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떠나 아름다운 걸음입니다
한 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벅찬 명상에 들어 공유했습니다
[하루만보 하루천자]향기로 그윽한 수행
"새벽 2시에 일어나 하루 25㎞ 걸으며 수행"
인도 불교 성지에서 도보 순례중인 정충래 동국대 이사
하루 4만~5만보, 38일간 총 1167㎞ 걸으며 명상수행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65·사진)는 지난달 11일부터 지금까지 꼬박 38일째 인도 동북 지역을 걷고 있다. 인도 보드가야,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 열반에 든 쿠시나가르 등 성지를 지나 부처가 금강경을 설법했다는 최종 목적지 쉬라바스티를 향해 여정은 막바지에 달했다. 출발 때와 비교해 살이 빠지고 수염도 깍지 못해 얼굴이 수척해졌지만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이번 순례는 약 200명이 38일간 무려 1167㎞, 하루 평균 약 25~30㎞를
걷는 대장정이다.
순례단은 전체 일정 37일차인 이날까지 누적거리
910㎞ 이상을 걸었다.
풍찬노숙
"불가에서는 걸으며 수행하는 것을 '포행(布行)'이라 하는데 '좌선(앉아 수행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수행 방법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길과 삶, 걷는 것이 곧 삶의 여정이라고 봅니다."
정 이사가 전해온 인도의 열악한 현지 환경과 긴 순례 일정은 매 순간 쉽지 않아 보였다. 대형 트럭이 오가는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을 걷기도 하고, 시끄럽고 혼잡한 도심을 통과하거나 가난한 마을의 악취가 나는 시장골목도 지나기도 했다. 치안이 불안한 곳이나 국경 지역에선 경찰과 군부대의 밀착 경호를 받기도 했다. 빨래나 샤워는 호텔 숙소를 이용할 때만 가능했고, 대부분은 야외 텐트에서 노숙을 했다.
기상 시간은 오전 2시. 승려 가사장삼을, 재가자는 행자복을 갖춰 입고 침낭과 텐트를 거둬 다시 짐을 꾸린다. 전날의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채 비좁은 텐트에서 자느라 뻣뻣하게 굳은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체조를 한 뒤 간단한 아침 예불을 드리고 3시 전에 출발해 걷기 시작한다. 5㎞를 걸을 때마다 한번씩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15㎞ 남짓을 걷고 나서야 비로소 길가에서 소박한 아침을 먹는다.
<보통 삶은 달걀 2개, 요구르트, 작은 치즈조각, 과일 한 개 정도라 남길 것도 없고, 남겨서도 안된다.> 걷는 동안엔 일절 말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도 없다.
이른 새벽부터 7~8시간을 내내 걸어 그날의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11시. 대규모 이방인의 행렬이 신기한지 가끔은 마을 주민들이 집앞에 나와 순례단을 바라보다 박수를 쳐 주기도 하고, 마을 대표가 꽃화환을 준비해 목에 걸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하루 25~30㎞를 걷고 나면 휴대전화 걷기 앱에 4만~5만보가 찍힌다. 점심 후 휴식과 다음날을 위한 정비를 하고 저녁 후 예불의식을 마치면 오후 6시. 해가 진 뒤에는 불빛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각자 개인 텐트에 들어가 취침 준비를 하고 8시부터 잠이 들었다.
"걷다보면 그 길에서 사는 사람들과 그 길에 주인처럼 있는 삼라만상을 보고 느낄 수 있어요. 차를 타고 스쳐지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흥이 있지요. 돌 하나 풀 한포기도 눈을 맞출 수 있고, 거기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과도 눈인사로 마음을 소통할 수 있고…"
한국 승려와 신도 108명을 포함해 봉사자, 인도 승려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이 지난달 11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사르나트를 시작으로 38일간의 도보 대장정에 올랐다. 이들은 매일 25~30㎞를 걸어 보드가야, 네팔 룸비니, 쿠시나가르 등 불교의 주요 성지를 순례하고 20일 회향지인 쉬라바스티에 도착한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걸어 주 50㎞ 이상 걷기를 목표로 하고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은 새벽부터 눈 뜨자마자 바로 물 한병을 챙겨들고 나섰어요. 집 근처 올림픽공원과 한강 둔치를 찾아 하루 20㎞를 걷기도 하고, 평일에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주말에도 나가 계속 걸었지요."
한국 시간으로 21일 현지 순례를 마치는 정 이사는 23일 귀국한다. 이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계속 걷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불자로서 순례길을 걷는 내내 이것이 개인적 체험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다짐했다"며 "나를 돌보는 행선 걷기, 나를 돌아보는 명상 쉬기,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보급하는 일에 무언가 봉사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침 첫 공기 들녘으로 스미는 이슬
맑고 아름답고 깊어지는 산소를 공유합니다
고마운 일들입니다
[무외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