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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진주, 소매물도를 가다
고래등 암봉과 등대섬 특히 절경
2011.3. 5-3.6
섬 여행을 나설 때면 늘 마음이 설렌다. 객지에서 삶의 무게로 지쳐있을 때 사람들은 고향을 그리워한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기다리는 곳. 그런 고향을 찾을 때처럼 섬은 우리에게 그리움이다. 그곳에 가면 내가 찾는 뭔가가 꼭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오늘도 섬을 찾아 떠난다.
남해바다에 떠 있는 꽃 중의 꽃 소매물도.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로 되어 있다. 면적 0.51㎢, 해안선길이 3.8㎞, 11가구에 인구 28명 정도가 사는 작은 섬이다. 통영항에서 남동쪽으로 26㎞ 해상에 있다. 매물도(每勿島)는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 등 세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북서쪽에 가익도(加益島), 남동쪽에 등가도(登加島)가 있다. 매물도란 이름은 본섬 격인 대매물도의 형상이 ‘메밀’의 현지 사투리인 ‘매물’처럼 생겨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대매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드물고, 거의 대부분이 등대섬을 부속섬으로 거느리고 있는 소매물도를 찾는다.
흔히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인 통영과 거제도 앞바다엔 수많은 섬들이 떠 있다. 사량도, 욕지도, 연화도, 한산도, 추봉도, 비진도, 대소병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외도 등 등. 모두 나름대로의 자태로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이 중에서도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모세의 기적'이 펼쳐지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특히 색다른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오랜 세월 동안 거센 파도와 바람이 빚어놓은 수직의 암벽과 기암들로 경관이 빼어나다. '남해의 진주'라는 뜻의 해금도(海金島)로도 불린다.
소매물도를 가기 위해 무박여행을 계획했다. 밤 늦게 서울을 출발, 다음 날 섬을 돌아보고 귀경하는 스케쥴. 하루동안 왕복으로 무려 12시간 정도 버스를 탄다. 여행의 주목적인 섬 관광은 불과 5시간 정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여유가 적은 편이다. 매사를 급하게 단숨에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도 그중의 한사람이 됐다.
소매물도는 오래전부터 가보고싶었던 섬인데 어쩌다 보니 기회가 없었다. 산수산악회라는 여행등산 전문 인터넷카페를 따라가기로 했다. 밤 11시에 신사역 5분 출구에서 출발. 대형버스 두대나 간다. 여행객은 대부분 중년 남녀들, 그중에는 대학생 나이의 젊은 사람들도 보인다. 이렇게 강행군을 하다보니 좋게 말하면 시간절약이 되고 요금도 싸다. 1인당 26,000원. 식사비 및 승선요금은 별도다. 산악회 안내자의 안내를 받기 때문에 초행이라도 불편한 게 없어 좋기도 하다. 버스에서 잠을 청하지만 잠이 잘 올리가 없다. 비몽사몽간에 뒤척이다 보니 다음 날 아침 5시반 경 거제도 해금강에 도착했다.
소매물도 가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통영항에서 출발하는 방법과 거제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통영에서는 소매물도까지 약 1시간 20분 걸리는 반면 거제 저구항에서는 30 여분이면 간다. 통영에서는 07:00, 14:00 두번 출항하며, 저구항에서는 08:30, 11:00, 13:30, 15:30 네번 출항한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부정기로 17:00 출항도 있다.
새벽 5시 반경 해금강에 도착, 잠시 쉰 후 우제봉 산책을 나선다. 우제봉은 해금강 주차장 우측 해안 숲길을 따라 오르는 완만한 산책로이다. 왕복 2km로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우제봉 높이는 해발 107m의 낮은 봉우리이지만 해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금강 일출광경도 장관이다.
해금강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걸려 저구항에 도착했다. 여객선 주변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8시 30분에 매물도 행 구경2호에 승선했다. 요금은 왕복 2만원. 매물도 여객선은 구경 2호와 3호가 있는데 승선인원은 2호 96명, 3호 195명이다. 필자 일행은 2호 배를 탔다. 매물도 여객선은 자동차를 실을 수 없다. 소매물도는 작은 섬이기 때문에 섬내에서 자동차가 필요없다. 출발 전에 귀항시간과 등대섬 건너는 물때를 꼭 확인하는 게 좋다. 매표소 앞에 운항시간표가 붙여져 있다. 물때는 시기별로 다르다. 필자가 여행한 3월 6일의 경우 물길 열리는 시간은 12:30-17:00까지이다.
어느 섬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소매물도로 향하는 뱃길 좌우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줄지어 우리 일행을 반긴다. 뱃길 따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이 눈부시다. 몇몇 여행객들이 새우깡 등을 던져주니 갈매기들이 계속 따라온다. 카메라를 고속모드로 돌려 갈매기의 순간날개짓을 잡아본다. 선두 멀리 두개의 섬이 서서히 다가온다. 좌측은 매물도, 우측섬은 소매물도다. 소매물도가 가까워오면서 우측으로 조그만 바위섬이 보인다. 바다 한 가운데 돌기둥을 박아놓은 듯한 모양이다. 처음엔 하나처럼 보이더니 점점 갯수가 늘어난다. 확성기에서 선장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바위섬 이름은 '오륙도라' 한다. 옆의 승객 한 분이 다섯으로도 보이고 여섯으로도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소매물도에서 다솔펜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섬주민 정남극 씨에게 물어보니 오륙도는 선원들이 붙인 이름이고 본래 이름은 '가리여', '삼여도'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드디어 소매물도 선착장 도착. 저구항을 출발한지 35분 정도 걸렸다. 선착장 뒤 언덕배기에는 붉은 색, 파란 색의 집들이 오밀조밀하게 앉아 있다. 최근에 지은 펜션들과 옛집이 섞여있다. 주민 한분에게 물어보니 소매물도에서 사람이 사는 곳은 등대섬의 관리사무소를 제외하고는 이곳 뿐이라 한다. 총 11가구에 28명 정도, 10년 전만 해도 4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줄었다고 한다.
선착장 앞에는 '소매물도'라고 쓰여진 표지목과 함께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선착장에서 소매물도 정상인 망태봉까지는 750m, 망태봉에서 등대섬 등대까지는 1.3km거리이다. 섬 좌우 해안을 도는 산책길도 있는데 안내도에는 표시되어 있지않다. 선착장에서 마을 쪽으로 몇걸음 올라가면 직진길과 좌측길로 길이 갈라진다. 처음오는 여행객들은 안내도에 그려져 있는 대로 바로 직진하기가 쉬운데 그 보다는 좌측 산책로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다.
필자 일행은 좌측길로 방향을 잡는다. 섬과 바다. 그리고 파도를 가르는 여객선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이룬다. 우리 일행이 들어온 바닷길과 오륙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멀리 통영, 거제도의 모습도 실루엣으로 펼쳐져 있다.
조금 가면 바다 쪽으로 돌출된 언덕 모양의 쉼터가 보인다. 이름하여 '폭풍의 언덕'. 언덕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뭍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섬여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폭풍의 언덕'을 지나 동백꽃이 붉게 피어 있는 숲길을 조금 지나면 바로 거대한 바위 하나가 앞을 막아선다. 큰 바위 옆에는 작은 바위가 두개 누워있고 이곳에서는 보이지않지만 바로 아래 해변가에 또 하나의 큰 바위가 누워 있다. 이들 두개의 큰 바위는 '남매바위'라고 불리워지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애틋한 전설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약 200 여년 전 허(許)씨 성을 가진 부부가 풍랑을 만나 대매물도에 정착했다. 낯선 외딴섬, 들려 오는 건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합창 뿐인 이곳에서 단둘이 적막한 섬 생활을 시작했다.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활의 기반을 다진 후 아기를 낳았는데 쌍둥이 남매였다. 쌍둥이를 낳으면 그중 한 명은 죽는다는 속설 때문에 고민하던 부부는 딸을 작은 섬 소매물도에 버리고 돌아왔다. 이후 건강하게 자란 아들이 열여덟살이 되었을 때, 소매물도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보고 갔다가 한 처녀를 만나게 됐는데 그녀가 곧 여동생이었다. 이들 남녀는 서로 남매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지게 됐다. 천륜을 어긴 두 남매는 하늘이 갈라지면서 커다란 바위로 굳어졌다고 한다. 위에 있는 바위가 숫바위, 아래바위가 암바위라고 한다."
산책로는 동백나무 숲과 후박나무 숲을 지나 완만하게 이어진다. 좌측으로는 매물도가 계속 시야에서 떠나지않는다. 해안 숲길 중간중간에는 '사랑스러운 곳', '매물도 보이는 곳', '바다 숨는 곳' 등 귀여운 인형 모양의 표지판으로 전망좋은 장소를 알려준다. 매물도는 남매바위에서 10분 쯤 가면 가장 잘 보이며 이곳에서 10분 정도 뒤에 있는 '매물도 보이는 곳' 에서는 정작 앞이 소나무가지로 가려 잘 보이지않는다. '매물도 보이는 곳'을 지나면서 우측으로 멀리 고래등 암봉과 등대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망원렌즈의 줌을 당기면 등대섬 병풍바위 아래 '글씽이 굴'도 보인다.
선착장에서 50분 정도 좌측 해안 산책로인 '샛담길'을 따라가면 삼거리에 이른다. 선착장에서 우회하지않고 직진하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고목으로 만든 이정표가 멋지다. 나무가지로 방향표시를 나타내고 있다.
삼거리 바로 위에는 폐교된 소매물도 분교터가 위치해 있다. 1961년 4월 29일 매물도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로 개교하여 졸업생 139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 폐교되었다고 한다. 교문 앞에는 이를 표시한 교적비가 세워져 있다. 이 폐교는 조만간 복원시켜 쉼터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라 한다. 필자가 방문한 3월 초 이미 공사를 착수한 상태였다.
삼거리에서 아래 바다 쪽을 내려다 보면 선착장과 마을, 바다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오륙도도 보인다. 선착장에서 직진했을 경우 바로 이길로 올라오기 때문에 좌측산책로를 택한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폐교 위 능선에 이르면 '소매물도 녹색 숲 복원사업비'가 세워져 있다. 그 뒤에 있는 벤취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서 잠시 여유를 찾는다.
'녹색 숲 복원사업비'를 지나면 다시 삼거리를 만난다. 직진하면 등대섬, 우측은 망태봉 방향이다. 등대섬을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직진하기가 쉬운데 이 보다는 망태봉을 반드시 거쳐가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망태봉까지는 불과 100m 거리이며 망태봉 지나면 바로 등대섬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또 망태봉 옆에는 남해안 지역의 해상밀수 등을 근절하기 위해 세워진 '매물도 감시서'도 있다. 이 감시초소는 1978년 7월 15일 활선어선박의 주요 출입통로를 감시하기 위하여 설치한 것으로 1987년 4월 1일 폐쇄되었다. 당시 광활한 남해안 지역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장비를 필요로 하였으나, 소수의 인력(4-5명)이 24시간 교대근무하며 레이더를 이용한 선박항로 추적 등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감시업무를 수행, 1980년 3월 9일 매죽리 가오도에서 일제 카메라 689대 외 6종의 밀수를 적발하였고, 감시서 폐쇄 전까지 10년 동안 총 87건(밀수입업자 166명 검거)의 밀수를 적발하는 등 남해안 밀수근절 및 예방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폐쇄되었지만 내부 계단을 이용, 2층을 오르면 소매물도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곧 복원하여 전망대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 한다.
드디어 소매물도 정상인 '망태봉'(해발 152m)에 도착. 이곳에서 선착장까지는 750m, 등대섬까지는 1.3km거리이다.
망태봉 정상을 지나면 바로 넓은 전망대쉼터가 나타나면서 등대섬과 주변 바다풍경의 장관이 펼쳐진다. 멀리 작은 섬들이 점으로 다가오고, 등대섬 정상의 하얀 등대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이곳 주민의 말에 의하면 등대섬 뒤쪽으로 보이는 작은 섬은 왼쪽이 큰굴비도, 오른 쪽이 작은굴비도라고 한다. 좌측의 병풍바위 암봉과 섬 주위를 도는 유람선의 모습도 아름답다. 사진으로만 자주 보던 등대섬의 환상적인 경관을 직접 바라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워지는 '열목개'도 까마득히 보인다. 아직은 오전 중이라 열목개가 물에 잠겨 있으나 12시가 넘으면 기적처럼 바다가 열릴 것이다.
전망대쉼터 옆에는 '도닦는 바위'도 있다. 가파른 절벽 위의 평상모양 바위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바위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망망대해를 바라보노라면 영낙없이 신선이 도를 닦는 모습으로 보일만도 하다. '도닦는 바위' 아래로는 거대한 고래등 모양을 한 '고래등' 암봉이 내려다 보이고, 좌측방향으로는 매물도도 눈에 들어온다.
망태봉 전망쉼터에서 잠시 쉰 후 고래등 암봉을 향한다. 망태봉 전망대 아래는 가파른 계단길이다. '고래등' 암봉은 이 계단길을 내려가다 중간 해안산책로와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측 초원길로 가야 한다. 계단길을 내려가다 보면 등대섬 병풍바위 모습이 더욱 웅장한 자태로 다가온다.
'고래등' 암봉 가는 길은 초원이다. 해안산책로 갈림길과 고래등 암봉 중간 쯤 가면 바다 쪽으로 돌출한 좁은 협곡길이 보인다. 협곡길 아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추락하지않도록 조심스럽게 낭떠러지 끝까지 접근한다. 이곳 협곡길에 서면 정면에는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 위 '유리여' 돌섬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칼날암릉과 깎아지른 절벽, 뒤로는 등대섬 '병풍바위'와 '글씽이굴'이 보인다. '글씽이굴'은 옛날 중국 진(秦)나라의 시황제의 신하가 불로초를 구하러 가던 중 그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글을 새겨놓았다는 굴이다.
또 좌측으로는 '고래등' 암봉의 웅장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고래등' 암봉 오르는 길은 바위길이다. 마치 탑을 쌓아올린 듯 정상까지 세워진 층층바위가 곧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다.
'고래등' 암봉에서 '열목개'에 이르는 바위절벽은 '공룡바위'라고도 부른다. '공룡바위' 절벽 위 해안산책길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고래등' 정상에서 바라보는 '공룡바위' 절벽과 등대섬 전경이 환상적이다. 조물주가 만들어놓은 예술작품이다.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고래등' 정상에서 내려와 등대섬 쪽으로 향한다. '공룡바위' 절벽 위 해안산책길을 따라간다. 산책길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목제펜스가 이어져 있다.
해안산책길 후반에는 입석바위 모양의 기암괴석도 보인다. 보기에 따라 부처모습 같기도 하고 남근바위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바위 아래 좁은 테라스에서 휴식을 즐기는 여행객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해안산책길에서 '열목개'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길이다. '열목개'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이어주는 약 70m 길이의 바닷길이다. 밀물 때는 바닷물로 채워지고 썰물 때 바닷길이 열린다. 하루에 두번 낮밤으로 바닷길이 열린다. 저구항 매표소 공지판에는 낮의 경우 12:30-17:00 사이 바닷길이 열리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현장에 와 보니 12시 경부터 이미 바닷길이 열려 있다.
몽돌밭 바닷길을 건너 등대섬에 오른다. '열목개'에서 등대까지는 완만한 목제데크 계단으로 되어 있다. 등대섬 입구 우측에는 유람선 선착장이 보이고 그 뒤로 '소매물도 항로표지 관리소'가 위치해 있다.
드디어 등대섬 정상 도착. 이곳 등대섬 등대는 하얀 색의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높이는 16m이며, 주변 자연경관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 모양 또한 고풍스런 느낌을 준다. 이 등대는 1917년 8월 5일 최초 점등하였으며 48km 거리까지 불빛을 비춰주기 때문에 남해안을 지나는 선박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등대 옆은 세개의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병풍을 이루고 있다. 두 봉우리 사이로 멀리 등가도('등여'라고도 부름)도 보인다.
등대 아래는 내려다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바위협곡이다. 병풍바위 옆으로 '촛대바위' 등 기암괴봉들이 바다 위에 솟아 있다. 촛대바위는 등대섬 남쪽에 위치한 조그만 바위섬으로 동서로 길게 뻗은 형상을 하고 있다. 삐쭉한 바위 정상에 불꽃모양의 봉우리가 있어 '촛대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떨어져나갔다고 한다. 촛대바위 일대는 조류의 방향에 따라 남북으로 이동해 가면서 낚시를 할 수 있는 가을 참돔 낚시의 특급포인트이다. 주변 수심이 매우 깊고 조류의 흐름이 상당히 빠르며 바닥지형은 자갈층을 이루어 먹잇감이 풍부해 참돔 자원이 풍부하다. 겉보기에는 위험한 바위섬 같지만 실제 내려보면 포인트간 이동이 자유로울 정도로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촛대바위 아래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낚싯꾼들의 모습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등대섬 북쪽에는 '두릉여'라고 부르는 촛대바위 보다 큰 바위섬이 위치해 있다. 이 섬 역시 낚싯꾼들이 바다낚시를 위해 즐겨찾는 포인트이다.
등대 주변을 돌아본 후 소매물도 방향 우측 언덕 해안펜스길을 걸어본다. 등대관리소 아래 '열목개'와 '공룡바위', 멀리 매물도 전경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매물도 해안산책로 아래 절벽 이름이 왜 '공룡바위'인가 궁금했는 데 등대섬 쪽에서 바라보니 의문이 쉽게 풀린다. 바위절벽과 고래등 암봉까지 합치면 영락없이 공룡이 바다를 향해 나가는 모습이다.
해안펜스 쪽에서 바라본 등대옆 봉우리들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다. 호주 블루마운틴의 '세자매봉'과 흡사한 바위봉우리도 있고,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입석바위'와,
마치 갈퀴모양의 기암도 보인다.
또 남근바위 모양의 입석바위도 있고, 절벽 정상에 부처처럼 앉아있는 '사모바위' 형태의 기암도 보인다. 소매물도 및 등대섬은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이처럼 기암괴석들도 즐비하다.
섬에 가면 자연경관만 보고 돌아올 게 아니라 그 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주민들의 진솔한 섬 이야기와 섬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도 찾아보면 좋다.
소매물도 선착장 언덕을 오르다 보면 '다솔펜트하우스'(현재는 '다솔펜션'으로 상호이름이 바뀌었음)라는 산장이 있다. 이 산장을 운영하고 있는 분은 정남극 씨. 젊은시절 유난히 섬을 좋아해 여러섬 찾아다니다 80년대초 소매물도 매력에 빠져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90년대초 등짐 한번한번으로 지어올린 다솔산장과 다솔찻집을 시작해. 2008년 7월 2층 목조건물 '다솔펜트하우스'를 오픈했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섬 여행을 다녔다. 그가 찾아다닌 섬만 700여 개. 그 중에서도 소매물도가 가장 마음에 들어 아예 20년 전부터 이 섬에 눌러 살고 있다. “아무리 다녀 봐도 소매물도만큼 아름다운 섬이 없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어느 때나 예뻐요.” 비탈진 섬에 집터를 고르다보니 손수 등짐을 지고 돌을 날라다 집을 지었다.
2003년에 이지현 동화작가가 정재극 씨와 소매물도 섬 이야기를 소재로 쓴 책 <섬과 개>는 무려 28판이나 재판될 정도로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정 씨는 그동안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다. 2003년과 2004년 SBS동물농장 '섬과개' 출연, 생방송 '모닝 와이드', 특집 다큐 '그 섬에 사랑이 있었네', 6시내고향, MBC '그섬에 가고싶다'. KBS 생방송 '좋은 아침', '무한지대 큐' 등 방송횟수도 30여회에 이른다. 다솔펜션 홈페이지(http://www.somaemuldo.com/ver2/index.htm)를 운영하며 소매물도 소식을 전하고 있다.
꽁지머리가 멋진, 마음씨 넉넉한 아저씨다. 바다사나이 정남극 씨는 23년경력의 다이버 베테랑이기도 하다. 수심30m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과 그날 그날 잡은 자연산 회를 미리 부탁하면 맛볼수도 있다. '다솔피싱호'라는 5톤 짜리, 12명 정원의 배도 운영하고 있다. 섬을 좋아하고, 강아지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한다. 첫인상은 무지 무뚝뚝해 보이지만 몇마디 나누어 보면 무척이나 따뜻하고 유쾌한 분이다. 경남 창원 출신의 아내와 함께 다솔펜션과 다솔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간다. 알라스카 이누이족의 썰매개 사모예드종인 누리(13살)와 니니(8살), 마르티스, 고양이 2마리도 가족이다. 이들과 함께 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배를 타고 낚시를 하며 산다. 카페의 경우 다솔산장 시절에는 작은 탁자가 세 개였지만 이제는 탁자 7개, 의자 20개로 늘어났다. 이곳에서 소매물도에 여행 온 사람들을 만나 섬 이야기를 나누고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다솔펜션에는 연예인이나 시인들도 자주 찾아온다. 이생진 시인을 비롯해 신경림, 박희진, 정호승, 편부경, 강재윤 시인 등이 다녀갔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 섬시인인 이생진 시인과 편부경 시인은 단골이다. 올 때 마다 몇일씩 묵고 간다. 다솔펜션 홈페이지에는 이생진 시인의 그림과 메모도 두개나 보인다. 2000년 4월 26일에는 "다정한 사람들의 사랑이 보이는 곳에서"라는 메모를 남겼고 그후 2002년 4월 9일에는 다시 "시인이란 그리움을 찾아다니는 나그네"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하였다. 또 정호승 시인은 다솔산장에서 머물며 '소매물도에서 쓴 엽서"라는 시도 남겼다.
누님
저 혼자 섬에 와 있습니다.
섬에는 누님처럼 절벽이 많습니다.
푸른 비단을 펼쳐놓은 해안가를 거닐다가
소매물도 다솔커피숍에 철없이 앉아
풀을 뜯고 있는 흑염소들의 뿔 사이로
지는 저녁 해를 바라봅니다.
누님이 왜 섬이 되셨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하룻밤 묵고 갈 작정입니다.
<글,사진/임윤식>
<이하 월간 시사종합지 '오늘의 한국' 2011.4월호에 게재된 기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