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장하십니다 / 곽주현
달력을 한 장 넘겼다. 6월이다. 세월 참 빨리 간다. 엊그제 새해를 맞았던 것 같은데 벌써 올해의 중간까지 왔다. 친구들을 만나면 나이 드니 시간이 빛의 속도로 지나간다고 해서, 우스갯소리로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어제도 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하루 사이에 여름이 훅 다가온 것처럼 뙤약볕이 정수리를 달군다. 우선 이달에 기억해야 할 행사를 날짜 밑에 써놓는다. 사진 동호회 모임, 큰아들 생일, 병원 예약, 그리고 29일에는 글쓰기(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일상의 글쓰기’) 종강 모임이 있다.
6월 첫날부터 바빴다. 새벽 여섯 시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사진 동호회에서 고흥으로 나들이 가는 길이다. 회원이 일곱 명인데 네 명만 참석했다. 번쩍번쩍한 신형 승용차를 타고 온 분이 있어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고흥 외나로도까지 가야 한다. 두 시간쯤 걸리는 꽤 먼 거리다. 그곳에서 유자 농사하는 친구가 살고 있어 몇 번 가 봐서 길이 낯설지는 않다.
외나로도 여객선 터미널에 닿았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어선 대여섯 척이 정박해 있는 작은 항구였는데 몰라보게 변했다. 넓은 주차장과 말끔한 터미널 건물이 들어서 있어 처음 와 본 곳처럼 생소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섬에 가려고 한다. 헤엄쳐 가도 금방 닿을 것 같은데 배를 타야 갈 수 있다. 5분도 안 걸려 도착한다.
꼭 와 보고 싶었던 쑥섬이다. 정원으로 이름난 곳이다. 전남 1호 민간 정원이 되었고, 휴가철에 꼭 가 보고 섬으로 뽑혔고(2017~2020년), 한국 관광 100선(2021, 2022년)에도 선정되었다. 그런 연유로 여러 매스컴에 소개되어 더욱 알려졌다. 쑥으로 뒤덮여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눈에 띈다. 약효가 좋은 쑥이 간간이 자라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생겼다는 해설사의 설명이다. 정원이 있다는 곳으로 가는데 나무가 빽빽이 우거져서 어둑어둑하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산길이다.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곳이어서 접근하지 못하다가 400여 년 만에 뚫렸다 한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무들 사이로 하늘과 바다가 빠끔하게 열렸다 사라진다.
정원에 닿았다. 산마루에 수많은 형형색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남해의 초록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지나는 여행객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능선을 타고 내려오니 수국 화단이다. 탐스러운 꽃이 작은 바위 끼고 군락을 이뤘는데 ‘내가 꽃 중의 꽃이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역시 ‘유월은 수국의 계절’이라 말해도 누가 토 달기 어렵겠다.
잡목과 크고 작은 돌로 둘러싸인 거친 산비탈에 이런 정원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10여 년 전에 한부부(김상현(전직 교사), 고채운(약사))가 이곳을 찾아 꽃을 심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한다. 평지에서도 이런 규모의 정원을 만들려면 어려운 일인데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은 작은 섬에 꽃을 심고 가꾸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장한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또 있다. 함께 하는 문우님들에게 대단한 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업, 직장, 가정 등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이 어려운 글쓰기도 해내는 것을 보면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주마다 글을 써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두 장한 분들이다.
이렇게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교수님의 훌륭한 강의 덕분이다. 매시간 열정이 넘치는 지도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그래서 잘못하면 그렇게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글쓰기를 그만둘 수 없다. 한 번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끊지 못하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박수 받을 사람이 또 있다.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칠푼이가 되어 본다. 이 나이에 무엇을 하겠다고 밤잠 설쳐 가면서 바동대며 글을 쓰는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지만 꾸역꾸역 7학기를 계속하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그렇게 길게 배웠어도 글발이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아 자판을 덮고 싶을 때도 많지만 여기까지 온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내 삶이니까.
1학기 동안 우리 모두 수고 많이 했습니다. 여러분, 장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