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서울 지하철 시』. 4호선 노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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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2시에 삼척으로 갔다가 반갑게 삼척문협 문우들을 만나 인사 나눈 뒤에
맛있는 횟집에서 저녁 대접을 받고 마흔번 째 여름해변시낭송회를 함께 했습니다
종일 비가 쏟아졌다더니 행사 동안에도 비가 오락가락해서 모인 사람은 적었지도
돌아가야 하는 우리 형편을 봐주어서 순서를 당겼고
마치는 것은 못보고 서둘러 돌아왔습니다만...
대추 한 알에도 온갖 어려움과 기나긴 시간이 스며 붉어지고 둥글어졌을 것이란 시인의 말에서
문학의 길을 곰곰이 되새겼습니다
넛재를 넘자 비가 언제 내렸더냐는 듯 하늘엔 보름달이 떴더군요
그러고 보니 한가위도 딱 한 달 남았습니다
아직 대추나무에 조롱조롱 맺힌 대추 알은 새파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