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의 정치적 계절이 지나간 뒤에도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순간과 마주하고 있는데요.
올해 아흔다섯의 종교지도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이 폭력도, 도주 우려도, 공공안전에 대한 위협도 없는 혐의로 구금돼 있어요.
100세를 눈앞에 둔 고령의 노인이 구속되는 광경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이 조치를 정당화하는 명분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우려는 한층 더 깊어져요.
이 총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들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라는 헌법적 원칙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해요. 검찰은 그가 특정 정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신자 수만명을 ‘강제로’ 입당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이를 이렇게 요약했는데요.
‘신도 5만여명을 특정 정당에 강제 가입시킨 혐의를 받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기소돼 구속됐고요.’
그는 이러한 행위가 정치적 의사를 왜곡하고 헌법 원칙을 위반했다고 덧붙였어요.
이 발언은 아흔다섯의 노인이 감옥에 갇힌 이유가, 설령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결국 종교적 소수자에 속한 시민들의 정치 참여 행위 때문이었음을 확인시켜 주구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정당에 가입하고 후보를 지지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여요.
법무부 장관이 “종교단체는 내면의 평안과 영적 위안을 위한 신앙 공동체이지,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이 아니다”고 밝히며 종교인이 순전히 영적인 영역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민주주의 이론과 실천, 그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은 낯선 발상이에요. 이는 또한 신앙의 자유와 공적 활동 참여권을 함께 보호하는 국제 인권 규범에도 부합하지 않아요.
그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죠. 그는 수사가 진행 중이고 재판조차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썼어요.
법무부 장관이라면 마땅히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거늘 결과를 미리 재단하거나 고령의 피고인에게 가혹한 형이 예정돼 있다는 식의 발언은 지극히 부적절하죠. 법치를 관장하는 최고 권력자가 이처럼 초법적인 언사를 쏟아내는 순간 사법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어요.
같은 게시물에서 그는 일본의 통일교 해산 조치를 높이 평가하면서 그 근거의 일부가 정치적 유착에 있었다고 주장했어요.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에요.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문에는 정치적 유착에 대한 언급이 없구요. 지도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정치 개입 혐의를 받으면 종교단체를 신속히 해산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한국이 검토 중인 지금, 언론 보도를 판결문과 혼동하는 것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 외국 법원 판결을 잘못 전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이 총회장처럼 고령의 지도자가 가혹한 대우를 받는 걸 보면, 국가가 그가 재판 결과를 보지 못할 만큼 오래 버티지 못하기를 바라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어요. 이는 고발이 아니라, 폭력 혐의도 없는 노쇠한 인물이 구금돼 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물음이죠.
그동안 대한민국은 다양성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는 평판을 쌓아왔으나 국가가 비폭력적인 종교 지도자를 공공의 위험인물처럼 다루고 헌법적 언어로 탄압을 정당화한다면, 그 평판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종교 운동은 수 세기에 걸쳐 박해를 견뎌왔어요. 제국도, 독재도, 정치적 격변도 이겨냈어요. 이번 시련 역시 마찬가지로 이겨낼 것이지만 지금 걸려 있는 것은 이 총회장 한 사람의 운명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다스리는 제도들의 도덕적 권위 그 자체라는 거에요.
이름값을 하는 민주주의라면 최고령 종교 지도자를 쇠사슬에 묶어두지 않아요. 단지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비주류라는 이유로 특정 공동체의 입을 막지 않으며 정치적 견해 차이를 범죄 공모로 둔갑시키지 않아요. 한국은 지금 걷고 있는 길을 다시 돌아봐야 해요.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며 역사는 이 나라가 가장 취약한 시민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할 것이에요.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이탈리아 출신 종교사회학자이자 신종교 연구 권위자다. 신종교연구센터(CESNUR) 설립자 겸 대표로 활동하며 종교 자유와 소수 종교 문제를 연구해왔다. 온라인 매체 ‘비터 윈터(Bitter Winter)’ 편집장으로도 활동하며 종교와 인권, 국가와 신앙의 관계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이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