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7일 연중 20주간 화요일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23-30
그때에 23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24 내가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25 제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 몹시 놀라서,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말하였다.
26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눈여겨보며 이르셨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27 그때에 베드로가 그 말씀을 받아 예수님께 물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무엇을 받겠습니까?”
28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자기 옥좌에 앉게 되는 새 세상이 오면,
나를 따른 너희도 열두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이다.
29 그리고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 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
30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충남 논산에 관촉사란 미륵부처로 유명한 절인데 이 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탈문(解脫門)이란 돌문을 지나야 했었습니다. 높이는 다섯 자, 폭은 두 자가 다 되지 못해서 그 문을 통과하려면 고개를 숙이고, 몸을 아주 작게 해서 겨우 들어가고 나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모름지기 미륵부처 앞에 나가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아주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작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지요.
내가 처음 일본의 대학들을 방문했을 때 나는 참으로 기이한 풍경을 보고 마음이 숙연해 질 수 있었습니다. 축소지향주의(縮小指向主義)의 일본문화를 입증하는 사례가 일본의 명문대학의 정문에 표징처럼 나타나 있었습니다. 대학의 정문이 1m도 채 안 되는 높이로 낮게 설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대학의 정문은 30-40m의 높이로 상아탑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학문을 하려는 대학생들은 그 정문도 높다고 생각하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오직 자신을 낮추고 그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표징입니다.
오늘 주님은 자신을 아주 가난한 사람이 되어야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음을 강조하시면서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 나가는 것이 부자보다 더 쉽다고 말씀하시지요. 이스라엘 성전의 성벽에 ‘바늘귀’라는 아주 작은 문이 있는데 그 문은 관촉사의 해탈문처럼 작은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문으로 그곳을 통과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낙타에 비유하셨으니 사람들이 놀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바늘귀문을 정말로 바느질하는 바늘의 구명이라고 하더라도 하느님께는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얼마만큼의 부자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계 인구의 50%가 기아로 허덕이거나 가난해서 먹을 것을 걱정하면서 살고 있는데 나는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고 잘사는 수준의 사람처럼 살고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아서 몸무게가 70kg이나 나가는 부자로 아직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부자로 살고 싶은 욕심도 있고, 잘 살고 싶어서 노력하면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에는 아주 인색한 부자입니다.
나는 명예로도 부자입니다. 대학에서 교수도 하였고,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박사학위도 가지고 있고, 교회에서도 감투도 많이 가지고 있었으니 또한 부자입니다. 또한 형제들도 많고, 가족이 있어 아내와 아이들이 셋이나 있고 모두 잘 자라서 혼자 다 살 수 있게 되었고, 결혼도 했고, 손자와 외손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도 많고,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는 사람이 많이 있는 부자입니다.
나는 많이 배웠다고 아주 교만합니다. 내가 잘 안다고 으스대고 사람들의 얘기에 비판도 잘하고 겸손하지 않고, 교만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합니다. 그래서 톨스토이처럼 목에 깁스를 한 사람처럼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깔보거나 함부로 대하고, 말을 함부로 하고, 세상일을 할 때에도 내가 제일 잘하는 줄 착각하고 고집대로 밀고 나가려고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도 모르는 부자입니다.
벌써 70이 넘었으니 살기도 많이 살았습니다. 아프면 곧장 병원에 가고 병을 고치려고 애쓰고, 그래서 20이 되기 전에 죽었을 몸이 오래도 살았습니다. 암으로 죽을병을 가지고 있었어도 기적적으로 치료도 하였고, 이제 완치 판정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 또한 축복을 받은 부자입니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수명에 있어서도 역시 부자입니다. 그러니 나는 천국에 가기는 정말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직 주님의 은총으로 내가 가난해져야 하겠는데 내 노력과 의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아주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것이 나의 잘못이랍니다.
'천장제자의혈궤'(千丈堤自蟻穴潰)란 말이 있는데 아는 바와 같이 <천 길이나 되는 호수의 제방도 개미가 뚫어놓은 작은 구멍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소한 실수로 인하여 큰일을 망친다는 뜻이지만 아주 겸손해져서 점차적으로 두껍고 어렵기만 한 하늘나라의 장벽도 큰 구멍으로 만들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정말 가난과 겸손의 삶을 살고, 하느님 말씀에 따라 살아야 천국을 갈 수 있는 길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저처럼 지옥에 가야 마땅할 사람도 하느님의 권능에 의해서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드온, 이스라엘을 구원하여라. 바로 내가 너를 보낸다.>
▥ 판관기의 말씀입니다. 6,11-24ㄱ
그 무렵 11 주님의 천사가 아비에제르 사람 요아스의 땅 오프라에 있는 향엽나무 아래에 와서 앉았다.
그때에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은 미디안족의 눈을 피해 밀을 감추어 두려고, 포도 확에서 밀 이삭을 떨고 있었다.
12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서, “힘센 용사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하고 말하였다.
13 그러자 기드온이 천사에게 물었다. “나리,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시다면,
어째서 저희가 이 모든 일을 겪고 있단 말입니까? 저희 조상들이 ‘주님께서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리고 올라오지 않으셨더냐?’
하며 이야기한 주님의 그 놀라운 일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은 주님께서 저희를 버리셨습니다.
저희를 미디안의 손아귀에 넘겨 버리셨습니다.”
14 주님께서 기드온에게 돌아서서 말씀하셨다.
“너의 그 힘을 지니고 가서 이스라엘을 미디안족의 손아귀에서 구원하여라. 바로 내가 너를 보낸다.”
15 그러자 기드온이 말하였다. “나리,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제가 어떻게 이스라엘을 구원할 수 있단 말입니까?
보십시오, 저의 씨족은 므나쎄 지파에서 가장 약합니다. 또 저는 제 아버지 집안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자입니다.”
16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겠다.
그리하여 너는 마치 한 사람을 치듯 미디안족을 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17 그러자 기드온이 또 말하였다. “참으로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신다면,
저와 이 말씀을 하시는 분이 당신이시라는 표징을 보여 주십시오.
18 제가 예물을 꺼내다가 당신 앞에 놓을 터이니, 제가 올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마십시오.”
이에 주님께서, “네가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 머물러 있겠다.” 하고 대답하셨다.
19 기드온은 가서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잡고 밀가루 한 에파로 누룩 없는 빵을 만들었다.
그리고 고기는 광주리에, 국물은 냄비에 담아 가지고 향엽나무 아래에 있는 그분께 내다 바쳤다.
20 그러자 하느님의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고기와 누룩 없는 빵을 가져다가 이 바위 위에 놓고 국물을 그 위에 부어라.”
기드온이 그렇게 하였더니, 21 주님의 천사가 손에 든 지팡이를 내밀어, 그 끝을 고기와 누룩 없는 빵에 대었다.
그러자 그 큰 돌에서 불이 나와 고기와 누룩 없는 빵을 삼켜 버렸다. 그리고 주님의 천사는 그의 눈에서 사라졌다.
22 그제야 기드온은 그가 주님의 천사였다는 것을 알고 말하였다.
“아, 주 하느님, 제가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주님의 천사를 뵈었군요!”
23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죽지 않는다.” 하고 말씀하셨다.
24 그래서 기드온은 그곳에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주님은 평화’라고 하였다.
축일8월 17일 성녀 베아트릭스 (Beatrice)
신분 : 동정녀, 설립자
활동 지역 : 실바(Silva)
활동 연도 : 1424-1492년
같은 이름 :베아뜨리체, 베아뜨릭스, 베아트리체
실바의 성녀 베아트릭스(Beatrix de Silva Meneses, 또는 베아트리체)는 포르투갈에서 브리트(Brites)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1424년경 포르투갈의 캄푸마이오르(Campo Maior)에서 비아나(Viana)의 백작의 딸로 태어났으며, 개혁 프란치스코회의 창시자인 복자 아메데우스(Amedeus)의 동생이다. 그녀는 이사벨(Isabel) 공주의 시녀로 있다가 공주가 카스티야(Castilla)의 요한 2세와 결혼할 때 에스파냐로 함께 수행했는데, 이때 그녀의 나이는 20세였다. 성녀 베아트릭스의 미모가 공주에게 질투심을 느끼게 하여 어이없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3일 동안 투옥되었는데, 이때 음식조차 주지 않았다고 한다.
석방된 후 성녀 베아트릭스는 궁중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톨레도(Toledo)로 가서 시토회 수도원에 입회하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여자 수도회 설립을 꿈꾸어 오다가, 1484년경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수녀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가톨릭 신자이던 이사벨 여왕이 이 수녀회의 첫 공동체가 사용하도록 갈리아나(Galliana)의 성을 하사하였다. 그녀는 시토회의 규칙을 따랐고 푸른 외투에 흰 수도복을 입었는데, 성모님의 발현도 여러 번 경험했다고 한다.
성녀 베아트릭스는 1492년 8월 16일(또는 9월 1일) 톨레도에서 사망했는데, 이때부터 이 새로운 수녀회는 톨레도의 대주교이며 프란치스코회 회원인 시스네로스(Cisneros) 추기경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클라라회의 수도 규칙을 준행하는 수녀회로 승인을 받았다. 그녀는 1926년 교황 비오 11세(Pius XI)에 의해 시복되었고, 1976년 교황 성 바오로 6세(Paulus VI)에 의해 시성되었다. 성녀의 축일은 오랫동안 9월 1일 또는 8월 16일에 기념해왔는데, 2012년에 8월 17일로 변경되었다.
오늘 축일을 맞은 베아트릭스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