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기업 A사는 마케팅실장 B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디지털마케팅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냈다. 실장은 곧바로 이 분야에 관심도 많고, 능력도 뛰어난 직원들을 골라냈고, 이들을 묶어 새로운 팀을 구성했다. 실장의 입장에서 이 팀은 `최고의 정예부대`나 다름없었다. 디지털마케팅이나 SNS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실장은 간섭하기보다는 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기로 마음먹었다. B의 예상대로 팀은 곧바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만족한 실장은 `이 팀은 자기가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전적으로 일을 믿고 맡겼으며, 자신은 다른 업무에 집중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팀에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팀 내에서 자주 갈등이 표출됐으며, 그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는 징조가 보였다. 하지만 팀을 믿었던 B는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팀은 전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고, 팀원들은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최고의 팀은 어느새 최악의 팀이 되어버렸다.
리더 B가 놓친 것은 뭘까. 최고의 팀원으로, 최고의 팀을 꾸렸고, 초반엔 성과도 좋았다. 철저한 자율권을 줬고 간섭도 거의 하지 않는 `대인배 리더`의 모습도 보여줬다. 그런데 왜 이 팀은 최악의 팀이 된 것일까.
`사장은 왜 밤에 잠 못 드는가(What Keeps Leaders Up At Night)`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집필한 니콜 립킨(Nicole Lipkin) 이퀼리브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좋은 팀이 나쁜 팀으로 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B처럼 `권한 위임`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립킨 CEO는 "리더가 어떤 팀이 너무나 훌륭해 어떤 도움이나 지도도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그 순간부터 `자율성의 덫`에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팀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기대치를 맞추려는 노력과잉 현상이 일어나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실패를 인정하지 않아 결국 나쁜 팀이 된다는 것이다.
립킨 CEO는 매일경제 MBA팀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에서 리더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인터뷰는 좋은 팀이 나쁜 팀이 되는 이유, 리더의 `바쁨(Busyness)`이 일으키는 나쁜 전염효과, 좋은 경쟁이 나쁜 경쟁이 되는 이유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다음 립킨 CEO와의 일문일답이다.
-좋은 구성원들의 합이 반드시 좋은 팀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좋은 팀이었던 조직이 나쁜 팀으로 변질되는 것은 왜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엔 리더의 관리 실패가 크다. 훌륭한 팀을 구성해놓고, 이들이 성과를 내면 `아, 이들은 너무 훌륭해. 그냥 둬도 잘하겠군`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좋은 결과물은 기대한다. 이 팀의 자율성은 높아지고, 권한도 많아진다. 여기까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게 과하면 이 팀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도 리더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리더는 이들이 보내는 무언의 `도움 신호`를 눈치채지 못한다. 이들은 `당연히` 실패할 리도, 도움이 필요할 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낙관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어떠한 문제와 과정을 거쳐 좋은 팀이 나쁜 팀이 되는가.
▶이 팀은 기본적으로 자질이 있는 `좋은 팀`이기 때문에 리더가 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치와 이미지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 팀 내에선 내부 갈등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런 내부 갈등 때문에 도움을 달라는 구조신호를 리더에게 보내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리더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받아들인다. 이미 좋은 팀은 나쁜 팀이 됐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좋은 팀을 `유지시킬 수` 있나.
▶아무리 좋은 팀도 도움은 항상 필요하고, 실패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리더는 좋은 팀과 다소 모자란 팀 모두를 항상 체크해야 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업데이트와 꾸준한 모니터링은 필수다. 좋은 팀일수록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 줘야 한다. 그러면 `좋은 팀`은 `더 좋은 팀`이 될 수도 있다. `방관`은 `권한위임`이나 `자율성`과는 다르다.
-하지만 리더들은 너무나 바쁜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들을 챙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바쁜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바빠야 한다. 자신에게 분명하게 주어진 휴식시간에도 일을 하는 것은 비효율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한계를 만나고, 그 한계를 넘어버리게 되면 기존엔 바빠도 잘되던 일들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나는 `바쁜 리더`들에게 자신의 두뇌를 책장으로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50파운드의 무게까지 버틸 수 있는 책장이 있는데, 계속 한 쪽 방향으로 책을 꽂는다고 생각해보자. 무게가 얼마인지는 잊어버리고 말이다. 책장이 기울듯이 우리의 마음과 두뇌도 기울어진다. 이렇게 `기울어진 것`이 바로 경고사인이다. 이 경고사인을 감지하면 책을 다른 쪽으로 분산시키거나 내려놓아야 한다. 업무에서의 경고사인은 불안함, 집중력 저하, 건망증,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해놓고 하지 못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면 책장은 무너진다. 우리의 마음과 두뇌도 함께 무너진다. 휴식이 필요한 이유다. 오히려 휴식이 바쁨을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어준다.
-문제는 `바쁨`을 훈장처럼 여기는 리더도 있다는 거다.
▶리더가 `바쁨`을 최고로 여기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바쁨을 위한 바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 리더가 구성원의 휴식시간을 존중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미움(Resentment)이 쌓이고, 팀원들은 불안해진다. 처음엔 상당수가 불안감을 해소하고, 리더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단은 열심히 일한다. 처음엔 바쁨을 전염시키는, 폭압적인 리더가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직원들은 이런 리더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 결국엔 구성원들의 이탈로 이어지고, 리더는 자신의 `바쁨 지상주의`로 인해 훌륭한 직원들을 잃고 더 바쁘게 되는 비효율의 극치의 사이클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은 폭압적 리더로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극소수다. 폭압적 리더십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그 폭압적 성격마저도 묵인할 정도의 혁신과 창의성, 혁명적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스티브 잡스식 조합은 아주 독특한 것이고,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내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폭압적 리더들은 스티브 잡스 정도의 비전을 가지지 못했다. 폭압적 리더는 폭군에 불과하다.
-리더의 또 하나의 덕목은 긍정적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쟁은 시기와 질투 같은 나쁜 감정으로 번져 조직을 좀먹기도 한다.
▶경쟁은 기업이나 조직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질투라는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나.
▶먼저 고용 단계에서부터 자존감이 높은 직원을 가려내라. 직원을 고용할 때 그 사람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성숙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하다. 면접자가 과거 일했던 직장이나 동료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를 들어보고, 과거 팀원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한다면 이는 중요한 단서다. "다른 팀원이 당신이 한 일로 칭찬받을 때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겠다. 두 번째로, 잘 노는 팀 스피릿(Spirit)을 구축해라. `잘 노는` 팀은 서로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 함께 노는 문화는 함께 일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데도 효율적이다. 함께 일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공유하고 위안받을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갈등이 있다면 아예 표면 위로 끌어내라. 경쟁이 질투로 변질됐다면, 리더는 이를 잘 잡아내 공론화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리더가 자신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를 읽고, 주의하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팀원 간 능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질투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다음 3가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오픈 도어(Open Door) 정책`을 펴라. 당신이 지금 누군가를 칭찬해야 하는데 그것이 팀원들의 질투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공개적으로 해라. 대신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 각 개인의 다른 장점을 파악해라.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다. 각 멤버들이 잘하는 부분에 맞춰 과제를 내주고, 칭찬을 해줘라. A라는 사람이 잘하는 분야에 B를 참여시켜 놓고 A를 칭찬하고 B를 나무란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리더가 각 개인의 능력을 잘 파악해 어울리는 과제를 주면, 질투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를 권장하라.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팀으로 잘하는 것이 낫다는 점을 강조해라. 같이 일하다 보면 가까워지고, 그 정서적 유대감은 질투와 같은 나쁜 감정을 덜 유발한다.
■ She is…
니콜 립킨은 와이드너대학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MBA를 마친 경영심리학자다.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 `이퀼리브리아`를 창업해 CEO를 맡고 있다.
리더십과 조직 분야의 전문가다. `사장은 왜 밤에 잠 못 드는가`를 비롯해 `Y세대의 코칭전략` 등 베스트셀러를 썼다. NPR, CBS, FOX비즈니스뉴스,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를 하고 있으며, 활발한 강연활동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