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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14
1. 씬. 경찰서. (밤)
강형사, 시계와 연수연의 사진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형사 : (옆에 와서 앉는) 이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덩치가 큰 사건 같긴 해요.
강형사 : 왜? 뭐가 더 나왔어?
김형사 : 서장님이 이 시간 지금까지 진행 된 사항 보고서로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하드라구요.
강형사 : 아직 결말도 안난 사건을 무슨 보고서로 작성해?
김형사 : 내 말이요. 근데 그 보고서 윗선 어디선가 보자고 한 것 같은 낌새가 느껴져요.
강형사 : 뭐?
2. 씬. 병원 일각. (밤)
옥경, 누군가 남자의 등만 카메라에 걸쳐진 채.
옥경 : 진짜 수연이 친척 분이세요?
남자 : (끄덕이는)
옥경 : 수연이 친척 없다고 했는데......
3. 씬. 고사장 집 서재. (밤)
고사장 : (책상 앞에 앉아 핸드폰 중) 정말인가? 확실해? 아이는 정말 죽은 거냐구?
노크 소리.
고사장 : 알겠네. 수고 했네. (핸드폰 끊고) 들어와.
문 열고 들어오는 혜미.
고사장 : 이제 오냐?
혜미 : 아빠?
고사장 : 그래?
혜미 : 알아야겠어요. 제가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 건지?
유준석이 저와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약점이 뭔지?
고사장 : ......
혜미 : 그래야 저도 힘을 갖게 되잖아요?
고사장 : 아직은 때가 아니다.
혜미 : 아빠.
고사장 : 그 놈이 계속 방자하게 나오면 너도 알아야하겠지. 하지만 넌 모르는 상태로 갔으면 싶구나.
혜미 : 왜요?
고사장 : 널 믿으니까. 네 능력으로 그 비서 아이 떼어내고 순탄하게 결혼 했으면 좋겠구나.
그래야 일이 순조롭다.
4. 씬. 준석의 집 거실. (아침)
준석, 출근하기 위해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한여사 신문 보고 있는데.
아줌마 : (인터폰 받고 있는) 사모님? 저번에 왔던 형사라는데요.
한여사 : (굳어지고)
준석 : (내려와서) 저번에 왔던 형사라뇨?
한여사 : 지금 몸이 아파서 못 만난다고 해요.
준석 : 들어오라고 해요.
한여사 : 무슨 짓이냐?
준석 : 집에 형사가 찾아왔다는데 저도 무슨 일인지 알아야죠.
한여사 : 넌 출근이나 하거라. 별 일 아니니까.
준석 : .....
한여사 : 출근이나 하라니까.
들어오는 강형사, 김형사.
강형사 : 아침 일찍 찾아뵈서 죄송합니다.
준석 : 무슨 일입니까?
강형사 : 누구신지?
준석 : 아들입니다.
강형사 : 아, 네. 어머님께는 저번에 말씀 드렸는데, 모르셨나보네요.
김형사 : 연수연씨 살인 사건 때문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한여사 : (일어서며) 그 일에 관해서라면 그 때 다 말씀 드렸는데요.
강형사 : 그 도난 사건에 대해서 재조사를 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야 수사가 진행 될 거 같아서요.
준석 : 도난 사건이라뇨?
강형사 : 아드님께는 전혀 말씀을 하지 않으신 거 같군요.
한여사 : 이 아이가 알 일이 아니니까요.
강형사 : 그 시계가 이 사건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준석 : 시계요?
5. 씬. 준석의 집 마당. (아침)
준석, 강형사, 김형사 걸어나오는.
강형사 : 그러니까 아드님께는 집안에 그런 도난 사건이 있었는지도 전혀 모르셨군요?
준석 : ......
강형사 : (김형사에게) 이 집에서 일했다는 아줌마 신원부터 파악해보지. (준석에게 인사하고 걸어가는)
6. 씬. 준석의 집 앞. (아침)
강형사, 김형사 걸어나오는.
김형사 : 이름도 모른다고 딱 잡아떼는데 무슨 수로 신원을 파악해요?
강형사 : 이런 게 압박 수사라는 거 아니냐? 우리가 의심을 하고 있는 눈치면 자기도 똥줄이 탈 거 아니냐구?
7. 씬. 준석의 사무실. (아침)
준석, 뭔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앉아있는.
윤희 : (수첩 접으면서 표정 살피는) 다 들으셨어요?
준석 : (보고)
윤희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안 들으셨죠?
준석 : 들었습니다.
윤희 : 그럼 오전 스케줄 뭐예요?
준석 : 나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닌데.
윤희 : 나가요?
준석 : ......
윤희 : (나가려다가) 저기요. (돌아서는)
준석 : ......
윤희 : 팀장님이 백수찬씨한테 뭔가 일을 좀 시키시면.....
준석 : 그런 얘기 할 기분 아닙니다.
윤희 : (뻘쭘해서 나가는)
준석 : ......
8. 씬. 사무실. (아침)
희섭, 영재, 대한 등 출근하면, 수찬 책상 걸레질 하고 있는.
희섭 : 뭐하는 거예요?
수찬 : 아무 일도 안하고 월급 타가기 미안해서요.
직원 : 미스김 이거 복사 좀.
수찬 : (얼른 달려가서) 제가 하겠습니다.
영재 : 속이 없는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9. 씬. 회사 복도. (낮)
수찬, 쓰레기 봉투 들고 걸어오는.
윤희, 걸어오다가 보는.
윤희 : 뭐해?
수찬 : 보면 모르냐? 파지 버리러 가잖아.
윤희 : 그런 걸 왜 자기가 해?
수찬 : 야, 야. 말 좀 가려서 해라. 자기가 뭐냐? 자기가?
남들이 들으면 저 제비 자식하고 이상한 사이라고 오해 한다니까.
윤희 : 지금 그런 농담이 나와?
수찬 : 질질 짜면서 살 순 없잖냐?
윤희 : 점심 사줄까?
수찬 : 싫다. (걸어가는)
윤희 : 그런 건 하지마. 아무 일도 안 시키면 그냥 앉아 있어.
수찬 : (걸어가며, 씩 웃으며) 그래도 내 생각해주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
10.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웃옷을 입고 있으면.
윤희 들어오는.
윤희 : 밥 사주세요.
준석 : (보고)
윤희 : 거절하시면 저 삐치는 수가 있어요.
준석 : .....
11. 씬. 레스토랑. (낮)
준석, 윤희 식사하고 있는.
윤희 : 포크 같은 거 던지면 절대 안돼요?
준석 : .....
윤희 : 저 지금 팀장님 삐치는 거 각오하고 뭔가를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이니까.
준석 : 백수찬씨 얘기라면 하지 말아요.
윤희 : 와, 눈치 백단이다.
준석 : (웃지 않는)
윤희 : (머쓱하고) 백수찬씨 우리 회사 잘리면 정말 안 되거든요.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준석 : 그런데요?
윤희 : 그 버릇은 왜 또 시작하고 그러세요? 한동안 안한다 했더니?
준석 : 밥 사달라고 했으면 밥이나 먹어요.
시간 경과.
윤희, 준석 앞에 아이스크림 디저트 놓여져 있는.
윤희 : 친구 안할게요.
준석 : (보면)
윤희 : 그냥 제대로 근무하게 해주시면, 수찬씨하고 친구 그만 할게요.
준석 : .....
윤희 : 맹세해요.
준석 : 그렇게까지 그 친구가 소중합니까?
윤희 : 소중해서가 아니라, 가여워서요. 사무실 청소나 하면서 시간 떼우는 게.
팀장님이 사람들 보란 듯이 일을 시켜주시면, 다들 그만 둘 거 아니예요?
팀장님, 그런 힘 있는 분이잖아요?
준석 : 이런 거래 마음에 안 듭니다.
윤희 : 그냥 좀 들어주면 안돼요? 나도 말도 안 되는 팀장님 제안 받아줬잖아요?
준석 : 난 마음에 안드는 건 안합니다.
윤희 : 난 마음에 들어서 하는 거 같으세요?
준석 : ......(스푼으로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져 있는 키위를 떠내 내려놓는)
윤희 : (보는) 진짜 까다로우시다.
준석 : 키위 알러지가 있습니다.
윤희 : 어머, 우리 동네에도 그런 거 있는 애가 있는데. 키위 알러지라는 거 흔한 건가보네.
난 세상에 뭐 그런 게 있나 희한해 했는데.
준석 : 100만명에 하나 꼴로 흔합니다.
윤희 : (그건 그거고) 나....처음으로 한 부탁이잖아요?
준석 : ......생각해보죠.
윤희 : (화들짝 미소 지으며) 믿고 있겠습니다.
준석 : 윤희씨가 그러면 그럴수록 그 친구 더 자르고 싶어지니까 그냥 먹기나 해요.
윤희 : 넵. (아이스크림 열심히 먹는)
12.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선우, 전화 중. 미희 걸레 만들고 있는. 그 옆에 예슬 앉아있는.
미희 : (바늘에 찔려서 비명 지르고) 아야. 이런 건 할머니더러 해달라라니까.
예슬 : 엄마도 뭔가 해주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냐. 엄마, 너무 거저먹는 경향이 있다니까.
초등학생 딸 키우면서 청소 걸레 하나 안 만들어주는 건 너무 하는 거 아냐?
선우 : 그래, 알았어. 아이고, 그렇게 아쉬우면 핸드폰 하나 사주면 쓰겠네. 들어가.
(전화 끊고) 내가 연락망이야, 연락망.
윤희, 들어오는.
윤희 : 다녀왔어요.
선우 : 너 연애하는 거 정말 아냐?
윤희 : 왜 또?
선우 : 밥은 매일 먹고 오는 거 같은데, 술은 안 먹고 들어오는 게 수상해서 그래.
윤희 : 수상 할 것도 많네. (얼른 물 따라 마시는)
선우 : (히히거리며) 고니 아빠가 이제야 운이 트일려나보다.
미희 : (매섭게 보는)
선우 : 그 여자야, 찜질방. 고니 아빠가 핸드폰도 없고 해서 연락이 안 되니까 답답한가보다.
자길 어떻게 생각하는 거 같냐구? 시간 되면 내일은 저녁이나 먹자구.
미희 : 그 여자도 눈이 턱 아래 붙었나? 그 촌놈이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든다구.
선우 : 사람 눈 각각이야. 듬직하니 사람 순하니 마음에 든다는데 어쩔 거야.
미희 : 아야. (걸레 던지면서) 나 못해, 못해.
예슬 : 진짜 엄마도 너무 한다. 고니 아빠는 아빤데도 이런 거 다 만들어주시는데. 참,
선우 : 왜 뭐 먹고 싶어?
예슬 : 우리 혈액형 검사했는데, 고니 이상한 피다.
선우 : 뭐? 이상한 피가 어딨어?
예슬 : cis 뭐.....그런 건데, 우리 학교에 딱 하나래. 영이는 부러워 죽어.
13. 씬. 준석의 방. (밤)
준석,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준석 : (회상에 잠기는)
흑백 필름으로.
14. 씬. 준석의 집 거실. (밤) - 회상, 흑백.
준석 : (물컵을 들고 식당에서 나오는)
안방에서 들려오는. 톤 높인 음성으로 들려오는.
한여사 : (E) 전 그 시계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까?
유회장 : (E) 가여운 애요.
15. 씬. 준석의 집 거실. (밤)
준석, 계단으로 내려오는.
준석 : (한여사 방으로 가서 노크 하는) 들어가겠습니다.
16. 씬. 한여사의 방. (밤)
한여사, 의자에 앉아있는. 준석 들어와서 서는.
한여사 : ......
준석 : 연수연이라는 여자가 누굽니까?
한여사 : .....
준석 : 누굽니까?
한여사 : 죽은 여자라고 형사가 하지 않디?
준석 : 아는 사람 아니십니까?
한여사 : 그런 사람 모른다.
준석 : 그런데 왜 거짓말은 하셨습니까?
한여사 : (보는)
준석 : 그 시계......알고 있습니다.
한여사 : (굳어지는)
준석 : 오래전 밤이었습니다. 물을 마시러 내려왔다가 두 분이 언쟁 하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러셨죠. 난 그 시곌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냐구.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가여운 애라구.
한여사 : ......그런 일 기억에 없다.
준석 : 정말.....모르십니까? 그 여자?
한여사 : 모른다고 하지 않았니?
준석 : ......(돌아서 나가는)
한여사 : (떨리는 손을 주먹 쥐는)
17. 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윤희, 수찬 평상에 앉아있는.
윤희 : 사람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내가 했다.
수찬 : 유준석이 얘기냐?
윤희 : 혈액형도 그렇게 희귀하니까 요상하게 하고 살았겠지.
수찬 : 누구 얘기야?
윤희 : 누구 얘기 하는 거 같은데?
수찬 : 나?
윤희 : 고니 학교에서 하나 밖에 없는 희귀 혈액형이라드라. 그럼 당근 댁도 그럴 거 아냐?
수찬 : (굳어지고)
윤희 : 그럼 혈액은행 같은 데 등록 해놔야 하는 거 아냐? 사고 같은 거 대비해서?
수찬 : 희귀 혈액형?
윤희 : cis 뭐라면서? 아, 댁이 더 잘 알 거 아냐?
수찬 : 난 그냥 O형인데......
윤희 : 그래? 그런 법도 있나? 아들은 희귀 혈액형인데, 아버지는 평범한 O형.
혈액형도 돌연변이 같은 거 있는 거야?
수찬 : ......
18. 씬. 창고. (밤)
덕길, 곰 눈알 붙이고 있고, 고니 잠들어 있는.
수찬 들어오는.
덕길 : 할 일 없으믄 옆에서 눈알이나 줏어줘불지 왜 밤에 싸돌아댕기고 그런디야.
수찬 : (고니 옆에 앉는) 형?
덕길 : 거기 곰 새끼 한 마리 줏어줘야.
수찬 : 고니 혈액형이 뭐야?
덕길 : 뭐?
수찬 : 고니 혈액형 말이야?
덕길 : 몰러.
수찬 : (버럭) 어떻게 그런 것도 몰라? (고니 의미 있는 눈길로 보는)
19. 씬. 병원 내. (낮)
고니, 피 뽑고 있는. 그 옆에 서있는 수찬.
20. 씬. 병원 앞. (낮)
걸어나오는 수찬, 고니.
고니 : 학교에서 검사 혔는디.
수찬 : 희귀 혈액형은 정밀하게 검사해서 혈액은행 같은 데 등록을 해놓고 그래야 하는 거거든.
고니 : 그런 거여요? 지는 기양 좋은 건 줄 알았는디. 애들이 진짜 멋있다고 그러고 난리 났어라.
수찬 : 그래?
고니 : 서울 놈들은 참말로 희한하당께요. 뭐든 조금만 특이하믄 그것이 좋다고 난리들이랑께요.
수찬 : 그렇구나. 진짜 희한한 애들이구나.
21.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일하고 있으면
윤희 : 퇴근하겠습니다.
준석 : 조금만 기다려요.
윤희 : 그냥 갈래요.
준석 : (보면)
윤희 : 생각하시는 동안은 밥 혼자 드세요.
준석 : 맘대로 해요.
22. 씬. 비서실. (낮)
윤희, 가방 챙기면서 뿌루퉁해서.
윤희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길게 하나. 남자가. 턱하니 불러서 이 일 좀 해 와요, 그러면 끝인 걸 가지고.
옹졸 왕자. (핸드폰 열고, 버튼 하나 꾹 누르는) 친구 뭐하시나?
23. 씬. 술집. (밤)
수찬, 윤희 술 마시고 있는.
윤희 : 술도 안 먹고 다닌다고 의심 받아서. 연애 하냐구?
수찬 : 너도 인생 참 어렵게 산다.
윤희 : 그러는 댁은 참 쉽게 사네. 아, 참 그리고 낮에 할 일 없어서 인터넷 검색 해봤거든.
수찬 : (보면)
윤희 :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하드라.
수찬 : 말 좀 그렇게 하지 마라. 앞 뚝 잘라먹고 지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알아듣게.
윤희 : 고니는 cis AB형인데, 친구는 그냥 O형이라며?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거라든데?
수찬 : 너도 참 할 일 없다. 그런 건 뭐하러 검색을 해보냐?
윤희 : 할 일 없었다니까. 어떻게 된 거야?
수찬 : 내가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는 거겠지 뭐.
윤희 : 어이구, 뭔들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있으신가.
수찬 : (어두운)
24. 씬. 창고. (밤)
덕길, 다림질하고 있는. 고니 잠들어 있는.
수찬, 들어오는.
덕길 : 밤마실이 습관이냐?
수찬 : 데이트 있다면서 빨리 들어왔네?
덕길 : (히히거리며) 나가 엄청 마음에 들긴 헌가봐야. 오늘은 글씨 등심을 안 사주냐. 그것도 한우로다가.
수찬 : 거시긴 안했어?
덕길 : 안즉 조금씩 허긴 허는디. (히히거리는)
수찬 : 왜 그래? 징그럽게.
덕길 : 나더러 귀엽디야. 거시기 거시기 하는 것이.
수찬 : 하늘이 내린 천생 연분이다.
덕길 : (발길질 하는) 저 노무 입초사. 너가 하늘이 내린 천생연분이라고 한 까추가 워쩌케 혔는지 몰러?
수찬 : 이번에야 또 그러겠어. 그 여잔 돈도 있다면서?
덕길 : 너 고니 데불고 병원 갔었냐?
수찬 : (약간 당황하는) 응. 응. 왜?
덕길 : 너가 에비라 뭐가 달라도 달러부러. 그 키위 먹고 픽픽 쓰러지는 병 고칠 수 있다고 허디?
나는 약만 먹일 줄 알았지. 근본적으로 고치는 방법이 있는가는 생각도 안 해봤는디....
수찬 : (어두운 느낌으로)
25. 씬. 회사 전경. (낮)
26.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인터폰 누르는.
윤희 : (E) 네, 팀장님.
27. 씬. 비서실. (낮)
인터폰 누르고 있는 윤희.
준석 : (E) 영업부 백수찬씨 대기하라고 하세요. 모델 하우스 가는데 나하고 동행 합니다.
윤희 : (야호하는 느낌으로)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미나 : (어머나, 하는 느낌으로 보는)
28. 씬. 사무실. (낮)
희섭, 전화 받고 있는.
희섭 : 알았어요. (전화 끊고) 백수찬씨. 로비로 내려가 있어요.
수찬 : 네?
희섭 : 기획 팀장님이 모델 하우스 가시는데 백수찬씨와 동행 하시겠답니다.
수찬 : (일어서서 나가는)
직원들 수군거리는.
영재 : (빈정거리는 투로) 면죄부 떨어졌군.
대한 : (인상이 구겨지는)
29. 씬. 모델 하우스. (낮)
준석, 수찬 직원들과 모델 하우스 둘러보고 있는.
30. 씬. 모델 하우스 앞 주차장. (낮)
준석, 수찬 걸어 나오는.
준석의 핸드폰 울리는.
준석 : (받으면)
윤희 : (E) 저녁 살게요.
준석 : (수찬에게 눈길을 주고) 속 보여서 싫습니다.
윤희 : (E) 그냥 좀 넘어가죠. 이런 날 흔치 않거든요.
준석 : (미소 지으며 전화 끊는) 난 약속이 생겨서 가다가 내려줘야 할 거 같군요.
수찬 : 요 앞에서 버스 타고 가겠습니다.
준석 : 그럼, 그렇게 하세요. 좋은 친구를 뒀더군요. 백수찬씨. (차에 타는)
수찬 : .....
31. 씬. 감자탕 집. (밤)
어이없어서 보고 있는 준석.
윤희 : 스페셜로 시켰어요.
준석 : 대접하겠다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거 시키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윤희 : 그럼 좋아하는 걸로 주문하세요.
준석 : 전부 감자탕인데 따로 주문 할 게 어디 있습니까?
윤희 : 아닌데. 다른 것도 있는데.
준석 : (흘겨보다가 수저 드는)
윤희 : (웃고) 살 골라 드릴까요?
준석 : 됐습니다.
윤희 : 귀여운 거 모르죠?
준석 : (보고)
윤희 : 투덜이 스머프 저리 가라는 거?
준석 : 가지고 놀다가 제 자리에만 내려놓으십쇼.
윤희 : 고마워요.
준석 : 듣고 싶지 않습니다.
윤희 : 고맙다구요.
준석 : 그 친구 때문에 고맙다고 하는 거 듣고 싶지 않습니다.
윤희 : (히히거리며 뼈다귀 뜯으려고 하는데)
준석 : 약속 했습니다. 친구 그만 하기로.
윤희 : ......(멍하니 보는)
32. 씬. 버스 정류장. (밤)
준석의 차 멈추는.
준석 : 왜요?
윤희 : 이제부터 이 차 타고 올 땐 여기서 내릴래요.
준석 : 그러지 않아도 돼요.
윤희 : 내가 그러고 싶어요.
준석 : .....그냥 갑시다.
윤희 : 우리 엄마......욕 먹이는 일 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 말 많은 동네거든요.
준석 : ......
윤희 : 난 괜찮아요. 그러니까 마음 상하지 말아요.
준석 : ......
윤희 :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말구요. 옛날에 러브 스토리 보면서 여주인공이 그러잖아요.
남자 주인공한테 사랑하는 사람끼린 미안하다는 말 하지 않는 거라구.
그땐 무지 촌스럽다 그랬는데. 지금은 알 거 같아요. 듣는 사람이 더 미안해지는 말인 거.
예전엔 몰랐어요.
준석 : 밤길 어둡잖아요?
윤희 : 전요. 얼굴이 무기거든요. 예전에 한번 봉변당할 뻔 한 적 있었는데,
제 얼굴 보더니 에이 번짓수 잘못 찾았다 그러고 달아나드라구요.
준석 : 지어낸 얘기죠?
윤희 : 진짠데. 가세요. (내리는, 차창에 대고 손 흔드는. 걸어가는)
준석 : (차에서 내리는)
윤희 : 왜요?
준석 : 가는 거 보고 있으려구요.
윤희 : .....(보다가 걸어가는)
준석 : (보고 있는)
윤희 : (눈물 글썽한 눈으로 걸어가면서, 혼잣말로) 다음에 다시 태어났을 땐,
어디든 같이 걸어갈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 태어나요, 우리.
33. 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수찬, 평상에 앉아있는. 들어오는 윤희.
윤희 : 왜 나와 있어?
수찬 : .....
윤희 : (옆에 와서 앉고)
수찬 : 베갯잇 송사라는 거냐?
윤희 : 뭐?
수찬 : 너 때문인 거잖아? 유준석이 오늘 나 데리고 모델 하우스 간 거?
윤희 : 그랬어?
수찬 : 너 연기력 형편없다.
윤희 : 그 사람을 그렇게 몰라? 그 사람이 내가 시킨다고 할 사람으로 보이냐구?
수찬 : 사랑에 눈이 멀어 있잖냐?
윤희 : 진짜 멀어 있으면 나 데리고 도망을 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수찬 : 우리처럼 단순하게 살 수 없는 사람도 있는 거다.
윤희 : 그냥 아까웠나보지. 그만 일로 물 먹여서 쫓아내긴 아까워서 그냥 곁에 두자 그랬나본데 뭐.
수찬 : 밥줄 끊기지 않아서 고맙긴 한데....
윤희 : 한데?
수찬 : 서글프다. (일어나서 창고 쪽으로 움직이는)
윤희 : ......
34. 씬. 술집. (밤)
영재, 희섭 앉아서 술 마시고 있는.
희섭 : 난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영재 : 인사과 이부장님한테 알아보니까 말이죠.
희섭 : (보고)
영재 : 부장님 승진에 대해 이부장님도 의아해 하시더라구요.
희섭 : .....
영재 : 부장님도 그래서 늘 걱정하셨던 거 아닙니까? 언제 잘릴지 몰라서?
희섭 : 자네 대체 왜 이러나?
영재 : 뭘 알고 계신 겁니까?
희섭 : (굳어지고)
영재 : 그래서 승진 하신 거 아닌가요?
희섭 : 난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못 알아듣겠어.
영재 : 그런 게 있으면 저한테도 좀 알려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 동네에서 같이 산지가 얼만데?
희섭 : 나 먼저 가겠네. (나가버리는)
영재 : (뭔가 있어 하는 표정으로 술을 쭉 마시는)
35. 씬. 고사장 사무실. (낮)
고사장, 준석 앉아있는.
고사장 : (서류 덮으면서) 백수찬인가 하는 친구 어떻게 됐나?
준석 : .....
고사장 : 이제쯤은 지 입에서 그만두겠다고 할 때가 된 거 같은데?
준석 : 회사에 필요한 사람입니다.
고사장 : (보고)
준석 : 본인이 그만두겠다고 하기 전까진.....
고사장 : (자르며) 그래서 그만두겠다는 말이 나오게 하라고 한 거 아닌가?
준석 :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고사장 : 그건 위에서 하기 나름이야.
준석 : 그런 일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일어나서 인사하고 나가는)
고사장 : (이를 악무는 느낌으로)
36. 씬. 준석의 집 거실. (낮)
고사장, 한여사 앉아있는.
고사장 :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아냈습니다.
한여사 : (굳어져서 보는)
고사장 : 제가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한여사 : .....
고사장 : 이젠 저한테 힘을 좀 실어주셔야겠습니다, 사모님.
한여사 : ....
고사장 : 준석군이 제 딸 아이에게 수모를 주고 있는 건 아십니까?
계속 준석군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저도 지금처럼은 못 할 것 같습니다.
한여사 : .....
37.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일어서고, 윤희 서있는.
윤희 : 점심 준비 됐는데요.
준석 : 나갑시다.
38. 씬. 고급 빌라 정도. (낮)
준석, 안내인과 같이 둘러보고 있는.
윤희 멀뚱하니 서있는.
준석 : 자리 좀....
안내인 : 아, 네. 천천히 둘러보십쇼. (얼른 나가는)
윤희 : 이사 하시게요? 어머님 혼자 계신데? 곧 결혼도 하실 거구.
준석 : 마음에 듭니까?
윤희 : (멍하니 보는)
준석 : 내 사람이 조카 방에 얹혀 있는 거 싫습니다.
윤희 : .....
39. 씬. 레스토랑 (낮)
준석, 윤희 식사하는.
준석 : 왜 그렇게 못 먹어요?
윤희 : 먹고 있어요.
준석 :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하고?
윤희 : 잠깐만이요. (일어서서 나가는)
준석 : ......
40. 씬. 여자 화장실. (낮)
윤희, 들어오는. 입을 가리고 우는. 미끄러져 내리면서 흐느껴 우는.
41. 씬. 병원 내. (낮)
수찬, 남자와 얘기하고 있는.
남자 : 친자 아닙니다.
수찬 : (놀라서 보는)
남자 :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일 확률이 0퍼센트입니다.
수찬 : ......
42. 씬. 길. (낮)
수찬, 걸어오는. 멍하니 멈춰서는.
덕길 : (E) 고니, 니 아들이여.
수찬 : .....
43. 씬. 창고. (밤)
잠든 고니, 덕길, 수찬 서로를 바라보는.
덕길 : 너, 시방 그게 뭔 말이여?
수찬 : 고니.....내 아들 아니야, 형.
덕길 : 너 또?
수찬 : 유전자 검사 해봤어.
덕길 : ......
수찬 : 내 아들일 확률 0퍼센트래.
덕길 : 그, 그것이 뭔 말이다냐, 대관절?
수찬 : 어떻게 된 거야? 내 아들이라며? 수연이가 내 아들이라고 했다면서?
덕길 : ...... (울기만 하던 수연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그것은......너 아들이냐고 물응께 기양 울기만 혀서.....
수찬 : .....
덕길 : (고니 보면서) 그, 그 럼......이 놈이 대관절.....누구 아들이란 거이냐?
수찬 : ......
그런 두 사람의 얼굴에서.
44. 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수찬, 덕길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있는.
덕길 : (울먹해서) 고니 저 놈을 워째 한디야?
수찬 : 뭘 어째. (단호하게) 고니, 저 놈 우리 아들이야. 형하고 내아들이라구.
덕길 : (감동한 표정으로 보는)
수찬 : 수연이 아들이잖아. 그럼 우리 아들인 거구.
덕길 : 그런 거이제?
수찬 : 수연이 그 자식.....대체 어디서 어떡하고 살다가......
덕길 : 틀림없어야. 그 놈이 관련이 있는 거이여.
수찬 : (보면)
덕길 : 고니 친 에비. 그 놈이 수연이 죽은 거 허고 관련이 있는 거이라고.
수찬 : 그럼 안돼.
덕길 : 뭐?
수찬 : 그럼 고니 저 놈 더 불쌍해지잖아.
45.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선우,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윤희, 물을 따라 마시고 있는.
선우 : (벌떡 일어나며) 저, 저 죽일년.
윤희 : (돌아보면)
선우 : 저래서 첩년들은 뭐가 틀려도 틀리다는 거야. 저, 저 친구 남편 뺏어 살면서 좋아죽는 거 봐.
윤희 : ......
선우 : 옛말도 있어. 첩 앞에선 부처님도 돌아앉는다구. 저 천벌을 받아 죽을 년.
윤희 : 엄마는 왜 그래?
선우 : (놀라서 보는)
윤희 : 그 사람도 사정이 있는 거잖아. 왜 이년 저년 하면서 욕을 하구 그래.
그 사람은 뭐 좋아서 첩 노릇하겠어?
선우 : 이 물색없는 인간아. 편을 들 걸 들어. 세상에 살인자는 용서해도 첩은 용서 못 받는 거야.
(머리 속 보여주며) 봐라. 이 원형 탈모증이 왜 생긴 줄 아니? 네 아버지 첩살림 할 때 생긴 거야.
윤희 : (문으로 나가버리는)
선우 : 안자고 어딜 나가?
46. 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수찬, 생각에 잠겨 앉아있으면. 윤희 나오는.
수찬 : 왜 안자고 나오냐?
윤희 : 우리 엄마.....살인자는 용서 받아도 첩은 용서 못 받는 족속들이래.
수찬 : 너 얘기했냐? 너 제 정신이냐? 그게 무슨 자랑할 일이라구?
윤희 : 연속극 보고 이 년 저년 하면서 욕하고 계셔.
수찬 : 난 또. 여자들한테 세컨드는 공공의 적인 거 아직 몰랐냐?
윤희 : 오늘.....집 보러 갔었어.
수찬 : (보는)
윤희 : 근사하드라. 나 조카 방에 얹혀사는 거 싫다구 하나 마련해주겠대.
수찬 : 경사 났다.
윤희 : 근데......나.....밥 먹으러 가서 화장실에서 주저앉아 울었어.
수찬 : (애잔하고) 집 한 채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게 생겼는데 울긴 왜 울어?
윤희 : 정말....내가 본격적으로 세컨드가 되긴 되는 거구나.
그 사람 미안해 할까봐 차마 그 앞에선 못 울겠드라.
수찬 : 너 그래서 해내겠니?
윤희 : .....
수찬 : 앞으로. 평생 그러고 살아야 할텐데. 해내겠어?
윤희 : 그럼 어떡해야 하는데? 그 사람 옆에 있을 수 있는 방법, 그거 말고 뭐가 또 있는데?
수찬 : (벌떡) 그럼 맥 빠져서 하나마나한 소리 하지 말고 살아. 그 방법 밖에 없다며?
그럼 그냥 씩씩한 척 하고 살아. 너 이러는 거 얼마나 너답지 않은 줄 알기나 해?
너 아냐? 너 요즘 나한테 주먹도 안 날려? 그건 정윤희가 아니라구.
너 이러는 거 보면 진짜 미치겠다. (창고 쪽으로 들어가 버리는)
윤희 : (혼잣말로) 그냥 어깨 좀 다독여주면 안 되냐? 이 나쁜 친구 놈아.
47. 씬. 준석의 집 거실. (밤)
준석, 한여사에게 뺨을 맞고 있는.
준석 : .....
한여사 : 집안 망신을 시켜도 정도가 있지. 어디 데리고 있는 애를.
준석 : 처음이네요, 어머니한테 맞아보는 거.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때릴 줄 모르시더니.
한여사 : 에미가 그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정리는 못할망정.
준석 : (버럭) 그래서요. 어머니가 목숨까지 걸고 협박을 하셔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겁니다.
그 여자 아니면 죽을 거 같아서요.
한여사 : 계집 하나 때문에 죽을 거 같으면 살 거 없다.
준석 : (멍하니 보는)
한여사 : 그런 아들 난 필요 없어.
준석 : 왜 한번쯤, 딱 한번만이라도 제 입장에서 생각해주실 수는 없는 겁니까?
저 어머니 아들이잖아요? 어머니 소유물이 아니라 어머니 자식이잖아요?
한여사 : 내 아들이니까. 소유물이었으면 너 같은 자식, 이미 예전에 버리고 돌아섰다.
아들이라 차마 못 버리고 살아가는 거다.
준석 : 저 못 버립니다. 그 여자.
한여사 : 그 여자 아이가 만신창이가 되는 꼴을 꼭 보고 싶은 게냐?
준석 : ......
한여사 : 네 에미, 어떤 사람인 줄 알잖니?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는)
준석 : ......
48. 씬. 한여사의 방. (밤)
한여사 들어와 서있으면, 들어오는 준석.
준석 : 아무 짓도 하지 마세요. 그 여자, 손끝 하나라도 다치게 하지 마세요.
한여사 : (보면)
준석 : 저도 협박을 하죠. 그 여자 조금이라도 잘못 되면.
어머니, 하나 밖에 없는 자식 앞세우게 되실 겁니다. (문을 탕 닫고 나가는)
한여사 : (분노에 떠는 표정으로)
49. 씬. 동네 길. (밤)
윤희, 걸어오는. 준석, 차 옆에 서있는.
윤희 : (주위 살피면서) 우리 동네엔 안 오시기로 했잖아요. 누구라도 보면.....
준석 : (와락 윤희를 끌어안는)
윤희 : (놀라는)
준석 : 약속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 버리지 않는다구.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옆에 있겠다구.
윤희 : 그건 이미.....
준석 : 약속해요. 제발.....
윤희 : 안 떠나요. 무슨 일이 있어도.....
준석 : (울면서 윤희를 끌어안고 있는)
50. 씬. 창고. (아침)
고니, 멀뚱하니 덕길과 수찬을 보는.
덕길, 수찬, 고니를 보고 있는.
고니 : 지 얼굴에 뭐 묻었어라?
덕길 : 아니여. 언능 묵어.
고니 : 왜들 안 드시고 지만 보고 있대요?
수찬 : 어, 우리도 먹지 왜 안 먹어.
덕길 : 그려, 묵어, 우리도.
수찬 : (밥 먹으면서 고개 숙인 채) 고니야?
고니 : 야?
수찬 : 나는 니가 참 좋다.
덕길 : 나두.
고니 : 지두요, 지가 좋구만요.
51. 씬. 윤희의 집 거실. (아침)
선우, 윤희, 미희, 예슬 식사하고 있는.
선우 : 양씨 날 잡을 일만 남은 거 같다.
미희 : (매섭게 보는) 엄마는 밥 맛 떨어지게 아침부터 그런 얘긴 왜 해?
선우 : 양씨 장가가게 생긴 게 왜 밥맛 떨어지는 일이냐? 찜질방 여자가 양씨한테 아주 폭 빠진 거 같아.
미희 : 진짜 밥맛없어 못 먹겠네. (일어나버리는)
선우 : 쟤가 진짜 왜 저런데.
예슬 : 엄마, 샘내는 거 같아요. 고니 아빠는 결혼하게 생겼는데, 엄마는 애인도 없고 하니까요.
선우 : 너도 내가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윤희에게) 근데 왜 쟨 요새 미스터백한테 밍숭밍숭 그렇다니? 이젠 마음 뜬 거라니?
52. 씬. 준석의 사무실. (아침)
윤희, 찻잔 내려놓으면서.
윤희 : 울보.
준석 : (보는)
윤희 : 아무도 모르죠? 팀장님 울본 거?
준석 : 놀리지 맙시다.
윤희 : 이미지 변신 너무 다채로운 거 아세요?
준석 : 놀리지 말라니까요.
윤희 : 그래서 못 떠나겠다구요. 너무 흥미진진해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해서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는 거 있죠?
준석 : 그럼 계속 놀려요.
인터폰 울리고.
미나 : (E) 팀장님, 레이 김씨라는 분이 오셨습니다.
준석 : 들어오시라고 해요.
레이 들어오는.
레이 : (인사하고) 처음 뵙겠습니다. 연락 드렸던 레이 김이라고 합니다.
준석 : (일어서는)
53. 씬. 비서실. (낮)
미나, 윤희 앉아있는.
미나 : 무슨 지오그라피 기자라는데, 왜 온 거예요?
윤희 : (어깨 으쓱하고)
걸어오는 혜미.
윤희 : (일어서며) 기다리고 계십니다.
54.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레이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노크 소리.
준석 : 네.
혜미, 들어오는.
준석 : (레이에게) 인사하시죠. 우리 홍보부에 근무하는 고혜미씹니다.
레이, 일어서는데.
혜미 : (굳어지는)
레이 : (묘한 미소 보이며) 안녕하세요? 레이 김이라고 합니다.
(명함 주면서) 월드 지오그라피에서 객원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혜미 : (굳어진 채로)
준석 : 한국 문화에 대한 취재를 위해서 이번에 한국에 오시게 됐답니다.
기업 문화를 다루는데 우리회사를 취재하고 싶으시다니까 고혜미씨가 많이 좀 도와드리세요.
혜미 : ....네.
55. 씬. 옥상. (낮)
레이, 혜미 서있는.
혜미 : 당황스럽네요.
레이 : 그래요? 캄보디아에선 어떻게 된 거죠?
혜미 : (굳어지는) 무슨 말인지.
레이 : 캄보디아에서 마지막 전화를 한 이후로 오빠와 연락이 끊겼어요.
혜미 : 그래요, 몰랐어요.
레이 : 여행, 같이 갔잖아요?
혜미 : 그렇긴 한데, 난 며칠 있다가 떠나서, 그 이후론 나도 연락을 한 적이 없어서.
레이 : 참 이상하군요. 그렇게 원했던 회사에 취직이 됐고,
혜미씨한테 청혼하겠다고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는데, 갑자기 사라졌다는 게.
혜미 : 그 청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레이 : 그렇더군요. 여기 와서 알았어요. 유준석 기획 팀장과 결혼결정이 돼 있다는 거.
혜미 : 조금 실망을 한 거 같았어요. 머리를 좀 식히고 싶었는지 여행을 좀 더 하겠다고 했는데......
레이 : 이렇게 오래요?
혜미 : 그건 그 사람 마음이니까 제가 알 수 없는 일이구요.
레이 : 어렵게 공부하고 마침내 원하는 회사에 취직이 됐는데,
단지 여행 때문에 그 기회를 포기한다. 이해 할 수 있는 일인가요?
혜미 : 말했잖아요.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라구. 미안해요, 난 일이 바빠서 이만....(돌아서 가는데)
레이 : 난 어쩌면 오빠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혜미 : ......
레이 : 그리고 만약 정말 그렇다면, 혜미씨가 그 일에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도 들구요.
혜미 : (걸어가는)
56. 씬. 여자 화장실. (낮)
혜미, 불안을 누르지 못하는 느낌으로 손을 씻고 있는.
거울을 바라보는데, 불안한 눈빛이 흔들린다.
57. 씬. 회사 복도. (낮)
영재,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청소부 아줌마1, 2 쓰레기통 비우면서 얘기하고 있는.
아줌마1 : 그걸 누가 몰라?
아줌마2 : 알았어, 자기도?
아줌마1 : 사장님 사무실 그림 뒤에 금고 있는 거야 청소하는 사람들 다 아는 건데.
아줌마2 : 난 어제 청소하다가 처음 봤어. 거기 대체 뭐가 있는 걸까? 돈다발 같은 거 들어 있겠지?
아줌마1 : 무식한 소리 하네. 그런데는 회사 기밀 같은 게 들어있는 거야.
영재 : ......
58. 씬. 비서실. (낮)
영재, 걸어오면. 서류 들고.
미나 : (일어서며) 점심 먹고 올게요.
윤희 : 다녀와요.
미나 : (웃으며) 팀장님 집에 들어가셨는데 같이 가요?
윤희 : 아니예요. 약속이 있어서.
미나 : (묘하게 웃으며) 백수찬씨하고? 정윤희씨 취향도 독특해요. (걸어가는)
영재 : (윤희에게) 사장님 계십니까?
윤희 : 사장님 외출 하셨는데요.
영재 : 그래요? 그럼 보고서 놓고 나와야겠네.
윤희 : 저한테 주세요.
영재 : 아닙니다. 비서실에 맡겨둘 보고서가 아니라서.
윤희 : 네, 그럼.
영재 : (사장실로 들어가는)
59. 씬. 고사장 사무실. (낮)
영재, 들어와서 불안한 느낌으로 둘러보고. 그림을 보는.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그림을 떼어내면, 나타나는 작은 금고. 번호로 된 금고다.
영재 : (망설이며 보고 있는)
그 위로.
하니 : (E) 사장님 사모님도 진짜 어리숙 하시다니까. 사장님하고 처음 만난 날이 11월 11일이래.
그래서 집 보안키도 1111이라는 거 있지.
영재 : (혹시나 해서 1111을 누르는데, 덜컹하고 열려버리는 금고)
서류 봉투 하나만 들어있는 금고.
영재 :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꺼내, 안에 든 서류를 꺼내는. 한 장의 서류.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가 눈이 커지는 영재. 주위를 살피고, 얼른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60. 씬. 준석의 집 거실. (낮)
준석, 들어오는. 한여사, 고사장, 변호사 앉아있는.
준석 : 무슨 일이세요?
한여사 : 와서 앉거라.
준석 : (고사장과 변호사에게 인사하고 와서 앉는)
한여사 : 박변호사님? 금치산 선고를 받으면, 세상 뜨시기 전에 상속 절차를 받을 수 있는 거죠?
변호사 :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가능하긴 합니다.
준석 : (놀라서) 어머니?
한여사 : 넌 가만 있거라.
고사장 : 우리 회사를 공격적 합병 대상으로 놓고 있는 외국계 회사가 있다는 정볼세. 주식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는군.
회장님이 계속 저 상태시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나.
준석 : 하지만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상속 운운하는 건 말도 안 됩니다.
한여사 : 유언장 사본 가져오셨죠?
변호사 : 네, 여기. (한여사, 고사장, 준석 앞에 내놓는)
한여사 : 그럼 진행 시켜주세요.
준석 : (유언장을 보고 있는)
한여사 : 넌 좀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아버님이 경영권자로 너와 고사장님을 같이 지명해두셨다.
고사장 : ......
준석 : (일어서는) 이 유언장은 아버지가 쓰신 게 아닙니다.
모두 당황해서 준석을 보는.
61. 씬. 감자탕 집. (낮)
윤희, 수찬 식사하고 있는.
수찬 : 넌 이집 밖에 모르냐?
윤희 : 왜 여기가 어때서?
수찬 : 너 감자탕 무지하게 좋아하는 거 그 친구도 아니?
윤희 : 여기 자주 와, 그 사람도.
수찬 : 여자 하나 잘못 만나서 재벌 2세께서 고생하신다. 참, 있지. 나 희귀 혈액형이다.
윤희 : (보고) 뜬금없이.
수찬 : 그리고, 고니 내 진짜 아들 맞다.
윤희 : 누가 뭐래?
수찬 : 그냥 그렇다구.
윤희 : 어떻게 자기 혈액형도 하나 제대로 모르고 사냐?
수찬 : 그러게.
윤희 : 제대로 알고 사는 거 별로 없지?
수찬 : 그렇지 뭐.
윤희 : 혹시 키위 알러지도 있는데 모르고 있는 거 아냐?
수찬 : (조금 당황해 하면서) 그건 아니야.
윤희 : 그런 건 유전이라는데. 신기하드라.
수찬 : 뭐가?
윤희 : 그 사람도 키위 못 먹어.
수찬 : 그게 흔한 건가.
윤희 : (킥 웃으며) 100만명의 하나 꼴로 흔하대.
62. 씬. 준석의 집 거실. (낮)
고사장, 한여사, 변호사, 준석 앉아있는.
준석 : 저 귀국하기 며칠 전에 전화로 분명히 말씀 하셨습니다.
조금 전에 내 손으로 직접 유언장을 쓰셨다구. 너한테 미안한 일을 했다구요.
미안하다는 말, 제 얼굴 보면서 직접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한여사 : (굳어져 있고)
고사장 : .....
변호사 : 전 어떻게 된 건지. 회장님 쓰러지시고 나셔서 병원에서 사모님께 전달 받은 거라서요.
준석 : 그런데 이 유언장은 타이핑 돼있지 않습니까? 도장만 찍혀 있고.
그렇다면 아버지가 직접 쓰셨다는 그 유언장은 어디로 간거죠?
고사장 : 회장님께서 그런 전화를 하셨구만. 그런 유언장이 있긴 있었네.
재산의 반을 사회에 환원 하시겠다는 뜻을 밝히신 유언장을 손수 쓰시긴 하셨는데.
갑자기 쓰러지시고 나시니까 심경의 변화가 오셨던 건지
어머님과 날 부르셔서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게 하셨네. 불러주시는 걸 써서 타이핑이 된 거구.
준석 : 쓰러지시고 곧 의식이 없으셨다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한여사 : 잠시 의식이 돌아오긴 하셨었다.
준석 : 그렇다면, 전 더 상속 절차에 동의 할 수 없습니다.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작성된 이 유언장이 아버지의 진심이신지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전 아버지가 깨어나시길 기다리겠습니다.
한여사 : 그대로 떠나시면, 이 유언장대로 집행 돼야 하는데. 그건 시간 낭비다.
회사를 먼저 생각 해야지.
준석 : (일어서는) 합병에 대한 대비는 하면 됩니다. (나가는)
63. 씬. 회사 앞 길. (낮)
준석의 차 다가오는데.
수찬, 윤희 얘기하며 걸어가는.
윤희 : (주먹으로 수찬 어깨 때리며) 왜? 주먹 안 날리니까 정윤희 같지 않다며? 이젠 정윤희 같지?
수찬 : (윤희 팔 잡으며) 그냥 정윤희 아닌 걸로 하자. 차라리 격투기 선수나 되지 그랬냐?
웃으며 얘기하는 두 사람을 차에서 보고 있는 준석.
64.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앉아있고, 윤희 그 앞에.
준석 : 왜 약속 안 지킵니까?
윤희 : 네?
준석 : 친구 그만 하기로 한 거 아니었습니까?
윤희 : .....
준석 : 왜 이런 말까지 하게 합니까? 내가 치졸한 인간인 거 그렇게 확인하고 싶습니까?
윤희 : 그냥.....하면 안 되는 건가요?
준석 : (보면)
윤희 : 수찬씨하고 저 여고 동창이나 다름없는 사이예요.
준석 : 그럼 여고 동창을 만나요.
윤희 : 저 여자들한테 공공의 적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준석 : .....
윤희 : 속 얘기도 못하면서, 친구 못하는 거잖아요? (돌아서서 나가고)
준석 : .....
65. 씬. 준석의 집 거실. (낮)
고사장, 한여사 앉아있는.
고사장 : 준석군이 저렇게 반발하는데 어렵지 않겠습니까?
한여사 : 조용히 진행 시키세요.
고사장 : 너무 서두시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요.
한여사 : 그러니까 조용히 진행 시키라는 거 아닙니까?
고사장 : 제가 데리고 있습니다.
한여사 : .....
고사장 : 연수연의 아이.
한여사 :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고사장 : 그 아이의 존재가 드러나서 준석군의 위치가 불안해질까봐 이러시는 거면, 서두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보호 하고 있는 동안엔, 사모님께서 염려 하시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한여사 : (믿지 못하는 경계의 눈빛으로 보는)
고사장 : (느긋한 미소로)
66. 씬. 의상실. (낮)
윤희, 옷을 입어보고 있는. 준석 그 앞에.
윤희 : 무슨 옷을 또 사요? 지난번에 산 것도 많은데.
준석 : (미소만 짓고 있는)
67. 씬. 미용실. (낮)
윤희, 머리 하고 있는. 준석 뒤에 앉아 잡지보고 있는.
윤희 : 나 때 빼고 광내서 어디 팔아먹을 거예요?
준석 : (웃는)
68. 씬. 레스토랑. (낮)
웨이터 물 따르고 있는.
준석, 윤희 앉아있는.
준석 : 주문은 한 사람 더 오면 하죠.
윤희 : 누가 또 와요?
준석 : ......
걸어오는 수찬.
준석 : (일어서는) 여깁니다.
수찬 : (다가오는)
윤희 : (멍하니 보는) 어쩐 일이야?
준석 : 앉죠.
수찬 : (앉는)
준석 : 윤희씨 친구한테 정식으로 밥 한번 사고 싶어서요.
윤희 : (수찬을 보면)
수찬 : (어색한 느낌으로 미소 짓는)
시간 경과.
식사하는. 우아한 모습으로 식사하고 있는 윤희.
그 모습을 거리감 있는 시선으로 보고 있는 수찬.
준석 : (핸드폰 울리고) 잠시 실례 하겠습니다. (일어나서 나가는)
수찬 : 호박에 줄그으면 수박 되는 수도 있구나. 처음 알았다.
윤희 : 그냥 좀 근사하다고 하면 입에 가시가 돋지?
수찬 : 축하한다. 상류사회 진입.
윤희 : 비웃지 마. (포크 내려놓는)
수찬 : 그렇다고 밥도 안 먹냐? 식충이가. 이게 얼마짜린데. 아, 매일 먹는 거라서 이젠 별로시다?
윤희 : 나 요즘 계속 소화제 먹어.
수찬 : (보면)
윤희 : 웃기지, 나 같은 식충이가 소화제까지 먹고?
수찬 : (그런 윤희가 짠해서) 괜찮아, 괜찮아. 넌 그동안 지구의 식량을 너무 축냈어.
윤희 : (킥 웃고) 나 요렇게 마르면 그로테스크하고 멋있겠지?
수찬 : 근데 머리 어디서 했냐?
윤희 : 왜?
수찬 : 머리 안 감고 했지?
윤희 : (포크로 수찬의 손등을 찌르는)
수찬 : 아야. 너 그 폭력성 좀 어떻게 해라.
둘이 킬킬거리고 웃으며 장난치는데. 걸어오던 준석.
준석 : (그 모습을 보면서 굳어지는. 감정 정리하면서 다가와 앉는데)
윤희, 수찬 머쓱한 표정으로 웃음 거두는데.
윤희 : (핸드폰 울리고) 왜? (일어서며) 나 지금 그런 심부름 할 틈 없다니까. 퇴근은 했는데.....바이어하고....
수찬 : 지가 바이어는....(그러다 준석을 보고 머쓱해지고)
준석 : 윤희씨 백수찬씨랑 있을 때 더 많이 웃는군요.
수찬 : .....
준석 : 많이 웃고, 많이 떠들고, 그러던 사람인데. 요즘은 잘 웃질 않아요.
수찬 : 그, 그건 제가 만만해서 그럴 겁니다. 저 친구 저한테 주먹 제법 날렸거든요.
왜 그런 거 있잖습니까? 때린 놈이 만만한 거...
준석 : (자르며, 정색하면서) 백수찬씨가 윤희씨한테 어떤 마음인지 궁금해 하지 않겠습니다.
수찬 : (순간 굳어지고)
준석 : 저 사람이 백수찬씨를 친구로 원하니 친구로만 옆에 있어주십시오.
앞으로 많이 외로워하며 살 사람이라 그것까지 하지 말라고는 못하겠습니다.
69. 씬. 고사장 집 마당. (낮)
혜미, 들어오다가 굳어지는.
영자, 레이 얘기하고 서있는.
영자 : 이제 오니? 미국에서 오신 기자분이시다.
레이 : 회사에서 인사 했습니다.
영자 : 어머, 그랬어요. 한국 문화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취재를 하신다지 뭐니.
사택단지 조경이 잘 돼있다고 회사에서 얘기 듣고 오셨다는데.
혜미 : ......
영자 : 잠깐만이요. 들어가서 시원한 거라도 좀 내올게요.
레이 :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영자 : (들어가고)
레이 : (카메라 들고 정원 향해 셔터 누르는)
혜미 : 왜 이래요?
레이 : (셔터만 누르면서) 뭐가요?
혜미 : 집까지 찾아오고?
레이 : 어머님이 말씀 하셨잖아요. 취재 차 왔다구.
혜미 : 레이씨 심정 모르는 거 아니예요. 오빠 때문에 걱정 되고.
레이 : (카메라 내리면서) 당신이 뭘 알아?
혜미 : .....
레이 : 이민 와서 어머니 아버지 돌아가시고 서로한테만 의지하고 산 오누이야.
그런데 오빠가 당신하고 여행 떠난 뒤에 돌아오질 않아.
오늘은 연락이 오겠지, 오늘은 연락이 오겠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뭔가 잘못 됐다는 걸 인정 했어.
혜미 : 조금만 기다려보면.
레이 : 만약 오빠가 잘못 된 거면......당신 용서 안해.
혜미 : ......
레이 : 그러니까 기도나 해. 제발 돌아오게 해달라구.
혜미 : .....
70. 씬. 고사장 집 전경. (밤)
71. 씬. 혜미의 방. (밤)
혜미,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있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과거 씬.
물에 빠진 S의 모습.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눈빛.
혜미 :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땀에 흠뻑 젖어있는. 몸을 떨면서 손으로 양 어깨를 감싸안는)
72. 씬. 동네 길. (밤)
덕길 앉아있는. 다가오는 미희의 차.
미희 : (덕길을 보고, 차 세우고 차창 내리는) 여기서 뭐해요?
덕길 : (슬픈 눈길로 바라보는)
73. 씬. 포장마차 (밤)
덕길, 미희 앉아서 술 마시고 있는.
덕길 : 지만 좋다구 허면, 합치자고 허는디.
미희 : (꼬여서) 좋겠네요. 인생 폈어요, 양덕길씨. 지금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
덕길 : (술 마시면서) 근디요. 좋아 죽어야 하는 것이 맞는디요. 근디, 좋지가 않아부러요.
미희 : 왜요? 돈이 조금 더 있는 아줌씨였으면 싶어요?
덕길 : 가슴이....가슴이.....찌릿하질 않아요.
미희 : 네?
덕길 : 남자 여자가 만나서, 함께 살자 마음먹으믄 가슴이 찌릿해야 허는 거 아닌감요?
미희 : 그거야. 아, 참 그 양반 욕심도 많네. 사랑하는 사이라야 그런 게 있죠.
덕길 : 그러니께요. 지는......그럴 주제도 못되는 것이죠?
미희 : 뭐라는 거야, 이 양반이.
덕길 : 지같은 놈은 찌르르 하니 가슴이 울리는 그런 사람허고 만나서 살 주제도 못되는 것이죠?
(울먹이며) 워째 이렇대요? 지도 인간인디, 지도 남잔디......
태어나 한번쯤은 누군가헌티 가슴이 찌르르한 그런 거 느껴봐야 쓰는 거 아닌감요?
미희 : 느껴봤잖아요? 캄보디아 여자한테?
덕길 : 그것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고 수찬이 놈이 하늘이 내린 천생 배필이다 어쩌다 함서
등 떠미는 바람에 정신없이 식이라는 것을 올리는 바람에. 찌르르고 느껴볼 틈이나 있었나요.
거기다 사기치자고 작정혀서 그런가 옆에도 못오게 허고.
미희 : 그, 그럼......
덕길 : 첫날밤도 못 치뤘구만이라.
미희 : 아니, 무슨 팔자가 그렇게 기구하대요. 마셔요, 마셔. (덕길의 잔에 술을 따라주는)
74. 씬. 영재의 집 서재. (밤)
영재, 컴퓨터에 핸드폰 연결하고 모니터에 띄워보는.
영재 :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하니, 문 여는.
하니 : (하품 하면서) 뭐해? 안 자구?
영재 : (놀라서 일어나며) 어, 아니야.
75. 씬. 경찰서 사무실. (밤)
강형사 책상 앞에 엎드려 끙끙거리고 있는.
반장, 김형사 들어오는.
반장 : 잘한다, 반장은 잠복 나갔다 오는데 부하 놈은 책상에 엎뎌서.
강형사 : 대체 뭘까? 연수연과 J건설. 왜 연수연이 그 시계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
반장 : 그렇게 머리만 벅벅 긁는다고 답이 나오냐? 나가서 발로 좀 뛰어라, 뛰어.
강형사 : 뛴다고 나오냐?
김형사 : 오늘 껀은 단순 치정인 거 같은데요?
반장 :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강형사 : (벌떡 일어나며) 치정. 그래, 그거야.
76. 씬. 모텔 전경. (새벽)
미희 : (E) 엄마? 물....
덕길 : (E) 고니야, 핵교....
77. 씬. 모텔 방. (새벽)
덕길, 미희, 누워있는. 속옷 차림으로.
미희 : 엄마? 물 좀 달라니까.
덕길 : 고니야, 핵교 가야쓰제.
그러다 둘 동시에 눈 뜨고, 고개 돌려 서로를 보고. 놀라서 튀어 일어나는.
마구 소리 지르고.
미희 : 뭐? 뭐야? 당신?
덕길 : 사장님이 여기 왜 이럭허고 계신대요?
시간 경과.
덕길, 침대 발치에 앉아 고개 숙이고 흐느껴 울고 있는.
미희 :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머리 벅벅 긁는) 술이 웬수지. 술이. 내가 언젠가는 술 때문에 뭔 일 칠 줄 알았어.
덕길 : (새색시처럼 수줍은 모습으로 눈물만 뚝 뚝 흘리고 있는)
미희 : 아, 그만 좀 울어요.
덕길 : 화 내지 마서요. 지가 죽일 놈이어요. 원체 여자 귀경을 못하고 살다보니
이런 천인 공로할 만행을....(울음 터트리며) 저지르고 말았구만이라.
미희 : 알았으니까 그만 좀 울라구요. 울면 내가 울어야지 왜 댁이 울고 난리예요?
덕길 : 지는.....지 순결을 요러코롬 뺏길 줄은.....
미희 : (어이가 없어서 보는) 애까지 딸린 홀애비가 무슨 순결은 순결이야.
덕길 : (더욱 큰 소리로 울면서) 지.....고니 친 에비 아니란 말이어라.
78. 씬. 한강변. (아침)
부스스한 얼굴로 앉아있는 미희와 덕길.
미희 : 사람이 착해도 분수가 있는 거지. 그렇다고 자기 아들로 키워요?
덕길 : 고니 놈헌티는 절대 말씀 하시면 안돼요.
미희 : 알았다니까요.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해요.
덕길 : 그라구.....감사하구만요.
미희 : (보고) 뭐가요?
덕길 : 지는 이제 죽어도 원이 없어라. 지는 총각 귀신으로 죽는 거 아닌가 혔는디....
미희 : 찜질방 하는 여잔 어쩌구요?
덕길 : 인자 쫑 난 거이죠 뭐.
미희 : .....
덕길 : 다른 여성헌티 순정을 바친 몸으루다 어찌 낯 두껍게 장가를 갈 수 있간디요.
미희 : 배 안 고파요?
79. 씬. 창고. (아침)
수찬, 고니 밥 먹고 있는.
고니 : 아부지헌티 전화 안 왔어라?
수찬 : 일이 많아서 회사에서 야근 하신 거 같다.
고니 : 그려도 집에는 연락을 해 주셔야제. 기다리는 사람 걱정시러불게.
수찬 : 나 안 들어와도 그렇게 걱정시럽냐?
고니 : 아저씨는 우리 식구 아닌감요?
80. 씬. 윤희의 집 거실. (아침)
윤희, 예슬 밥 먹고 있으면. 선우 전화 받고 있는.
선우 : 그럼 전화를 좀 해주던가. 아침에 일어나서 너 안 들어온 거 알고, 무슨 일인가 했잖아.
회사에 무슨 사고 생겼나 해서. 그럼 됐어. 일도 좋지만 밥은 먹고 해. (수화기 내려놓고)
윤희 : 술 먹은 거야, 술.
선우 : (버럭) 언니가 너냐?
81. 씬. 미희의 회사 복도. (아침)
미희, 덕길 걸어오면. 강형사 서있고.
수민 : 이제 나오세요? 어머, 사장님?
미희 : (당황해서) 왜?
수민 : 어제 입었던 옷 또 입으셨네요?
미희 : 그게 왜?
수민 : 절대 그런 일 없으시잖아요?
미희 : 세탁 한 게 없어서 입었다.
덕길 : 그것이요, 우리 동네 세탁소에 불이 나부러서. 홀라당 다 타 버렸당께요.
강형사 : 큰 불이었나 보네요.
미희 : 이젠 아침부터 출근이세요?
82. 씬. 미희 회사 일각. (아침)
덕길, 강형사 서있는.
강형사 : 그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공장에 다닌 거 아닙니까? 연수연씨가.
덕길 : 우리 동네에서 그 공장에 일 다닌 처녀들 많았는디.
강형사 : 그 처녀들이 다 그런 시계 가지고 있습니까?
덕길 : 그것은 아니지만.
강형사 : 그러니까. 분명 연수연씨와 그 회사 고위층. 아주 최고위층과 연관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겁니다.
덕길 : 그려서요?
강형사 : 소문, 소문 같은 거 없었냐구요? 좁은 시골 동네 아닙니까?
연수연씨가 그런 고위층을 만나고 다녔다면. 뭔가 이상한 소문이 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덕길 : 그런 소문.....
강형사 : 들어봤습니까?
덕길 : 들은 거 없는디.
강형사 : 아, 그런데 왜 뜸은 들여요?
83. 씬. 회사 복도. (낮)
희섭, 영재 걸어오는.
희섭 : 미치겠네, 정말. 사장님은 백수찬씨한테 일시키지 말라고 하시고.
영재 : 그럼 시키는대로 하시면 되잖아요?
희섭 : 팀장님은 유독 아끼시는 거 같으니까 그렇지.
영재 : 부장님은 사장님 수족이시잖아요? 무슨 일이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걸어가는)
희섭 :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84. 씬. 사무실. (낮)
희섭, 들어오면.
희섭 : 백수찬씨는?
대한 : 팀장님 수행해서 모델 하우스 갔습니다.
희섭 : (마땅치 않은)
대한 : (다가와서) 아직도 회사 게시판은 시끌시끌한데 팀장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시는 걸까요?
희섭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85. 씬. 모델 하우스 앞. (낮)
준석, 수찬 걸어 나오는.
수찬 :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준석 : 뭡니까?
수찬 : 사적인 일입니다.
준석 : 윤희씨 얘깁니까?
수찬 : 제가 끼어들 일이 아닌 줄은 알지만....
준석 : 지금까지 많이 끼어들지 않았나요?
수찬 : 반지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준석 : .....
수찬 : 팔찌....그것도 좋긴 한데. 물론 그 바보 같은 애는 좋아라 하지만요.
그래도 반지하고 팔찌는 의미가 다르지 않습니까?
왜 팔찌였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준석 : 과하군요.
수찬 : (보는)
준석 : 정말 너무 많이 끼어들려고 한단 말입니다.
수찬 : 반지 정도는 받을 자격 있는 거 아닙니까? 서로 너 밖에 없다, 맹세하는 의미면.
준석 : ......그렇다고 결혼식에서 팔찌를 끼워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수찬 : ......
준석 : 다른 걸 해주고 싶었습니다. 두 여자한테 하나씩 반지 나눠 끼워주는 파렴치한 놈은.....아닙니다.
파렴치한 놈이라서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찬 : (그런 준석이 안됐다 싶고) 미안합니다. 나서지 말아야 할 일에 나섰던 거 같습니다.
준석 : 좋은 친구를 뒀군요. 그 사람.
수찬 : .....
준석 : (돌아서며) 다행입니다. 그 사람이 백수찬씨를 먼저 마음에 담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