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남천의 봄 풍경이 기억 속에 가물 거린다. 직장을 다닐때는 매일 같이 만나던 풍경이지만 이제 근처에 갈일 조차 없어졌으니 일부러 가지 않은 이상 남천의 봄 풍경은 내 기억 저편에만 남아 있다.
이른 아침 봄 기운이 일으켜 세운 물안개 사이로 백로는 시린 발을 바꾸어 가며 막이 활동에 여념이 없고 북녘으로 가지 못한 물오리는 한가로이 유영을 한다.
수양버들 왕버들 곳곳에 뿌리를 내려 봄 마다 푸른 가지를 만들어 내고 새들이 쉬어갈 곳이 되어 주기도 한다.
岸柳迎人舞(안류영인무) 강기슭의 버드나무 사람 반겨 춤을 추고 林鶯和客吟(림앵화객음) 숲 속 꾀꼬리는 나그네 따라 노래 부르네. 雨晴山活態(우청산활태) 비 개이니 산의 모습 활기차고 風暖草生心(풍난초생심) 바람 따스하니 풀잎 돋아나네. 景入詩中畵(경입시중화) 아름다운 풍경은 시 속에 그림이요, 泉鳴譜外琴(천명보외금) 개울물은 악보 없는 거문고 가락일세. 路長行不盡(노장행불진) 길은 멀어 가도 가도 끝이 없고 西日破遙岑(서일파요잠) 지는 해는 저만치서 산마루에 부서지네. - 途中 / 李睟光 -
한가지 색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 듯이 남천을 만들어 내는 색은 각양각색 이다.
맑은 물에 적당한 모래톱과 자갈 그리고 고기가 숨어 들 수 있는 바위와 돌 그외 다양한 수생 식물이 자라고 냇버들 이며 능수버들은 다양한 곤충과 새들을 불러 들이는 자연 그대로의 남천이 사랑받는 남천의 모습일 것이다
봄이라 그러겠지만 남천의 둔치 곳곳에는 씨가 떠내려와 뿌리흘 내린 유채꽃이 노오랗게 피어나 벌나비를 부르고 이름모를 야생화에게도 봄빛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모양이다.
남천 사철 쉼없이 흘러 내리는 냇물은 수량이 풍부하여 마름이 없고 흐르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는 수원지의 산이 바로가면 불모산 이고 왼쪽으로 가면 대암산 오른 쪽으로 가면 장복산이다.
한때는 공단의 산업 오 폐수로 물고기 한마리 수생 식물 한포기 자랄 수 없는 강 이었지만 환경에 대한 생각들이 양명해 지고 의식이 깨어나면서 공단의 오 폐수를 별도의 관을 묻어 하수 처리장으로 돌리고 나니 남천은 제 모습을 찾아 가고 사라진 물고기 돌아 오고 수생 식물이 자리 잡아 간다.
악취로 코를 막아야 했고 썩은 물에 기형의 물고기가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남천의 옛모습을 지우고 이제 강태공은 낚시를 드리우고 철새들의 먹이 활동에 더하여 수달 가족까지 이주를 해 와 생기 넘치는 강이 되었단다
남천변에는 북쪽 왕복 2차선 도로 양 옆으로 가꾸어진 가로수 길이 참 아름다운 거리다.
새순이 나기도 전엔 하이얀 벚꽃이 남천변을 수놓고 벚꽃이 지고 나면 뾰족뾰족 내미는 연두빛 새순의 메타세콰이어 그리고 순백의 눈꽃을 입혀 놓은 듯 하이얀 이팝꽃...이 것이 남천의 모습이다
지난 겨울 된서리에 붉은듯 갈색빛으로 나뭇잎 물들이더니 북풍 한설 모진 겨울 바람에 그 마른잎마져 다 떨구었는데 앙상한 가지 갈색빛 메타세콰이어도 어느새 연두빛 봄옷으로 갈아 입었다
연두빛 녹음이 드리운 가로수 길 두터운 나무그늘 아래로 좁아 보이는 길은 끝이 없이 아스라히 멀어 보인다. 최근에는 메타 세콰이어 가로수 아래로 자전거 길을 만들어 놓아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아 졌고 점심 시간이면 잠시 운동 삼아 길을 걷는 회사원들로 붐비기도 하는 곳이다.
지금이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바깥쪽 강변으로는 이팝꽃이 흐드러지기 피었을 것이다.
엘지 1공장과 위아가 있는 남천변에 제일 동포가 모국 방문 기념으러 심었다는 이팝나무가 제법 가지를 벌리고 굵기를 더해 꽃이 피는 요즘이면 실로 장관 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라는 말이 있다. 막상 직장을 다닐때 매일 접하는 남천의 가치를 몰랐지만 한걸음 물러나 있으니 생각이 꼬리를 물고 그리움이 더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