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깥 바람이 싫어, 집에서 뒹굴뒹굴 하고 있는데,
마중물의 엄한 멘토께서 공주에 가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난 국밥먹고, 영규대사의 나머지 흔적을 찾아나서잔다.
'수구레 국밥'이라 하는 국밥은 참으로 천하일미였다. 식당은 공주재래시장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언젠가, 누군가를 안내해서 그 맛을 꼭 보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어 영규대사의 묘소를 찾아갔다.
대사의 묘위치를 알리는 홍살문과 순의비를 보게 되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여러 계단을 올라 묘소에 도달했다.
대사의 절절한 애국애족(愛國愛族)의 마음에 진실로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목숨으로 이 나라를 지킨 대사의 애민(愛民)정신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우리의 처지는 어떠했을까?
설령 가정이라 하지만, 그 가정자체가 고통으로 다가온다. 생각조차 하기 싫다.
한참 묘소주변을 둘러보고, 저 멀리 이 곳 저 곳을 살펴보면서 머물렀다.
이제 내려가자며 발길을 돌리려는데,
대사의 봉분뒤,야트막한 언덕너머에 예사롭지 않은 묘소가 약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서 이 곳에 오기전에 봤던, ''큰도로변 안내판에 씌여진 '충헌공 윤전 사우'란 글씨가 생각났다.
또한 산에 오르기 직전 '늦산'님이 '사계 김장생의 손자 묘'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해준 말이 생각났다.
호기심이 일었다.
언덕에 올라서니, 파평윤씨 윤전과 그의 아들 윤원거(尹元擧)의 묘소가 위아래로 나란히 위치하고 있었다.
윤전은 윤황(尹煌)의 아우다. 1636년 병자호란때, 강화도가 함락되자 이시직과 함께 순절했다.
윤황은 윤선거의 부친이며, 명재 윤증의 조부(祖父)다.
이시직은 현재 순절의 공을 기리기 위해 대덕구 송촌동에 정려각이 세워져 있다.
다양한 석물들이 놓여져 있고, 오랜 세월 이끼가 얹어진 모습들이
평범한 집안의 묘소가 아님을 금방 알게 했다.
석인석(石人石)의 규모에 놀라웠고,
석인석과 함께 동자석(童子石)이 있는 모습은 처음본 것같고,
더욱이 장명등(長明燈) 두 개가 설치돼 있는 모습은 진짜 처음 봤다.
장명등은 아무나 설치할 수 있는 석물(石物)이 아니다.
죽은 이가 1품이상의 벼슬을 했거나, 1품으로 추증되거나, 아니면 직계 자손들중에서 1품이상의 벼슬을 하게 된 경우에만 장명등을 설치할 수 있다. 무덤주인인 윤전이나 아들 윤원거는 추증에 의해 2품에 올랐을뿐이다.그 후대의 벼슬은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나 설치돼 있으니, 한참 후대의 일이라 할지라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호화사치문제가 있어, 조선에선 장명등 설치에 관해 법이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동안 찾아헤매였던 영규대사의 자취들을 정리해봤다.
갑사내 표충사, 옥천 채운산 가산사(佳山寺), 대전 중구 정생동 천비산(天庇山) 중암사(中庵寺), 그리고 오늘 찾은 공주 계룡면 유평리 영규대사 묘소 등등. 또 하나 찾아갈 곳이 있을 것만 같다. 대사는 충남 금산의 종용사(從容祠)에 제향돼 있고, 금산 남쪽 진악산(進樂山) 기슭에 대사의 영정을 안치한 진영각(眞影閣)과 비가 세워져있다는 얘길 들었다. 또 날짜를 잡아 찾아가 뵈리라...
계룡면사무소앞에 있는 영규대사 정려각. 의주로 피난갔던 선조가 청주에서 왜군을 격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영규대사에게 벼슬과 옷을 하사했다. 그러나 대사는 하사품을 받기 전, 금산전투에서 입은 중상으로 전사했다.
비각안을 들여다보니, 정려문에는 대사에게 '가선대부(嘉善大夫)'란 품계를 하사하고, '진위장군(振威將軍)'이란 벼슬에 임명했다.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실로 파격적인 예우였다고 할 수있다.
문암산에서 계룡산 연봉을 바라보면, 감탄이 절로 난다. 원점산행이 가능하다. 총4시간여.
계룡산 연봉들. 연천봉이 보이고, 문필봉이 우리에게 손짓한다. 내년 정초에 찾아갈 예정이다.
홍살문이 영규대사의 충의정신을 대변한다.
영규대사의 묘. 웬만한 왕릉규모다.
윤전의 묘.
윤원거의 묘소
시간상 신원사입구까지 갔다가 계룡저수지옆을 지나, 어씨네옆을 지나 대전으로 왔다.
첫댓글 열공 수고하셨습니다.
요즈음 명소만 찿아 다니시는군요.
잘 보구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산대사, 사명대사 애기는 초등때 부터 들어왔는데 영규대사님의 애기는 대둘에서 갑사의 죽창을 보고 좀 알았고 이렇게 자료를 올려 주시니 더욱 감사하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까페에 올린 역사 탐방 자료만 가지고도 한권의 책을 편찬해도 되겠네요.
좋은 글 잘 봤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