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 신춘 탐매
입춘을 이틀 앞둔 이월 초순 금요일이다. 어제 오후 신중년 대상 스마트폰 활용 교육장으로 나가니 강사로 나온 분이 직접 쓴 입춘첩을 건네주어 받아왔다. 시청에서 퇴직해 소일거리를 찾다가 4년째 서실로 나가 붓을 잡는다고 했다. 연수 중 휴식 시간 파룬궁으로 몸을 풀게 해준 여성 수강생도 있었다. 허약하던 건강을 퇴직 앞두고 파룬궁 수련으로 되찾아 활기차게 보낸다고 했다.
대한 이후 뒤늦게 닥친 동장군이 물러가자 흐리고 비가 잦은 편이다. 웃비는 그쳐 하늘이 흐린 금요일은 가끔 산책 동선을 함께 하는 문우들과 동행하기로 한 날이다. 이웃 아파트에 사는 지기 차에 동승해 팔룡동으로 가서 두 문우가 합류하니 넷이었다. 사전에 물색해둔 세 곳 – 당항포 둘레길, 창녕읍 고분 유적지, 김해 용당나루 매화공원 - 가운데 한 군데를 정해 떠나기로 했다.
넷은 창원역 앞에서 물망에 오른 행선지 가운데 김해 상동의 용당나루 탐매에 의기투합했다. 나는 뒷좌석에 앉았지만 길 안내 음성 장치 도움을 받지 않고 운전자 내비게이션 역에 충실했다. 일행이 탄 차는 굴현고개에서 북면으로 달려 마금산 온천장 앞으로 갔다. 본포 강변으로 뚫은 국가지원 60번 지방도를 따라 수산교에서 모산을 거쳐 북부 팽나무 마을에서 유등으로 내려갔다.
유등 강둑 정자 곁에 차를 세우고 준비한 간식을 들며 한담이 오갔다. 한 달 한 차례 나서는 걸음이 새해 첫 달은 서로 틈을 맞추지 못해 미룬 일정이라, 이월은 이월대로 날짜를 새로 정하기로 했다. 전망이 탁 트인 강둑에서 유장하게 흐르는 물길과 드넓은 둔치 풍광에 마음의 정화와 함께 안정이 왔다. 직선으로 곧게 뻗는 둑길을 지나 한림에서 학산을 거쳐 여차고개를 넘었다.
우리가 가는 첫 행선지 용당나루는 김해 시내에서도 외져 접근성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는 벽지로 지정될 정도다. 고갯길을 내려가는 산기슭에는 외지에 들어왔을 전원주택 단지가 보였다. 초등학교가 있는 용산에서 모롱이를 돌아가니 강나루 용당이 나왔고, 강 건너편은 양산 원동 가야진사 사당이었다. 4대강 사업 때 달무리 수변공원으로 명명해 조성된 용당나루 매화공원이었다.
나흘 전 월요일 생림 도요에서 강변 벼랑을 따라 용산 창룡산 레포츠 숲길을 걸어 용당까지 갔더랬다. 그날 여정 마지막이었던 매화공원 여러 매실나무는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즈음이었다. 며칠 사이 꽃망울은 꽃잎을 더 펼친 그루도 보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매실나무는 수많은 꽃망울과 함께 꽃이 갓 피어나고 있어 일행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탐매 행선지를 잘 선정했다 싶었다.
가마우지가 바위에 앉은 강나루에서 처첩 갈등을 겪은 용에 서린 전설과 가야진 용신제를 떠올려봤다. 용당나루 매화에 매료되어 섬진강 건너 광양 청매실 농원만큼이나 구경꾼이 많이 찾는 강 건너 원동 순매원 매화는 잊어도 될 듯했다. 우리는 용산 숲길을 걸어 도요로 가는 강둑과 벼랑길로 가면서 솜털이 보송보송해진 버들개지와 수액이 올라 가지가 연녹색을 띤 갯버들도 봤다.
트레킹 길을 걷고 차를 타서 나전고개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경북 산골 봉화산 콩으로 빚은 손두부 찌개와 곁들인 오징어가 든 해물파전이 일품이었다. 식후 영운고개를 넘은 가야테마파크로 올라 분산성으로 향했다. 가야시대 석성의 해은사 대왕전 김수로왕과 허황옥 영정을 알현하고 만장대 봉수대에서 김해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와 아득한 을숙도와 다대포를 바라봤다.
분산성에서 비탈길을 내려가 남도에서 수령이 가장 오래된 매실나무가 자라는 김해건설공고 교정으로 들었다. 구지봉과 인접한 가야역사문화 환경정비 사업지구라 올해 상반기 삼계동으로 이전을 앞둔 마지막으로 보는 매화여서 감회 더 깊었다. 반쯤 핀 매화는 향기가 진했다. 해방 전 농업고 교정에 일본인이 심어 키우다 떠난 이후 수십 년 세월이 흐른 고매는 와룡매라 불렀다. 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