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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서지방(忘暑之方)
더위를 잊는 방법
忘 : 잊을 망(心/3)
暑 : 더울 서(日/9)
之 : 어조사 지(丿/3)
方 : 모 방(方/0)
올해는 장마와 폭염이 함께 올 모양이다. 코로나19까지 폭발적 증가세다. 그 와중에 무책임한 행동이 불쾌지수를 높인다.
다산은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 20수 연작에서 인생사 답답하고 짜증 나는 장면을 한 방에 날려줄 통쾌한 광경을 나열했다. 그중 무더위에 관한 것만 두 편이다.
跨月蒸淋積穢氛
한 달 넘게 찌는 장마 퀴퀴한 내 쌓여 있고,
四肢無力度朝曛
사지에 힘 쪽 빠져서 아침저녁 보낸다네.
新秋碧落澄寥廓
새 가을 푸른 하늘 맑고도 드넓은데,
端軒都無一點雲
툭 트인 끝 어디에도 구름 한 점 없구나.
不亦快哉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습기 먹은 벽지에 곰팡이가 올라오고, 온몸은 나른해서 꼼짝도 하기 싫다. 입추도 지났겠다. 저 매미 소리가 물러가면 벽공(碧空)의 가을 하늘이 열리겠지. 바람은 선선하고, 공기도 보송보송해질 것이다.
支離長夏困朱炎
지루한 긴 여름에 불볕더위 지쳐서,
濈濈蕉衫背汗沾
베적삼 축축하여 등이 땀에 젖었구나.
洒落風來山雨急
시원한 바람 불어 산에 비가 쏟더니만,
一時巖壑掛氷簾
대번에 벼랑 끝에 얼음 발이 걸린다면,
不亦快哉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불볕더위에 옷은 땀에 끈적끈적 들러붙고, 사람은 지쳐 입맛도 없고 의욕도 잃었다. 이럴 때 소나기를 부르는 바람이 불어 후끈 달아오른 대지에 비가 한바탕 퍼부으면 얼마나 개운할까? 장맛비는 징그럽고, 소낙비는 반갑다.
어떤 재상이 산승과 더위를 잊는 방법(忘暑之方)에 대해 논했다. 재상이 말했다. “바람 드는 마루가 사방으로 트였고, 홰나무와 버드나무는 그늘이 짙고 깊다. 참외를 담가두고 오얏은 띄워둔 채, 얼음물을 마시며 부채를 부치니, 어찌 세간에 열기가 있는 줄 알겠는가(風欞四豁, 槐柳濃陰. 沈瓜浮李, 飮氷揮扇. 安知世間有熱氣耶).”
산승의 맞장구는 이렇다. “긴 숲에 해는 뉘엿한데, 바위 시냇가에 바람은 시원하다. 소나무 평상에다 자리를 펴고서, 배를 드러내놓고 높이 누우니, 어찌 세상에 열기가 있음을 알겠는가(長林翳日, 石澗淸風. 薦席松床, 坦腹高臥. 安知世間有熱氣耶).”
속복수전서(續福壽全書) 수아(守雅) 조에서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찜통 속이고, 우리는 코로나19의 터널에 갇혀 있다.
◼ 다산 정약용의 더위 없애는 여덟가지 피서법
다산 정약용의 피서법,
조선 선비들의 여름나기 비법
지금은 더 심하지만 옛날에도 여름은 무더웠다. 아니다. 더 더웠을 수도 있겠다. 선풍기, 냉방기가 전혀 없는 시절이었으니까.
요즘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가는데 옛 사람들은 어떻게 더위를 식혔을까. 다산 정약용에게도 여름은 곤욕스러웠던 모양이다. 더위를 피하는 시를 참 많이 남겼다.
해배되어 유배지에서 돌아온 지 6년이 되던 갑신년(1824년) 여름. 다산은 '소서팔사(消暑八事;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을 제목으로 시를 지었다.
여덟 수를 짓고 다시 차운하여 여덟 수를 짓고 다시 차운하여 여덟 수를 짓고 두 번 더하여 도합 다섯 번을 지어 40수를 남긴다. 더위에 대해 참 할 말이 많았던 듯하다.
다산 선생이 말한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을 살펴보고 올 여름 무더위를 이겨보자.
송단호시(松壇弧矢)
소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활을 쏘는 것으로 더위를 피한다. 호시(弧矢)는 '상호봉시'(桑弧蓬矢)의 줄임말로 천지사방을 경륜할 큰 뜻을 말한다.
옛날에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뽕나무로 활을 만들어 문 왼쪽에 걸고 봉초(蓬草)로 화살을 만들어 사방에 쏘는 시늉을 하며 장치 이처럼 웅비할 것을 기대했던 풍습이 있었다.(예기 내측) 여기서는 활쏘기를 뜻한다.
다산은 소나무 우거진 곳에 과녁을 세우고 술동이를 준비하고 자리를 만들어 길손을 맞이하여 활쏘기를 하면 뜨거운 여름도 소일하기 좋다고 하였다. 내기도 내기지만 무엇보다 기예를 익히는 기회가 되니 얼마나 좋으랴!
괴음추천(槐陰鞦遷)
추천(鞦遷)은 그네뛰기를 말한다. 큰 홰나무에 그네를 걸고 나무 그늘에 그네를 뛰면 더위가 어느새 사라진다. 그네는 여자가 뛰는거라고? 그건 단오 때 이야기다. 단오 때나 여자들이 밖에 나와서 그네를 뛰었지 평상시에는 그렇지 못하였다. 남자들이 그네를 뛰었기 때문이다.
그네를 뛰면 더위가 어떻게 가시는가?"굴러서 올 때 자못 허리 굽은 자벌레 같고/ 세차게 갈 땐 참으로 날개 치는 닭과 같아라/ 솔솔 부는 서늘 바람이 온 좌석에 불어 오니/ 어느덧 뜨거운 해가 벌써 서쪽으로 기울었네."큰 나무 가지에 길게 그네를 매달고 힘껏 뛰니 얼마나 시원한지.
허각투호(虛閣投壺)
다산이 살았던 시절 투호로 내기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 빈 누각, 즉 정자에 모여 투호를 하는데 화살을 던져 병에 넣을 때마다 점수 계산을 하며 모두 떠들썩하게 웃고 즐겼다. 물가에 있는 정자에는 솔바람이 하루종일 불어 그러는 사이 더위가 식는다.
투호는 중국에서 즐기던 놀이였다. 한 무제(漢 武帝) 때 곽사인(郭舍人)이 투호를 잘 하기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선비들 사이에 투호를 즐겼던 흔적을 다산의 시에서 본다.
청점혁기(淸簟奕棋)
깨끗한 대자리 위에서 바둑을 두는 건 예나제나 신선놀음에 속한다. 대는 차가운 성질의 것이어서 여름에 대자리를 깔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대로 만든 '죽부인'을 애용했다.
다산은 더운 날 졸음이 와서 책 보기 싫을 때 손님을 모아 바둑을 두게 하고 그 구경하는 게 뜨거운 햇볕을 잊는 일로는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했다. 생선회나 고기 생각이 간절하면 내기 바둑을 하게 하면 대국자나 구경하는 이가 똑같이 배부르니 아니 그런가.
여기까지 여러 선비들이 모여 함께 더위를 쫓는 것이라면 다음 네 수는 혼자서도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다. 그 하나가 연못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것이다.
서지상하(西池賞荷)
여름날 서지(西池)에서 연꽃을 구경하는 것도 더위를 쫓는 방법이다. "수양버들 비 뒤의 바람이 푸른 못에 부니" 시원한데 아름다운 꽃이 줄지어 있으니 더위를 느낄 새가 없다. "하늘이 이 아름다운 물건을 머물려 두어/ 더위로 고통받는 속인을 조용히 기다리었네“
동림청선(東林廳蟬)
누구나 실감했으리라. 여름날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가 얼마나 시원한지. 특히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다산에게 매미 소리는 시원한 정도가 아니었다. "자줏빛 놀 붉은 이슬 맑은 새벽 하늘에/ 적막한 숲 속에서 첫 매미 소리 들리니/ 괴로운 지경 다 지나라 이 세계가 아니요/ 둔한 마음 맑게 초탈해 바로 신선이로세/" 매미 소리만 듣고도 모든 것을 초탈해 신선이 된다면 더위쯤이야 문제될 리 없다.
우일사운(雨日射韻)
여름날 비가 오면 시원하기도 하지만 습기로 인해 후텁지근해진다. 그런 날은 외출하기도 마땅치 않다. 집에 있자니 덥고… 이런 때 옛 사람들은 시를 지었다. 그것도 한두 수 짓고 그치는 게 아니라 천 수쯤 지었다. "가장 좋은 건, 스스로 시 천 수를 짓고서/ 어려운 운자를 손 가는 대로 집어 내는 거로세."
우일사운(雨日射韻), 비오는 날에는 운(韻)자를 뽑는다는 것이니 시를 짓는다는 의미다. 시를 짓는 데 몰두하면 더위를 느낄 틈이 어디 있으랴.
월야탁족(月夜濯足)
요즘 공동주택에는 샤워시설이 있으니 더우면 어느 때고 온 몸에 물을 끼얹어 더위를 씻는다. 불과 몇십 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등목으로 만족해야 했다. 옛날 선비들은 겨우 발을 물에 담그는 것이 전부였다.
여름에 발을 씻어 더위를 식히는 것을 탁족(濯足)이라 한다. 달밤에 하는 탁족, 운치까지 있으니 이를 핑계삼아 선비들이 자주 모였다. "나직한 집에서 걱정 풀고 석양을 보내노니/하얀 달빛이 낚시터에 비추어 서늘하구려/"
다산은 이렇게 여덟 가지를 더위를 없애는 일이라고 읊었다. 조선 선비들이 여름을 나는 법이다.
다산은 다시 잔목통풍(剗木通風: 나쁜 나무을 모두 베어버리고 바람을 통하게 하다), 결거류수(決渠流水: 도랑을 쳐서 물이 흐르게 한다), 주송작단(拄松作壇: 소나무를 받들어 제단을 만든다), 승도속첨(升萄續檐:포도 줄기를 올려 처마에 잇는다), 조동쇄서(調僮曬書: 아이로 하여 책을 내서 햇볕을 쬐도록 한다), 취아과시(聚兒詩: 아이들을 불러모아 시를 짓게 하다), 구선도어(句船跳魚 두 척 어선에 물고기가 뛴다), 요요설육(凹銚爇肉: 오그라진 냄비에 고기를 익힌다) 여덟 가지를 들고 모두 열여덟 수를 지었다.
나무를 베어 바람이 통하게 하거나 도랑을 쳐서 물이 꽐꽐 흐르게 하면 절로 시원해진다. 축 늘어진 소나무를 받들어 올려 그늘을 만들고 포도 줄기를 처마로 올려 그늘을 만들어 놓으면 햇빛을 막을 수 있다.
장마에 눅눅해진 책을 꺼내 햇볕에 말리거나 아이들을 모아 시를 짓게 하는 재미 또한 더위를 씻는 데 좋다. "낚시도 없고 그물도 없는 두 척의 어선을/ 직각으로 연결하여 맑은 강에 띄웠는데/ 절로 고기 있어 자리 가득 뛰면 기쁘지 않으랴!/ 고기를 삶아 좋은 고기 잘게 썰고 더위 식길 기다리면서/ 나물 먹는 사람들 널리 불러 함께 먹으면 더위가 어디 있을까."
지금과는 매우 다른 피서법이지만 한가롭고 여유있다. 어디에 꼭 가야만 더위를 피하는 게 아니다.
◼ 무더위 속 더위 피하기
올해도 절후가 하지를 지났으니 머지않아 장마와 무더위가 닥쳐올 것이다. 하기야 근년에 늦봄부터 밀어닥친 더위로 숨을 헐떡거리는 일이 일상처럼 됐으니 무더위가 닥치더라도 크게 두려울 것은 없다.
또 예전과 달리 기상이변으로 인해 계절감을 파괴하는 만성적 지구온난화, 중국 내륙지역의 사막화로 인한 황사 발생, 탄산가스의 증가로 인한 온실효과, 가뭄과 홍수, 태풍과 강력한 회오리바람(토네이도), 지진해일(쓰나미)과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도 심심찮게 만난다.
자연의 막강한 위력을 실감케 하는 이런 기상현상은, 자연을 이기적 욕망 충족의 대상 정도로만 여겨 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왜소함을 실감케 하는 효과가 있기도 하지만,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는 돌발적 재해에 따른 인내를 요구한다.
무더위는 계절 순환에 따른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여름마다 지독한 더위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고강도 열기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한여름이면 시루 속에 들어간 듯 뜨겁다고 일컬어진 대구분지뿐 아니라 밀양, 영천 등지에서 그해의 최고기온을 경신하는가 하면 심지어 바닷가 지역인 강릉, 울산 등지에서도 해마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혹서(酷暑)가 몰려오기도 한다.
옛날이라고 하여 무더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조들은 여름철 무더위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서 슬기롭게 극복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때도 무더위는 자연이 내리는 커다란 시련의 하나로 인식됐음을 세시풍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누군가가 정월 대보름날 해 뜨기 전의 새벽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슬그머니 그 이름을 부르고 그 사람이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 가게.” 또는 “내 더위!”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그해의 더위를 남에게 미리 파는 것을 더위팔기(賣暑)라고 하는데, 더위를 판 사람은 그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다음의 시는 고려말기 문신인 이숭인(李崇仁)의 '지독한 더위(苦熱)'라는 작품이다.
軒窓蒸鬱汗翻漿
赤日彤雲晝刻長
집의 창문은 푹푹 찌고 땀은 물 퍼붓듯 흐르는데, 붉은 태양과 붉은 구름 아래 낮 시간이 길기만 하네.
賴有寸心能似水
却於炎處作淸涼
물과 같은 상태로 될 수 있는 마음의 덕택으로, 문득 무더운 곳에서 청량함을 만드네.
옛날에는 오늘날처럼 지구온난화 현상이 없어서 더위가 심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당시의 사람들이 느끼는 더위의 강도가 결코 약하지 않았음을 알게 해 준다.
무더위를 극복하는 방법은 금전과 노력을 들이는 피서법이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켜 그 열기를 잊는 것으로 일종의 회피법이었다.
물처럼 차분하고 서늘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마음의 덕택으로 아무리 무더운 곳에 있어도 맑고 서늘한 상태를 만들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곧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찾아오는 무더위를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강제로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서늘하고 그윽한 마음가짐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긍정적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시에서의 피서법은 오늘날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기온이 올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해수욕장을 가득 메운 피서객의 숫자가 보도되고, TV 화면 속에 비친 국내외의 유명 피서지로 떠나는 바캉스 행렬에 포함된 한 사람이 되는 것을 여름철 피서라고 여기는 오늘날의 일상적 피서행태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생계수단으로 몇 달간 종사했던 관료생활에 대해, 마음이 육신의 부림을 받았음(以心爲形役)을 통렬하게 반성했던 도연명(陶淵明)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육신의 안일보다 마음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지혜가 요청된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원거리 피서를 유도하는 각종 매스컴의 요란한 부추김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집안에서 조용히 독서나 취미활동에 열중함으로써 이열치열의 묘법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또 독서실이나 나무그늘 아래의 평상에서 평소에 읽지 못한 고전서적 한 권 정도를 차분히 정독해 보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 忘(잊을 망)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마음 심(心=忄, 㣺;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亡(망; 숨다, 없어지다)의 합자(合字)이다. ❷회의문자로 忘자는 '잊다'나 '상실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忘자는 亡(망할 망)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亡자는 날이 부러진 칼을 그린 것으로 '망하다'나 '잃다', '없어지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없어지다'는 뜻을 가진 亡자에 心(마음 심)자를 결합한 忘자는 '마음을 없애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잊으라는 뜻이다. 忘자를 보니 '미망인'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하지만 미망인은 '아직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未忘人(미망인)이 아니라 ‘아직 따라 죽지 않은 사람’이란 뜻의 未亡人(미망인)이다. 그래서 忘(망)은 주의하는 마음이 없어지다, 잊다는 뜻으로 ①잊다, 기억(記憶)하지 못하다 ②버리다, 돌보지 않다 ③끝나다, 단절되다 ④소홀(疏忽)히 하다 ⑤망령되다 ⑥상실하다, 잃어버리다 ⑦없다 ⑧건망증(健忘症)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사실을 잊어 버림을 망각(忘却) 또는 망실(忘失), 집안을 망치는 못된 언동을 망덕(忘德), 은혜를 잊음을 망은(忘恩), 잊어 버림을 망기(忘棄), 나이를 잊음을 망년(忘年), 근심을 잊는 일을 망우(忘憂), 보고 듣는 것을 자꾸만 잊어 버림을 건망(健忘), 잊기 어렵거나 또는 잊지 못함을 난망(難忘), 잊지 아니함을 불망(不忘), 잊지 않게 하려는 준비를 비망(備忘), 기억에서 사라짐을 소망(消忘), 잊을 수가 없음을 미망(未忘), 정신이 흐려 잘 보이지 않음을 혼망(昏忘), 노인이 서로 가까이 교제하는 젊은 벗을 일컫는 말을 망년우(忘年友), 어떤 생각이나 사물에 열중하여 자기자신을 잊어 버리는 경지를 일컫는 말을 망아지경(忘我之境), 은혜를 잊고 의리를 배반함을 일컫는 말을 망은배의(忘恩背義), 자신과 집안의 일을 잊는다는 뜻으로 사私를 돌보지 않고 오직 나라와 공을 위해 헌신함을 이르는 말을 망신망가(忘身忘家),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 또는 술의 딴이름으로 술을 마시면 근심 걱정을 잊게 된다는 데서 온 말을 망우지물(忘憂之物), 나이 차이를 잊고 허물없이 서로 사귐을 일컫는 말을 망년지교(忘年之交),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교제하는 벗 특히 연소자의 재덕을 인정하여 연장자가 하는 말을 망년지우(忘年之友) 등에 쓰인다.
▶️ 暑(더울 서)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者(자, 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者(자)는 옛 음(音)이 닮았던 庶(서; 불타다)와 뜻이 통하여, 햇볕에 쬐어 무더운 일을 말한다. 나중에 熱(열)은 冷(냉)의 반대, 暑(서)는 차다의 寒(한)의 반대로 삼고, 또 熱(열)은 인공(人工)의 더위, 暑(서)는 외기(外氣)의 더위로 구별하여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暑자는 ‘더위’나 ‘덥다’, ‘여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暑자는 日(해 일)자와 者(놈 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者자는 사탕수수액이 흐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日자를 더한 暑자는 무더위에 땀을 흘리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暑자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을 뜻하기 때문에 ‘덥다’나 ‘더위’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暑(서)는 ①(날씨가)덥다 ②더위 ③여름, 더운 계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따뜻할 온(溫), 따뜻할 난(暖), 불꽃 염(炎), 더울 난(煖), 더울 열(熱)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찰 냉/랭(冷)(랭), 서늘할 량/양(凉), 찰 한(寒) 서늘할 량/양(涼)이 있다. 용례로는 몹시 심한 더위를 서염(暑炎), 더위로 인한 괴로움을 서고(暑苦), 더운 기운 또는 더위에 걸린 병을 서기(暑氣), 무더운 날의 하늘을 서천(暑天), 더위를 먹음을 서상(暑傷), 혹독한 가뭄이 든 해를 서세(暑歲), 여름철의 몹시 심한 더위를 서위(暑威), 여름의 한창 더운 동안을 서중(暑中), 여름의 삶는 듯한 더위를 서열(暑熱), 매우 무더운 여름이나 더위가 혹심한 여름을 서하(暑夏), 무더운 여름날에 내리는 비를 서우(暑雨), 여름에 드는 감기를 서감(暑感), 음력 6월의 심한 더위를 이르는 말을 서욕(暑溽), 모기를 달리 이르는 말을 서문(暑蟁), 더위를 먹어서 설사가 나는 병을 서리(暑痢), 여름의 더위로 인하여 소화가 안 되어 하는 설사를 서설(暑泄), 선선한 곳으로 옮기어 더위를 피하는 일을 피서(避暑), 몹시 심한 더위를 혹서(酷暑), 지독한 더위를 극서(極暑), 몹시 혹독한 더위를 열서(烈暑), 혹독하게 사나운 더위를 폭서(暴暑), 추위와 더위를 이르는 말을 한서(寒暑), 더위를 가시게 함을 소서(消暑), 더위 먹음을 이르는 말을 복서(伏暑), 더운 쪽으로 향함이라는 뜻으로 차차 더워짐을 이르는 말을 향서(向暑), 더위를 이겨내기 위하여 피서하지 않고 더위를 견뎌냄을 투서(鬪暑), 몸을 시원하게 함이나 더위의 기운을 씻어 버림을 척서(滌暑), 몹시 찌는 듯한 더위를 심서(甚暑), 한창 심한 더위를 엄서(嚴暑), 더위를 견딤을 내서(耐暑), 한창 심한 더위를 맹서(猛暑), 초여름의 대단치 않은 더위를 박서(博暑), 초가을이 되어도 남아 있는 더위를 잔서(殘暑), 바람에 병들고 더위에 상함이라는 뜻으로 고생스러운 세상살이에 쪼들림이라는 말을 병풍상서(病風傷暑), 추위가 물러가고 무더위가 온다는 뜻으로 세월이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한왕서래(寒往暑來), 추위나 더위를 피하지 아니하고 무릅쓴다는 말을 불피한서(不避寒暑)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方(모 방/본뜰 방, 괴물 망)은 ❶상형문자로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쟁기의 모양이다. 두 사람이 가지고 갈기 때문에 '좌우(左右)', '한 줄로 늘어 놓다', '비교하다'의 뜻에서 다시 '방향(方向)', '방위', '방법(方法)' 등 여러 가지 뜻으로 변하였다. 方(방)자의 기원(起源)은 통나무배 두 척을 나란히 한 모양이라고도 하며, 또 십자가에 못박은 모양이라고도 일컬어진다. 그러나 하여간 方(방)과 万(만)이 붙는 글자와의 뜻에는 좌우(左右)로 넓어진다는 점이 닮았다. ❷상형문자로 方자는 '네모'나 '방위', '방향', '두루'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方자는 소가 끄는 쟁기를 그린 것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손잡이와 봇줄이 함께 그려져 있다. 밭을 갈 때는 소가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方자는 '방향'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밭이 사각형이었기 때문에 '네모'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方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우측 변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만약 좌측 변에 方자가 있다면 이것은 '깃발'을 그린 㫃(나부낄 언)자가 생략된 것이다. 상용한자에서 方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들은 대부분이 㫃자가 생략된 것이다. 그래서 方(방, 망)은 (1)일부 명사(名詞)에 붙이어 방위(方位)를 나타나낸 말 (2)편지에서 어떤 사람 이름 아래 붙이어, 그 집에 거처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말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모, 네모 ②방위(方位), 방향(方向) ③나라, 국가(國家) ④곳, 장소(場所) ⑤도리(道理), 의리(義理) ⑥방법(方法), 수단(手段) ⑦술법(術法), 방술(方術) ⑧처방, 약방문 ⑨법(法), 규정(規定) ⑩쪽, 상대방 ⑪목판(木板) ⑫둘레 ⑬바야흐로, 장차(將次) ⑭두루, 널리 ⑮모두, 함께 ⑯본뜨다, 모방하다 ⑰바르다 ⑱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비교하다 ⑲대등하다, 동등하다 ⑳나란히 하다 ㉑떳떳하다 ㉒이삭이 패다 ㉓차지하다 ㉔헐뜯다 ㉕거스르다, 거역하다 그리고 ⓐ괴물(怪物)(망)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둥글 원(圓)이다. 용례로는 일을 처리해 나갈 방법에 관한 일을 방안(方案), 앞으로 일을 치러 나갈 방향과 계획을 방침(方針), 어떤 곳을 향한 쪽을 방향(方向), 일이나 연구 등을 해나가는 길이나 수단을 방법(方法), 일정한 방법이나 형식을 방식(方式), 어떤 지역이 있는 방향을 방면(方面), 사방을 기본으로 하여 나타내는 그 어느 쪽의 위치를 방위(方位), 그때그때의 경우에 따라 일을 쉽고 편하게 치를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방편(方便), 방법과 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방책(方策), 일에 대한 방법과 도리를 방도(方道), 일을 해 나갈 방법과 계략을 방략(方略), 바로 이제나 지금을 방금(方今), 모난 것과 둥근 것을 방원(方圓), 어느 방면의 땅을 지방(地方), 병의 증세에 따라 약재를 배합하는 방법을 처방(處方), 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 땅을 변방(邊方), 중심의 뒤쪽을 후방(後方), 이제 방금이나 지금 막을 금방(今方), 가까운 곳을 근방(近方),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사실을 행방(行方),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의술의 방법을 한방(韓方), 온갖 방법이나 갖은 방법을 백방(百方), 공평하고 올바름을 공방(公方), 네모난 자루에 둥근 구멍이라는 뜻으로 사물이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방예원조(方枘圓鑿), 바닥이 네모난 그릇에 둥근 뚜껑이라는 뜻으로 일이 어긋나고 맞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방저원개(方底圓蓋), 한창 자라는 나무는 꺾지 않는다는 뜻으로 앞길이 창창한 사람을 박해하지 말라는 말을 방장부절(方長不折), 방형에나 원형에나 다 잘 들어맞다는 뜻으로 갖가지 재능이 있어서 어떤 일에도 적합함을 이르는 말을 방원가시(方圓可施)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