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먹는 두부가 참으로 부드럽다.
봄이 어떻게 왔는고 하니, 그것은 나도 모르겠다.
출근길 해가 빨라진다 싶더니, 바람이 따듯하고, 만물이 생동하는지 내 마음이 어지럽다.
식욕이 돋고 놀러 다니기 좋은 그런 계절이다.
마음만 같아서는 새순이 돋는 산에 올라 일출을 맞이하고 내려오는
길에 유명하다는 녹두전과 비빔밥을 맛보고 싶으나, 아무리 봄이 왔다고
한들 게으른 자여! 당신에겐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음식점은 두부요리전문점으로,
예술의전당 길 건너에 있는 그 유명한 ‘백년옥’이다.
간판이 한자로 되어있으니 당황치 말고 파란 간판을 찾아가자. 마침 봄을 맞아
예술의 전당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전>,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전>이 진행 중이고
4월부터 한달 내내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가 열리니 봄나들이겸
봄맛 음식으론 ‘백년옥’두부가 딱이지 싶다.
01. 검정치마? 검정두부!
두부 맛을 보려면 그야말로 두부를 먹어야지~ 뭉텅뭉텅 두부만 담백하게
썰려 나오는 生두부를 시켜보자.
천연재료를 가지고 재래식 방법으로 만들어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접시 가득 두부만 멀뚱히 담겨 나와도 놀라지 말 것.
간장에 살짝 찍어 먹거나 김치에 싸 먹으면 된다. 더 담백하고 싶다면,
두부만 입에 넣어라. 비리지 않은 부드러운 콩맛이 난다.
다른 식사 때문에 양이 많을 것 같다 싶으면 반모(小)만 시켜도 되고, 아무래도
심심하다 싶을 것 같으면 부침을 시키자.
뭔가 더 특별한 두부를 원한다면 2천원이 더 비싼 검정두부를 먹을 것. 검은
콩으로 만든 두부다.
02. 들어는 봤나, 콩전!
해물전, 파전은 들어봤어도 콩전은 또 뭔가? 궁금해 시켜보니 동글납작한
정체불명의 여섯 덩어리가 들깨를 입은 채 서빙되었다.
각종 야채와 콩을 갈아 빚은 것으로, 약간 달달한 맛도 나고 하나만 먹어도
꽤 배가 부르다.
사실 두께로 보나 맛으로 보나 ‘부침개’종류보다는 ‘고로케’에 가깝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결국 먹다 먹다 다 먹지 못하고 남은 3개는 포장했다. 모든 음식은
포장가능, 남은 음식도 깔끔하게 포장해 준다.
03. 자연의 순두부와 야채두부비빔밥!
이번에도 이름에 끌렸다. ‘자연의 순두부’라니.. 자연미인은 들어봤어도
자연의 순두부라니.. 진실은 이랬다.
그릇 한 가득 속살 하얀 순두부만 담겨 나온 것이랄까. 간장을 쳐서 먹으면 된다.
그런데 꽤 맛있다.
후루룩 후루룩 들어가는 것이 맛도 좋고, 이것만 먹으면 살도
엄청 빠질 것 같은 기묘한 느낌!
그래도 심심해 보였는지, 자연의 순두부를 시키면 빨간 콩비지 뚝배기가 함께 나온다.
공기밥은 디폴트.(필수로 나온다는 얘기)함께 식사로 시킨 야채두부비빔밥은
맛있기는 하나 큰 특색은 없다.
비빔밥에 두부가 들어가 있다는 것 정도. 비빔밥으로서는 부끄럽지 않으나
두부전문점만의 플러스 알파는 없다는 게 결론.
::: 봄날음식 아주레의 맛Go! 달콤한 봄밤 대치동 금수복국의 복요리
완연한 봄날이다. 거리의 공기가 달콤해졌다.
가벼운 원피스를 입고 나서니 마음까지 산들거린다.
그래 봄바람은 참 산들산들 하늘하늘 묘하게 설렌다.
여긴 24시간 금수복국이다. 금수복국은 원래 부산이 본토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와 몇군데 지점이 있다.
대치점은 복지리로 유명하다.
들어서면 깔끔한 분위기에 친절한 이모님들이 맞아주신다.
식당에서 아주머님대신 부르는 이모님이란 호칭이 왠지 더 정감있다.
복집이라고 하면 가격에 부담을 느낄지 모르지만 금수복국의
은복지리는 일반이 구천원 특은 만천원, 복껍질무침은 만원이다.
복어는 저칼로리 고단백질, 저지방 식품으로 각종 무기질 및 비타민이
풍부해 수술전후의 환자 회복과 노화방지에 좋다.
특히 알코올 해독과 콜레스테롤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후구라 하는데 ‘행복을 부른다’ 는 뜻.
새콤하게 무친 복껍질은 쫄깃하니 입맛을 확 살린다.
지방질이 적은 복요리들 속에 바삭한 복튀김을 한 점 먹으니
입안에서 즐거운 탄성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