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민중에게 권력을! 민중에게 상상력을!
로드니 킹 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분이 혹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992년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이 백인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여 무수히 구타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흔하디 흔한 사건으로 지나갈 뻔한 이 구타장면이 당시 뉴스를 통해 방송되자 전 미국이 들끊었고, 가혹행위를 했던 백인 경찰관들이 무죄로 방면되자 그것은 곧 하나의 신호탄이 되어 LA흑인 시위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이번에는 당시 그 비디오에서 경찰에게 구타를 당한 주인공이던 로드니 킹이 아내와 딸을 구타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 시사주간지에서 이 소식을 읽다가 존 레논의 <여성은 이 세상의 깜둥이다>라는 노래가 생각나더군요.
정확히 이야기하면 존 레논과 오노 요꼬가 함께 만든 노래입니다. '여성은 세상의 깜둥이이다.노예의 노예이다.이에 대해 생각하라.그리고 뭔가를 하라.'이런 가사의 노래로 둘이 공동으로 작업해 만들었지요.
그러다 많은 사람들이 가수 존 레논은 잘 알고 있지만, 혁명가 혹은 민중가소로서 존 레논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하지만 최근에는 존 레논에 대해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예전에 금지곡으로 묶여있던 대부분의 노래들도 이제는 쉽게 들을 수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그의 생애를 다루기보다 몇 곡의 노래를 통해 존 레논을 소개할까 합니다.
민중에게 권력을 (Power to the people)
존 레논이 말하고자 했던 정치적 구호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노래라면 바로 <민중에게 권력을(Power to the people)일 것입니다. 그 노래는 제목 그대로 아주 선동적이며 행진할 때 부르기 쉽게 하기 위해 일부러 박수에 박자를 맞춘 노래입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민중에게 권력을'을 여러 차례 반복한 뒤 '민중에게 권력을 즉각(Right on)'이라 선창하고
1절,혁명을 원한다고 말하라. 지금 즉시 실시하자,발을 딛고 거리로 나가자.
2절,수백만의 노동자가 아무런 대가 없이 노동을 한다. 너희들은 그들에게 그들이 실제로 가져야 하는 것을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가 거리로 나갔을 때, 우리는 너희를 끌어내릴 것이다.
3절,동지들이여 형제들이여 묻겠네.왜 당신의 여성들을 집안에 가두어두는가.그녀들은 그녀 자신이 되어야 하고, 그녀들은 스스로 해방시킬 수 있네.
[중략]
노래 부르자 민중에게 권력을,민중에게 권력을 즉각!
이 곡을 나중에 레논을 기리기 위해 미국의 락커들이 모여 만든 추모앨범<노동 계급의 영웅,존 레논에게 바침>에서는 3절의 여성해방 부분을 여성 락커가 부르는데 그것 역시 참 좋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레논의 <노동계급의 영웅(Working to Class Hero)>이란 곡은 '자본주의에서 성공한 노동계급의 비애'를 노래한 곡으로 무시당하고 고통받은 노동계급이 성장하녀 '자본가들에 의한 영웅'이 되어 느끼는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본이 만들어놓은 상품으로써 대중스타,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노래는 존 레논의 대표곡 중 하나 입니다.
<민중에게 권력을>이후 레논은 <민중만이 오직(Only people)>과 <민중을 해방시키자(Freda people)>라는 곡들을 발표하는데 ,<민중만이 오직>에서는 '민중만이 오직 민중에게 이야기 할 방법을 알고,민중만이 오직 세상을 바꿀 방법을 알며,민중만이 오직 민중권력을 실현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매진(Imagine)
<민중에게 권력을>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한 존 레논은 6개원 뒤 <이매진(Imagine)>이라는 곡을 발표합니다. 존 레논을 이직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 노래를 '내가 만들 노래 중 가장 정치적인 노래'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가사를 곰곰이 읽고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금방 눈치챌 수 있는데. 어쩌다가 저 급진적인 노래가 엄중한 시기에 우리나라 심의를 통화하고 심지어 한때 광고 노래로 쓰였는지 요상한 생각마저 듭니다.
잠시 그의 상상력을 살펴보면, '종교'와 '국가','소유'가 없어진 세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1절,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요.당신이 시도해보면 쉬울 거예요.우리 아래에슨 지옥이 없고, 우리 위에는 하늘만 있다고 상상해봐요.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사는 삶을 상상해 봐요.
2절,국가가 없다고 상상해 봐요,결코 어렵지 않아요. 국가를 위해 죽고 죽이는일이 없어지는 것을 상상해봐요. 종교 역시 없어지는 것을 상상해 봐요.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삶을 상상해 봐요.
3절,소유가 없다고 상상해 봐요.당신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탐욕이나 굶주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을 상상해 봐요.인류의 형제애를 상상해봐요.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나누는 것을 상상해 봐요.
후렴,당신은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어요.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된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존 레논은 '이매진은 반종교적,반민족주의적,반인습적,반자본주의적 노래'라고 선언했습니다. 폴 메카트니가 '나는 존 레논의 노래중 이매진이 가장 좋다.왜냐하면 그의 노래 중 가장 비정치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인터뷰를 남기자,존 레논은 1971년 <멜로디 메이커>라는 잡지를 통해 공개적인 편지를 폴 메카트니에게 보냅니다. '이매진을 비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이건 너 같은 보수주의자를 위해 설탕 바른 '노동계급의 영웅'이라구!'
이 노래는 당시 68세대 신좌파 세력의 최대 구호 였던 <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로>를 위한 노래였다고 보아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혁명(Revolution)
비틀즈의 <혁명>이라는 곡은 제목과 달리 노래를 발표한 초기에는 오히려가장 '반동적인'노래 였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비틀즈는 최근 우리나라의 10대에 그 이미지를 맞춰 적당히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노래 가사는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기 보다 사랑,외로움,즐거움 등 평이한 주제들을 다뤘습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1968년 격동의 시기에 발표한 <혁명>이라는 곡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 곡은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오히려 당시의 운동에 대한 냉소와 부정으로 범벅된 가사'였'습니다.
'당신은 혁명,변혁,진보를 원한다고 이야기 한다.그건 우리 모두 역시 바라는 것이다.하지만 당신이 폭력을 사용한다면 나를 제외시키게 될 것이다....당신은 나보고 무언가 헌신해 달라고 말한다. 당신도 알겠지만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하지만 증오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돈을 바란다면 기다리라는 말 밖에 할 게 없다....당신은 사회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말하는데, 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모두는 당신 머릿속에 든 생각을 바꾸고 싶다.....당신의 마음부터 해방시키는 편이 나을 것이다......당신이 모택동 주석의 초상화를 들고 나간다면 어느 누구와도 어떤 방법으로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 싱글판으로 나왔을 때 이렇게 만들어진 가사는 추후 발표하는 <The Beatles>앨번에서 조금 바뀝니다. 존 레논은 'count me out'(나를 제외시킬 것이다) 이라는 부분 뒤에 조그맣게 'in'을 집어넣어 '나를 동참하게 할 것이다'라는 뜻을 살짝 내보입니다. 즉 '나를 제외(동참)하게 할 것이다'식의 짬뽕을 만들어 버린 거죠.나중에 존 레논은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혼란스러웠다'라고 이야기했는데,비틀즈 해체 후에는 'in'만을 크게 발음하여 '동참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혁명'에 대한 찬양으로 바굽니다.
평화에 기회를( Give piece a chance)
존 레논은 베트남전 당시 전쟁에 지친 세상에 반전 평화를 외치는 명곡을 몇 곡 만드는데 <평화에 기회를>에서는 이것저것 모든 '주의'들을 부정하면서 '우리가 말하는 것은 제발 오직 평화에 기회를'이라고 호소합니다. 이노래는 그의 반자본주의적이고 평화적인 무정부주의 성향이 진하게 풍깁니다. 이 노래는 <즐거운 크리스마느>란 곡과 함께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노래로 자리 잡아 당시 집회장에서 매일 불렸습니다. 이 곡은 요즘도 TV에서 전쟁에 대한 다큐멘트리가 나올 때 배경음악으로 종종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국에 있을 때는 아일랜드 해방을 지지하며 아일랜드 공화군(IRA)석방을 외치던 존 레논은 미국으로 건너가 반전운동과 양심수 석방운동에 동참하여 전국 순회공연도 합니다. 1970년 후반에는 '가정주부'가 될 것을 선언하고 육아와 요꼬에 대한 내조를 하며 보냅니다. 그리고 1980년대 초 레이건 대통력 당선으로 대표되는 보수주의적 흐름에 반대하여 '1970년대 까지의 'NO'가 아닌 'OK'를 외치는 운동을 하겠다'며 <시작할 때처럼>,<어려운 시기는 끈났어>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다시 복귀할 즈음,12월 암살사건으로 생을 마칩니다.
당시 미국 내 진보진영의 몰락 이후 뚜렷한 구심점이 없던 시점에서 존 레논이 이제 그 역활을 해주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존 레논의 죽음은 당시 미국 내 진보진영에 큰 타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미국의 진보진영 일부는 그의 죽음에 관한 FBI개입설 등'음모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노래 외에도 좋은 노래가 많이 있습니다. .그 주옥같은 명곡들을 꼭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비틀즈의 곡들도 절대 놓치지 마시길,저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그들을 꼽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습니다. 모든 장르를 종횡무진으로 거침없이 횡단하는 그들의 노래는 마치 20세기 음악 전반을 꿰뚫는 하나의 교과서 같다는 생각을 가끔하게 합니다.
이제 다시 이땅으로 돌아와 지금도 현장에서 아낌없이 투쟁하고 있는 많은 노래 일꾼들에게 새삼 경의를 표합니다.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노래들로, 더욱 새로운 상상력으로 우리를 채워지시기를 감히 졸라보렵니다.
최세진의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