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화정개(蓮花靜開)
연꽃이 고요히 피었다.
蓮 : 연꽃 연(艹/10)
花 : 꽃 화(艹/4)
靜 : 고요할 정(靑/8)
開 : 열 개(門/4)
여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 연꽃이다. 약 두 달 동안 지속적으로 피고, 또 연못에서 집중적으로 피기 때문에 연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연꽃은 더운 여름에 말없이 점잖게 피고, 향기도 은은하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낮에 보아도 좋지만, 비가 오는 날에도 좋다. 비가 오면 연잎이 떨어지는 빗소리와 연잎에서 연방 굴러내리는 구슬 같은 물방울도 다른 꽃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달밤에 보아도 또 다른 맛이 있다. 달빛 속에 연꽃 향기를 맡으면 누구나 시 한 수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연꽃으로 이름난 곳이 수없이 많다. 경주 안압지, 부여 궁남지 등이 유명하지만, 전국 각지에 많이 있다.
그러나 가장 특색이 있는 곳이 함안(咸安)의 연꽃테마공원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700년이 넘은 아라연꽃이 있기 때문이다.
아라연꽃은 2009년 함안 성산공원 발굴현장에서 연꽃씨가 발견되어 연대측정 결과 700년이 넘은 것으로 판정되었다.
2019년에 또 1200년 된 연꽃씨가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어 발아에 성공하여 번식 중에 있다. 최근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연꽃을 심었는데, 바로 아라연꽃이다.
아라연꽃이 발견되기 전에는, 세종대왕 때 사숙재(私淑齋) 강희맹(姜希孟)이 중국 사신 갔다가 가져와 심은 것이 최초의 연꽃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라연꽃씨가 발견되어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되었는데, 또 1200년 된 연꽃씨가 발견되었으니, 역사를 한 번 더 바꿀 것이다.
11만평이 넘는 함안의 연꽃테마공원에는, 아라연꽃뿐만 아니라, 중생대 식물이 살고 있는 함안 법수면의 법수홍련(法守紅蓮), 국문학자이자 시조시인인 가람 이병기(李秉岐) 선생이 사랑했던 가람백련, 수련, 가시연 등도 함께 심어져 있다.
연꽃을 효과적으로 감상하도록 연못 사이로 산책로가 가로 세로로 만들어져 있고, 선왕정(先王亭)이라는 정자를 지어, 올라가 사방을 바라보면서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정자에 이름이 없으면 생명력이 없다는 견해를 가진 조근제(趙根濟) 함안군수의 발의로 군청에서 이름을 공모하여 당선된 것이 선왕정이다.
연꽃공원의 서쪽을 선왕골이라고 민간에서 불려져 왔는데, 거기서 최근에 아라가야의 왕궁터가 발견되었다. 백성들 사이에서 ‘선왕(先王; 앞 시대의 왕들)이 살던 골짜기’라고 한 말이 우연히 붙여진 것이 아니었다.
선왕정 이름은 붙였지만, 역사를 기록하지 않으면 후세에 어떤 연유로 지었는지 알 수 없다고 군수가 정자의 역사와 의의를 기록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필자가 정자와 연꽃테마공원이 생기게 된 전후 사실을 적어 기문(記文)을 지었다.
연꽃을 감상하는 여가에 선왕정에 올라 기문을 한번 읽어보면, 육가야를 주도했던 아라가야의 역사와 연꽃테마공원의 기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蓮(연꽃 연)은 ❶형성문자로 蓮은 중복자, 莲은 간체자, 苓은 동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이어지다의 뜻을 나타내는 連(련)으로 이루어졌다. 뿌리가 길게 이어진 수초(水草)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蓮자는 '연'이나 ‘연꽃’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蓮자는 艹(풀 초)자와 連(잇닿을 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連자는 수레가 연이어 지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잇닿다'나 '연속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연은 여러해살이 수생식물로 연못이나 습지에서 군체를 이루며 자란다. 연꽃이 있는 습지를 보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蓮자에 쓰인 連자는 발음 외에도 줄줄이 군체를 이루며 사는 ‘연’의 특징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蓮(연)은 ①연꽃(蓮-) ②연(蓮: 연꽃과의 여러해살이 수초) ③연밥(蓮-: 연꽃의 열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연의 땅속 줄기를 연근(蓮根), 연꽃 모양으로 만든 촛대를 연촉(蓮燭), 연뿌리를 일컫는 말을 연우(蓮藕), 연꽃 무늬로 뜬 나무판을 연판(蓮板), 연꽃의 열매를 연자(蓮子), 연꽃의 열매가 들어 있는 송이를 연방(蓮房), 연의 땅속 줄기를 연경(蓮莖), 연꽃의 입을 연엽(蓮葉), 연꽃의 열매를 연실(蓮實), 연꽃을 새긴 비녀를 연잠(蓮簪), 연의 줄기에 있는 섬유 또는 그것으로 꼬아 만든 실을 연사(蓮絲), 극락세계를 그곳 중생들이 연꽃에서 산다고 하여 일컫는 말을 연방(蓮邦), 연밥 속에 있는 푸른 심을 연의(蓮意), 연못을 달리 이르는 말을 연당(蓮塘), 연꽃을 구경하기 위해 연못가에 지은 정자를 연정(蓮亭), 연꽃을 구경하기 위해 연못가에 지은 정자를 연당(蓮堂), 연의 꽃술을 연예(蓮蕊), 미인의 정숙한 걸음걸이를 연보(蓮步), 연꽃을 심은 못을 연지(蓮池), 대신의 저택이란 뜻으로 정승 대신을 일컫는 말을 연부(蓮府), 붉은 연꽃을 홍련(紅蓮), 못에 심은 연을 지련(池蓮), 단청에서 연꽃 따위가 위로 향한 모양 또는 그 무늬를 앙련(仰蓮), 여자의 예쁜 발을 형용하는 말을 금련(金蓮), 연을 캠을 채련(採蓮), 심장의 다른 이름을 심련(心蓮), 아미타불의 극락정토가 있는 세계로 지극히 안락하고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하는 곳을 이르는 말을 연화세계(蓮花世界), 진흙 속의 연꽃이라는 뜻으로 나쁜 환경에 있어도 그것에 물들지 않는 훌륭한 삶을 이르는 말을 이중지련(泥中之蓮), 죽은 뒤에 극락정토에서 같은 연꽃 위에 다시 태어난다는 뜻으로 사물의 선악이나 결과의 선악에 관계없이 행동이나 운명을 함께 함을 이르는 말을 일련탁생(一蓮托生) 등에 쓰인다
▶️ 花(꽃 화)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化(화)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초두머리(艹)部는 식물, 花(화)는 후세에 생긴 글자로 본래는 華(화)로 쓰였다. 음(音)이 같은 化(화)를 써서 쉬운 자형(字形)으로 한 것이다. ❷형성문자로 花자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花자는 艹(풀 초)자와 化(될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化자는 '변하다'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본래 소전에서는 땅속에 뿌리를 박고 꽃을 피운 모습을 그린 芲(꽃 화)자가 '꽃'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花자가 모든 '꽃'을 통칭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花(화)는 성(姓)의 하나로 ①꽃 ②꽃 모양의 물건 ③꽃이 피는 초목 ④아름다운 것의 비유 ⑤기생(妓生) ⑥비녀(여자의 쪽 찐 머리가 풀어지지 않도록 꽂는 장신구) ⑦비용(費用) ⑧얽은 자국 ⑨꽃이 피다 ⑩꽃답다, 아름답다 ⑪흐려지다, 어두워지다 ⑫소비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꽃구경을 하는 사람을 화객(花客), 꽃을 꽂는 그릇을 화기(花器), 뜰 한쪽에 조금 높게 하여 꽃을 심기 위해 꾸며 놓은 터 꽃밭을 화단(花壇), 꽃 이름을 화명(花名), 꽃처럼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화용(花容), 환갑날에 베푸는 잔치를 화연(花宴), 화초를 심은 동산을 화원(花園), 꽃과 열매를 화과(花果), 꽃을 파는 곳을 화방(花房), 꽃병 또는 꽃을 꽂는 병을 화병(花甁), 꽃놀이 또는 꽃을 구경하며 즐기는 놀이를 화유(花遊), 비가 오듯이 흩어져 날리는 꽃잎을 화우(花雨), 온갖 꽃을 백화(百花), 많은 꽃들을 군화(群花), 꽃이 핌으로 사람의 지혜가 열리고 사상이나 풍속이 발달함을 개화(開花), 떨어진 꽃이나 꽃이 떨어짐을 낙화(落花), 한 나라의 상징으로 삼는 가장 사랑하고 가장 중하게 여기는 꽃을 국화(國花), 암술만이 있는 꽃을 자화(雌花), 소나무의 꽃 또는 그 꽃가루를 송화(松花), 시들어 말라 가는 꽃을 고화(枯花), 살아 있는 나무나 풀에서 꺾은 꽃을 생화(生花), 종이나 헝겊 따위로 만든 꽃을 조화(造花),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짐을 이르는 말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무늬가 같지 않음 또는 문장이 남과 같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화양부동(花樣不同),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자태를 이르는 말을 화용월태(花容月態), 꽃이 핀 아침과 달 밝은 저녁이란 뜻으로 경치가 가장 좋은 때를 이르는 말을 화조월석(花朝月夕),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뜻으로 좋은 일에 또 좋은 일이 더하여짐을 이르는 말을 금상첨화(錦上添花), 말을 아는 꽃이라는 뜻으로 미녀를 일컫는 말 또는 기생을 달리 이르는 말을 해어화(解語花),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란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일컫는 말을 설부화용(雪膚花容), 마른 나무에서 꽃이 핀다는 뜻으로 곤궁한 처지의 사람이 행운을 만나 신기하게도 잘 됨을 이르는 말을 고목생화(枯木生花), 달이 숨고 꽃이 부끄러워 한다는 뜻으로 절세의 미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폐월수화(閉月羞花) 등에 쓰인다.
▶️ 靜(고요할 정)은 ❶형성문자로 静(정)의 본자(本字), 静(정)은 통자(通字), 静(정)은 간자(簡字), 靖(정)과, 靖(정)은 동자(同字)이다. 爭(쟁)은 물건을 서로 끌어 당기는 일로, 여기에서 팽팽히 당겨져서 움직이지 않는 모양을 나타낸다.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은 푸른 색깔로, 여기에서는 무성하다는 菁(청), 깨끗하다는 淸(청), 자세하다는 精(정), 편안하다는 靖(정) 따위에 공통되는 뜻을 이어 받고 있다. 靜(정)은 물건이 움직이지 않고 조용함, 편안함, 또 자세함, 장식(裝飾)함, 아름다움을 말한다. 물이 물결치지 않는 것을 淸(청) 또는 淨(정)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또 瀞(정)이라고도 쓴다. ❷회의문자로 靜자는 '고요하다'나 '깨끗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靜자는 靑(푸를 청)자와 爭(다툴 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爭자는 소뿔을 쥐고 서로 다투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투다'라는 뜻이 있다. 靑자는 우물과 초목을 그린 것으로 '푸르다'나 '고요하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靜자는 상반된 뜻을 가진 글자가 결합한 셈이다. 사실 靜자는 '고요하다'를 표현하기 위해 왁자지껄했던 싸움이 끝난 이후의 소강상태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다투는(爭) 모습에 푸르름(靑)을 더해 매우 고요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을 표현했다. 그래서 靜(정)은 (1)움직이지 아니하여 조용함 (2)고요하고 평화스러움 등의 뜻으로 ①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②깨끗하게 하다 ③깨끗하다 ④쉬다, 휴식하다 ⑤조용하게 하다 ⑥조용하다 ⑦조용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고요할 적(寂), 고요할 막(寞), 고요할 요(窈), 고요할 밀(謐),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이다. 용례로는 고요하고 엄숙함을 정숙(靜肅), 고요하고 편안함을 정밀(靜謐), 고요하고 쓸쓸함을 정적(靜寂), 정지하고 있거나 균형이 잡히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정태(靜態), 조용히 사물을 관찰함을 정관(靜觀), 정지하고 있는 것을 정적(靜的), 조용히 생각함을 정려(靜慮),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여 피로나 병을 요양함을 정양(靜養), 고요히 그침 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를 정지(靜止), 명상에 잠김을 정상(靜想), 정지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는 물건을 정물(靜物),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바로 하여 조용히 앉음을 정좌(靜坐), 고요하고 평온함을 정온(靜穩), 태도가 조용하고 마음이 맑음을 정숙(靜淑), 조용하고 한가로움을 정한(靜閑), 시끄럽고 요란한 일이나 상태를 조용하게 가라앉히는 것을 진정(鎭靜), 정신이 편안하고 고요함을 안정(安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아니하고 차분함을 냉정(冷靜), 사람의 움직이는 상황을 동정(動靜), 평안하고 고요함을 평정(平靜), 쓸쓸하고 고요함을 적정(寂靜), 한가하고 고요함을 한정(閑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아니하고 사물에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는 정신 상태를 허정(虛靜), 조용하고 엄숙함을 숙정(肅靜), 평안하고 고요함을 영정(寧靜), 성정이 차분히 가라앉고 조용함을 침정(沈靜), 천하의 풍파가 진정되어 태평함을 이르는 말을 사해파정(四海波靜) 또는 사해정밀(四海靜謐), 성품이 고요하면 뜻이 편안하니 고요함은 천성이요 동작함은 인정이라는 말을 성정정일(性靜情逸), 산과 들이 텅 빈 것처럼 고요하고 괴괴하다는 말을 산공야정(山空野靜), 나이가 젊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마음이 올바르고 침착하다는 말을 요요정정(夭夭貞靜), 때로는 움직이고 때로는 조용히 한다는 말을 일동일정(一動一靜), 부녀가 인품이 높아 매우 얌전하고 점잖음을 일컫는 말을 유한정정(幽閑靜貞) 등에 쓰인다.
▶️ 開(열 개, 평평할 견)는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开(평평할 견)는 간자(簡字), 幵(평평할 견)은 동자(同字)이다. 문 문(門; 두 짝의 문, 문중, 일가)部와 开(견)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开(견)은 두 개의 물건이 평평(平平)하게 줄 짓는 일을 말한다. 따라서 두 손으로 빗장을 들어 올려 양쪽 문짝을 여는 것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開자는 '열다'나 '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開자는 門(문 문)자와 幵(평평할 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幵자는 나뭇가지가 일렬로 늘어선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모양자 역할만을 하고 있다. 開자의 갑골문과 금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고문(古文)에 나온 開자를 보면 門자에 一(한 일)자와 廾(받들 공)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여기서 廾자는 양손을 그린 것이니 開자는 양손으로 빗장을 푸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開자는 이렇게 문을 여는 모습에서 '열다'나 '열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이외에도 '깨우치다'나 '시작하다'와 같은 의미가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開(개, 견)는 ①열다, 열리다 ②꽃이 피다 ③펴다, 늘어놓다 ④개척하다 ⑤시작하다 ⑥깨우치다, 타이르다 ⑦헤어지다, 떨어지다 ⑧사라지다, 소멸하다 ⑨놓아주다, 사면하다 ⑩끓다, 비등(沸騰)하다(액체가 끓어오르다) ⑪말하다, 개진(開陳)하다 ⑫출발하다 그리고 ⓐ평평하다(견) ⓑ오랑캐의 이름(견) ⓒ산(山)의 이름(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열 계(啓),열 벽(闢),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닫을 폐(閉)이다. 용례로는 신문이나 책 등을 처음으로 간행함을 개간(開刊), 어떤 모임을 주장하여 엶을 개최(開催), 책을 폄을 개권(開卷), 새로 나라를 세움을 개국(開國), 버려져 있던 거친 땅을 처음으로 일구어 논밭을 만드는 것을 개간(開墾), 어떠한 장소를 열어 공개함을 개장(開場), 새 영화를 처음으로 상영하는 것을 개봉(開封), 처음으로 시작함을 개시(開始), 방학을 마치고 다시 수업을 시작함을 개학(開學), 어떤 회의나 행사 등을 시작하는 것을 개막(開幕), 재판을 시작하기 위하여 법정을 엶을 개정(開廷), 어떤 내용을 알리거나 보이거나 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에게 널리 터놓음을 공개(公開), 열리어 벌어짐이나 늘여서 폄을 전개(展開), 다시 엶이나 다시 시작함을 재개(再開), 일단 멈추었던 회의를 다시 엶을 속개(續開), 꽃 등이 아직 피지 아니함을 미개(未開), 얽히고 막힌 일을 잘 처리하여 나아갈 길을 엶을 타개(打開), 모여 있지 않고 여럿으로 흩어짐을 산개(散開), 책을 펴 글을 읽으면 새로운 지식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개권유득(開卷有得), 책을 펴서 읽으면 반드시 이로움이 있다는 뜻으로 독서를 권장하는 말을 개권유익(開卷有益), 문을 열고 도둑을 맞아들인다는 뜻으로 스스로 화를 불러들임을 이르는 말을 개문납적(開門納賊), 일부러 문을 열어 놓고 도둑을 청한다는 뜻으로 스스로 화를 불러 들인다는 말을 개문읍도(開門揖盜), 문을 열어 반가이 맞아들임을 일컫는 말을 개문영입(開門迎入), 낡은 사상과 풍속들을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사상을 일컫는 말을 개화사상(開化思想), 만물의 뜻을 열어 천하의 사무를 성취함 또는 사람이 아직 모르는 곳을 개발하고 사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성취시킴을 일컫는 말을 개물성무(開物成務),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린다는 뜻으로 중국의 천지창조 신화에서 유래한 말을 개천벽지(開天闢地), 재원을 늘리고 지출을 줄인다는 뜻으로 부를 이루기 위하여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비유한 말을 개원절류(開源節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