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휘봉(樂輝峰)으로 알려져 있지만 악희봉(樂喜峰)으로도
불린다.
‘악’자 붙은 산은 ‘악~’소리가 나는 법.
아니나 다를까 암릉으로 이루어진 구간구간이 다소 위험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기암(奇岩)을 뚫고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괴송(怪松)들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할 산행 보너스.
그래서였을까,악(岳,惡)자가 아니고 풍류를 뜻하는 악(樂)자를 쓰고
있음이다.
거기다 휘(빛날 輝)자와 희(기쁠 喜)자는 괜히 쓰는 건 아닐
것.
악휘봉은 백두대간에서 한발짝 비켜 서있지만 대간꾼들도 악휘봉을
홀대하지 않는다.
도드라진 암봉에서 사통팔달 시야가 트이기 때문.
다섯 봉우리 중에서 네 번째 봉우리가 주봉(845m)이고,4봉을
오르기 직전에서 만나는 선바위는 아랫마을인 입석(立石)마을의 지명이 되었다.
아이러니한 건 입석마을쪽 계곡이 은티골이고,은티마을쪽 계곡이
입석골이다.
대간구간은 일부 휴식년제로 묶여있지만 다양한 등로가 뚫려 있어
입산이 용이하고,넘실거리는 산줄기를 따라 이름난 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산행코스:
입석마을회관-은티골-은티재-백두대간(장성봉)갈림길-선바위-악휘봉-암봉-샘골고개-시루봉(칠보산
갈림길)-덕가산-입석마을(원점,5시간)
※
사진의 날짜는 9월 20일이 아니고,10월 1일(수요일)이다.
네비에 '입석마을회관'을 입력하여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연풍IC에서 내려선다.
마을회관으로 들어오는데 길가에 스치는 범상치 않은 소나무를는 벼슬아치들의 관을 닮았다하여 관송이라 부른다.
관송을 지나 대형버스 몇 대는 느끈히 댈 수 있는 마을주차장에 닿는다.
간이화장실 위로 개울을 좌측 옆구리에 끼고 두 번 다리를 건너면서 산으로 들어간다.
이젠 우측 옆구리에 개울을 낀 채 34번 국도 아래를 통과한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과수원을 지나 굴다리를 들어가기 전...
백두대간 일부 접속구간이 휴식년제로 출입통제구역임(밀치~대야산~장성봉~악휘봉 14.9km)을 알린다.
굴다리를 통과하면 곧 만나는 갈림길은 좌측 길로 접어든다. 직진의 오른쪽 어린 묘목이 심어진 곳은 우리가 하산했던 길.
차량출입금지 쇠줄을 통과하여...
비포장 산길을 곧장 오른다.
출입금지 안내판에는...
밀치에서 대야산,장성봉,악휘봉 구간이 출입금지임을 표시해 두었다.
콩밭인지 잡초밭인지 너른 밭 왼쪽 산길로 들어간다.
15분쯤 걷다보면 다시 이정표도 없는 갈림길. 좌측 길을 선택한다. 오른쪽 길은 샘골고개 탈출로로 보인다.
수량이 그리 많지 않은 은티골이 이어지고...
다소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면...
(등로에서 여러번 만나는 내무부 표석)
은티재다.
은티재(은티고개)는 우리가 올라온 입석마을과 고개너머 희양산 아래의 은티마을을 이어주는 고개다.
악휘봉 방향으로 올라서다 반대편 마분봉 방향을 잡아본다.십여년 전에는 필자도 마분봉과 악휘봉을 이어탄 적이 있다.
마분봉은 그 이름이 말(마馬)똥(분糞)봉우리이다.
뚫린 조망처에서 구름모자를 덮어쓴 희양산과 구왕봉을 바라본다.
선바위(입석 立石)는 아니고 앉은바위(좌석 坐石) 같다.
다시 돌아서니 말똥무더기인 마분봉이 저만치 멀어져 있다.
아래 입석마을
박무에 덮힌 희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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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장성봉 ☞
http://blog.daum.net/bok-hyun/359 )갈림길과 이정표. 아래에 날개 떨어진 이정표는...
이어지는 백두대간인 장성봉을 가리킨다.
다른 각도에서...
키가 작아 까치발을 하고 선 선바위.
놀랬다.
대단한 규모의 선바윈 줄 알았는데 너무 작은 데 한 번 놀라고,그 밑둥치가 푸석푸석하여 언젠가 키대로 무너질 것만 같아 두 번
놀랜다.
그 옆에 선바위를 지키고 선 호위무사 소나무가 차라리 위풍당당해 뵌다.
온통 화강암 바위덩어리인 악휘봉 정상.
괴산군의 맞춤 정상석.
예전의 정상석.
.
.
진행할 방향.
벼랑으로 뚝 떨어졌더니...
산이 끊겼고,커다란 암벽이 앞을 가로 막고 섰다.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니 아주 잘 생긴 소나무가 궁색한 바위 암벽에 삶의 터전을 잡고
섰는데...
직등을 할려면 저 가느다란 밧줄에 체중을 실어야만 한다.
나는 우회하기로 하였다.
좌측 내리막으로 제법 내려가서 암벽 옆구리를 10여분 둘러 와야만 한다.
둘러와서 만난 일행들.
뱃살없는 여인의 가슴골 같은 암반을 타고 오르면...
또다시 터지는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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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방향으로...
이제 서서히 가을색이 물들고...
고사목 사이의 마사토 미끄러운 길로 조심스레 내려서면...
샘골고개 탈출로이다.
입석마을은 1시간 거리.
돌아선 모습.
거대한 바위를 좌로 돌아...
돌아보니 멀리 악휘봉이 아직 고개를 들고 있다.
입석마을과 샘골과 은티골.
고사목과 혈기 왕성한 청년소나무가 묘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칠보산 갈림길 (아래 개념도의 현위치 866m시루봉) * 칠보산 < ☞ http://blog.daum.net/bok-hyun/134 >
예전의 부산일보 개념도.
이 환상의 코스는 은티마을-UFO바위-마분봉-악휘봉-칠보산-떡바위마을로 7시간을 잡아야 가능 할 것이지만 일부구간이 휴식년제로 묶여있어
아쉽기만 하다.
칠보산 갈림길(시루봉)의 칠보산 방향의 날개 떨어진 이정표.
덕가산은 여자들 머리핀처럼 오른쪽으로 완전히 휘어 서가야만 한다.
다른 각도에서...
이기 뭐꼬? 산삼 아이가?
덕가산 갈림길에서 처음 참여하신 무지개팀의 강만식님이 바닥에 표식을 하고 있다.
무지개산악회는 한마음과 한뿌리였었다고...
이제 다시 14명이 합류하여 명실공히 튼튼한 뿌리에서 뻗어오르는 거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덕가산을 찍고 입석마을로 가기위해선 이곳으로 되내려와야만 한다.
(덕가산을 다녀오는데 10분이면 될 것.)
정상에 올랐다가 덕(德)을 좀 보탤(加)까 하는데...
일행들이 올라왔다.
매주 수요일에만 시간이 있다는 일행.
되내려와서 빤질빤질한 산길을 내려서지만 특유의 자갈섞인 마사토는 매우 미끄러워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어린 묘목이 식재된 과수원을 옆으로 돌아 아래로 내려서는데 바짓가랭이에 덕지덕지 붙어 따라오는 가을 씨앗들.
저 아래 34번 국도와 굴다리가 보인다.
세멘트 포장 농로로 내려서서...
조금만 내려오면...
아까 올라갈 때 진입한 갈림길이다. 오른쪽 계곡의 맑은 시냇물에서 반신욕을 한 후...
굴다리를 나서기 전 좌측으로 내려온
능선이 우리가 하산한 능선. (다만 능선 끝자락이 아니었을 뿐.)
어느새
가을인가요?
- 박종영
아주 작은 기쁨의 들꽃들이
문득 은밀한 곳으로 파고들어
푸른 가을을 조몰락거리고 있을 때,
한동안 잊고 지내던 여인이
불쑥 앞을 가로막고
구절초 향기 한 아름 가슴에 안길 때,
산동백 꽃 진자리 부끄러워
풋내나는 열매 추스르다
허리춤 드러내 보일 때,
어느새
거기도 가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