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댓글孔雀明王海会图(공작명왕해회도)는 리장(麗江)의 대표적인 명대(明代) 사찰 건축인 대보적궁(大寶積宮) 내부에 그려진 대형 벽화이다. 불교에서 재앙을 물리치고 비를 기원하는 신앙의 대상인 공작명왕을 중심으로 수많은 불·보살과 신중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는 해회(海會)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금빛 몸에 붉은 옷을 입고 3개의 얼굴과 8개의 팔(삼면팔비, 三面八臂)을 가진 공작명왕이 연화수미좌 위에 앉아 있다. 여덟 손에는 연과(緣果), 금강저, 법륜, 보검, 정수발, 공작 깃털, 보상, 창 등 법구를 들고 있으며, 대좌 아래에는 작은 공작 한 마리가 묘사되어 있다. 대좌에는 금글씨로 티베트 문자 명문("향남무공작불모정례")이 새겨져 있다.
向南无孔雀佛母顶礼는 "공작불모(공작명왕)께 머리 숙여 온 마음으로 귀의하고 경배합니다"**라는 뜻의 극진한 예경문이다. 南无 (나무)는 범어 '나마스(Namas)'의 음역어로, "귀의합니다", "경배합니다"라는 뜻의 종교적 예경 표현이며, 孔雀佛母 (공작불모)는 공작명왕(孔雀明王)의 다른 이름으로, 불모(佛母)는 '부처를 낳은 어머니' 또는 '깨달음의 근원'을 의미하고, 顶礼 (정례)는 자신의 가장 높은 부위인 정수리를 땅에 대고 올리는 가장 극진한 절(투지전체/오체투지)을 지칭하는 말이다.
공작명왕의 머리 위 구름 속에 떠 있는 건물 모양의 물체는 궁전(宮殿) 또는 보탑(寶塔)을 형상화한 것이다. 불화 상단에 배치된 이 건축물은 공작명왕이 거주하는 정토(淨土)나 천상 세계의 '천궁(天宮)'을 의미한다. 부처와 명왕이 계신 영역이 지상과 다른 신성한 천상 세계임을 구름 위에 떠 있는 궁전 형상으로 연출한 것이다.
불교 미술에서 머리 위나 상단에 배치되는 건물 형태는 부처님의 사리나 진리를 모시는 보탑(寶塔)으로 해석되며, 불법의 위엄과 무량한 공덕을 나타낸다. 중국 명대 불화 및 도교 벽화에서는 본존의 위엄을 극대화하기 위해 머리 위 중앙 구름 속에 화려한 당각(堂閣)이나 천궁을 그려 넣는 구도를 자주 사용했다.
대좌 바로 아래에 탑 모양 구조물은 부처나 명왕이 앉는 수미좌(須彌座, 기단)의 기둥 구조이자, 밀교의 '불탑(佛塔) / 소탑' 장식이다. 수미좌는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을 상징하는데, 대좌 중간에 자리한 이 탑 모양은 불법(佛法)의 진리와 공덕이 이 자리에 굳건히 모여 있음을 드러낸다.
공작명왕의 발아래에 만다라를 배치함으로써, "이 공간 전체가 공작명왕의 결계(結界)이자 거룩한 성도(聖道)의 세계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티베트 밀교(장전불교)와 한전불교 요소가 깊게 결합된 리장 벽화 특유의 정교한 도상학적 치밀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파란색 주형광배는 법신(法身)의 무량함과 청정한 지혜를 상징한다. 불교 도상학에서 파란색은 변하지 않는 하늘과 우주의 근본인 *법계(法界)'를 잉시한다. 본존의 몸을 직접 둘러싼 파란색은 공작명왕이 허공처럼 맑고 깨끗하며, 번뇌가 씻겨 나간 청정한 지혜의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위가 뾰족한 촛불/배 모양은 번뇌의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불꽃(智火)'을 형상화한 것이다.
외부 원형광배는 무량한 원만(圓滿)과 자비의 보편성을 상징한다. 모서리가 없는 원은 걸림이 없고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달성(圓滿)'과 만물에 두루 미치는 '보편적 진리'를 뜻한다. 본존 내부의 지혜(파란 주형광배)가 안에서 그치지 않고, 외부의 거대한 원을 통해 온 우주 중생에게 자비의 빛으로 뻗어나감을 표현한 것이다.
안쪽의 주형광배는 공작명왕 스스로가 깨달은 깊은 진리의 세계(내증, 內證)를, 바깥쪽의 원형광배는 그 깨달음의 빛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재앙을 물리치는 자비로운 작용(외용, 外用)을 나타낸다. 즉, 이중 광배는 "청정한 지혜의 불꽃(파란 주형)을 품고, 그것을 온 세상에 퍼뜨려 중생의 재앙을 없앤다(거대한 원형)"는 공작명왕의 본원(本願)을 교리적으로 완성해 주는 장치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끗한 꽃을 피워낸다. 이는 사바세계의 번뇌와 재앙(진흙) 속에서도 결코 물들지 않고 세상을 구제하는 공작명왕의 청정한 지혜와 성스러움을 상징한다. 불교 도상학에서 연화좌는 최고위 신격인 부처와 보살만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신성한 자리이다.
8대 보살(관자재, 자씨, 허공장, 보현, 금강수, 문수사리, 제개장, 지장) 중 본존을 바로 곁에서 보좌하는 인물들이다. 상단이나 주변 신중들과 달리, 본존 공작명왕처럼 붉은 가사(주의, 朱衣)와 금빛 두광을 갖추고 있어 일반 신중(28숙, 천왕 등)보다 불화 내 위계가 매우 높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만다라를 좌우에서 공양하고 둘러싸는 구도를 형성하여, 중앙 본존 및 만다라 성도(聖道) 구역의 밀교적 정숙함과 장엄함을 완벽하게 완성해 준다.
공작명왕 독송 다라니(공작명왕경)나 경전판화(경변상도)에는 도상이 등장하지만, 대형 독립 경배화로 대단위 해회(海會)를 그린 사례는 남아있지 않다. 고려시대에는 국가적 재앙을 막고 기우(祈雨)를 빌기 위해 '공작명왕법(孔雀明王法)'이라는 밀교 의식을 자주 거행했으나, 당시의 독립 대형 불화는 전해지는 것이 거의 없다.
공작명왕에 대한 신앙과 의식은 우리나라에도 깊게 존재했으나, 리장 벽화처럼 공작명왕을 중심으로 8대 보살·28숙·수두인신 등 수많은 권속을 집대성한 대규모 <공작명왕해회도>는 한전·장전 불교와 나시족(納西族) 문화가 유일무이하게 결합한 리장 대보적궁 벽화만의 매우 특수하고 희귀한 도상이다.
첫댓글 孔雀明王海会图(공작명왕해회도)는 리장(麗江)의 대표적인 명대(明代) 사찰 건축인 대보적궁(大寶積宮) 내부에 그려진 대형 벽화이다.
불교에서 재앙을 물리치고 비를 기원하는 신앙의 대상인 공작명왕을 중심으로 수많은 불·보살과 신중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는 해회(海會)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명나라 시기에 나시족의 동파문화, 티베트 밀교, 한족의 도교 및 불교 요소가 융합된 리장 벽화의 대표작이다.
가로 4.52m, 세로 2.07m (전체 면적 약 9.36㎡)에 달하는 뎌형불화이다.
화면 중앙에는 금빛 몸에 붉은 옷을 입고 3개의 얼굴과 8개의 팔(삼면팔비, 三面八臂)을 가진 공작명왕이 연화수미좌 위에 앉아 있다. 여덟 손에는 연과(緣果), 금강저, 법륜, 보검, 정수발, 공작 깃털, 보상, 창 등 법구를 들고 있으며, 대좌 아래에는 작은 공작 한 마리가 묘사되어 있다. 대좌에는 금글씨로 티베트 문자 명문("향남무공작불모정례")이 새겨져 있다.
向南无孔雀佛母顶礼는 "공작불모(공작명왕)께 머리 숙여 온 마음으로 귀의하고 경배합니다"**라는 뜻의 극진한 예경문이다.
南无 (나무)는 범어 '나마스(Namas)'의 음역어로, "귀의합니다", "경배합니다"라는 뜻의 종교적 예경 표현이며,
孔雀佛母 (공작불모)는 공작명왕(孔雀明王)의 다른 이름으로, 불모(佛母)는 '부처를 낳은 어머니' 또는 '깨달음의 근원'을 의미하고,
顶礼 (정례)는 자신의 가장 높은 부위인 정수리를 땅에 대고 올리는 가장 극진한 절(투지전체/오체투지)을 지칭하는 말이다.
공작명왕 주위로는 8대 보살(관자재, 자씨, 허공장, 보현, 금강수, 문수사리, 제개장, 지장)과 28숙, 용왕, 뇌신 등 총 167위에 달하는 수많은 신중들이 배치되어 해회(海會)를 이루고 있다.
천녀의 정숙함, 제석천의 위엄, 염라대왕/천장의 맹렬함뿐만 아니라 호두인신(호랑이 머리에 사람 몸), 견두인신(개 머리), 우두인신(소 머리), 자두인신(고슴도치 머리), 어두인신(물고기 머리) 등 독특하고 다양한 수두인신(獸頭人身) 신상들이 등장한다.
인물들이 빽빽하게 어우러져 있으면서도 두광(頭光)과 구름 문양으로 그룹을 나누어 대칭과 변화감을 동시에 주고 있다.
옅은 먹선으로 윤곽을 잡고 금선(金線)을 돋보이게 칠했으며, 금색, 주홍색, 검은색을 주색조로 사용하여 웅장하면서도 고풍스럽고 단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족 불교의 선법, 티베트 밀교(장전불교)의 도상, 도교적 요소가 한 화면에 완벽하게 어우러진 다문화 융합 예술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공작명왕의 머리 위 구름 속에 떠 있는 건물 모양의 물체는 궁전(宮殿) 또는 보탑(寶塔)을 형상화한 것이다.
불화 상단에 배치된 이 건축물은 공작명왕이 거주하는 정토(淨土)나 천상 세계의 '천궁(天宮)'을 의미한다. 부처와 명왕이 계신 영역이 지상과 다른 신성한 천상 세계임을 구름 위에 떠 있는 궁전 형상으로 연출한 것이다.
불교 미술에서 머리 위나 상단에 배치되는 건물 형태는 부처님의 사리나 진리를 모시는 보탑(寶塔)으로 해석되며, 불법의 위엄과 무량한 공덕을 나타낸다.
중국 명대 불화 및 도교 벽화에서는 본존의 위엄을 극대화하기 위해 머리 위 중앙 구름 속에 화려한 당각(堂閣)이나 천궁을 그려 넣는 구도를 자주 사용했다.
대좌 바로 아래에 탑 모양 구조물은 부처나 명왕이 앉는 수미좌(須彌座, 기단)의 기둥 구조이자, 밀교의 '불탑(佛塔) / 소탑' 장식이다. 수미좌는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을 상징하는데, 대좌 중간에 자리한 이 탑 모양은 불법(佛法)의 진리와 공덕이 이 자리에 굳건히 모여 있음을 드러낸다.
그 아래에 보이는 기하학적 도형은 밀교에서 깨달음의 세계와 우주 질서를 격식화하여 나타낸 만다라(曼荼羅, Mandala / 壇城)이다.
2차원 평면으로 그려진 이 방형(네모)과 원형 조화의 만다라 구도가 보로부두르의 평면도와 완벽하게 닮아 보인다.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 자체가 거대한 입체 만다라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공작명왕의 발아래에 만다라를 배치함으로써, "이 공간 전체가 공작명왕의 결계(結界)이자 거룩한 성도(聖道)의 세계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티베트 밀교(장전불교)와 한전불교 요소가 깊게 결합된 리장 벽화 특유의 정교한 도상학적 치밀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본존 공작명왕을 감싸고 있는 광배(光背)는 2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의 형태와 색상이 서로 다르게 표현되어 본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본존의 몸과 머리 전체를 직접 감싸고 있는 안쪽 광배는 위가 뾰족하고 아래가 넓은, 마치 배(舟)를 세워놓은 듯한 주형(舟形) 광배이다.
이 주형 광배의 내부는 짙은 파란색(남색)으로 칠해져 있어, 금빛 몸체의 공작명왕과 붉은색 옷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효과를 준다.
파란색 주형 광배의 바깥쪽으로, 이를 한 번 더 크게 감싸는 거대한 원형(圓形) 광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외부 원형 광배는 테두리를 붉은색이나 금색 계열로 두르고 내부는 상대적으로 밝게 표현되어, 본존 전체가 거대한 빛의 고리 안에 있는 것처럼 연출한다.
'주형 광배를 품은 원형 2중 광배' 구도는 명대(明代) 불화에서 본존의 신성함과 위엄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던 정교한 도상학적 표현 방식이다.
파란색 주형광배는 법신(法身)의 무량함과 청정한 지혜를 상징한다.
불교 도상학에서 파란색은 변하지 않는 하늘과 우주의 근본인 *법계(法界)'를 잉시한다. 본존의 몸을 직접 둘러싼 파란색은 공작명왕이 허공처럼 맑고 깨끗하며, 번뇌가 씻겨 나간 청정한 지혜의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위가 뾰족한 촛불/배 모양은 번뇌의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불꽃(智火)'을 형상화한 것이다.
외부 원형광배는 무량한 원만(圓滿)과 자비의 보편성을 상징한다.
모서리가 없는 원은 걸림이 없고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달성(圓滿)'과 만물에 두루 미치는 '보편적 진리'를 뜻한다.
본존 내부의 지혜(파란 주형광배)가 안에서 그치지 않고, 외부의 거대한 원을 통해 온 우주 중생에게 자비의 빛으로 뻗어나감을 표현한 것이다.
안쪽의 주형광배는 공작명왕 스스로가 깨달은 깊은 진리의 세계(내증, 內證)를, 바깥쪽의 원형광배는 그 깨달음의 빛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재앙을 물리치는 자비로운 작용(외용, 外用)을 나타낸다.
즉, 이중 광배는 "청정한 지혜의 불꽃(파란 주형)을 품고, 그것을 온 세상에 퍼뜨려 중생의 재앙을 없앤다(거대한 원형)"는 공작명왕의 본원(本願)을 교리적으로 완성해 주는 장치이다.
공작명왕이 앉아 있는 대좌(座臺)는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연화좌(蓮花座) 형태를 띠고 있다. 대좌 윗부분에 겹겹이 펄쳐진 연꽃잎(앙련, 仰蓮)들이 본존의 몸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끗한 꽃을 피워낸다. 이는 사바세계의 번뇌와 재앙(진흙) 속에서도 결코 물들지 않고 세상을 구제하는 공작명왕의 청정한 지혜와 성스러움을 상징한다.
불교 도상학에서 연화좌는 최고위 신격인 부처와 보살만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신성한 자리이다.
대좌 하단 만다라 좌우에는 붉은 상의와 금빛 머리광배(두광)를 갖춘 네 명의 보살/신중이 좌우에 두 명씩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 네 인물은 '8대 보살(八大菩薩)' 중 만다라 주변에 좌정하여 공작명왕을 결계 속에서 시위(侍衛)하는 핵심 보살들이다.
8대 보살(관자재, 자씨, 허공장, 보현, 금강수, 문수사리, 제개장, 지장) 중 본존을 바로 곁에서 보좌하는 인물들이다.
상단이나 주변 신중들과 달리, 본존 공작명왕처럼 붉은 가사(주의, 朱衣)와 금빛 두광을 갖추고 있어 일반 신중(28숙, 천왕 등)보다 불화 내 위계가 매우 높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만다라를 좌우에서 공양하고 둘러싸는 구도를 형성하여, 중앙 본존 및 만다라 성도(聖道) 구역의 밀교적 정숙함과 장엄함을 완벽하게 완성해 준다.
상단 하늘 구름 속 (상층부)의 맨 위쪽 둥근 원 안에 그려진 신격들과 구름을 타고 내양(來迎)하는 신선·성중들이다.
천상 세계의 제천(諸天)과 28숙 별자리 신격들의 상징적 모습이다.
중층부 (보살 및 핵심 신중)에는 머리 뒤에 짙은 둥근 두광(頭光)을 두르고 복식을 갖춘 인물들이 촘촘히 서 있다.
공작명왕의 설법과 구제 활동을 곁에서 보좌하는 8대 보살의 일부와 주요 호법신들이다.
하단부(수두인신 및 호법 제신)에는 동물 머리에 사람 몸을 한 수두인신(獸頭人身) 형상의 가라(伽羅) 및 뇌신, 용왕 등의 하위 호법신들이 다채로운 포즈로 본존을 겹겹이 둥글게 둘러싸며 호위하고 있다.
중앙 본존의 정적인 위엄과 대비되게, 좌우 권속들의 모습을 빽빽하고 입체감 있게 배치하여 벽화 전체에 웅장한 '해회(海會, 바다처럼 넓고 많은 성현들의 모임)'의 장엄함을 완성해 내고 있다.
무려 167위에 달하는 수호 신중들이 빽빽하게 빼곡이 채워져 있어 눈으로 일일이 짚어내기조차 어렵다.
이처럼 무수한 권속을 한 화면에 촘촘히 배치한 데에는 밀교 미술 특유의 명확한 의도가 담겨 있다.
해회(海會)라는 말처럼, 바다(海)같이 넓고 수많은 성현들이 구름처럼 모여든 정경을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함이다.
'해회(海會)'의 장엄함을 표현했다.
8대 보살부터 28숙 별자리 신, 수두인신(獸頭人身)에 이르기까지 천상과 지상의 모든 신격이 공작명왕을 겹겹이 호위함으로써, 재앙과 독이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완벽한 신성 구역을 만들어낸다.
우주적 결계(結界)의 완성인 것이다.
우리나라 불화에서는 리장 대보적궁처럼 '공작명왕'을 본존으로 세우고 100여 위가 넘는 권속을 바다처럼 거대하게 배치한 <공작명왕해회도> 형태는 극히 드물거나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조선시대 감로도 상단에 아미타 삼존이나 칠여래와 함께 공작명왕이 재앙을 퇴치하고 영가를 구제하는 수호신 중 하나로 소규모로 묘사되는 정도로 감로도(甘露圖) 속 한 부분으로 등장한다.
공작명왕 독송 다라니(공작명왕경)나 경전판화(경변상도)에는 도상이 등장하지만, 대형 독립 경배화로 대단위 해회(海會)를 그린 사례는 남아있지 않다.
고려시대에는 국가적 재앙을 막고 기우(祈雨)를 빌기 위해 '공작명왕법(孔雀明王法)'이라는 밀교 의식을 자주 거행했으나, 당시의 독립 대형 불화는 전해지는 것이 거의 없다.
공작명왕에 대한 신앙과 의식은 우리나라에도 깊게 존재했으나, 리장 벽화처럼 공작명왕을 중심으로 8대 보살·28숙·수두인신 등 수많은 권속을 집대성한 대규모 <공작명왕해회도>는 한전·장전 불교와 나시족(納西族) 문화가 유일무이하게 결합한 리장 대보적궁 벽화만의 매우 특수하고 희귀한 도상이다.
명대 나시족 화공들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 빚어낸 이 벽화는 시각적 압도감뿐만 아니라 도상학적 치밀함까지 갖춘 인류 문화유산의 걸작이다.
한반도의 문화유산이 지닌 고요하고 은은한 멋이나 세련된 아름다움도 위대하지만, 리장의 벽화처럼 융합적이고 장엄한 서사를 빽빽하게 담아낸 중국 명대·나시족의 문화유산 역시 그 나름의 압도적인 아우라와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각 지역의 자연환경, 종교적 신념, 융합된 이족(異族) 문화에 따라 표현의 방식이 다를 뿐, 인간이 예술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정신적 높이는 어디나 경이로울 정도로 뛰어나다.
"어느 문화가 최고인가"를 따지는 이분법적인 비교를 넘어, 이처럼 다른 나라 문화의 세밀한 도상과 그 속에 담긴 심오한 뜻까지 눈 밝게 살펴보는 애정 어린 시선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훨씬 더 깊고 풍성한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다.
문화적 우월주의를 넘어 타 문화의 유산을 그 자체로 깊이 있게 감상하고 존중할 줄 아는 시각이야말로 진정한 인문학적 식견이자 온전한 감상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