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일어난 새벽 다시 생각해 보니 오늘은 임시 공휴일이라 투표하고 쉬는 날.
그리고 동창생들의 산행모임이 있는 날.
책을 보다가 TV를 보다가 가방을 메고 투표장소로 향했는데, 모두의 스케줄이 포인트에 맞춰져 있는지...다들 투표소로 향하고 있었다.
투표하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 잠깐 사이에 너무 길게 늘어선 투표자의 표정에서 한국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내려 오는 길가 상가에서 즐겨먹는 바게뜨 빵을 찾으니 옥수수식빵 밖에 없다고 금방구운 것이라 해서 하나 사서 가방에 넣고, 버스 타고 지하철타고 끝에서 끝까지 간다.
2. 지하철.
집에서 가는 시간이 너무 짱짱한지라 로마인 이야기에 푹 파묻혀서 29살의 명장 한니발의 코끼리를 끌고 알프스를 2200년 전에 넘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하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왠 음악소리.
머리는 노랗게 물들인 젊은이가 카세트를 틀어놓고 승객들에게 음악감상을 시킨다.
흘러간 팝송 명곡을 모아서 음악 해설과 곁들여 체인징 파트너에서 러브스토리 까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나도 책을 덮고 바라보니 언제 화상을 입었는지 한쪽 귀는 흉하게 타서 없고 얼굴은 곳곳이 찌그러져 달라 붇었지만, 검은 썬그래스를 걸친 자신에 찬 몸짓으로 CD 전집을 권하는 용기있는 사나이 였다.
3. 만남.
난 사실 경화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래서 아침에 출발하면서 흥식에게 전화를 했더니 흥식이네 어부인이 전화를 받는다.
어제 떡(?)이 되도록 퍼마신 모양으로 아직 비몽사몽이라 일어나지 못했단다.
일어나면 연락 주십시 부탁을 하고 출발은 했는데,
1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용흔이를 만나고, 병덕이와 경화도 만나고...
조금 기다리면서 미숙이와 용호가 왔는데, 미숙이는 어데 파티하러 가나(?) 신발이 영 산행할 것 같은 차림새가 아니다.
4. 등산.
일상에서 일어난 이야기 하며 오랫만에 만나서 궁금하게 느꼈던 것들과, 까페 이야기 등등 하면서 산길로 들어서니 오랜 가뭄 속에 마를 대로 마른 흙먼지가 한 줄기 바람에도 쏴아 하고 일어난다.
이마에 땀이 베어나올 무렵 작은 약수터에서 한모금 으로 목을 축이고,
얼마를 걸었을까 약간 뒤쳐져 있던 선수(?)들이 쉬어가잔다.
그리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약간의 간식과 과일을 먹고 나니 미숙이는 나는 못가네를 선언.
나머지 일행은 그럼 여기를 베이스 캠프로 삼자고 일어서는데, 아무래도 용흔이와 용호가 미모의 미숙이를 놔두고 간다면 아마도 납치되지 않을 까 하는 걱정에.....
제2 지점을 지날 무렵에는 용호와 용흔이가 본부로 발길을 돌려 버린다.
용감한 병덕이 경화를 리드하며 구불구불한 산길을 가파른 깔막에도 잘도 간다.
아마도 평소 인라인 스케이트를 매일 2시간씩하면서 다져진 체력이 넓고 깊은 마음에 녹아서 기사도 정신이 발휘되나 보군.
갑자기 다가선 급 경사로 이 마지막 험난한 코스를 넘어보지 않은 사람은 수락산의 향기를 알지 못하리라.
가뿐 숨을 몰아 쉬면서 다가간 깔딱고개.
여기는 능선.
어렵게 이고지고 왔겠지만, 얼음과자를 파는 아줌씨의 밝은 표정에서 먹지 않아도 시원함이 느껴 진다.
여기는 삼거리 선택의 길이 갈라지는 곳.
한동안의 휴식에 병덕이의 가방에서 정성들여 씻어온 오이가 먹음직 스럽게 나온다.
자칭 기러기 아빠라지만, 그 섬세한 마음 씀씀이가 혼자 살아도 될(?) 만한 합격.
우리는 우측 능선으로 간다.
5. 바위산 그리고 생명줄.
바위를 기대고 선 소나무 등걸에는 수 많은 인간의 생명줄이 되어준 흔적으로 반질거리는 역사가 숨쉬고, 에전에 있던 쇠기둥과 마닐라 로프는 모두 철거되고 새로 만든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직 녹도 슬지 않은 와이어 로프가 2시의 태양아래 하얗게 빛을 발한다.
얼마나 암벽을 올랐을까?
경화의 하산제의가 오고 보디가드의 충혼을 발휘하는 병덕이가 함께 발길을 돌린다.
수락산의 묘미는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그래 기초로 스트레칭한번 하고 친업하는 마음으로 한번 올라가 보는 거야.
파이프를 박았을 그 분들의 땀 방울을 생각하면서 기어 오른 바위산의 형상에 한 곳 올라서니 눈이 시원하다.
바위를 감고 선 것이 소나무인지, 아니면 나무를 돌아서 바윗돌이 피해간 것인지.
인생사 얽히고 설킨 것이 삶이라 한다지만, 과연 만수산은 아닐 지라도 드렁칡처럼 부디끼며 살아가리라.
자연에서 겸허하게 살아가는 순수를배우고 희생과 양보를 배우고...
손가락 바위.
그게 가운데 손가락이어든 집게 손가락이어든 해석은 필요치 않으리라.
그냥 그곳에 그렇게 있는 것으로 족하리라.
마지막 코스로 들어서니 사방이 탁트인다.
........
칙....여기는 정상.....칙...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올라 갈 곳이 없다.
6. 하산.
달이 차면 기우는 법.
산은 올라가기 위해서 존재하고 나는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고로 그 다음은 내려가는 길만 남았구려.
시간은 절약하기 위해서 레펠을 한다.
앞을 향해서 돌격앞으로.
내려선 길에 많은 사람들에 둘러 싸인 거리의 가수가 열창을 한다.
~ 꽃보다 아름다운 너.
내맘에 쏙 드는 너 ~ 오빠라 볼러 주던 너를 님이라 부르고 싶어 ~
굵직한 턱수염의 남자가 한 곡 뽑으면
평퍼짐한 이웃 아낙네가 한 곡을 넘겨 받는다.
열렬한 박수 속에.......
왁자하게 장판처럼 벌여진 마당에는 흥에 겨워 마치 축제의 한마당으로 어우러져 논다.
그래 인생이 별거드냐 민초들의 가난한 삶에서도 작은 행복이 양념처럼 배어서 그렇게 어우러져 살면서 한평생이 가는 것을....
얼마나 내려왔을까.
계곡에는 제법 봄물이 흐르고 가족끼리 나온 팀들은 물가에 앉아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젊은 아버지는 아이들의 성화에 패트병을 들고 겨우내 숨어 살던 작은 피라미를 잡으러 다닌다.
그 사람이 저 피래미가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을 줬다고, 그저 장난 삼아 몇 마리 잡는 것이련마는 그 계곡에는 장난 삼아 던진 돌에 맞아 죽은 개구리 처럼 피라미가 씨가 마를 날이 올 것이다.
말로만 하는 자연보호가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두어 주는 자연 보호를 교육만으로는 다 이루지 못함을 아쉬워 하면서 발길을 돌린다.
7. 재회 그리고 회포로 이어지는 뒷 풀이.
산은 다 내려왔는데, 있겠다고 한 그 자리엔 서성이던 발자욱만 남아있다고 바람이 전하여 준다.
어디로 갔을까?
전화를 한다. 갑자기 전화가 고장이다.
그래 인생의 길목에서 이렇게 손발이 맞지 않아서 엊갈린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들이 있겠지.
어렵게 만난 자리 이미 술자리는 진행중이었다.
늦게 참석한 공현이의 반가운 표정에서 참으로 오랫만이시......
주고 받는 쇠주잔을 동선을 그리면서 시간의 흐름에 훨씬 시간이 지나 굶주린 식사로 허기를 달래면서 정리 안되고 질서 없는 ㄱㄴㄷ ㄹ ㅁ ㅂ ㅅ 허공을 헤멘다.
미모의 아짐씨 연신 들이키는 술잔에 술한잔에 시한 수라 했거는 상당히 걱정스럽소.
8. 대화.
동창들의 모임은 그리움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그 수많은 행사를 치뤄내도 뒤끝에 기억이 남는 일이 없다면 반쪽 짜리 행사가 되리라는 우려아닌 우려를 하고,
앞으로 더 좋은 만남과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모든이 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산행이나 고궁 같은 산책도 고려해 봄직 하리라는 의견에 귀 귀울이면서 서서히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감춰 주려고 어둠이 내려왔다.
아직 미완의 모임을 가슴에 흠뻑 젖는 만족함을 남겨 주는 기획의도로 고생하는 주최자나 참석하는 많은 사람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 라면 좀더 깊은 배려가 필요하리라는 의미의 마지막 잔으로 결론내리고.
9. 가수 선발은 언제야?
너무 일찍 끝남을 아쉬움 속에 감추기에는 섭했던 모냥으로 우리 모두는 공범이 되었다.
가자 노래방으로.
난 모노라서 옛 노래 몇곡 밖엔 모른다.
그것도 가사를 외워서 부르라면 끝까지 아는 노래가 과연 몇개나 될까?
갑자기 노래방에 환해졌다.
초청하지도 않은 가수가 방송사고를 쳤나봐?????????
흔드는 율동과 더 이상 악보에는 표시 되지도 않는 영역까지 않는 한 없이 올라간 옥타브.
그대 이름은 ?
여기에 질세라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우러지는 노래방은 금새 환희 축제가 울려 퍼지는 오페라 하우스가 된다.
사그라 지는 불꽃처럼 이젠 가슴엔 다 타고 남은 사리를 안고 마무리로 합창을 한다.
에전엔 이런 무대에서는 꼭 선구자를 불렀는데, 이런 것도 세월따라 유행이 바뀌나 보다.
인사를 나누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한사람씩 떠나가는 걸 보면서 다시 한니발의 작전에 몰입을 하다.
봄날.
하루해는 길고 추억은 영원하리라 생각하면서 다음엔 더 좋은 만남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 누군가가 아닌 너와 내가 이런 모임을 이끌고 가야 하리라.
첫댓글 오랜만에 오셨네요. 길진님은 인생을 행복하게 사시는것 같습니다.
글을 서정적으로 쓰시네요..멋지십니다,,,저 또한 님처럼 여유를 갖고 살아야 하는데....부러울 따름이네요
여유는 여건에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것 같습니다......참 넉넉하게 인생을 사시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