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 속 흐름이 빠른…
[매봉산~단풍산 /영월]
아시내 마을입구 - 맷둥이골 - 맷둥이재 - 매봉산 - 1115봉 - 1180봉 - 단풍산 - 송전탑 - 솔고개 주차장 [6시간]
2013. 9. 22 [일]
평택 종주산악회 47명
낮과 밤 그리고 하늘이 달라지고 있다. 완연한 가을인가. 짧은 낮의 시간, 무뎌딘 긴 밤, 마냥 높게만 둥실 떠 있는 구름… 진정 가을이 온 것이다. 마냥 있을 법한 여름은 어느새 새 시간의 역류에 휘말리어 사라진지 오래되니 자연은 그저 자연다운 것이다.
하늘도 알지 못한다는 함허동천 중 하나인 영월 땅의 초가을 풍경. 그중 원시적인 수림과 태고의 정취가 단연 으뜸인 태양너머 매봉골의 고즈넉한 산자락이 매혹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허나, 대한 백두대간 함백산과 두위봉의 풍경에 가린 탓에 산객들의 발길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만의 고유한 풍경이 서려있기에 특히 가을날의 秋日抒情은 그 산들에 못지 않으리라.
가을 잿빛의 산정과 들판을 뒤덮은 몽환적인 안개는 포근한 가을날의 서정을 들게 하며 지난여름을 잊게 만듬이다. 매봉산봉과 서봉, 단풍봉의 은은한 자태가 다가오는 가을을 실감케 한다. 진솔한 고백처럼 이어지는 산정의 숨은 뜻이 여기서 비롯된다. 드러내지 않는 상징적인 경관에 숨결을 모은다.
오전 10시 10분.
하늘 속 병풍같이 곱게 둘러쳐진 산정의 그윽함이 눈에 비쳐든다. 차츰 연갈색으로 물들어가는 수목들의 잎 새들이 싱그런 모습으로 길손들을 맞는다. 호젓한 산길이라 표현하고 싶지만은 이곳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소슬하게 배여 있는 듯 하다. 깊은 가을의 향내가 콧속을 자극한다. 호흡을 길게 뿌려댄다.
빽빽한 수목과 숲속에서 가을의 소리가 공기를 타고 조용히 귓속을 파고든다. 어렴풋이 비치는 계곡의 깊이는 한 치의 자이고 두 치의 숨겨짐이다. 숨은 듯이 작은 沼가 자취를 보일락 말락 부끄러운 듯이 유연한 물길을 샘솟게 하고 있다. 때론 볼륨을 크게 울리며 가을을 표시하곤 한다. 그리고 속 깊은 고요를 유지하며 그들만의 고유한 숨결을 뿌려댄다.
선선한 바람이 미음을 적셔댄다. 가을 속 깊숙이 파고드는 오전 잿빛이 수목을 지키는 파수군 역할을 해대며 이 시공간을 한층 밝게 만든다. 조용한 산정에서 알 수 없는 기개를 느낄 수가 있다. 고요히 이는 가을 물결이 첩첩한 산중을 일깨우며 충만감으로 휘감긴다. 한적한 미경이 눈앞에 깔린다.
「 밝은 가을 숲에서 떠오르는 것은 그윽한 서정적 감성입니다.」
「 지나간 시간은 돌이 되어 굳어져가고, 다가올 시간은 금석이 되어 수수한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 가을의 영화가 몰려오겠지요. 그리고서 꿈과 이상으로 물들여 놓겠지요.」
스치듯 지나간 것들이 회상으로 표출된다. 너무 과도한 시간이었기에 지난여름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순간으로 생각되었다. 그 여름을 연상시키는 흔적들이 없어진 듯 보이지만 눈 앞의 시선에는 그 시간적 정황들이 속속 드러내 보인다. 존재하며 무성하다 사라지는 자연의 이치 앞에서 그 변화는 자연의 움직임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바람결에 모아지는 가을의 양기가 무한하게 공간을 열려들게 한다. 열리는 가을인가보다. 숨결을 모으며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서는 님들의 뒤태엔 작은 소망이 기다리는 듯하다. 가을과의 동행자이다. 지난 여정이 피로물질에 불과하지만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이치로 받아들이는 소박한 마음에 “정겹고 다정한 느낌이” 있는 단어로 대신한다.
우직한 노송사이로 젖어드는 산맥들의 가을 풍경이 바람에 스치는 아스라한 가을로 비유된다. 간간이 떠있는 흰 구름은 하늘을 떠받치며 소리 없이 가을의 전설을 뿌려대는 듯하다. 가을안개가 장도에 오른다. 순간적 시간사이로 흐르는 것이다. 땅에서 하늘로, 산자락에서 산그늘로… 번져 지는 가을시간을 생각하였는지도 모른다. 비쳐지는 그 속엔 섭리의 운명인 삶이 역력하게 심상화처럼 피어오르는 것이다.
산자락 너머 비스듬히 해를 받은 가을안개가 얕게 깔리며 그간 출렁거렸던 신록의 여름을 멀리하는 듯 보여진다. 깎아지른 절벽의 장엄함과 병풍처럼 두른 바위의 기세에 눌리면서까지 그 안개는 오로지 빛을 풍요롭게 받을 뿐이다. 저 멀리 비쳐지는 백두자락도 빛나는 가을햇살을 멀리하며 안개를 부르고 있다. 곧 理想한 시간으로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여서인지… 그리고 그 비탈 산자락에는 수묵화처럼 번져 지는 가을화가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하려 방울방울 번져 오르기까지 한다.
산객들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높은 곳, 여기. 수많은 발자국과 가슴의 소리로 가을을 접수하는 듯 하다. 이 산정에 붉은 꽃 피는 날, 그 산경에 그렇게 물들며 마음을 소소히 품었던 순간적 시간. 그 풍경의 아름다움이 흔치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산정일수록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가을 덮인 산정은 매순간 각별함의 절정이다. 본능으로 말이 없어진다.
「 순간 사라지고, 순간 떠오르는 심오한 가을의 시간. 영원한 산정의 역사가 되어가는군요.」
「 침묵만이… 더 떠오르지 않습니다. 시간과 소통했던 그 이야기는 지금의 산실이 아닐까요.」
「 일찍 가을의 당신을 만났나 보군요. 고요속의 고독에 압도당하는 것처럼.」
소슬바람이 산유화를 자꾸 밀어낸다. 수수하게 내딛는 산목의 길은 시간을 자꾸 되돌리려 하니 현호 색, 산국화, 제비꽃, 애기똥풀, 무명초등이 상존과 번영으로 소통의 문을 연다. 더불어 매봉과 단풍을 잇는 소담한 태초의 길은 그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절벽에서 불어대는 가을바람이 무심한 듯 산정의 끝자락으로 깊은 숨결을 퍼부으며 몸을 숨긴다.
오후 15시 08분
걸쭉한 기암들의 표정이 사뭇 이글거리는 듯 하다. 더욱 찾아들었던 폭염 탓도 있으리라. 산중의 내재된 슬픔이 아니던가. 우리들 자신도 그 속에 머무르며 극명한 산중의 자각을 느낀다. 피어오르는 열기의 함성이 이 산정을 빠른 메마름으로 들게 하고 있다. 시들어가는 시간의 그림자가 더욱 고삐를 바짝 쥐고 있으니, 힘없이 돌아서는 님들이 고개 짓을 좌우로 젖히며 꺄우뚱 하면서 가을의 분말을 찾아 나선다.
「 아지랑이처럼 뜨겁게 달구는 한 여름날의 폭염처럼 가을 구릿빛이 너무나 생경하네요.」
「 이 순간의 느낌을 가감 없이 표출해내는 산정의 깊은 울림은 시간 속으로 흐르는 성찰 같습니다.」
「 거부할 수 없는 가을날의 일상이 아니던가요.」
「 과거를 침묵하게 하는 자연의 절기가 새삼 마법 같은 시간 속으로 전달됩니다.」
「 지난 여름날의 정황들이 낱낱이 파고드는 순간이야말로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본능이 아닐는지요.」
「 세월의 본능이…」
가을의 미색을 담고 있는 광활한 태백산, 소백산 줄기의 대한 백두대간이 하늘 속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림같이 눈을 사로잡는 옥동천 협곡이 내면적으로 길고 어지럽게 빚어낸 현실을 망각하게 한다. 고독이 섭렵한다. 깊은 여운이 드는 까닭은… 안개 속 미약하게 밝아오는 산맥의 기운이 시린 가슴을 뒤덮여준다.
인적 없는 산길을 소소한 가을빛을 받으며 무거운 발길을 튼다. 적막을 뚫고 어디선가 개 짓는 소리가 들린다. 이 가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느낌을 받으며, 지나온 짧은 여정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린다. 사라지려는 순간 다시 떠올리는 것이다. 미약한 감정이 자신을 혼돈 시키니 추풍 앞에서 우두커니 선 온몸이 되어버린다. 하늘을 본다. 그 광활한 하늘빛은 어떤 느낌으로 그렇게도 무한히도 확산하는지를…
◈◈◈
고문님, 회장님과 부회장님, 재무님과 대장님, 회원님과 산우님들, 한발 짝 다가온 가을 색 속에 좋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서 온몸으로 도왔던 빛과 바람을 다시금 생각하였습니다. 살짝 아름다움을 간직한 착한 가을날이었습니다. 수고의 말씀을 드리면서.
청신한 이 가을을 맞이하여 1대장님 내외분께서 정성껏 준비하신 후(後) 식(食) 돌산 갓김치와 육개장 아주 잘 먹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애써주시는 이년헌 고문님을 비롯한 회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또 뵙지요.~~
2013. 9. 23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
오랜만의 얼굴, 반가왔습니다. 건강은 많이 회복되셨는지.. 자주좀 뵙기를 바랍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산행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사진감상 잘했습니다. 단체사진 퍼갈께요! 형님!
대장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건강때문에 약간 걱정이 앞섰지만.. 꾸준한 몸관리로 종주를
부탁드립니다. 동천 같은 산정의 풍경에 초가을의 감성을 느끼고 왔습니다.
또 뵙지요.
아산신화님과 솔솔 불어주는 가을 바람 덕분에 아주거운 산행 이었답니다. ^^
늘 좋은 글과 영상 감사 드립니다.**수고 하셨습니다**
매봉산,단풍산의 기운으로 활기 넘치는 한주가 이어 지시길 바랍니다
회장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신성한 가을의 줄기와 연삽한 산정의 풍모는 가히 신비를 이룬 마음의 공간이었습니다.
함께하여주신 뜻있는 동행, 감사 드립니다.
대마도 산행때 알현드리겠습니다.
고생했읍니다~~~
감사드립니다. 산울림 고문님 간만의 해후 반가왔습니다. 자주 뵙기를 고대하였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했습니다. 고문님의 조용한 모습 저의 마음입니다.
대마도 산행때 정중 인사드리겠습니다.
멋진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나현이 아버님 감사드립니다.
늘 종주를 사랑하시는 그 마음 고맙습니다.
그 즐거운 산행 다시금 머릿속에 아른거립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