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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 제127회
관원이 노지심을 계단 아래 무릎 꿇리자, 하태수가 소리쳤다.
“너 민대가리 놈은 어디서 왔느냐?”
노지심이 응답했다.
“내[酒家]가 무슨 죄를 범했소?”
“너는 사실대로 말해라! 누가 너에게 나를 죽이라고 했느냐?”
“나는 출가인인데, 어째서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시오?”
태수가 소리쳤다.
“조금 전에 네놈을 보니, 선장으로 내 가마를 치려고 하다가 다시 생각하더니 감히 손을 쓰지 못했지. 민대가리 놈아! 빨리 털어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난 당신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는데, 왜 나를 붙잡은 거요? 왜 아무 죄 없는 사람을 괜히 괴롭히는 겁니까?”
태수가 큰소리로 꾸짖었다.
“출가인이 자신을 ‘주가(洒家)’라고 칭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이 민대가리 놈은 필시 관서오로(關西五路)에서 민가를 약탈한 강도가 틀림없다. 사진이란 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온 것이다. 곤장 맛을 보지 않고서는 불지 않을 것이다. 여봐라! 이 민대가리 놈을 매우 쳐라!”
노지심이 소리쳤다.
“이 어르신을 때릴 필요 없다. 내가 말하겠다. 나는 양산박의 호걸 화화상 노지심이다. 내가 맞아 죽은 것을 우리 형님 송공명이 알게 되면, 네놈들 대가리를 모조리 베어 버릴 것이다.”
하태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노지심을 심하게 팬 다음 큰 칼을 씌워 사형수 감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선장과 계도는 창고에 넣어 두었다.
이 일로 인해 화주 관아가 떠들썩했다. 졸개는 소식을 탐지하여 나는 듯이 산으로 달려가 보고했다. 무송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이 화주에 일이 있어 왔다가 한 사람을 잃었으니, 돌아가서 어떻게 여러 두령들을 볼 수 있겠는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산 아래에서 졸개가 올라와 보고했다.
“양산박에 온 신행태보 대종이란 두령이 지금 산 아래에 와 있습니다.”
무송이 황망히 내려가 영접하여 산채로 올라와, 주무 등 세 두령에게 인사시켰다. 노지심이 말리는 걸 듣지 않고 갔다가 붙잡힌 사건을 얘기하자, 대종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내가 여기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겠소! 곧장 양산박으로 가서 형님께 보고하고, 빨리 장병들을 파견하여 그를 구해야겠소.”
무송이 말했다.
“저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형님은 빨리 갔다 오십시오.”
대종은 밥을 먹고서, 신행법을 써서 양산박으로 돌아갔다. 사흘 후에 산채에 도착하여, 조개와 송강에게 노지심이 사진을 구하려고 하태수를 죽이려다 붙잡힌 일을 얘기했다. 송강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두 형제가 위난에 처했으니, 어떻게 구해야 하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으니, 인마를 점검하여 세 부대로 나누어 가야겠다.”
전군의 다섯 장수 화영·진명·임충·양지·호연작이 1천 마군과 2천 보군을 거느리고 선봉이 되어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게 하였다. 중군은 주장 송공명, 군사 오용과 주동·서녕·해진·해보 여섯 두령이 마보군 2천을 거느리고, 후군은 이응·양웅·석수·이준·장순 다섯 두령이 마보군 2천을 거느리고 군량을 호송하게 하였다. 모두 7천의 인마가 양산박을 떠나 곧장 화주로 진격하였다. 하루도 쉬지 않고 빨리 전진하면서, 반쯤 갔을 때 먼저 대종을 소화산으로 보내 알리게 하였다. 주무 등 세 두령은 양·소·말 등을 잡고 좋은 술을 마련하여 대기하였다.
송강의 군마 세 부대가 모두 소화산 아래 당도하자, 무송이 주무·진달·양춘을 데리고 산을 내려와 송강 등 여러 두령들에게 인사시키고 산채로 올라가 좌정하였다. 송강이 성중의 사정을 묻자, 주무가 말했다.
“하태수가 두 두령을 감옥에 가두어 놓고, 조정의 명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송강과 오용이 말했다.
“어떤 계책을 써야 사진과 노지심을 구할 수 있겠소?”
주무가 말했다.
“화주는 성곽이 넓고 해자가 깊어 공격하기 어렵습니다. 안에서 호응하고 밖에서 공격해야만 취할 수 있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내일 성 주변을 둘러본 다음에 다시 상의합시다.”
송강은 저녁때까지 술을 마시고, 날이 밝기도 전에 성을 둘러보러 가려고 했다. 오용이 간하여 말했다.
“성중에 두 호랑이를 가두어 놓았는데, 어찌 방비를 하지 않고 있겠습니까? 대낮에 가면 안 됩니다. 오늘 밤은 필시 달이 밝을 것이니, 오후에 산을 내려가 밤에 도착하면 성을 엿볼 수 있을 겁니다.”
그날 오후에 송강·오용·화영·진명·주동 다섯 사람이 말을 타고 산을 내려가 천천히 나아가서 밤중에 화주성 밖에 당도하였다. 높은 언덕에 올라가 말을 세우고 화주성 안을 바라보았다. 때는 2월 중순인데 달이 대낮처럼 밝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화주성은 사방으로 성문이 있는데, 성벽이 높고 웅장하며 해자는 깊고 넓었다.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는데, 멀리 화산이 보였다. 송강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별다른 계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용이 말했다.
“일단 산채로 돌아가서 다시 상의합시다.”
다섯 사람은 밤새 소화산으로 돌아왔다. 송강은 양미간을 펴지 못하고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였다. 오용이 말했다.
“일단 10여 명의 날랜 졸개들을 내려 보내 원근의 소식을 정탐하게 합시다.”
이틀 후, 한 졸개가 올라와 보고했다.
“지금 조정에서 전사태위(殿司太尉)를 보내 천자가 하사한 금령조괘(金鈴弔掛)를 가지고 서악 화산으로 가서 향을 사르기 위해 황하에서 위하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용이 듣고서 말했다.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계책이 생겼습니다.”
오용은 이준과 장순을 불러 말했다.
“두 사람은 여차여차 하게.”
이준이 말했다.
“저희는 이곳 지리를 잘 모르니, 길을 안내해 줄 사람이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백화사 양춘이 말했다.
“제가 함께 가서 도와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송강은 기뻐하면서 세 사람을 내려 보냈다. 다음 날 오용은 송강·이응·주동·호연작·화영·진명·서녕 일곱 사람과 함께 5백 명을 거느리고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위하 나루에 당도하자, 이준·장순·양춘이 이미 10여 척의 큰 배를 빼앗아 대기하고 있었다. 오용은 화영·진명·서녕·호연작은 강기슭에 매복하게 하고, 송강·오용·주동·이응은 배 안에 대기하였다. 이준·장순·양춘은 배를 모래사장에 감추고 있었다.
다음 날, 날이 밝아오자 멀리서 징소리와 북소리가 들려오면서 세 척의 관선이 다가오는데, 배 위에 펄럭이는 황기에 ‘성지를 받들어 서악 화산에 향을 사르러 가는 태위 숙원경’이라 쓰여 있었다. 송강은 그걸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어젯밤 꿈에 현녀(玄女)가 나타나 말씀하시기를 ‘숙(宿)을 만나 기뻐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오늘 그 사람을 보게 되었으니 필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태위의 관선이 나루에 접근하자, 주동과 이응이 각각 장창을 들고 송강과 오용의 배후에 섰다. 태위의 관선이 나루에 당도하자, 배 안에서 자줏빛 적삼을 입고 은색 허리띠를 한 우후 20여 명이 나와 소리쳤다.
“너희들은 무슨 배이길래, 감히 대신의 배를 가로막느냐?”
송강이 골타를 손에 쥐고 몸을 굽혀 인사하자, 뱃머리에 서 있던 오용이 말했다.
“양산박 의사 송강이 삼가 인사드립니다.”
배 위에서 객장사(客帳司)가 나와 대답했다.
“조정의 태위께서 성지를 받들어 서악 화산에 향을 사르러 가는 길인데, 너희 양산박 도적들이 무슨 연고로 길을 가로막느냐!”
오용이 말했다.
“저희들은 태위의 존안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객장사가 말했다
“네놈들은 어떤 놈들인데, 감히 태위를 뵈려고 하느냐!”
양쪽의 우후들이 소리쳤다.
“목소리를 낮춰라!”
송강이 말했다.
“잠시 태위께서 뭍으로 올라오시면, 상의드릴 일이 있습니다.”
객장사가 말했다.
“헛소리 마라! 태위는 조정의 대신이신데, 네놈들과 뭘 상의한단 말이냐!”
송강이 말했다.
“태위께서 만나지 않겠다고 하시면, 저희 아이들이 태위를 놀라게 할까 두렵습니다.”
주동이 창끝에 달린 작은 깃발을 흔들자, 기슭에서 화영·진명·서녕·호연작이 마군을 이끌고 나와 나루 앞에 배열하더니 일제히 활에 화살을 먹여 겨누었다. 배 위에 있던 사공들이 모두 깜짝 놀라 선창으로 숨었다. 객장사가 당황하여 안으로 들어가 아뢰자, 숙태위가 뱃머리로 나와 좌정하였다. 송강이 몸을 굽혀 인사하고 말했다.
“저희들이 어찌 감히 함부로 굴겠습니까?”
숙태위가 말했다.
“의사는 무슨 연고로 배를 가로막는 것인가?”
“저희들이 어찌 감히 태위를 가로막겠습니까? 태위께서 잠시 기슭에 오르시면 따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런 것뿐입니다.”
“나는 지금 성지를 받들어 서악 화산에 향을 사르러 가는 길인데, 의사와 무엇을 상의할 것이 있겠는가? 조정 대신이 어찌 가벼이 기슭에 올라갈 수 있겠는가?”
“태위께서 들어주시지 않으면, 저희 동료들이 용납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이응이 창을 들어 신호하자, 이준·장순·양춘이 일제히 배를 저어 다가왔다. 숙태위는 그걸 보고 크게 놀랐다. 이준과 장순이 번쩍거리는 날카로운 칼을 손에 들고 관선으로 뛰어올라 우후 둘을 붙잡아 물속에 거꾸로 던져 버렸다. 송강이 황망히 소리쳤다.
“함부로 귀인을 놀라게 하지 마라!”
이준과 장순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두 우후를 배 위로 끌어올리고, 마치 땅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손쉽게 자신들의 배로 올라갔다. 깜짝 놀란 숙태위는 혼이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송강이 소리쳤다.
“너희들은 물러가라! 귀인을 놀라게 하지 마라! 내가 천천히 태위께서 기슭에 오르시도록 청하겠다.”
숙태위가 말했다.
“의사는 무슨 일이 있으시오? 여기서 말해도 괜찮소.”
“여기는 말씀을 나누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닙니다. 삼가 태위를 산채에 모시고 가서 아뢰겠습니다. 해칠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만약 그런 마음을 품었다면 화산의 신령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숙태위는 할 수 없이 배에서 내려 기슭으로 올라왔다. 사람들이 말을 한 필 끌고 와서 태위를 부축하여 말에 태우자, 태위는 어쩔 수 없이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 송강은 화영과 진명에게 태위를 모시고 먼저 산으로 올라가게 하고, 관선 위에 있는 사람들과 어향·제물·금령조괘 등을 모두 수습하여 산으로 올라가게 하였다. 이준과 장순은 백여 명을 거느리고 배에 남아 있게 하였다.
일행이 산채에 도착하자 송강은 말에서 내려 숙태위를 취의청으로 안내하여 가운데에 좌정하게 하고, 여러 두령들은 양변에 시립하였다. 송강이 아래에서 절을 네 번하고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송강은 원래 운성현의 아전이었는데 관아의 핍박을 받아 부득이 산림에 들어왔습니다. 지금 잠시 양산박을 빌어 피난하고 있지만, 조정에서 초안을 내리기만 하면 국가를 위하여 힘을 다할 것입니다. 지금 두 형제가 아무런 죄도 없이 하태수의 함정에 빠져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태위의 어향·의장과 금령조괘 등을 빌려 화주를 속이고자 하는데, 일이 끝나면 돌려드리고 태위의 신상에도 아무런 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태위께서는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숙태위가 말했다.
“자네에게 어향 등의 물건을 빌려준다 하더라도, 훗날 일이 탄로 나면 반드시 나도 연루될 것이오.”
송강이 말했다.
“태위께서는 동경으로 가시면 모든 것을 송강에게 미루시면 될 겁니다.”
숙태위는 양산박 두령들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송강은 연회를 열어 태위를 대접했다. 태위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의복을 빌려, 졸개들 가운데 용모가 준수한 자를 골라 코밑수염을 깎고 태위의 의복을 입혀 숙원경으로 변장시켰다. 송강과 오용은 객장사로 변장하고, 해진·해보·양웅·석수는 우후로 변장하였다.
졸개들은 모두 자줏빛 적삼과 은색 허리띠를 매고, 깃발·의장·어향·금령조괘 등을 들게 하였다. 화영·서녕·주동·이응은 호위병으로 변장했다. 주무·진달·양춘은 태위와 수행원들을 잘 대접했다. 진명·호연작이 한 부대를, 임충·양지가 또 한 부대를 거느리고 양로로 나누어 성을 공격하게 하였다. 무송은 미리 서악문 아래에서 대기하다가 신호를 보면 움직이게 하였다.
* 계속 128회 ~~
첫댓글 역시 송강은 예의 바른 호걸
담편을 기대하며
추천도 꾸욱~
감사합니다
담편을 기다립니다.
추천 꾸욱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장의사가 오른팔을 앞으로 내민 채 뻣뻣하게 굳어버린
시신을 관에 넣지 못해 고민하다가,목사를 찾아가 해결책을 구했다.
그러자 목사가 장의사에게 물었다.
"죽은 사람의 직업이 뭐였지요?"
"예 정치가 였습니다."
"오,그래요? 그럼 간단합니다.100만원 한 다발을 그의 손에
쥐어주세요. 그러면 내민 팔을 잽싸게 안으로 집어넣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