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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후고 폰 호프만스탈
초연 1911년 1월 26일 드레스덴
배경 마리아 테레지아 치하의 1740년대 빈
<2014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 215분 / 한글자막>
빈 필 & 빈 국립극장 합창단 & 잘츠부르크 축제 어린이 합창단 연주 / 프란츠 뵐저-뫼스트 지휘 / 하리 쿠퍼 연출
육군 원수 부인.....베르덴베르크 공주....................................크라시미라 스토야노바(소프라노)
오크스 남작.........레르케나우에 사는 육군 원수 부인의 사촌.....귄터 그로이스뵈크(베이스)
옥타비안 백작......'캥캥'이라고 불리는 귀족가의 젊은 신사.......소피 코흐(메조소프라노, 바지 역할)
파니날................부유한 상인이자 최근 귀족으로 임명됨.........아드리안 에뢰드(바리톤)
소피...................파니날의 딸.............................................모이카 에르드만(소프라노)
마리안네.............소피의 보모.............................................실바나 두스만(메조소프라노)
발자끼................음모꾼....................................................루돌프 샤슁
아니나................발자끼의 동료..........................................비에브케 렘쿠히
가수................................................................................스테판 포프(테너)
경감................................................................................토비아스 케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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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하리 쿠퍼의 연출과 프란츠 벨저-뫼스트의 지휘가 결합된 2014년 잘츠부르크 실황
<엘렉트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슈트라우스와 호프만슈탈
콤비는 완전히 바뀐 전략으로 차기작을 준비하였다. 독일 상류층에게 익숙한 배경의 우아한 희극을 택했으며, 관현악 반주 역시 한결 간결하고도
얌전한 분위기로 일신하였다. 그들의 전략은 적중했고, 그 결과로 탄생한 <장미의 기사>는 초연 직후부터 현재까지도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들 중에서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는 인기작으로 군림하고 있다. 제목에 등장하는 ‘장미의 기사'는 약혼 축제 때 은으로 만든 장미를 약혼녀에게 바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에 빈에서 유행한 관습에서 파생된 것이다. 본 공연은 2014년 8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의
실황을 담은 것이다. 프란츠 벨저-뫼스트는 빈 정서에 정통한 지휘자답게 오페라 전체에 우아하고도 세련된 기운을 덧입혔으며, 연출가 하리
쿠퍼 역시 파격적인 설정보다 사실성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연출로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하였다. 또한 스토야노바의 품위와 조피 코흐의 유니섹스적인
매력, 그리고 모이카 에르드만의 청순한 미모가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오페라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젊은 귀족 옥타비안은 원수부인의 숨겨놓은 애인이다. 졸부 파니날의 딸 조피를
사랑하는 옥스 남작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당시의 풍습대로 옥타비안을 장미의 기사로 내세운다. 옥타비안은 파니날의 집으로 찾아가 은으로
만든 장미를 전하며 옥스 남작의 청혼을 조피에게 전한다. 하지만, 옥타비안과 조피는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옥타비안은 여자로 변장하여 방탕한
남작을 맘껏 골려주고, 결국에 가서는 조피는 옥타비안의 차지가 된다는 희극적인 내용의 오페라다.
독일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연출가
하리 쿠퍼는 1958년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를 연출하면서 처음 오페라의 세계에 발을 내딛었다. 베를린 코미셰오퍼에서 전설적인 연출가 발터
헬젠슈타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심미안을 발전시켰던 그는, 1978년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시작으로 바이로이트에서의 바그너
오페라 연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특히 바렌보임의 지휘와 함께 1992년부터 시작되었던 <니벨룽의 반지> 프로덕션은 전세계
바그네리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그의 명성을 확고히 만들었다.
본 공연에서 원수 부인을 노래한 크라시미라 스토야노바는
1962년 불가리아의 벨리코 타르노보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계에 입문하였지만, 그의 음악적 재능은 성악을 통해서 꽃피웠다.
1995년 소피아 오페라에서 데뷔하였고, 1998년에는 미카엘라로 빈 슈타츠오퍼의 무대를 밟았다. 이후 메트, 로얄 오페라 코벤트 가든,
취리히 오페라, 베를린 도이치오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에서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부인과 <유대여인>의 라셸, <호프만의
이야기>의 안토니아, <라 보엠>의 미미 등으로 호평을 얻었다. 2009년에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수여하는 캄머쟁거의 영예를 받기도 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진경 글>
장미의 기사 Op.59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
〈장미의 기사〉는 초연 당시 베를린-드레스덴 간에 오페라 관람용 임시열차가 마련되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인기 있는 오페라 레퍼토리이다.
모차르트를 모방하다
〈살로메〉, 〈엘렉트라〉와 같이 감각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사실 모차르트 희극과 같은 오페라를 작곡하고 싶었다. 이러한 자신의 의사를 호프만슈탈에게 전했고, 그는 마침내 오스트리아 빈의 귀족 생활의 일면을 그린 대본을 완성하였다. 작품은 18세기 중엽 마리아 테레지아가 지배하던 합스부르크 왕정 시대 빈을 배경으로, 호프만슈탈은 고전배경에 자신의 현대적 감각을 담아 모차르트풍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피가로의 결혼〉이 리얼리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체제 비판적인 오페라임에 반해,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는 정치적 색채보다는 예술지상주의적 색채가 더 강하다. 슈트라우스는 〈장미의 기사〉에서 다시 조성음악과 멜로디 중심의 오페라로 돌아왔으며,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장난기가 가득하다가도 왈츠가 풍겨 나오는 빈 풍의 음악을 작곡하였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당시 빈에서 왈츠를 연주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은장미의 구혼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18세기 빈 귀족 사회에서는 양가의 혼담이 이루어진 뒤 신랑 측에서 신부 측 예물로 은으로 만든 장미를 전달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때 장미를 전달하는 신랑 측 청년을 ‘장미의 기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장미의 기사〉는 이 풍습과 연관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다.
후작 베르덴베르크의 아내 마르샬린은 후작이 집에 없는 사이, 젊은 귀족 옥타비안과 불륜관계에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에 마르샬린의 사촌 오크스 남작이 갑자기 찾아온다. 깜짝 놀란 옥타비안은 옆방에 숨어 그녀의 시녀 마리안네로 변장한다. 오크스 남작은 벼락부자인 파니날의 딸 조피와 결혼하기로 하였는데, 이를 의논하기 위해 마르샬린을 찾아온 것이다. 마르샬린은 오크스에게 옥타비안을 장미의 기사로 소개해준다. 한편, 오크스는 마리안네로 변장한 옥타비안에게 끌린다.(1막)
파니날의 집에서 장미의 기사로 옥타비안이 은장미를 가지고 온다. 옥타비안과 조피는 곧 서로의 아름다움에 끌린다. 곧 오크스 남작이 찾아오고 파니날과 함께 별실로 사라진다. 남작의 스파이인 발자키와 안니나가 옥타비안과 조피의 이상한 기류를 눈치 채고 남작을 불러온다. 오크스는 옥타비안에게 결투를 신청하고는 팔에 상처를 입는 등의 소란을 피운다. 안니나가 오크스에게 마리안네가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하자 오크스는 기뻐하며 답장을 쓰러 간다. 그러나 이 편지는 마리안네로 변장한 옥타비안이 쓴 것이다.
마리안네와 약속한 요리 집에 여장한 옥타비안이 나타난다. 여관 객실에서 오크스는 마리안네를 유혹하려하지만, 옥타비안과 일을 꾸민 일당이 들이닥치자 오크스는 난처한 상황에 당황해한다. 여기에 더해 경찰까지 나타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오크스는 경찰에게 조피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자, 이에 파니날이 분노하고는 파혼을 선언한다. 때마침 마르샬린이 등장하여 모든 것이 장난이라고 말하며 경찰을 돌려보낸다. 옥타비안과 조피의 마음을 눈치 챈 마르샬린은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애인 옥타비안을 보내준다.(2막)
‘내 가슴은 견고하게 무장한 채 사랑을 거부했네’(Di rigori armato il seno)
1막, 이탈리아 가수의 세레나데. 마리안네로 변장한 옥타비안이 자리를 뜬 후, 마르샬린의 하인, 이발사, 시인, 음악가 등이 등장하여 부인의 비위를 맞춘다. ‘내 가슴은 견고하게 무장한 채 사랑을 거부했네’는 이때 한 가수가 부르는 이탈리아풍의 세레나데이다. 느린 빠르기의 아름답고 달콤한 노래이다. 이탈리아 가수가 2번째 행을 부르려고 할 때, 오크스에 의해 중간에 방해를 받기도 한다.
1막 마르샬린의 아리아, ‘시간이란 묘한 것’(Die ziet, die ist ein sonderbar Ding)
1막 마르샬린의 아리아이다. 옥타비안이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마르샬린이 갑작스럽게 우울함을 느낀다. 그녀는 옥타비안에게 시간이 가차 없이 지나간다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한다. ‘시간이란 묘한 것’은 이때 부르는 아리아로 섬세한 악기의 사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때때로 시계를 멈추고자 하지만, 오늘이나 내일 그가 더 젊은 여인을 찾아 떠날 것이라는 걱정을 담고 있다.
3막 조피와 옥타비안의 2중창, ‘내가 느끼는 것은 너, 오직 너뿐’(Ist ein Traum? ...Spur’ nur dich)
3막 조피와 옥타비안의 2중창이다. 이 오페라의 클라이맥스로 두 연인의 캐롤이다. 두 여자 목소리가 부르는 2중창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옥타비안은 바지역할로 여자 성악가가 연기한다.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어울림이 정교하고 섬세한 선율로 나타난다. 슈트라우스는 대본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 2중창을 불현듯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호프만슈탈에게 음보를 정확하게 베꼈음을 전했는데, 그의 영감은 확실히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의 14명의 천사 2중창에서 왔다.
〈장미의 기사〉 모음곡
- 초연: 1946년 9월 28일 빈
- 편성: 플루트 3(3주자는 피콜로와 겸함), 오보에 3(3주자는 잉글리시 호른과 겸함), 클라리넷 3,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3(3주자는 콘트라바순과 겸함),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큰북, 작은북, 탬버린, 심벌즈, 트라이앵글, 크러셀, 글로켄슈필, 첼레스타, 하프2, 현
슈트라우스는 〈장미의 기사〉에서 몇 곡을 연주회용 관현악곡 〈왈츠접속곡〉(Waltzerfolge)으로 만들었다. 오페라의 1막과 2막의 음악을 사용하여 1944년 작곡한 이 작품은 아르투르 로진스키의 편곡으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곡은 오페라 전주로 시작하여 호른으로 마르샬린과 옥타비아의 열정의 밤을 묘사한다. 다음으로는 장미의 기사인 옥타비안의 출현, 옥타비안이 젊은 여인한테로 갈 것임을 깨닫는 마르샬린, 옥타비안과 조피의 듀엣 등 오페라의 내용이 곳곳에 암시되어 있다. 특히 옥타비안과 조피를 오보에와 호른을 사용하여 두 사람의 사랑이 점차 명확해지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갑자기 오크스의 도착으로 음악은 불협화에 의해 방해받는다. 다음으로 바이올린이 첫 번째 왈츠를 소개한다. 이후 마르샬린이 자신의 연인 옥타비안이 떠났음을 깨닫는 부분이 바이올린 솔로로 묘사된다. 사랑의 2중창에 의한 안단테의 멜로디가 나온 후 곡은 빠른 왈츠로 이어진 후 이제까지의 음악 재료가 구사되면서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곡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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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5월 4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R.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모차르트 오페라를 모범으로 삼았으며, 빈 왈츠를 풍부하게 활용했다
1911년 드레스덴에서 초연
오페라 작곡가와 대본가로 환상의 콤비를 이뤘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와 후고 폰 호프만스탈(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은 1900년경에 서로를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이 협업을 시작한 것은 1909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초연된 오페라 [엘렉트라]부터였습니다. 이 작업이 끝나고 나자 슈트라우스는 ‘모차르트 희극 같은 오페라를 만들고 싶으니 적당한 소재를 골라 대본을 써 달라’고 호프만스탈에게 부탁했고, 한동안 고심한 호프만스탈은 드디어 작곡가의 마음에 꼭 드는 스토리를 구상해냈답니다. 이렇게 해서 1911년 드레스덴에서 초연된 작품이 18세기 중엽 마리아 테레지아가 지배하던 합스부르크 왕정 시대 빈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장미의 기사]였습니다.
‘장미의 기사’라는 제목을 보고 상상하게 되는 모습은 아마도 ‘장미 문장(紋章)이 새겨진 방패를 든 기사(騎士)’ 같은 낭만적인 그림일 것입니다. 그러나 ‘장미의 기사’란 우리말로 옮기면 '함진아비’쯤 되는, 청혼의 전령을 뜻합니다. 18세기 빈의 귀족사회에서는 양가의 혼담이 이루어진 뒤에 신랑 쪽 친척 한 사람이 신부 될 처녀에게 은으로 만든 장미를 예물로 전달해 정식 청혼의 예를 갖추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사실 이런 ‘은장미 전달식’이 존재했다는 증거는 남아있지 않고, 그저 [장미의 기사]를 쓴 작가가 지어낸 전통이라고도 합니다). 그때 은장미를 들고 오는 친척 청년을 ‘장미의 기사’라고 불렀다는 것이죠.
모차르트를 모방한 20세기 오페라
1막은 베르덴베르크 후작부인(군사령관 부인)의 화려한 침실에서 시작됩니다. 서른 두 살의 후작부인(소프라노)과 부인의 정부(情夫)인 열일곱 살의 옥타비안 백작(메조소프라노)이 은밀한 사랑의 밤을 보내고 난 침대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둘이 정답게 아침식사를 마쳤을 때 밖이 소란스러워지면서 부인의 친척인 옥스 남작(베이스)이 들어오지요. 도망갈 곳이 없어 옷장 속에 숨었던 옥타비안은 옷장 속에서 하녀로 꾸미고 남작 앞에 나타나는데, 바람둥이 옥스 남작은 옥타비안이 진짜 여자인 줄 알고 옥타비안에게 집적댑니다.
슈트라우스는 이 옥타비안 역을 원래 소프라노 배역으로 작곡했지만, 후작부인과 음색을 달리 하기 위해 대부분의 경우 메조소프라노가 이 역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성 가수가 남장을 하고 남자 역할을 하다가 극중에서 다시 여장을 한다는 설정은 물론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모방한 것입니다. 메조소프라노가 분장한 미소년 옥타비안의 모습에서 관객은 누구나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10대 바람둥이 케루비노를 연상하게 되지요.
옥스 남작이 후작부인에게 자신의 결혼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그 사이에 다양한 사람들이 부인을 찾아와 인사를 하고, 유명한 테너 가수가 와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후작부인은 장난으로 옥타비안의 초상화를 보여주며 그를 옥스의 결혼을 위한 ‘장미의 기사’로 추천합니다.
옥스 남작의 신붓감은 수도원에서 자랐고 열다섯 살이 채 안된 처녀로, 신부의 아버지 파니날(바리톤)은 작위를 돈 주고 사서 이제 막 귀족이 된 부호였습니다. 후작부인은 호색한에다 책임감 없는 옥스 남작을 경멸하지만, 어린 애인과 밀회하는 자신도 별로 나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회의에 빠집니다. 자신이 늙어간다는 생각에 서글퍼진 부인은 ‘시간이 흐르는 걸 우리는 모르고 살지만 시간은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끊임없이 흘러내리지. 때로 한밤중에 그 소리를 듣고 시계란 시계는 모조리 멈춰놓지만 소용없는 일’이라고 노래합니다. 옥타비안이 머지않아 젊은 연인을 사귀고 자신을 떠나 갈 것이라는 생각에 괴로워진 후작부인은 옥타비안에게 맘에 없이 냉랭한 태도를 보입니다. 옥타비안은 부인이 자신을 멀리하려 한다며 화가 나 가버리고, 부인은 곧 후회합니다.
2막은 장미의 기사를 맞이할 준비로 온통 들떠 있는 파니날의 저택에서 시작됩니다. 수도원에서 자란 딸 조피(소프라노)는 결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들떠 있습니다. 마침내 장미의 기사 옥타비안이 찾아와 조피에게 신랑감 옥스가 보낸 은장미를 건넵니다. 슈트라우스의 영롱하고 환상적인 음악이 무대를 채우는 순간 옥타비안과 조피는 첫눈에 반해 서로에게 빠져듭니다. ‘제가 이 영예로운 임무를 맡았습니다’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듀엣에 작곡가는 천상의 행복을 실감하게 하는 음악을 썼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함진아비와 신붓감이 첫눈에 반해 주위를 잊고 꿈속을 헤매는 이런 장면은 상당히 희극적이죠.
옥타비안보다 조금 뒤에 옥스 남작이 도착해 조피를 예의 없이 희롱하자 격분한 옥타비안은 칼로 남작에게 상처를 입히고, 파니날의 집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조피가 남작과 결혼 안 하겠다고 버티자 아버지 파니날은 다시 수도원으로 보내버리겠다고 딸을 위협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옥타비안은 사람을 시켜 옥스 남작에게 편지를 보내죠. 남작이 눈독 들인 그 하녀(옥타비안 자신)가 내일 밤 남작을 몰래 다시 만나고 싶어 한다는 내용입니다. 신이 난 옥스는 ‘내가 없으면 그대는 날마다 슬픔에 싸여 살겠지. 하지만 나와 함께라면 어떤 밤도 길지 않을 걸...’이라는 자신의 왈츠 주제 선율을 되풀이하며 즐거워합니다. 대본가 호프만스탈은 몰리에르의 희극에서 이 호색한의 캐릭터를 얻어왔지만 슈트라우스는 옥스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면서 베르디 최후의 작품 [팔스타프]의 음악을 모방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 테레지아 재위기간(1745-65)의 빈 궁정에는 왈츠가 없었다고 합니다. 왈츠가 궁정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건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일이라는 것이죠.
시간과 노쇠와 죽음에 대한 성찰
3막은 빈 근교의 조용한 레스토랑입니다. 옥스 남작은 이 음식점에 방을 잡아놓고 후작부인의 하녀를 기다립니다. 옥타비안은 다시 여장을 하고 나타나 옥스를 유혹하는데, 옥스는 하녀를 포옹하려 할 때마다 자기를 찌른 옥타비안의 얼굴이 그 하녀 얼굴에 오버랩되어 두려움에 떨죠. 그때 옥타비안이 밖에 대기시켰던 하녀와 고아들이 나타나 옥스를 남편, 아빠라 부르며 아우성을 칩니다. 그러자 경찰이 출동해 ‘풍속을 해친 죄’로 옥스 남작을 체포하려 하죠. 옥타비안의 전갈을 받고 현장에 들이닥친 파니날은 사윗감의 형편없는 행태를 보고 파혼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나타난 후작부인은 다 장난이라며 경찰을 돌려보내 남작을 궁지에서 구해줍니다. 옥스 남작은 후작부인과 옥타비안의 은밀한 관계를 눈치 채지만, 조피 앞에서 침묵을 지킨 채 그 자리를 떠납니다.
옥타비안과 후작부인, 그리고 조피만 남게 되자 부인은 옥타비안이 새로운 사랑에 빠졌음을 알아차리고, 옥타비안을 조피에게 양보하기로 합니다. 부인이 먼저 떠나자 조피와 옥타비안은 뜨겁게 포옹하며 ‘이건 꿈일 거야’, 하는 아름다운 듀엣으로 극을 마무리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돈 후안] 등의 교향시로 유명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바그너 다음으로 비중이 큰 독일어 오페라 작곡가입니다. 궁정음악가인 아버지 덕분에 뮌헨 궁정악장에게 음악 수업을 받았고, 대학에서 철학과 미학을 전공하며 쇼펜하우어를 탐독했다고 합니다. 바그너와 리스트에 심취해 초기에는 그들의 아류로 평가되는 작품들을 작곡했지만, 차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찾아내 매끄럽고 감각적인 선율의 오페라들을 남겼습니다. 초기 오페라인 [살로메]와 [엘렉트라]에서 음악적으로 아방가르드의 최첨단으로 치달았던 슈트라우스는 [장미의 기사]에서 다시 조성음악과 ‘멜로디 오페라’로 복귀했고, 이후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그림자 없는 여인], [아라벨라] 등 최고의 소프라노 배역을 위한 작품들을 썼습니다. 뮌헨, 바이마르, 베를린, 빈 오페라극장 지휘자를 역임하며 활발하게 음악활동을 펼친 그는 말년에 나치 정권에 동조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장미의 기사]의 성악부 형식은 가벼운 레치타티보와 아리오소(arioso.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중간 형태)를 오가다가 차츰 고조되는 감정을 이따금 풍성한 멜로디로 폭발시킵니다. ‘시간과 노쇠와 죽음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택한 이 오페라의 대본가는 “행복하고 황홀한 한 순간에 영원한 시간이 깃들어 있는가?”라고 관객에게 묻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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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연 215분, 휴식 시간 2회 20분 감안하면...<240분, 4시간>이라는 점,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불멸의 오페라 3 / 박종호> ★★★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서, <장미의 기사>의 정점을 찍을만한 프로덕션이다. 빈의 여러 장소를 촬영한 대형 사진이 슈트라우스 시대의 빈을 이야기하듯이 무대 뒤로 장대하게 펼쳐지면서, 이 오페라가 빈의 시대를 웅변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벨저뫼스트의 지휘와 빈 필의 웅대한 사운드는 장대하면서도 섬세한 프로덕션에 어울린다. 크라시미라 스토야노바(육군원수 부인 역)는 귀부인을 잘 표현하고 슈테판 포프(이태리 테너 가수 역)도 좋다. 소피 코흐는 가장 뛰어난 옥타비안의 한 명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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