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국회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켜라.
2021년 10월 1일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제98조의2를 신설하는 규정 등을 포함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이 개정법률안’이라 한다)을 발의했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으로 보고 있는 우리 법체계 하에서 생명존중이나 동물보호는 허명에 불과하였고,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의 다수의 국가들이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해 채택하고 있는 입법 경향에 비해서 매우 뒤쳐진 상황이었기에, 이 법률안의 발의는 동물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로 하여금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미 다수의 국민들이 동물의 비물건화를 법제화함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었고,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거나 학대하면 안된다는 점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있는 상황에서 이 개정법률안의 발의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었다.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시급히 필요하고 국민들도 이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개정법률안은 곧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정부나 입법부, 사법부는 국민들의 인식이나 요구를 따라 가지 못했다. 국회는 2023년 4월 4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뜻을 모은 합의문을 발표하여 이 개정법률안 통과에 이견이 없음을 국민 앞에 천명하였음에도, 별다른 이유도 없이 지금까지 법률안심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또 이 법률안에 대해서 법원행정처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동물이 사법상 어떤 권리·지위를 지니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율하지 않아 법적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아 이 법률안의 통과에 사실상 반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정법률안에 의하더라도 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과 분화된 권리의 객체 정도로 보는 수준이지 동물에게 어떤 권리·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법무부도 보도자료에서 같은 취지로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개정법률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원행정처가 말하는 법적 혼란이나 분쟁을 야기할 소지는 거의 없다.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법률안 미심사와 반대의견에 대해서 2023년 5월에는 동물권, 환경, 법률, 종교, 여성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연대>를 발족하고, 민법 개정안 심의·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연대>는 오는 2023년 11월 29에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여, 이 개정법률안이 통과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이미 동물과 관련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치료비 및 위자료 등), 동물에 대한 압류문제, 동물학대 인정여부 및 처벌형량문제, 동물학대자에 대한 소유권 박탈 또는 보유 등 금지명령 등에 대해서 사회 곳곳에서 다툼이 되고 있으며, 그 해결도 명확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물이 물건인 한, 동물학대가 엄중한 범죄로 취급받지 못하고 동물과 관련된 각종 법제도가 국민의 법감정이나 법현실과 부합하지 않아 분쟁해결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 지각력과 감응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동물을 단순히 물건으로 보는 우리 법체계의 인식의 차이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는 갈등과 분쟁이 해결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명존중이나 동물보호의 기능이나 가치가 구현될 리 없다. 이 개정법률안은 국민의 인식에 부합하는 법체계를 만들어가는 기본 중의 기본이자, 생명존중과 동물권 보호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제 더 미룰 수 없다. 지금도 늦었다. 우리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에서 반드시 이 민법 개정 법률안을 회기 내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3년 11월 29일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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