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꼬마와 노는 꿈을 꿨어요.
뭐가 그렇게 즐거운 지 절로 웃음이 나요.
그러다 온통 까맣게 변해버리면 상꼬마도, 그 누구도 없는 검은 세상에 나 홀로 남아요.
'흐-...상꼬마!!!상꼬마!!!!어딨어!!'
벌떡.
"하아, 하...휴우_..."
이마엔 식은 땀이 잔뜩 흐르고, 심장은 쿵쿵 아직까지도 진정할 줄을 몰라 왼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온통 하얀색인게-...병원이구나.
따뜻한 기운이 가득한 오른손을 보자-...그 손을 누군가 꼬옥 잡고는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었어요.
"서율...아...?"
"으음-...어? 일어났어?"
"아...네."
나도 모르게 서율일꺼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렸는데, 풋- 그럴리가 없죠.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는 건-...온 설이었어요.
온 설은 내 손을 놓고는 컵에 물을 따라 주며 걱정스럽게 쳐다봐요.
"밤에 잠 못 잤어?"
"네? 아뇨, 일찍 자고-늦게 일어나는 게 습관인데..."
"흠...그래? 근데 너 수면부족이래."
"켁, 수면부족이요?"
"응. 스트레스성 빈혈끼도 좀 있고-..."
스트레스성 빈혈이라...천하의 권제이가 빈혈로 쓰러지기까지 하고, 정말 별일도 다 있네요.
드라마에서 쓰러지는 여주인공들 보면서 나도 꼭 한번 저렇게 쓰러져보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지한이가 옆에서 웃기고 있다면서 비웃고는 했는데...
으흐-, 집에 가서 지한이한테 자랑해야지.
어? 그러고보니 아까 지한이가 일곱신가...여튼 빨리 오라고 했었는데...
"지금 몇시예요?"
"일곱시 오십분-, 아까 너 쓰러진 게 세시쯤이었으니까 겨우 다섯시간잤다."
"으아- 늦었다! 집에 가야되는데!"
"뭐? 안돼! 의사가 오늘 하루정도는 병원에서 푹 셔야된다고 했단말이야."
온 설은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다시 강제로 눕혀버리고는 이불을 코까지 덮어줘요.
어차피 한 시간이나 지났겠다. 결국 나 역시 얌전히 누웠어요.
지한이에게 미안하다고 문자라도 날려주기 위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으려는데-
아, 나 환자복이었지. 겨우 하루 입원하는 데 환자복도 입고, 하하.
"아저씨, 나 핸드폰 좀."
"응, 잠깐만."
온 설에게 핸드폰을 건네받아 폴더를 열자, 부재중 전화만 열다섯통??!
그것도 다 지한이, 다현이한테 온 거예요.
얘네 둘이서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일곱시까지 못 가서?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나?
왠지 전화를 했다간 욕을 엄청 먹을 것 같은 느낌에 미안하다는 문자를 한 통 보내고는 핸드폰을 꺼버렸어요.
"더 자. 내 말 벌써 흘렸어? 수면부족이라구, 이 여자야."
"잠 안 온단 말이예요."
"배는 안 고파?"
"음-...그냥, 뭐...떡볶이 사다줄래요?히히!"
"피식-, 좀만 기다려."
내 말에 온 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떡볶이를 사기 위해 병실을 나섰어요.
온 설이 배고프냐고 물어보니까 진짜로 배가 고픈 게 느껴져버려서 꼬르륵- 하고 뱃고동이 울려요.
소리가 컸는 지 옆에 있던 할머니께서 호호 웃으시며 말을 걸어와요.
"색시, 색시 남편이 맛있는 거 사올꺼야. 좀만 참아~"
"남편 아니예요!"
"아니여? 그럼 무슨 관계여? 계속 색시 자는 동안 손 붙들고 있드만..."
"아...그냥...그냥 아는 오빠예요."
왠지 말하면서 온 설에게 괜히 미안해요. 온 설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예요.
십분이 지나도 온 설은 올 생각을 않고, 티비에도 지루한 뉴스만 틀어져있는 탓에 나는 잠시 병실을 나왔어요.
심심한데 복도나 돌아다녀볼까-. 잠깐. 여기 병원이름이 뭐지?
나는 걸음을 멈추고 있다가 내가 입고 있는 병원복에 새겨진 글자를 봤어요.
대성병원...이라는 건, 여긴 서율이가 입원해있는 곳이잖아요!!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와서 서율이 병실은 어디일까 생각하고 있는 데 정하은이 보여요.
지친 듯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가버리는 정하은.
708호, 저기가...서율이 병실이겠구나.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 덕에 오른손으로 가슴을 꾸욱 움켜쥐고는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허억, 헉...어디가, 권제이."
"아저씨."
"아, 미안. 혹시 화장실 가는거야?"
"아뇨, 그냥...답답해서."
"히히- 떡볶이 사왔어, 먹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온 설이 내 손을 잡았고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온 설을 따라 병원지하에 있는 휴게실로 내려왔어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떡볶이에, 김밥에, 어묵에, 튀김까지. 몽땅 펼쳐놓는 온 설이예요.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요?"
"별로 안 사왔는데...원래 순대도 사오려다가, 김밥때문에 그만둔거라구~. 얼른 먹자!"
이쑤시개로 떡볶이를 하나 콕 찍어 나에게 건네주는 온 설.
나는 그걸 받아들고는 떡볶이를 먹었어요.
꽤 매콤하면서도 은근히 달콤해서 정말 맛있었어요.
튀김도 떡볶이 양념에 찍어 먹고 있는데- 갑자기 온 설이 손뼉을 짝! 치며 말해요.
"아, 바보! 케잌을 깜박했어!"
"케잌이요?"
"응,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였잖아."
"아-...내일 먹으면 되죠. 내일은 크리스마스니까."
"내일은 안돼. 나 일이 있어서 내일 아침 일찍 회사에 들어간단 말야."
"아직 졸업 안했잖아요? 게다가 빨간날인데 무슨 회사를..."
"스무살되고부터 회사에서 부르면 가서 일하고 있어. 공휴일에도 부르면 가야되."
맨날 한가해서 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꽤 바쁜 사람인가봐요. 온 설은.
자기도 가기 싫다면서 계속 툴툴대는 게 입이 대빨 나와있어요.
그러면서 떡볶이가 맛있다고 또 웃다가 또 다시 한 숨을 내쉬어요, 풋.
"내일 퇴원은 가족들 불러, 알았지? 바보같이 혼자 가지 말구."
"아...음...네."
젠장, 지한일 어떻게 불러요. 어쩌면 아직까지 전화오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그 자식은 무슨 일을 꾸미길래 그러는거야. 괜히 사람 신경쓰이게 하구 있어.
뭐, 보나마나 크리스마스 파티 이런거겠지~.
에휴-, 내일은 나 혼자 퇴원해야겠구나.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오전 11시.
눈을 떠보니 온 설은 없고, 퇴원 잘 하라는 메모 한 개만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풋-, 글씨 한 번 대개 못 쓰네."
메모지를 내려놓고 핸드폰을 켰어요.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부재중전화가...아우...멋져, 아주.
나는 상큼하게 무시하고는 문자들도 대충대충 읽었어요.
혜정이는 당연히 현준이랑 만난다고 좋아라 하고, 성희는 또 다현일 어떻게 꼬신건지!
문자의 반은 지한이한테 온 듯 문자를 계속 보고 있는데-,
[누나 왜 안와 오늘 나림형 생일이란 말이야!!!
멋쟁이동생]
뭐?!나림오빠 생일?!
무슨 사람 생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야! 아- 정말 어쩌죠?
그런 줄도 모르고...정말 안 그래도 나림오빠하고 사이 어색한데-...바보, 권제이. 바보야.
나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는 나가려다가-...서율이가 생각나버렸어요.
살금살금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708호, 서율이의 병실에 가까워져가는데-.
툭.
"아악!"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날 놀래키는 바람에 소리를 질러버렸어요.
아니 뭐...놀래켰다기보단 그냥 툭 친 것에 내 멋대로 놀란 거긴 하지만요.
어쨋든 그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려버리면,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으으...정말 누구야, 하고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창백하게 마른 서율이가 서있었어요.
"후...깜짝이야, 벌써 퇴원하네."
"응? 나 퇴원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어제 휴게실에서 봤어, 니 남친이랑 있는 거."
"아-...아니, 그게 아니라! 그 사람은 내 남친 아니야."
나는 아직까지도 오해하고 있는 서율이에게 허겁지겁 온 설이 내 남친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내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떠보이는 서율이는 다시 나에게 되물어요.
"어...?"
"니가 오해한거라구. 그냥 아는 오빠야."
"하-...다행이다."
"뭐라구?"
작은 한 숨을 쉬며 뭐라고 중얼대는 서율이의 말을 듣지 못한 내가 갸우뚱하며 되묻자,
크리스마스얘기로 말을 돌려버리는 서율이예요.
"크리스마슨데...뭐 안 해?"
"그냥...뭐..."
그러고보니 온 설도 없고, 집에는 못 들어가고...
얼버무리는 내 말을 듣더니 덥썩 내 손을 잡는 서율이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 서율이를 봤어요.
피식, 멋들어지게 한번 웃어보이더니 어디론가 날 데려가요.
"어, 어디가?"
"산타 만나러, 히히"
창백했던 서율이의 얼굴에 생기가 돌면,
왠지 나도 기분이 좋아져버려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 버렸어요.
"근데 병원복 입고 괜찮겠어?"
"아, 참. 그러네. 픽- 좀만 기다려, 마누...권제이."
"...응, 히히."
나에게 마누라라고 부르려던 서율이의 입모양이 금새 내 이름을 불러요.
씁쓸했지만 티내지 않으려고 웃으며 갔다오라고 했어요.
서율이가 병실로 들어갔고, 나는 간이의자에 털썩 앉았어요.
설마...서율이하고 크리스마스를 함께할 줄은 몰랐는데-...이래도 되는 걸까?
"가자."
"다리..."
"응? 이거? 괜찮아, 목발 있잖아."
"정말 괜찮은 거지?"
"응! 빨리 가자, 지상이 올 지도 몰라."
서율이는 기브스를 한 다리를 목발에 의지하며 잘도 빠르게 걸어요.
역시 기럭지가 길어서 그런가-...쳇.
병원을 나오자 비록 어제의 눈은 그쳤는 지 내리지 않았지만 상쾌한 바람이 우리를 반겨요.
병원 안에 습기때문인지 좀 답답했는 데,
이제야 좀 살 것 같은 느낌에 숨을 크게 들이쉬자 서율이도 똑같이 숨을 크게 들이쉬어요.
"어디 갈까?"
"난 아무데나."
"쓰레기장도 좋냐, 킥킥"
"아씨, 장난하지말구."
"돈은 있어? 난 오만원정도 있는데."
"억...난...오천원밖에..."
젠장, 어제는 온 설과 점심만 대충 먹고 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내 주머니는 텅텅 비어있었어요.
내가 울상을 지으며 꼬깃꼬깃한 오천원을 보이자, 장난스레 웃으며 오천원을 가져가는 서율이예요.
"뭐야, 왜 가져가- 나 거지란 말야!"
"니 돈으로 대충 김밥 사먹고, 우리 롯데월드 가자."
"롯데월드?"
"어, 오만원이면 딱 되."
롯데월드...우리 200일 때 갔었던 곳이예요.
난 왠지 꺼려지는데...헤어진 지금은 같이 가고 싶지 않은데...
내가 고개를 숙이자 그런 나를 보고는 서율이가 손으로 내 머리를 마구 헝크러뜨려요.
"미안...그럼 롯데월드는 관두고, 시내 돌아다니자."
"응. 일단 밥부터 먹자, 나 배고파."
"픽- 가자."
서율이는 내 손을 잡았고, 나는 서율이를 따라 걸었어요.
갑자기 이렇게 잘해주니까...이상해.
이러니까 꼭, 우리 예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잖아.
난 아직도 예전 그대로의 마음인데...
넌...아니겠지, 서율아?
*
이쁜 코멘 주신
ㅠㅠㅅㄹㅎ 님
나쁜&당당한 여자 님
유리♥ 님
펑키우먼 님
귀귀 님
백수4 님
김중심 님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그 외에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이번편 많이 부족해서 죄송해요...ㅠㅠ
가상방에 가캐 올렸으니 한번 봐주세요, 히히
※참, 깜박 말씀 안 드릴뻔 했네요!!
저 주말에 소설 못 올린답니다..어딜가서...ㅠㅠ
월요일 날 뵈요...훌쩍....
첫댓글 일뜽이다><'' 서율이 완젼머쪄>< 그동안 눈팅 죄송해요ㅜ^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팅도 전 행복해요! 이렇게 코멘까지 주시니 행복만땅♡
이서율 이서율,,,, 난 제이가 너로인해 행복하면 되지만....그래도 나 너한테 맺힌거 많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헉, 서율이..ㄷㄷㄷ
재밌어요~~~처음으로댓글남기는것같아서죄송하구요...월요일까지어떻해기다리죠ㅠ_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괜찮아요!으하항- 죄송해요...ㅠㅠ월요일 꼭 올께요!!
흑흑흑 ㅋㅋㅋ담편기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네!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오늘첫편부터마스터했어여 ㅋㅋ 넘재밌어여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으히히! 감사합니다!!
아악 재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율이도 그리웧 ㅏㅈ너 언능가버려 훠이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잉...얼디로 갈까요ㅋㅋㅋ
왠지온설불쌍해여ㅠㅠ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설이...훌쩍, 불쌍한 설이..ㅠㅠ
크리스마스에 서율이랑 있게 됬네요..제이랑 서율이랑 잘됬으면 좋겠어요...제이도 아직서율이 좋아하는거 같은데..서율이도 제이 좋아할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번외편을 보면 아마 아직 좋아하겠죠?;ㅛ;
다시둘이잘됬으면좋겠어요!!다음편기대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으항서율이....갑자기-_-';;;;;;;;;;;;;제이진짜난감?하겠다.....?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제이는 난감하고도 행복하겠죠? 으히히
어흑 ㅜㅜ...완전 감동이야 ㅠㅠ..둘이 잘댐 조켓는데 ㅜㅜ..서율이 모야!!융..!!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저두 빨리 잘 됬으면..ㅠㅠ
재미있어요^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