서 지산동고분군 방향으로 향했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계속 주의하라고 했던 여기다. 일반적인 등산 앱이나, 지도 앱에는 지산동고분군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없다. 이정표가 있어 다행이다. 주산은 정확히 주산성은, 등산을 위한 봉우리기보다는 관광지라, 비록 급경사지만 길 또한 등산로가 아니라 산책로 수준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저 아래 우리의 하산주가 기다리고 있을 거로 생각되는 마을이 보여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그 길을 따라 내려가, 1시 53분 고령 향교 갈림길에 도착했다. 당연히 여기서는 뒤로 돌아 아래로 내려가야 해, 고분군으로 방향을 틀어, 1시 55분경 도착했다.
상상 이상으로 많은 고분이라, 그 사이로 난 길도 마치 미로 같아 길이 없더라도, 무조건 저 아래 박물관이라 생각되는 건물을 목표로 내려갔다. 그렇게 가자, 대장과 일행이 가는 게 보여, 그곳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아, 고분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2시 6분 정규 관광로로 다시 들어서 일행을 바라보며 가다가, 건물을 돌아선 후 다시 놓쳤다. 아무래도 박물관으로 들어간 거 같아. 먼저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버스로 다가가 보니, 산악회 전세 버스가 아니다. 지금 들어오는 버스도 마찬가지다. 아니, 산악회 전세버스는 맞는데, 우리 차가 아닐 뿐이다. 해서 대장이 찾은 식당과 내가 찾은 식당이 달라, 다시 박물관 입구로 가 대장을 기다렸다가 같이 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800여 미터를 내려가 2시 23분경 식당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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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23분 대장이 찾은 '홍천 뚝배기'에 도착해 실내로 들어가자, 꽤 많은 식탁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팀의 손님만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도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얼큰 뚝배기 특대 두 개와 뚝배기 특대 두 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씻고 온 후, 냉장고에서 꺼내 온 '참'과 막걸리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 이후 오늘 산행과 목요 오지 팀 문래산행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려니, 주문한 뚝배기가 나왔다. 처음 감자탕과 뚝배기 중 뭘 주문할지 망설이다. 술보다는 밥이 원하는 두 산꾼을 위해 뭔지도 모르고 뚝배기를 주문했었다. 난 당연히 다른 세 사람은 뚝배기의 정체를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모르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막상 나온 음식을 보니, 서울에서 ‘뼈해장국’이라고 부르는 거다!
뭔지도 모르고 주문했지만, 나온 뚝배기를 보고 다들 대단히 만족스러워한다. 밥이 우선인 두 산꾼이 밥을 먹는 동안, 대장과 나는 그걸 안주로 술을 마시며, 목요 오지 팀 산행에 관해 여러 얘기를 나눴다. 먼저, 내가 매주 목요일 비나 눈이 내리는 걸 보면, 갑진년과 목요 오지 팀은 궁합이 안 좋은 거 같다고 하자, 인솔 대장이 했다는 얘기를 전해준다. '비'라는 별명을 쓰는 산꾼이 합류한 후로 거의 매주 비라는 거다. 작년에는 비를 거의 만나지 않았으니, 그건 아닌 거 같고, 유독 올해 들어 목요일 기상이 안 좋은 게 푸른 용과 궁합이 안 맞는 거다. 고로 살풀이가 답이다. 이번 주 또한 다르지 않아 산행 일인 목요일 일기 예보가 발표되면서부터 취소자가 나오기 시작해 지금은 성원을 간신히 넘겨, 두셋만 더 취소하면 산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상황이다.
이미 문래산행 계획을 보고, 코스 연구를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진정한 오지로 산행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선배 산꾼들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걸 고려하고 있었다. 해발 천이 넘는 강원도 산이라, 눈이 녹지 않았을 거고, 오지 중의 오지라 등산객은 고사하고 산꾼조차 찾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고로 그나마 인적이 드문 길도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와중에 러셀까지 하며 전진해야 하는 상황으로 주어진 시간 내 마감도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다. 그나마 다행은 우리 오지 산행 팀은 전원 참석이라 낙오하는 일은 없을 거다. 이런 얘기를 나누며, 소주 4병을 마시고, 4시 20분까지 버스로 오라는 인솔 대장의 연락에 따라, 3시 50분경 계산을 마치고 식당에서 나갔다.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까지는 10분이면 가는 거리라, 가는 길목에 있는 '대가야 종묘'에 들러 구경하고, 길목의 화장실에 들른 후 4시 11분경 버스에 도착했다. 당연히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깨어보니, 휴게소다. 어느 휴게소인지도 모르고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며 고개를 들어 건물 위를 보니, 신탄진이다. 아니, 벌써? 신탄진 휴게소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볼일을 보고 나와, 주유를 하러 간 버스를 찾아, 다른 일행과 함께 주유소 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소통에 문제가 있어 버스는 승객을 찾아, 승객은 버스를 찾아 숨바꼭질하는 상황이 발생해, 다들 짜증 나기 직전 간신히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휴게소를 떠나 버스는 중간 정차지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8시 14분 아침에 출발했던 신사역에 나를 포함 승객을 내려주고 시청으로 떠났다.
신사역 도착 전, 마누라의 위치를 확인했는데, 양재에서 멀지 않다. 고로 나보다 빨리 버스에서 내린다. 그리고 신사역에서 내려, 역으로 내려가는데, 마누라가 남부터미널역을 지났다고 문자를 보냈다. 응? 그럼, 다음에 도착하는 열차에 마누라가 타고 있다는 얘기다. 해서 어느 칸에 있는지 묻고, 그 칸으로 가 열차를 기다렸다. 그리고 도착한 열차에 타서 보니, 마누라가 앉아 있어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녹번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집으로 가다가, 콩나물국밥을 먹고 가자는 마누라의 제안으로 한 정류장 전에서 내려, 국밥집으로 들어가, 마누라는 콩나물국밥, 나는 매생이 굴국밥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 9시 30분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부부의 각자 도보여행과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코스 계획대로 '합천종합야영수련원 → 미숭산 → 미숭산성 → 천제단 → 반룡사 갈림길 → 불당산 → 청금정 → 임도 통과 → 청금정 주차장 사거리 → 반석/음수대 → 대가야 박물관 갈림길 → 주산 → 충혼탑 갈림길 → 고령 향교 갈림길 → 고령지산동고분군 → 왕릉전시관 → 버스 주차장 → 홍천 뚝배기'의 12.1km(트랭글) 코스를 3시간 36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3시간 27분, 휴식 9분!
기상청 예보대로 흐린 날씨라, 주변 경치는 전혀 볼 수 없었으나, 그 부족한 부분을 눈꽃과 상고대가 200% 이상 채운 아주 만족한 산행이다. 목요일 문래산행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겨울 마지막 상고대, 눈꽃 산행이 아닐까?
조망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까만 소가 100+에 추가했을 정도로 괜찮은 산으로 인증을 위한 1+1이 아니라, 미숭산에서 지산동고분군까지 연계하는 산행을 추천한다. 한 번은 꼭 가봐야 하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