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다. 항저우(杭州)에 있는 시후(西湖) 국빈관, 신생(新生) 대한민국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두 시간 반에 걸친 정식 정상회담을 마쳤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공식회담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30분 후인 오후 4시 반, 두 정상은 측근 두 명, 통역관까지 세 명씩만 배석시키고 밀실로 옮겨 비공개 회담에 들어갔다.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밀실의 문이 딱 닫히고 나서 여덟이 둘러앉았다. 중국인은 숫자 여덟을 좋아한다. 8(八)은 돈을 번다는 의미인 발(發)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베이징올림픽도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에 개막하지 않았던가? 자, 여덟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시진핑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대한민국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는군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주석님과 중국 인민들의 후원 때문입니다.”
서동수가 통역을 통해 말했다. 중국 측은 총리 리커창과 외교부장 우린이 좌우에 앉아 있다. 시진핑이 말을 이었다.
“한랜드와 동북3성의 공동번영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로써 중·한·러의 3국 관계도 더욱 돈독해질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주석 각하.”
“그렇지요. 3국 공동번영이지요.”
시진핑이 머리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한랜드가 푸틴 대통령의 도움이 없었다면 설립되지 않았지요.”
맞는 말이다. 러시아령인 한랜드는 푸틴의 ‘시베리아 개발’ 계획으로 탄생되었다. 서동수가 시진핑을 보았다.
“주석 각하, 한랜드를 포함한 대한민국은 제3제국입니다. 우리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을 추구할 것이고 지난번 미국 대통령께도 말씀드렸습니다.”
시진핑이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크램프 대통령은 제3제국을 인정했습니다.”
“다행입니다.”
방 안은 조용하다. 모두 숨을 죽이고 있다. 시진핑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우리는 한랜드와 대한민국의 발전에 적극 참여하고 동반자로 협조할 것입니다. 나는 중국을 대표해서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정부도 대한민국이 제3제국임을 인정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서동수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그렇다. 대세(大勢)다. 이제는 한랜드, 대한민국의 부상(浮上)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첩첩산중이다. 잠시라도 소홀하면 다 잃는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됩니다.”
시진핑이 자리를 고쳐 앉으면서 서동수를 보았다. 시선이 부드러워져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합니다. 대한민국이 10년 사이에 동북아시아의 거대한 세력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한 시진핑이 통역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두 눈이 열기를 띠었다.
“한반도가 중국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존재였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지만 벌써 옛이야기가 되었지요. 지금은 한반도가 또 하나의 몸통 아닙니까?”
시진핑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서동수는 심호흡했다. 열강에 둘러싸여 입술 노릇, 징검다리 노릇을 한 지 수천 년, 이제 제대로 된 몸통을 갖게 되었는가?
첫댓글 즐감요
즐감요!!!!!
굿,,즐감
즐감요~
즐감하고 갑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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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바랍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