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대부산, 진묵대사의 발자취가 서린 고산지맥
청량산(淸凉山 713m) - 대부산(貸付山,601.7m)
▶개요 및 자연경관
문수보살도량이자, 중국의 5대 산의 하나인 청량산과 같은 이름을 쓰는 전북 완주의 청량산. 그 산 중턱에 자리한 원등사에서도 한결같이 청량산으로 부르고 있으며, 원등사 계곡 입구에도 청량사가 있다. 따라서 전북산사랑회(회장 김정길)에서는 사찰의 고증을 받아 청량산으로 이정표를 세운바 있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원등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원등사는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되었으나 진묵대사가 사찰 터에 남아있던 석등에서 등불이 변산 월명암까지 비치는 것을 보고 중창했다는 의미로 멀원(遠), 등불등(燈)을 쓴다.
청량산은 금남정맥에서 갈려 나온 산줄기로 만경강 원류인 동쪽의 고산천과 만경강의 지류인 서쪽 소양천의 분수령이다. 또한 고산의 계봉산(안수산), 소양의 종남산, 동상의 동성산과 대부산을 잇는 중요한 길목이다. 따라서 만경강의 원류인 고산천 나누며 고산에 있는 계봉산을 이어주기 때문에 호남지리탐사회원들과 협의한 결과 고산지맥으로 부르기로 했다.
청량산의 이름도 잘못되었지만 대부산은 일제잔재가 물씬 풍기는 괴상망측한 이름이다. 동상면 거인마을 정완채씨(243-9072)에 의하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동상면 일대를 측량하면서 강제로 동원한 거인마을 사람들에게 수고비 대신 대부산을 무상으로 준 후부터 베풀대(貸) 줄부(付)를 쓰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김대연이라는 친일파가 대부산이 거인마을 주민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으면 세금이 많이 나온다고 주민들을 속인 뒤 매각한 돈을 가지고 줄행랑을 놨다는 웃지 못할 사연이 있다. 거인마을은 이름난 사람이 많이 배출된다는 의미이며, 임금이 써준 어필(御筆)를 받은 정진사도 그 마을 출신이다. 따라서 대부산을 거인산으로 고쳤으면 좋겠다.
학동산도 원래는 수만리 학동마을과 같이 학이 모여드는 ‘비학귀소(飛鶴歸巢)’ 형상으로 학학(鶴)을 썼는데 최근 타지에서 학자들이 터를 많이 잡으면서 배울 학(學)으로 바뀌었다.
대부산과 학동산을 품은 동상면 수만리는 한국의 8대 오지의 대명사라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전주-동상을 잇는 일주도로와 수만교가 개설돼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대부산은 일제 때 축조된 1953년에 막은 동상저수지와 그 아래에 새로 축조한 대아저수지 때문에 삼면이 육지속의 섬의 신세가 됐다. 그리고 그 산 주변의 지명이 특이하다. 수만(水滿)리는 조선 중엽에 이서구 전라도관찰사가 “장차 물이 가득 차게 될 것이다.”는 예언대로 동상저수지와 대아저수지 축조로 마을에 물이 가득 찼다. 대아(大雅)리는 원래 큰 골짜기라는 의미로 대실(大實)라 했는데 일제가 한자로 바꿨다. 음수(飮행水)마을은 뒷산이 목이 마른 말이 물을 먹는다는 ‘갈마음수혈’의 명당에서 유래됐는데 말이 물을 먹기보다 전북사람들이 그 물을 먹었다.
대부산 정상은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북쪽은 동성산, 운암산, 왕사봉, 동쪽은 연석산과 운장산(주줄산), 남쪽은 청량산(원등산) 한눈에 잡힌다. 대부산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은 스릴만점이고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동상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와 산행미를 더 해준다. 그리고 대부산 서쪽 중턱에 자리한 마애불상을 둘러보고 안도암에서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숲이 우거진 길을 걷는 것도 낭만적이다.
청량산 정상의 조망도 대부산 못지않다. 북동으로 금남정맥의 최고봉인 운장산 서봉과 연석산의 아름다움이 다가오고, 동쪽은 저 멀리 덕유산이 아스라하다. 남쪽은 만덕산, 서로는 서해 바다가 눈앞에 가물거린다. 원등사에서 전주시가지를 조망하는 것도 일품이고, 사찰을 감싸고 있는 뒤편의 연봉들의 자연경관도 아름답지만 절 아래에 있는 대나무 숲과 깊은 계곡에서 내리쏟는 폭포와 옛날에 장군이 칼로 갈랐다는 깨진바위(일명, 장군바위)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원등사로 오르는 계곡에는 여름철 피서객, 가을철 단풍을 즐기는 탐방객으로 붐빈다. 청량산은 운장산과 함께 공비토벌 소탕작전의 주요거점의 산으로 유명하며,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금. 은. 보석을 숨겨 두었다는 소문이 있다.
산줄기는 금남호남정맥 완주 주화산에서 북으로 뻗어가는 금남정맥이 입봉과 보룡고개(26번도로)를 지나, 황조치로 가기 전에 북쪽으로 고산지맥을 내려놓는다. 그 지맥에는 밤재를 지나 청량산을 솟구쳤다. 청량산에서 북쪽은 학동산과 대부산, 서북쪽은 귀골산을 내려 놓고, 귀뚤봉과 위봉산성을 지나 동쪽으로 위봉산을 나뉜다. 그리고 되실봉을 지나 써래봉에 이르러 동쪽으로 동성산, 북쪽으로 고산의 계봉산(안수산)의 산줄기를 나뉘고, 서쪽으로 서방산과 종남산을 일구어 놓는다.
청량산의 물줄기는 만경강의 원류인 고산천과 소양천을 통하여 만경강을 이루고 대부산과 학동산의 물줄기는 모두 동상저수지에 모아져 고산천과 만경강을 이루다가 서해로 흘러든다. 행정구역은 청량산은 완주군 동상면과 소양면의 경계를 이루고, 학동산과 대부산은 모두 동상면이다.
--------- 전북산사랑회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