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37)
네일아트
이선이(1967~ )
아름다움은
멈출 줄 모르고 돋아나는 살의를 감추는 일이라고
죽을 때까지 자라는 줄 알았는데
죽어서도 자란다고
칼집에 새긴 연꽃처럼
도마에 심은 나비처럼
불멸은
주검에도 화장을 얹는 슬픔이라고
이선이 시인
경남 진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하며 활동. 1991년 <문학사상> 신인상 수상 등단. 시집으로 <서서 우는 마음>, <물의 극장에서>가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에 재직 중.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37번째 시는 이선이 시인의 “네일아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미용은 헤어, 피부, 메이크업, 네일을 총칭합니다. 나라님들이 백성을 잘 먹여 살리기 위해 구분해놓았음직 한데 어딘지 어색해 보입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네일아트”라는 시를 읽으며 별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용(네일아트)은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외모를 아름답게 해 정신적인 만족감까지 주는 것이 미용이니, 미용인은 예술가에 다름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멈출 줄 모르고 돋아나는 살의를 감추는 일이” “아름다움”이라고 한다면, 그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네일아티스트에 대한 최고의 헌사가 이 시일 듯합니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군요.
”칼집에 새긴 연꽃“이나 ”도마에 심은 나비“가 ”불멸“을 상징한다면 ”네일아트“도 결국 ”불멸“입니다. 그리고 그 불멸은 ”주검에“ ”화장을 얹는 슬픔“이군요.
”주검“이 ”불멸“이 되었을 때, 예기치 못한, 많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칼집에 새긴 연꽃“이나 ”도마에 심은 나비“는 칼집과 도마가 그 의무를 다해갈수록 주검에 이르는 운명을 천형처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네일아트“를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비록 그 일이 ”불멸“은 아니더라도, ”주검에도 화장을 얹는 슬픔“이더라도 ”죽어서도 자“라는 ”아름다움“이 될 테니까요.
네일아트의 예술적 행위에 얹은 명제 앞에서 고개 숙여지는 시, ”네일아트“입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4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