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행자 입니다. / 관허 스님
나는 '수행자'입니다.
나는 언제나 밝게 미소짓습니다.
나는 매일 108배 수행을 합니다.
나는 하루 한 가지 이상 보시행을 합니다.
나는 '방하착(放下着)'으로 생활 화두를 삼습니다.
나는 언제나 상대를 부처님으로 바라봅니다.
나는 '관세음보살' 염불로 마음공양을 올립니다.
나는 생활 속의 모든 경계를 수행의 재료로 밝게 돌려 나갑니다.
나는 상대를 탓하지 않고
'내가 변하면 상대가 변한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채찍합니다.
나는 수행자 입니다.
"수행자(修行者)"
아무리 힘겹고 어려운 경계가 있더라도
이 한 마디만 생각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가슴이 꽉 차고 넓어집니다.
"나는 수행자다" 라는
그 당당한 마음이
나를 더욱 커다란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수행자는 늘 닦아가는 사람입니다.
무아(無我)를 바로 보아 어디에서나 당당하면서도
누운 풀처럼 하심할 수 있는 사람이며,
스스로를 치켜세우거나 상대를 낮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걷는 걸음걸이가 느긋하여 코끼리 같이 당당하며
두리번거리지 않고 가,
갈 길만을 찾아가니 우직한 사자와 같습니다.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삶을 유행합니다.
늘 내면의 참 생명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며
당당한 내면의 주인공 부처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에
'내가 옳다'거나 '내가한다'는 고집과 아상(我相)에 머물지 않습니다.
온 힘을 다해 안과 밖의 모든 경계를 고요히 관찰합니다.
무한관점에서 무한객관이 되어
유한한 몸뚱이와 대상의 움직임을 차분히 바라봅니다.
이따금 관찰을 놓쳐버리는 오랜 겁(劫)의 습(習)이 남아있더라도
이내 마음을 돌이켜
'지금... 여기...'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어떤 경계가 다가오더라도 마음 가는 데로 잠시 흔들릴지언정
오래 머무는 바가 없습니다.
머물지 않기에 애착됨을 일으키지 않고,
애착됨이 없기에 미움이나 사랑에 빠지지 않습니다.
단지 미워함과 사랑함의 인연을 명상할 뿐.
오직 그렇게 '살아갈 뿐'입니다.
'할 뿐'입니다.
거추장스럽게 이런 저런 일을 꾸미지 않습니다.
인연 닿는 대로 오직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슬퍼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눈물 흘려주고
기뻐하는 사람에게는 해바라기처럼 밝은 미소를 보내며
묵묵한 수행자 앞에서는 큰 산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지금의 나를 바라보십시오.
참 수행자 되기는 너무도 요원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린 누구나 '나는 수행자입니다'하는 외침을
가슴속에 가득 부여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인정을 하건 하지 않건 간에 날 적부터 우린 누구나 수행자입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참 수행자의 원을 세워야 합니다.
절에서 수행하시는 스님들만 수행자인 것은 아닙니다.
마음으로 하는 출가가 진정한 출가인 것입니다.
심출가(心出家)...
나의 참 생명이 부처님 생명, 참주인공임을 알고
부처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밝은 원을 세우시면
그것이 심출가인 것입니다.
수행을 마음에 담고 있으면
우린 저절로 수행자 수행자가 되어 갈 것입니다.
나약한 중생의 마음 이끌고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습니다.
당당한 수행자의 한마음에 의지하여
이 거친 세상 밝게 밝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나는 수행자입니다.
수행자이기에 참으로 당당합니다.
수행자이기에 참으로 행복합니다.
참으로 나를 당당하게 일깨워주는
경책해주는 한마디
바로 '나는 수!행!자! 입니다.'
출처 : 금음마을 불광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