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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수레 안에서 그는 그저 빙그레 웃으면서 응수를 했다. [노제는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소. 이 우형은...] 거기까지 말하는 것을 보게 되었을 적에 그는 박마천의 눈이 반짝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곧이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를 들을 수가 있 었다. [매형, 현질녀는 갈수록 더욱 더 참해지는군요. 삼년 동안 보지 못한 사이 에 하마터면 몰라볼 뻔 했습니다.] 매일부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매냉설이 눈처럼 하얀 바람막이를 걸치고 사뿐 사뿐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녀의 등뒤로는 소봉이뒤따라오고 있었다. 소봉이 입고 있는 옷이 녹색이라 하얀 색에 녹색을 곁들이자 정말 잘 조화 되어 보기에 확실히 고귀하고 의젓하며 청초하면서도 아름답기 이를 데 없 었다. 그는 속으로 퍽 자랑스럽게 느끼며 웃었다. [노제는 정말 과찬을 하시는 군요. 딸애야 여전히 저 모습 아니겠소?] 그와 같이 말하는 사이에 매냉설이 어느 덧 가까이 다가왔다. 매일부는 매냉설을 바라보았다. [설아, 빨리 박숙부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무엇 하느냐?] 매냉설은 허리를 구부려 절을 했다. [박숙부에게 인사 드리옵니다.] 박마천은 웃었다. [현질녀, 너무 인사 차릴 것 없네. 나는 조금 전에도 그대의 아버지와 삼년 동안 보지 못했더니 더욱 더 예뻐져서 나까지도 몰라보겠다고 말하고 있던 참이라네.] 매냉설은 수줍어하며 말했다. [박숙부께서는 과찬이세요. 그런데 박숙부도 전혀 변함이 없으시네요. 삼년 전과 똑같은 모습일 뿐만 아니라 더욱 더 건장해지셨어요.] 박마천은 소리내어 웃었다. [하! 하! 하! 질녀도 이 늙은 숙부를 놀릴 줄 아는군!] 매냉설은 여전히 다소곳했다. [이것은 놀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박마천은 고개를 돌려 매일부를 바라보았다. [매형, 현질녀는 정말 언변이 뛰어나군요. 비교한다면 이 숙부 되는 나는 더욱 뒤떨어지는 편이군요.] 매일부는 웃었다. [노제는 겸손하게 말을 하는군. 저 애는 나이가 아직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 는 만큼 노제가 여러모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네.] 박마천은 겸손의 말을 했다. [원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는 손을 품속으로 집어넣더니 하나의 백옥으로 만들어진 곽을 꺼냈다. [냉설, 이 숙부는 출타하면서 좋은 물건을 가져오지 못했는데 먼저 오랜만 에 만났으니 이것을 선물하겠네. 나중에 궁으로 들어간다면 내가 질녀에게 보고를 구경시켜 줄 터이니 그 때 어떤 물건이든 마음에 든다면 마음대로 고르도록 하여 이 숙부가 틀림없이 선물하겠네.] 그는 옥으로 만들어진 곽을 열었다. 대뜸 안에서 한 가닥 엷은 붉은 빛의 광채가 뻗쳐 나왔는데 방안에 켜 놓은 촛불보다도 더 더욱 밝고 환했다. 사대보와 대모 안경을 쓰고 있는 주인도 얼굴에 놀란 빛을 띠고 그의 손에 받쳐 있는 곽을 노려보듯 바라보았는데 네 알의 눈알이 거의 눈의 테두리에 서 빠져 나올 것 같았다. 매냉설은 그 옥으로 만들어진 곽 안에 한 겹의 엷은 융단이 깔려 있고 한 알의 엷은 빛의 홍옥(紅玉)으로 만들어진 조그만 사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 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옥으로 깎아 놓은 사자는 겨우 손바닥 반만한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늠 름한 기상이 넘치고 또 눈에서는 파란빛을 쏟아 내는 것이 정말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더군다나 조각이 정교해서 사자가 위엄을 보일 때의 갈기마저 미세하게 사 나운 빛을 매우 교묘하게 드러내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첫눈에 백수 의 제왕이라는 사자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했다. 매일부 역시 얼굴에 한 가닥 놀람과 의아한 빛을 띠었다. [노제, 이럴 필요가 어디 있는가? 그토록 귀중한 물건을 딸애에게 선물하다 니...] 박마천은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지난 번 나는 보고에 들어가서 이 화옥사왕(火玉獅王)을 꺼내서 냉설에게 선물하려고 했는데 나의 못난 아들놈이 밖에서 정무심에게 능멸을 당했기에 급히 출궁하여 그의 원수를 갚아 주느라고 그만 깜박했지요. 거기다가 나중 에는 궁안에서 배반자를 만나게 되는 소란을 겪은 나머지 오늘에서야 가까 스로 꺼낼 수 있었군요. 물론 하잘 것 없는 물건에다 오히려 현질녀가 마음 에 들지 않아 할까 봐 염려되오이다.] 매일부는 정중히 입을 열었다. [그토록 진기한 물건을 노제는 하찮은 물건이라고 하다니 그렇다면 천하에 무슨 또 경의를 표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말인가? 노제는 너무나 지나치 게 겸손해 하시는군...] 그는 매냉설에게 얼굴을 돌렸다. [얘야, 너는 이 화옥사왕을 얕보지 말아라. 이 화옥사왕의 진기한 점은 동 남방(東南方)의 이화지정(離火之精)이 여물어서 생겨난 옥 가운데 정화(精 華)란다. 물론 이 화옥사왕의 자체가 성을 한 채 살 만한 값을 지니고 있지 만 가장 구하기 힘든 것은 역시 두 알의 파란 눈알이다. 들리는 소문에 그 파란 두 알은 천년 묶은 섬여(蟾 )의 눈알로서 정신이 이상해지게 되고 뇌 에 힘살이 망가진 사람이 복용하게 된다면 즉시 쾌유될 수 있단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진기한 것이란다.] 매냉설은 천하에 이토록 값비싼 물건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라 화옥사왕의 두 눈알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파란 동공에 는 흐르는 듯한 빛이 감돌고 있는것이 마치 언제나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따라서 그녀는 또한 그 두 알의 눈알이 없으면 조각이 아무리 정교하고 미 세하더라도 화옥사왕은 여전히 죽은 물건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 게 되었다. 박마천은 옥합의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매형은 정말 박학다재(博學多才) 하시군요. 첫눈에 이 화옥사왕의 진기한 점을 알아내다니 말예오. 하지만 나는 이것을 현질녀에게 선물하는데는 약 간 부족한 점이 있다고 느끼는 바입니다. 다만 하찮은 상견례의 선물로 삼 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는 그 백옥으로 만들어진 곽을 냉설에게 넘겨주었다. [현질녀, 받아 주게나. 그리고 내가 궁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현질녀에게 다 시 더욱 더 좋은 물건을 고르도록 해주겠네.] 매냉설은 속으로 그 화옥사왕이 퍽 맘에 들었으나 이번 금루궁으로 가게 된다면 반드시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암암리에 고검남이 박마천의 수중 에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사실을 알아내고자 함이라 자기가 그 화옥사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녀가 망설이는 표정을 짓게 되자 매일부는 그녀의 표정으로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설아, 박숙부가 너보고 받아 달라고 하니 너는 받도록 하여라.] 매냉설은 부친이 그와 같이 말하자 더 사양하지 않고 그 백옥으로 만들어 진 곽을 받아 들었다. [박숙부님, 감사합니다.] 박마천은 껄껄 웃었다. [그래야만 나의 훌륭한 질녀지.] 그는 매냉설의 얼굴의 약간 마땅찮은 표정을 보고 재빨리 안색을 가다듬었 다. [수레가 준비가 되었으니 현질녀는 차에 오르실까?] 매냉설은 슬쩍 매일부를 곁눈질해 보았다. 즉 자기의 아버지에게 이대로 떠나느냐 하고 묻는 것이었다. 매일부는 그 눈짓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설아, 너의 금루궁 아주머니께서는 네가 감기가 들까 봐 일부러 수레를 보 내 너를 맞아 궁안으로 들어오도록 조처를 했구나. 하! 하! 하! 이 아비는 조금 전에 그 한대의 향거(香車)를 보았는데 새로이 칠을 하고 두터운 휘장 을 새로 다는 등 정말 화려하더구나. 우리 집의 그 한대의 다된 수레보다는 훨씬 좋더구나. 너는 박숙부에게 좀더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박마천은 얼른 그 말을 받았다. [매형, 우리 형제간에 네것 내것을 나눌 필요가 어디 있소이까? 그 보잘 것 없는 한대의 수레가 뭐가 대단합니까. 매형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니 오히 려 섭섭합니다.] 매일부는 미소를 띠었다. [이 우형은 농담으로 한 이야기니 노제는 너무나 개의치 마시오.] 박마천은 억지로 웃음을 띠었다. [원 별말씀을 다하시는군요. 소제가 어떻게 그런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 될 수 있겠소이까?] 매일부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무쪼록 그렇기를 바라오.] 박마천은 어리둥절해서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어떻게 된 노릇일까? 그의 말속에는 자꾸 가시가 돋쳐 있는 것 같 구나. 혹시 고검남 때문이 아닐까?) 그는 조금 전 사대보의 입으로부터 매일부가 말하는 젊은 친구가 확실히 고검남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물론 그는 고검남이 어젯밤에 자기에게 얻어맞아 상처를 입은 이후에 이 평안객잔에 투숙했다가 요행히도 매일부를 만나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도 똑 똑히 알고 있었다. 그가 마음속으로 증오심이 북받쳐 올라 화가 나기도 했으나 결코 우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기가 지금 상대방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판이기 때문에 그런 조그 만 문제 때문에 매일부와 안면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그는 너무 많은 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제 더 강적을 만들어서 는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설사 매일부와 반목을 한다 하 더라도 매일부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것도 헤아려 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이해관계를 따져 보고 매일부의 가시 돋친 말을 못 들 은 척 했다. 하지만 그는 두 가지의 가장 커다란 의혹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 고검남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는 매일부가 자 기에게 우호적이지 못하면서도 딸을 데리고 자기네의 금루궁으로 들어가려 고 하는 점이었다. 그는 이와 같은 생각을 순식간에 번개 같이 굴려 보았으나 그 두 가지의 해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매일부 역시 그토록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또 자기의 말이 좀 지나쳐 박마천이 자기와 안면을 바꿀까 봐 걱정되기도 했 다.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해서 두렵지는 않지만 고검남의 생명에 영향을 미 치게 될까 봐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슬쩍 다음과 같이 한마디하고는 슬쩍 얼굴을 돌렸다. [소봉아, 빨리 소저를 부축해서 수레에 오르도록 해라.] 그는 박마천을 끌어당기며 입을 열었다. [소제, 우리 갑시다.] 박마천은 빙그레 웃고는 역시 매일부의 손을 잡았다. [그래야지요. 역시 빨리 수레에 올라 궁으로 돌아가서 우리 형제들끼리 실 컷 술이나 들도록 하지요.] 그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그야말로 환란 을 같이하는 형제처럼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해서는 객잔을 나섰다. 소봉은 매냉설을 부축해서 그 뒤를 따라 평안객잔에서 나섰다. 객잔밖에 박마천을 따라온 철위들은 매일부가 박마천과 손을 잡고 나오자 다투어 엄숙하게 서서는 공손히 불렀다. [궁주님!] 박마천은 간단히 대답했다. [즉시 궁으로 되돌아가도록 하세.] 매냉설이 객잔에서 나서자 문밖에는 네 필의 오추마(烏錐馬)가 이끄는 향 거가 서 있었다. 수레의 모양은 퍽 아름답고 파란 바탕에 금빛 칠까지 해 놓았을 뿐 아니라 수레에는 꽃무늬까지 조각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 향거가 바로 박부인이 매번 출궁(出宮)하게 되었을 적에 타고 다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를 위해서 박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향거를 보냈는 지라 그녀 로서도 약간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감동은 마음 속 밑바닥에서 번쩍하고 떠올랐다 사라졌을 뿐 그 내면을 캐어 보려는 의욕이 더 짙게 떠올랐다 (그녀가 나를 이토록 융숭하게 대접하는데는 혹시 어떤 간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발길이 돌계단 앞에 멈추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박마천이 재촉했 다. [현질녀, 빨리 수레에 오르게.] 매냉설은 고개를 쳐들고 매일부를 바라보았다. [아버님은 어떻게 하실 것이죠?] 매일부는 대답했다. [나는 너의 숙부와 우리 집의 그 다 헤어진 수레를 타도록 하마.] 매냉설이 보니 이미 등태평이 이미 마부석에 앉아서 두 손으로 고삐를 잡 고 있는 것이 마치 하나의 철탑(鐵塔)을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퍽 마음이 놓인 것을 느끼며 그 파란 칠을 한 향거에 올라타게 되 었고 소봉 역시 따라서 들어갔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게 되자 수레바퀴에서 말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곧 이어서는 수레바퀴가 끼륵끼륵 가면서 어느 덧 향거가 눈 바닥 위로 달 려가는 기척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매냉설은 비스듬히 분홍색의 수레에 벽에 기대어서는 머리 위까지 둘러썼 던 바람막이를 벗고서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이 향거는 정말 평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수레 안에 앉아 있자니 조금도 흔들리는 느낌이 없었다. 다만 그의 머리 위에 꽃은 노리개인 보요(步搖)만 이 미미하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미미하게 흔들리는 수레에 몸을 싣고 매냉설은 재빨리 고검남의 모습을 떠 올렸다. 그 검과 같이 깊고 검은 눈썹, 우뚝 솟은 콧날 우람하고 건장한 몸 또 턱 아래의 짧은 구렛나루 등은 모두 다 그녀에게 일종의 신기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 더군다나 그의 억세고 힘찬 포옹은 더욱 더 그녀로 하여금 온 마음이 압도 되는 충격과 더불어 온몸을 떨어야 했으니... 소봉은 바로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아 있었는데 매냉설의 얼굴에 떠오르는 모든 표정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이 때 그녀는 매냉설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보고 불현듯 마음속으로부 터 새콤한 느낌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앵두와 같은 입술을 잘끈 깨물며 나직이 불렀다. [소저.] 매냉설은 눈을 떴다 [응!] 소봉은 재차 물었다. [소저는 또 공자를 생각하고 있는 거지요?] 매냉설은 소봉을 바라보며 암말도 하지 않고 즉시 눈을 감았다. 소봉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펴며 입을 열었다. [소저, 고공자는 지금 어디에 있죠?] 매냉설은 그 소리를 듣고는 소봉을 바라보았다. [그걸 네가 왜 묻는 거지?] 소봉은 그 새까만 동공에 주시를 받게 되자 갑자기 약간 마음이 허해 져서 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다만 물어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매냉설은 소봉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의혹을 느끼고서는 다그치듯 물었다. [네가 왜 그를 걱정하는 것이냐?] 소봉은 그토록 매냉설이 노골적으로 자기에게 질문을 던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라 그만 얼굴을 살짝 붉혔다. [물론이에요. 고공자는 장래에 바로 소저와 한 평생을 의지할 사람이 아니 겠어요? 소인은 소저와 함께 자랐는데 고공자에 대해서 어떻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매냉설은 느릿하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런 관심이 아닌 것 같은데? 어쩌면...] 그녀는 말을 길게 끌면서 끝까지 말을 다 하지 않고 웃음을 띄우고서는 소 봉을 바라보았다. 그 바람에 소봉은 두 뺨에 빨갛게 물들여지게 되고 거의 어디든지 숨었으면 하는심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약간 쀼루퉁한 음성으로 응수를 했다. [소저, 왜 그런 눈으로 사람을 보는 거죠?] 매냉설은 웃었다. [소봉, 너는 마음속에 어떤 꿍꿍이를 묻어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 소봉은 속으로 깜짝 놀라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 [소저,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매냉설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계집애가 내 앞에서 시치미를 떼는군! 흥! 네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 고 있는 줄 내가 모를 줄 알고?) 소봉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소저, 어떻게 된 거예요? 소저의 말을 나는 한 마디도 못 알아 듣겠네요.] [못 알아 듣는다고?] 매냉설은 웃었다. [너는 모르지만 나는 이해하지.] 소봉은 수줍은 듯 말했다. [소저, 오늘은 어떻게 되신 거예요. 자꾸 그런 말만 하시니...] 매냉설은 웃었다. [오늘은 너의 표정이야말로 이상하다. 네가 그토록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니 내 짐작이 틀림이 없다. 너야말로...] 그리고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계집애가 봄바람이 벌써 들었군!]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 빛을 띠었으나 마음속으로는 약간 한 가닥 새콤한 느낌이 가슴속으로부터 곧장코끝까지 치밀었다. 소봉은 그만 그와 같은 말을 듣자 더욱 더 부끄러워서 귀 밑뿌리까지 새빨 개져서는 토라진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소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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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