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첫 우승은 우리 손으로.’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리틀 쿠바’ 박재홍이 기아의 첫 우승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은 하와이 스프링캠프의 훈련에서 나란히 짝을 이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위밍업이나 토스배팅을 할 때 서로 공을 주거니받거니 하며 훈련을 돕는다. 훈련하는 틈틈이 쉬는 시간이면 나란히 앉아 옛날 이야기를 섞어가며 정담을 주고받으면서 훈훈한 선후배의 정을 쌓고 있다.
팀의 주장이기도 한 이종범은 박재홍을 무뚝뚝하게 대하는 듯하면서도 후배의 팀 적응을 돕기 위해 알게 모르게 애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토스 배팅을 할 때도 박재홍의 스윙훈련 패턴을 물어보는 등 세세히 신경을 쓴다.
쉬는 시간에도 재미있는 입담으로 후배들의 굳은 얼굴에 웃음이 돌게 한다.
박재홍도 선배가 어려우면서도 말이 통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라 스스럼없이 따르고 있다.
두 사람은 광주 서림초교와 광주제일고를 나온 동문. 이종범이 3년 선배다. 박재홍이 현대로 입단해 프로에선 적이 돼서 싸웠지만 이번에 박재홍이 트레이드돼 온 까닭에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중학 시절에는 팀이 서로 달랐지만 당시 광주에서 야구를 잘한다는 박재홍을 데려오기 위해 이종범의 어머니 김귀남씨와 다른 학부모가 나서서 박재홍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인 숨은 사연도 있다.
이종범과 박재홍은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의 대명사. 이종범은 96년과 97년 연거푸 20홈런 50도루고지를 넘어섰다. 박재홍은 입단 첫해인 96년 프로최초로 30홈런 30도루를 기록한 데 이어 98년과 2000년에도 다시 한번 고지를 점령했다. 이들이 뭉쳐 서로의 기량이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재홍은 “종범 형을 비롯해 김종국-장성호로 이어지는 기아의 1·2·3번 타선이 막강해 타격 전 부문에서 경쟁력이 더해졌다. 올해 목표로 타율과 타점 홈런 등 3관왕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종범은 “후배가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일을 낼 것”이라고 박재홍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와이의 따가운 태양 속에서 치고 달리는 이들의 가쁜 숨결 속에 기아의 첫 우승을 향한 꿈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