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문학회 garakmunhak

<A name="[문서의 처음]"></A>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약 29일이 걸린다. 한 해로는 지구자전 주기보다 11일이 모자란다. 그래서 전통 태음력으로는 19년 주기 윤달을 7번 끼게 해두었으니 대략 3년에 한 번 꼴로 윤달이 찾아온다. 윤달이 낀 해는 음력은 열두 달이 아니고 열세 달이다. 윤달은 달력 계절과 실제 계절을 조절해 주는 기능을 한다. 올해는 음력으로 윤오월이 든 해로 오늘이 윤오월 초나흘이다. 한자로 윤달 ‘윤(閏)’은 임금이 문간에 갇혀 있는 글자다. 임금이 궐 안으로 들지도 못하고 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한 달이나 문간에서 서성이고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이겠는가? 지엄했던 임금마저 문간에서 서성댔다 해서 윤달이다. 음력 윤달이 없으면 오뉴월에 눈발이 날리고 동짓달이나 섣달에 더위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윤달로 음양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농사짓는 사람들과 바닷가 사람들에겐 양력보다 음력 절후에 더 민감하다. 정월대보름엔 오곡밥을 지어먹고 부름을 깨물어 한 해 건강을 다진다. 달의 인력이 크게 작용하는 사리와 조금의 물때는 고기잡이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동지는 반드시 음력 동짓달에 들게 되어 있기에 윤달의 배치는 대개 시월 이전에 끝나고 아주 드물게 윤동짓달이 온다. 윤섣달은 아예 없는 것으로 안다.       윤달이면 크고 작은 사찰이나 암자에선 유난히 불공이 많이 올린다. 불전 앞에 두 손 모으거나 불탑을 돌고 돈다. 윤달에 치성을 드리면 죽은 후 극락 간다고 믿어 부녀들이 한 달 내내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렸다. 성곽이 있던 지방에선 부녀들이 성터에 올라 성 줄기를 따라 도는 풍속이 있었다. 이는 불교 신앙의 탑돌이와 유사한 성격으로 극락으로 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윤달은 예전부터 손 없는 달이라 했다. 일 년 중 한 달이 가외로 더 있는 달이다. 부정을 타는 일이 없고 액운이 끼지 않은 달로 인식했다. 집을 수리하거나 이사를 해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조상 산소에 상석을 새로 놓거나 묘를 옮기기도 했던 달이다. 연로한 집안 어른의 수의를 만들어 두는 달이기도 했다. 삼 년에 한 번 윤달이 찾아왔으니 묵혀둔 일을 윤달에 할 법하다. 음력으로는 동짓달 섣달 정월이 겨울이고 이삼사월이 춘삼월이다. 그러니 여름은 오유칠월이고 팔구시월이 가을이다. 올해는 음력으로 오월이 두 번이니 여름 절후가 넉 달이 아니고 다섯 달이다. 그만큼 곡식이 자라는 기간이 길어 풍성한 수확을 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농민에겐 땀 흘려 일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잎이 돋고 꽃이 피는 시기가 당겨지고 있으니 추수도 빨라지고 있다.  예년보다 일찍 더위가 찾아옴은 사실이다. 기상청에선 지난 달 평균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최고를 경신했다고 했다. 장마는 하도 변덕을 부려 아예 시작과 끝이 언제라고 예보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가 엊그제였으니 한 달 정도 지나야 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그즈음 학교는 방학에 들게 된다. 태양열에 서서히 달구어지는 지구이기에 북반구에선 대개 하지 후 한 달 되어야 삼복이 온다.            요즘은 고등학교처럼 방학 때 보충수업을 하지 않는 초등학교나 중학교까지 냉난방시설을 다해두었다. 서민이나 복지에다 먼저 쓰고 미래 투자에 인색하지 않아야할 국가예산이다. 내 생각으론 선풍기만으로 충분하지 싶은데 아이들은 첫 시간부터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좀 진득하게 참아보자고 설득해도 먹혀들지가 않는다. 급기야 두 아이가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시간이 제법 지나 씩씩거리면서 교실로 들어왔다. 전투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처럼 득의연한 모습이었다. 행정실로 가서 에어컨 켜 달라고 따지고 왔단다. 중앙통제로 끄고 켜는 냉방기가 돌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어 교실을 비워야 할 처지라면 최소한 학생은 교사한테 어디를 가는지 이야기하고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예절은 어디서부터 가르쳐야할지 내가 먼저 인내심을 키워야했다. 200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