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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만드는 일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나에겐 즐거움과 고달픔을 함께 느끼게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두 느낌의 무게를 비교 해 본다면 즐거움의 무게가 더 크기에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와 함께 도자기를 하는 벗들의 작품을 포함해서 내 작품을 초벌 800여도에서 소성하고 유약 시유 후에 다시 재벌을 하는 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가마에 기물을 재임할때에는 공간의 효율성적인 활용을 위해 크기와 높이를 잘 맞추어서 재임을 해야 한다. 기물의 형태가 일정치 않은 수제품의 경우는 재임 역시 수월한 일은 아니다.
전기물레로 만들어 일정한 규격을 맞춰 만들 수 있다면 수월할텐데.. 만드는것을 가르칠때에도 크기나 규격을 정해주고 만들게 하면 수월할테지만 만드는 사람 개개인의 원하는 디자인이나 크기를 살펴주다 보면 늘 이렇게 어려운 일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괘념치 않는다. 어짜피 만드는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때문이다.
소성 후 가마의 문을 여는 순간..
늘 간장되고 기대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내 작품만 소성하는 경우는 그래도 덜 긴장되지만 그 외의 작품들을 함께 소성할때는 책임감때문에 더 긴장하게 된다.
내게는 습관이 있다. 소성하는 날은 늘 혼자 시간을 보낸다. 집중력이 떨어지는것을 염려해서이다.
기물을 재임하는 시간.. 한가마를 재임하는데는 혼자 공방에서 온종일을 머물게 되고 초벌기물 재벌을 위해 시유하는 일은 엄청난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초별 된 기물들을 분류별로 구분 해 놓고 흑유 시유 후 닦아 낼 작품과 채색이 필요한 작품들을 구분한다.
그냥 본 시유를 하면 편안할꺼구만 성격이 까탈스러운것도 아닌데 더 나은 색상을 기대하는 마음에 늘 밑 채색유약을 옅게 시유하고 본 유약을 바르게 된다.
조형물의 경우는 더 까다롭다
초벌 기물들의 표면을 정리하고 채색 전에 흑유가 필요한 부분에 흙유를 시유하고 그 후에 채색을 하고 닦아내기를 수차례.. 또 채색하고 또 닦아내고..
마지막으로 기물 전체를 시유한 후에 가마에 재임을 하게 된다.
재벌시 기물의 위치는 상당히 중요하다. 가마의 성격을 이해하고 열의 효율성을 잘 살펴서 저화도 유약을 시유한 기물은 열효율이 떨어지는 곳에 자리잡아 주고 깊은 환원이 필요한 기물은 또 그 위치에 잡아 주어야 한다.
가스가마의 특성을 잘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약공부를 하는 동안 배웠던 지식은 이론이지 실제에 적용하는 일과는 조금 차이가 있음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 든 일은 내 키보다 높은 위치에 기물을 올리는 일이다
초벌 전이 기물은 들고 운반하기가 용이하지만 유약을 바른 후에는 손자욱이 나지 않게 이동을 하고 가마에 올려 놓아야하기 때문에 긴장감과 손목에 무리하다싶을 정도의 힘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야 재벌 소성준비가 다 되는것이다.
초벌소성의 경우는 소성시간만 8시간 내외..
재벌의 경우는 소성시간이 13-15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가마에 따라 다르다지만 준비시간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다. 누군가 묻는다. 그 힘든 작업을 왜하느냐고, 사서 고생이란 표현을 한다.
나는 왜 그 작업을 하는걸까? 간단하다.
나의 일상중 일부분을 떼어내서 이렇게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 자신을 돌아 볼수 있는 정신적인 호젓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기때문이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소성이 끝나고 이틀여의 시간동안 식어야 한다. 가마에 열을 상승시키는 시간은 15시간이지만 식히는 시간은 이틀 이상이 걸린다.
이제는 조바심도 덜하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 한 일에 대한 결과는 그낭 받아들인다.
시작 하기 전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를 살피는일.. 실수를 한 부분은 어디인가를 살피는 일.. 체크 후에 노트하고 강의시에 설명하고, 내가 작업을 할때에 참고하기 위한 과정들이다.
그리고나서의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많다. 가마 안에서의 변화는 불가항력이라는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성된 기물을 꺼내기 위해 가마의 문을 여는 순간.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기물을 하나하나 꺼내 보면서 특징들을 메모하고 잘못된 작품들을 살피고 미니어처에 나타난 표현 기법과 유약의 어울림을 근접촬영해서 본 기물을 만들때에 참고하게 된다.
노란 노트에 빼곡히 적힌 참고사항,,
하나하나 꺼내 자연광 아래서 살펴보고, 뉘엇뉘엇 지는 해를 보면서 심호흡을 한다.
한작품 한작품 만든이에게나 소성을 한 나에게나 아름다운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또 한번의 흙에서 이렇듯 기물로 변화되어져 나온 그 과정을 뒤돌아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든 과정을 끝 낸 후 기물들을 정리해서 자리에 놓고 공방을 정리하고 돌아오는 시간은 늘 이렇게 밤이나 새벽이다.
밤 풍경이 아름다운 한강변. 작은 공원에 차를 세우고 흐르는 물도 바라보고 물 건너 펼쳐진 일산의 야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사는 일은 한마디로 표현키는 어렵겠으나순환이 아니겠는가, 내가 자연의 일부이듯 이 세상 모든 사물이 함께 머무는..
소리없이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 머지 않아 나도 저 강물따라 미지의 땅으로 갈것을 하는 생각에 이르면 푸근해 지고 너그러워진다.
사는 일은 이런것인 것을,,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평온함으로 다가오는 여유를 받아들이는 일은 나에게는 각별한 행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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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시간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많은 공부도 하고,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안녕하셨겠지요? 푸근한 공간임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불노동으로 얻은 작품을 식히며, 밤풍경이 아름다운 한강변 일산의 야경을 바라보는군요. 먼 여행 끝에 돌아와 카페에 쉬며 한잔의 휴식도 괜찮은,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파아란님의 예쁘고 차분한 작품들을 보며 저 또한 마음 포근합니다.
오랜 만이네요..^^ 벌써 가을이라고 조석으로 싸늘하네요..파아란님 작품을 만날수 있는 11월의 전시회도 곧 다가오겠지요..
이렇게 힘든 작업인 줄 짐작조차 못했답니다 사진을보니 입이 딱 벌어지네요 ^^
저와는 가는 길이 다르게 보이지만 흙을 빚어 굽는다는 행위는 같은 것...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가까이 있으면 서로 도움이 될텐데..eva cassidy의 노래..좋습니다.
그러게요.. 가까이에 있으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을텐데... 고맙습니다..// 노을이 지는 저녁에 이 곡을 들으면 참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