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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1 공급망 재편의 위기와 기회]③캐나다 첫 상용화 규모 리튬 생산지 NAL 광산을 가다
[편집자주] '한국 배터리 산업은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정학적 요인이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머니투데이가 해외공급망 취재와 독일 완성차 기업, 영국의 시장 분석가 등 외부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을 보는 시각 등을 전달하고 한국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기회와 위기 요인을 살펴 봅니다.
리튬 채굴 작업이 이뤄지는 캐나다 퀘벡주 NAL(North America Lithium) 리튬 광산 /사진=사요나(Sayo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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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최대도시 토론토에서 차를 몰고 700km를 달리면 퀘벡주 발도흐다. 쉬지 않고 내달려도 10시간 걸리는 내륙이다. 토론토에서 멀어질수록 차선이 줄었고, 주변 풍경도 함께 변했다. 편도 5차선일 땐 빌딩숲이 에워쌌지만, 3차선이 됐을 땐 드넓은 초원이 눈에 들어왔고, 차선이 한 개로 줄자 빽빽한 침엽수림만이 한없이 펼쳐진 도로를 에워쌌다.
발도흐에서 북쪽으로 40km 올라가면 라꼬혼느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여기서 또 자갈투성인 비포장길을 따라 20km 들어가면 무성한 침엽수림 사이에 놓인 남산 정도 크기의 돌산을 만난다. 캐나다 배터리 업스트림 산업의 첫 단추가 될 NAL(North America Lithium) 광산이다. 북미에서 유일하게 연내 상업 생산이 가능한 리튬 광산이다.
NAL 광산은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운영사 사요나(Sayona)가 지분 75%를 보유했다. 나머지 25%는 사요나 최대주주(13.62%) 호주 피드몬트 리튬이 투자했다. 피드몬트 리튬은 LG화학이 7500만달러(약 960억원)를 투자해 지분 6%를 확보한 회사다. NAL 광산에서 생산되는 리튬 일부는 LG화학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양극재 원료로 쓰인다. 피드몬트 리튬은 사요나와 함께 온타리오·퀘벡주에서만 총 5개 리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중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이 NAL이다.
광산 내 공장에서는 시제품 생산이 한창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3월부터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출하는 10~11월경부터 이뤄진다. 채굴한 리티아휘석(스포듀민)을 컨베이어를 통해 공장으로 옮겨 제련해 고순도의 6% 리튬 농축물을 만든다. 이를 연내 공급한다. 향후 탄산리튬·수산화리튬 등으로 판매 품목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사업의 핵심은 이를 가능하게 할 제련·변환 과정이다.
기 빌리우(Guy Belleau) 사요나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제작에 최적화된 순도·결정을 자랑하는 리튬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시제품을 생산하며 연구·시험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며 "탄산리튬 출하를 본격화한 이후에는 NAL 광산 내 공장에 수산화리튬 변환 시설도 구축해 다양한 고객사 니즈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탄산리튬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원료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 원료로는 부적합하다. 탄산리튬을 한 번 더 가공·변환해 수산화리튬을 만들어야만 삼원계 배터리 제작에 쓰인다.
온타리오·퀘벡주에는 사요나 외에도 다수의 기업이 배터리 광물 확보에 나섰다. 리튬뿐 아니라 니켈·코발트·흑연 등 품목도 다양하다. 각 주 정부에 따르면 온타리오주에서 현재 진행되는 배터리 광물 프로젝트만 △리튬 7개소 △니켈 1개소 △흑연 2개소 등이다. 퀘벡주에서도 △리튬 6개소 △니켈 6개소 △코발트 2개소 △흑연 11개소 등이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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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L처럼 사업화를 목전에 둔 곳은 별로 없다. 대부분 탐사를 마치고 부지를 확보한 뒤 투자유치에 나선 상태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관련 광물사업에 뛰어든 회사가 최근 급증한 까닭에서다. NAL 광산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소도시 아모스에도 탐사를 마치고 투자 유치를 진행하는 곳이 있다. 워터튼 글로벌 리소시스(Waterton Global Resources)와 자회사 마그네토(Magneto)가 진행하는 뒤몽(Dumont) 니켈 프로젝트다.
뒤몽 프로젝트 현장사무소에서 만난 스타니슬라스 케털러스(STANISLAS KETELERS) 마그네토 이사는 "황산니켈 광산 예정지에 대한 매장량 조사와 사업 타당성 검토가 2021년 상반기까지 마무리되고 이후 투자유치 작업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만간 프로젝트가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털러스 이사는 "사업 개시 후 3년 내 제품 출하가 가능하고, 출하 후에는 러시아 노리스크(Norilsk), 중국 진촨(Jinchuan), 캐나다 온타리오주 서드베리(Sudbury)에 이어 세계 4~5위급 니켈 광산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의 광업 전문지 마이닝닷컴은 뒤몽 프로젝트 니켈 매장량이 596만톤이며, 전 세계에서 추진되는 니켈 프로젝트 가운데 4위 규모라고 분석한 바 있다.
현지에서 만난 주요 광산개발 관계자들은 리튬·니켈 등에 대해 "광업의 미래(Future of mining)"라고 입을 모았다. 우라늄·철광석·아연 등이 다량 매장된 서부에서 온타리오·퀘벡 등 동부지역으로 캐나다 광업의 중심지가 바뀔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이에 따른 광물 수요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발효로 북미지역의 역내 생산의 중요성이 높아진데다 연방·주 정부의 관련 밸류체인 산업 육성 의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발도흐시(市) 관계자는 "온타리오·퀘벡 북부지역은 금광·벌목 산업이 주를 이룬다"며 "이를 토론토·몬트리올 등 대도시로 보내기 위한 도로·철도 인프라가 잘 구축된 상태다"고 언급했다. 이어 "발도흐 도시 규모가 일대보다 큰 이유는 남부 대도시를 향하는 물류들이 모이는 기착지기 때문"이라면서 "배터리 광물들 역시 이런 방법을 통해 대도시 인근 공장과 미국 등지로 보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병훈 한국광해광업공단 캐나다사무소 소장은 "온타리오·퀘벡주 정부가 배터리 밸류체인 유치에 상당히 적극적"이라면서 "온타리오·퀘벡 북부지역 광물을 배터리소재 공장 유치에 적극적인 퀘벡주 남부로 보내고, 여기서 완성된 소재를 완성차 생산이 이뤄지고 배터리 공장이 지어지는 온타리오주 남부로 보내는 방식의 밸류체인 구축을 연방 정부가 구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캐나다 투자도 이런 방법으로 진행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합작사(JV)의 배터리셀 공장은 온타리오주 남서부 윈저시에 건립된다. 포스코퓨처엠과 GM JV의 양극재 공장, 에코프로비엠과 SK온·포드 JV의 양극재 공장, 솔루스첨단소재의 전지박공장 등은 퀘벡 남부에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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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주 발도흐 소재 합판회사 유니보드 캐나다(Uniboard Canada) 야적장에 쌓인 나무들(위)과 화물수송열차가 루인노랜다역 근처에서 대기 중인 모습. 캐나다에서 채굴·제련되는 주요 배터리 광물은 철도·도로 등 기존 인프라를 통해 운송된다. /사진=김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